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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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밥심, 쌀심 지면기사
1960년대까지 보릿고개에 시달린 우리나라는 1970년대에도 만성적인 쌀 부족국가였다. 1972년 생산량이 높은 '통일벼'가 수확되면서, 1980년에는 재고량이 100만t을 넘어 쌀이 남아도는 시대가 됐다. 설상가상 식생활의 변화로 쌀 소비량이 뚝 떨어졌으니, 농민들은 풍년에도 창고에 쌓이는 재고 쌀 걱정이 먼저다. 2023년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으로 역대 최저치, 1993년 110.2㎏을 소비했던 것과 비교하면 30년 만에 반토막 났다. 산지 쌀값은 올해도 직격탄을 맞았다. 80㎏ 한 가마에 17만8천476원, 20㎏에 4만4천619원이다. 지난해 보다 6~7% 또 떨어졌다. 정부는 쌀을 일부 사들여 시장에서 격리하고 쌀 소비를 촉진해 쌀값을 방어하지만 역부족이다. 지난해 시장격리에 9천916억원을 쏟아붓고, 보관비용 1천억원과 폐기비용 수백억원까지 말 그대로 '밑빠진 독'이다.쌀은 식량의 의미를 넘어 한국인의 정체성이다. 삼국시대에 금·은과 함께 쌀이 화폐를 대신했고, 조선시대에는 쌀로 녹봉을 받고 쌀로 세금을 납부했다. 쌀밥을 마음껏 먹는다는 것이 성공의 척도였다. 1970~1980년대까지도 쌀을 사러 갈 때 "쌀 팔아오겠다"는 표현을 종종 사용했다. '사다'와 '팔다'를 거꾸로 말한 이유는 쌀이 돈이고, 돈이 쌀이라는 인식, 그 때문일 것이다.선조들의 식생활 모습을 담은 사료를 보면 소반(小盤) 위에 소복이 눌러 담은 고봉밥이 놓여있다. 요즘 일반적인 공깃밥 210g의 2~3배는 족히 되는데, 대식가의 면모에 압도된다. 조선 후기 학자 이덕무가 쓴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도 보통 사람들은 한 끼에 5홉(900㎖), 성인 남성은 7홉(1천260㎖), 아이는 3홉(540㎖)을 먹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평민들은 대체로 하루에 아침과 저녁 두 끼만 먹고, 점심은 간식 정도로 해결했단다. 밥 외에 다른 먹거리가 부족했으니 밥이 주요 영양 공급원이었다. 흰쌀밥은 양반들 차지였을 테고, 백성들은 잡곡밥을 먹었다지만 양곡 의존도가 높았음은 분명하다.시대는 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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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냉면 '사리' 지면기사
유래는 어떤 일이나 사물이 생겨나게 된 까닭이나 기원을 뜻한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말의 유래를 따져 보면 흥미로운 점이 많다.'아양 떨다'는 말은 귀여운 말이나 행동으로 관심을 끈다는 뜻으로 '아얌을 떨다'에서 나온 말이다. 아얌은 겨울철에 여성들이 나들이할 때 귀를 내놓고 이마와 머리 윗부분을 가리던 방한용품으로 주로 조선시대 상류층의 젊은 여성들이 쓰던 장신구다. 아얌은 방한 용도보다는 장식용으로 착용했기에 나중에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하는 행동을 가리키는 말로 변했다.요즘에는 제한적으로만 사용하는 성냥은 마찰제를 통해 불을 일으키거나 붙이는 발화용품으로 석류황(石硫黃)에서 나온 말이다. 17세기 문헌 기록에는 '셕뉴황'으로 등장하다 19세기 무렵에는 '셕뉴왕'으로, 20세기에는 '셕냥'으로 표기하다가 1920년대부터 성냥으로 표기하기 시작했다.호주머니·호빵·호두 등처럼 '호'자가 붙는 말들은 청나라에서 유래한 말들이다. 우리 한복은 본래 주머니가 없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옷에 주머니가 달리게 되는 것은 청나라 풍습이며, 청국장도 청나라 만주족의 음식이다. 또 예전에 지사제 구급약으로 사용하던 정로환(正露丸)은 '세이로간'이라고 해서 일본에서 러일전쟁 무렵 지사제로 개발한 약품이었다. 정로환은 러시아를 정벌하다라는 뜻을 담은 정로환(征露丸)이었으며, 건빵도 이때 야전에서 식사 대용으로 개발된 군용식품이었다.냉면 등 각종 요리에 들어가는 '사리'는 얼핏 일본말처럼 보이지만, 삶은 국수를 동그랗게 감은 뭉치를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7~8월 두 달간 육류 소비가 9만t으로 1~4월 넉 달 동안 소비된 8만t을 상회한다고 한다. 여름철 휴가기간에는 특히 고기를 많이 먹고, 덩달아 국수나 냉면 '사리'도 소비가 늘어난다고 한다.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냉면이 제격이다. 냉면 하면 평양냉면·함흥냉면·진주냉면인데 평양냉면 사리는 '메밀'을, 함흥냉면 사리는 '감자 전분'을 사용하며, 전주냉면 사리에는 '녹두'가 가미된다.폭염의 기세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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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파리올림픽의 K-신인류 지면기사
오늘 새벽 폐막식으로 파리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대한체육회의 앓는 소리가 무색해진 역대급 선전에 국민의 환호가 끊일 날 없던 축제였다. 선수단의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 한국은 파리 올림픽에서 국내외에 신세대 한국인, K-신인류의 등장을 알렸다. 금·은·동메달 숫자와 국가순위보다 값진 문화적 성취다.파리 올림픽의 국가대표들은 쿨한 자부심으로 반짝반짝 빛났다. 주종목인 25m 공기권총에서 격발 시간을 초과해 탈락한 김예지는 "빅이벤트(0점)를 선사해 여러분(국민)의 실망이 컸을 것"이라 했다. 예전 같으면 실수로 금메달을 날리고 국가순위를 깎아먹었으니 죄책감에 눈물로 속죄했을 테다. 김예지는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니 하루에 있던 좋은 기억 하나로 잠드시라"고 국가대표의 문법을 새로 썼다.막내 도경동은 펜싱팀 최고참인 구본길에게 "형! 정신 차려"라고 다그쳤다. 남자양궁 최초의 3관왕 김우진은 "메달 땄다고 젖어있지 말아라. 해뜨면 마른다"며 올림픽 금메달 5개에도 배고픈 1인자의 도전을 선언했다. 엄마 길영아의 금메달에 못미친 은메달을 딴 김원호는 "엄마가 김원호의 엄마로 살게 할 수 있게 됐다"고 활짝 웃었다. 모두 기성세대의 문법으로는 해독이 불가하다. K-신인류의 언어다.2011년 귀화 동기 전지희, 이은혜는 토종 삐약이 신유빈의 든든한 뒷배였다. 스무살 신유빈을 한국 탁구의 미래로 귀하게 여기고, 신유빈은 동메달 2개의 영광을 선배들에게 돌렸다. 여자 펜싱 최고참 윤지수는 마지막일지도 모를 자신의 무대를 후배에게 양보했다. 시대와 세대를 거역하지 않고 공존하는 K-신인류의 지혜다.안세영의 작심발언은 K-신인류를 가둔 낡고 부조리한 구시대와 구체제를 향한 당당한 저항이다. 일일이 해명하는 체육단체의 대응은 변죽이다. 새로운 세대에 문맹인 시대와 체제는 역사에서 강퇴당한다. 안세영의 요구에 담긴 시대적 요청을 읽어내는 어른이 있어야 한다.세대와 시대 교체의 물결은 도도하고 그 정점에 K-신인류가 출현했다. 음악, 영화·드라마, 음식에 이어 스포츠까지 새시대의 훈민정음으로 K-컬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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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발달장애 부모 '화요집회' 지면기사
"아이보다 단 하루라도 더 살게 해주세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원을 품고 사는 이들은 발달장애인들의 부모들이다. 자신의 삶은 뒤로한 채 언제나 강한 엄마, 강한 아빠가 되어야 한다. 평생 돌봄이라는 굴레에서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기어이 살아내는 일이 그저 최선이다.2023년 말 기준 전국 등록 장애인은 264만1천896명으로 전체 인구의 5.1%다. 이 중에서 발달장애인은 27만2천524명으로, 지적장애 22만9천780명과 자폐성장애 4만2천744명 등 모두 심한 장애에 해당된다.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은 대인관계나 의사소통이 어렵고 자해 및 폭력적 행동으로 활동 지원 기관과 인력으로부터 거부당하는 일이 태반이다. 돌봄은 오롯이 가족의 몫이 된다.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벼랑 끝에 내몰린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비극이 끊이질 않는다. 발달장애인·가족 사망사고는 2022년 10건, 2023년 11건, 올 들어 벌써 세 번째 발생했다. 개인의 불행을 넘어서 명백한 사회적 참사다.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송파 세 모녀 사건'이 10년이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가동했지만, 발달장애인은 여전히 소외됐다. 2022년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진행된 8차례의 복지사각지대 발굴 조사 대상자만 봐도 포함된 발달장애인은 총 1만2천87명(4.4%)에 불과하다.발달장애인 부모들의 '화요집회'가 어느덧 2주년을 맞았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2022년 8월부터 매주 화요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발달장애인의 권리 확보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형식은 집회지만 내용은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이 일상 속 사연을 털어놓으며 서로 위안받고 용기 주는 시간이다. 90세 노모와 함께 요양원에 입원한 환갑 맞은 발달장애 아들, 자녀의 자폐 행동문제를 케어하기 위해 심리행동치료학을 연구하는 엄마, IT기업 정규직으로 취업해 당당히 인정받고 싶다는 청년 발달장애인의 이야기는 간절하고 절절하다.때론 오체투지로, 때론 삭발투쟁으로 화요집회 86회차 동안 멈추지 않고 외쳐온 '발달장애인 국가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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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안세영 사태 지면기사
2021년 도쿄 올림픽에 최연소 탁구 국가대표로 출전한 17세 신유빈은 진기한 경험을 한다. 단식에선 58세 탁구 최고령 선수인 룩셈부르크의 니샤렌과, 단체전 복식에선 폴란드의 한 팔 선수인 나탈리아 파르티카에게 한 세트 차로 겨우 이겼다. 파리 올림픽에서 '탁구 도사' 니샤렌은 최고령 출전 기록을 경신했고, 브라질 한 팔 선수 브루나 알렉산드르가 경기장을 감동으로 수놓았다.우리나라면 60대와 한 팔 탁구 국가대표가 가능할까. '안세영 사태'에 정답의 실마리가 있다. 안세영은 28년 만에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을 차지한 뒤 코트에서 포효했고, 전 국민이 열광했다. 하지만 안세영의 포효가 환희가 아니라 분노였음이 밝혀지자 열광의 도가니는 싸늘하게 식었다. '분노가 올림픽 금메달의 원동력'이라며 배드민턴협회의 무능을 비판했다. 메달 가능성이 높은 선수를 혹사하는 협회를 향한 누적된 불만을, 22세 안세영은 국가대표 반납으로 표시했다.체육단체와 선수들 간의 갈등은 한국 스포츠의 고질이다. 동계올림픽 메달밭인 쇼트트랙은 빙상연맹의 파벌 싸움에 선수들까지 휘말리며 악명을 떨쳤다. 토리노 올림픽 3관왕 안현수가 26세에 러시아에 귀화해 소치 올림픽 3관왕 빅토르 안이 된 배경이다. 국대 여성 선수를 성폭행한 대표팀 코치가 징역 13년형을 선고받았다. 박태환도 김연아도 종목 단체와 불화를 겪으며 마음고생이 심했다.스포츠의 주인공은 선수다. 정부, 체육단체는 선수 육성과 지원을 위한 행정기구일 뿐이다. 선수가 '갑'이고 행정이 '을'이어야 맞다. 현실에선 본말이 전도됐다. 국가대표 선발권을 지닌 체육단체가 갑질로 선수들을 지배한다. 배드민턴협회 임원이 비즈니스석에 앉고 선수들은 이코노미석에 처박히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여자 배구대표팀이 김치찌개 회식을 한 이유다. 신세대 K-스포츠 스타들을 감당할 수 없는 586 스포츠 행정이다. 양궁의 성취가 특별한 건 한국 스포츠의 짙은 그늘 때문이다. 60대 국가대표와 장애인 국가대표? 요원하다.안세영 사태에 대통령이 나서고, 정부가 진상조사를 약속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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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정치 궁합 지면기사
우리나라에 결혼정보회사가 처음 등장한 때는 1980년대 중반이다. 속칭 중매쟁이가 하던 일을 기업이 시스템화해서 최적의 반쪽을 찾아 인연을 맺어주는 것이다. 업체에 회원 등록을 하려면 상세한 신상정보와 증빙서류를 제공하고 법무팀의 확인 절차까지 거치게 된다. 시뮬레이션을 작동해 외모, 성격, 학력, 직업, 자산, 가정환경 등 6가지 조건에서 골고루 높은 밸런스를 보이면 '육각형 남자', '육각형 여자'가 된다. 매칭 시장에서 성혼 가능성이 높은 A급 배우자 감의 별칭이다.하지만 이제 육각형이 아닌 칠각형을 찾아야 할 모양이다. '정치 궁합'이라는 특별 조건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국민 5명 중 3명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나 결혼은 사절"이라고 답했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지난해 6~8월 19~75세 남녀 3천950명 면접조사를 바탕으로 한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방안-공정성과 갈등 인식' 보고서 내용이다. 응답자의 58.2%가 정치 성향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남성(53.9%)보다 여성(60.9%)이 더 높다는 점은 흥미롭다. 세대별로는 노년층(68.6%)이 청년층(51.8%)과 중장년층(56.6%)보다 민감하게 반응했다.이러한 결과는 진보와 보수 사이의 갈등에서 기인한다. 92.3%가 진보-보수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는데, 이는 5년 전인 2018년 87.0%보다 5.3%p나 상승한 수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82.2%), 노사 갈등(79.1%), 빈부 갈등(78.0%),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갈등(71.8%), 지역 갈등(71.5%) 등 다른 숱한 마찰보다도 정서적 피로도가 높다는 의미다. 오죽하면 명절 때 정치 얘기는 말라는 불문율이 생겼을까.청년세대(만 19~34세) 혼인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더니, 2020년 기준 10명 중 8명(81.5%·784만명)이 미혼이다. 남성 86.1%, 여성 76.8%가 자의든 타의든 솔로의 삶을 살고 있다. 정쟁으로 지고 새는 국회는 마치 분노와 증오의 블랙홀 같다. 국민은 지치고 괴롭고 신물이 난다. 정치 걱정에서 자유로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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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선인들의 피서법 지면기사
무더위 앞에는 천하장사도 별 수 없다. "삼복기간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 보양식을 먹는 복달임 같은 우리만의 독특한 피서법도 생겨났다. 여름나기가 힘들었던 것은 옛날 선인이나 지금의 우리나 매한가지였다. 선인들의 피서법 하면, 다산 정약용의 '소서팔사(消署八事)'만한 고품격 피서법을 찾아보기 어렵다. 참고로 정약용의 호로 널리 통용되는 다산은 정작 다산 본인은 잘 사용하지 않았다. 사암(俟菴)·여유당(與猶堂) 등을 포함하여 다산의 호는 알려진 것만 해도 6개나 있었고, 귀농(歸農)이란 아명에 미용(美庸)이라는 자가 있었다. 다산이란 호는 현대 연구자들이 의도적으로 널리 퍼트린 명칭이다.다산이 제시한 8가지 피서법은 "솔밭에서 활쏘기(松壇弧矢), 느티나무 그늘에서 그네타기(槐陰추韆), 텅 빈 정자나 누각에서 투호놀이 하기(虛閣投壺), 대자리 깔고 바둑 두기(淸점奕기), 연못에서 연꽃구경하기(西池賞荷), 숲속에서 매미소리 듣기(東林聽蟬), 비오는 날 한시 짓기(雨日射韻), 달밤에 발씻기(月夜濯足)" 등이다. 소리 내서 읽어만 봐도 더위가 물러가는 것 같다.장마가 끝나자마자 폭염의 기세가 대단하다. 2일 새벽 강릉시는 31.4도로 한반도 기상 관측사상 가장 높은 일 최저기온을 갈아치웠다. 4일에는 경기 여주시 점동면 기온이 40도를 넘어서는가 하면 제주 한라산을 제외한 전국에 폭염 특보가 내려졌다. 폭염의 원인은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겹치는 '이중고기압'이 한반도 전역을 덮으면서 햇볕에 달궈진 공기가 단열상태가 되어 기온을 끌어올리는 단열승온(斷熱昇溫) 현상 때문이라 한다.'염소 뿔도 빠지는 삼복더위'에 선인들은 통풍이 잘 되는 정자나 나무그늘에서 쉬거나 탁족을 나갔다. 또 인적 없는 숲속에서 옷을 다 벗고 볕을 쬐는 풍즐거풍(風櫛擧風)으로 염증도 막고 더위를 쫓는 풍욕도 있었다고 한다. 풍욕은 남의 이목을 조심해야 하는 단점이 있으나 체액을 중화시켜 질병 예방에 큰 효과가 있는 피서법이다. 무더위에는 무엇보다 적절한 휴식과 수분 섭취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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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활·총·칼 나라의 막장 정치 지면기사
'국뽕'에 취한 한여름 밤이 꿈 같다. 대한민국 활·총·칼에 한국인은 열광하고 세계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3일까지 딴 금메달 9개가 양궁, 사격, 펜싱에서 나왔다. '무기의 나라' 대한민국을 향한 국내외 네티즌들의 자부심과 찬사가 온라인을 도배했다.여자 단체전 10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양궁은 5개 금메달 중 이미 4개를 목에 걸었다. 어젯밤 남자 개인전 금메달로 전 종목을 석권한 양궁에 전국민이 환호한 뒤의 아침이길 바란다. 마감 시간은 신문의 잔인한 숙명이다. 사격에선 여성 스나이퍼 3인방, 오예진·반효진·양지인이 금메달 과녁을 뚫었다. 사브르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한 남자 펜싱 대표팀의 선전도 기대 이상이었다.대한민국 활·총·칼의 올림픽 성적은 기적이 아니다. 양궁은 국가대표 선발전이 곧 국제대회 성적이다. 이우석은 2020년 도쿄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됐지만, 코로나19로 1년 연기된 올림픽 대표를 새로 선발하면서 탈락했다. 한국 양궁 불패 신화의 원동력은 공정한 경쟁이다. 새로운 실력자가 끊임없이 등장해 세대를 이어가는 선순환, 펜싱과 사격도 예외가 아니다. 사격은 실력으로 무장한 신예들이 일을 냈고, 펜싱에선 도경동·박상원이 오상욱·구본길과 어펜저스 시즌2를 열었다.세대교체와 더불어 선수들의 희생과 헌신이 실력 이상의 결과를 빚어낸다. 여자 펜싱 최고참 윤지수는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후배에게 출전을 양보했다. 실력이 노출된 자신보다 베일에 가린 후배가 승리에 보탬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팀코리아를 위해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결승 무대를 반납한 것이다.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들의 자부심도 금메달감이다. 신유빈(탁구) 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 선수에게 패한 뒤 "나를 이긴 상대들은 나보다 더 오랜 기간 노력했던 선수들"이라며 "그런 점은 인정하고 배워야 한다"고 했다. 메달리스트 보다 멋진 4위의 언어에서 미래의 거인이 보인다.공정과 상식, 희생과 헌신, 결과에 초연한 자부심. 활·총·칼을 비롯한 올림픽 국가대표들이 우리가 정치판에서 보고 싶은 고귀한 가치들을 다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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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섬마을 K드론 지면기사
4차산업 시대 드론(Drone)의 진격은 경이롭다. 비행하면서 변형하는 트랜스포머 드론, 나방의 더듬이를 접목한 냄새 맡는 드론, 우주기지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정찰 드론, 2천㎞ 밖에서도 조종 가능한 드론까지. AI(인공지능)·블록체인 등 첨단기능을 장착하고 '하늘을 나는 강자'로 한계 없이 진화 중이다.드론은 올림픽 무대에도 등장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1천218대의 드론이 밤하늘에 오륜기를 수놓아 진보된 기술과 예술의 합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팬데믹으로 개최가 1년 미뤄졌던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드론 1천824대가 엠블럼과 지구를 형상화하며 개막을 알렸다.이번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드론이 스파이로 돌변했다. 캐나다 여자축구대표팀이 지난 22일 조별리그 1차전을 앞두고 뉴질랜드팀 훈련장에 염탐용 드론을 띄운 사실이 발각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승점을 삭감하고 감독·코치·전력분석원에게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캐나다는 부당한 징계라며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했다가 패소해 "올림픽 정신보다 메달이냐"는 비난을 자초했다. 캐나다팀은 뉴질랜드는 물론 프랑스·콜롬비아를 차례로 격파했다. 승점 6점이나 깎이고도 8강 진출에 성공했지만 개운치 않다. 2020 도쿄 올림픽 디펜딩 챔피언의 명성에도 지워지지 않을 흠집이 남았다.때론 자폭 무기가 되어 전쟁터에 출몰하고, 작전 염탐용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착한 드론도 있다. K드론이 이달부터 전국 32개 섬지역, 17개 공원지역, 1개 항만에서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소식은 반갑다. 성남·양주·포천 등에 이어 9월부터 인천 섬마을 하늘을 누빈다. 덕적도·문갑도·대이작도·자월도에 이어 11월 이후에는 굴업도·영흥도로 영역을 확장한다. 소야도 선착장 인근에서 출발하는 K드론은 3㎏ 이하의 음식·생필품 등을 실어 나른다. 섬 지역은 병원과 약국이 부족한 의료 사각지대다. 응급환자에게 자동심장충격기(AED)·구급약품 등을 신속하게 보낸다는 국토부의 구상이 실현되면 주민들의 걱정을 한시름 덜 수 있다.드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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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100억에 팔린 동교동 사저 지면기사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가 100억원에 매각됐다. 뉴스를 접한 민주화운동 세대의 심경은 착잡하다. 동교동 사저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상도동 사저와 함께 군부독재 시절 야당 정치인들의 아지트이자 반독재 투쟁의 본산이었다. 그 시절을 겪은 세대에겐 동교동과 상도동 사저는 단순한 개인주택이 아니라 민주화 서사를 증거할 역사적 공간이다.매각 당사자가 DJ의 막내 아들 김홍걸 전 의원이라 당혹스럽다. "상속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매각을 결정했다"는 변명엔 기가 막힌다. 김 전 의원에게도 각별한 동교동 사저다. 아버지가 유신정권과 5공정권 치하에서 옥고를 치르고 사형선고를 받았던 집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도청을 피하려 필담을 나눴던 집이다. 아버지가 미국 망명 생활을 청산하고 동교동 집에 들어설 때의 감격도 생생할 것이다.김 전 의원은 민주당 위성정당의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의원이 됐다. 아버지 김대중과 어머니 이희호 여사의 후광 덕분이었다. 자질은 부모의 명성에 한참 부족했다. 다수의 고가주택을 보유하고도 허위 재산등록으로 당선 5개월 만에 당에서 제명됐다. 결정적으로 이 여사 사후에 의붓형 김홍업 전 의원과 동교동 사저 상속을 둘러싼 분쟁을 일으켜 가문의 품격을 떨어뜨렸다.이 여사는 분쟁을 예상한 듯 동교동 사저에 '동교동 사저를 김대중·이희호 기념관으로 사용하라'는 유언장을 남겼다. 기념관 관리를 맡긴 김대중기념사업회에 DJ의 노벨 평화상 상금 8억원을 기부했다. 지자체가 동교동 사저를 공공기관으로 매입할 경우에 대비해 매각대금 상속 지분까지 정해 놓았다. 김 전 의원은 상금과 동교동 사저를 독차지하려다 법정에서 제동이 걸렸다.상속세 때문에 매각했다지만, 공론화 됐다면 얼마든지 지킬 수 있는 역사적 장소였다. DJ 유산으로 호남을 독식해 온 민주당은 물론 권노갑, 한화갑을 비롯한 동교동계 아저씨 삼촌들이 발벗고 나서 문제를 해결했을 테다. 가족도 당도 김대중기념사업회도 모르게 매각할 공간이 아니었고 매각할 처지도 아니었다.동교동계는 올해 김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