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연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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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연대의 힘 지면기사

    45년 만의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와중에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했다. 지난 12월 29일 오산시에 거주하는 일가족 4명과 용인시민인 승무원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인하대 합격 축하 여행을 떠났던 삼부자도 변을 당했다. 대한민국은 집단 우울감에 빠져들었다. 참사 나흘째인 새해 첫날에서야 수습된 희생자의 시신이 모두 이름을 찾았다. 유가족들은 현장에 처음 들어갔다. 간단한 차례상을 마련해 헌화하고 약식 제사로나마 고인들과 작별했다. “고통 없는 천국에서 편히 쉬렴”,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지내” 절을 하

  • [참성단] 파사현정(破邪顯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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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파사현정(破邪顯正) 지면기사

    “때로는 바람이 불고 때로는 눈보라가 쳐도 산천의 초목은 힘차게 솟아오를 봄소식을 준비합니다.” 불교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의 신년 법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순택 주교도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하며 우리 사회가 더 정의롭고 평화로운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신년 메시지를 밝혔다. 2025년 새해가 열렸지만 나라의 기운과 국민의 기세는 풀이 죽었다. 지난해 꼬리에 매달린 그림자가 넓고 짙은 까닭이다. 황당한 비상계엄이 바람처럼 눈보라처럼 나라와 국민을 할퀴었다. 대통령과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차례로 탄핵됐다. 여

  • [참성단] 안타까운 갑진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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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안타까운 갑진년 지면기사

    형용사 ‘안타깝다’는 “뜻대로 되지 아니하거나 보기에 딱하여 가슴 아프고 답답하다”는 말이다. 민간설화에 의하면, 세종과 서로 사랑하던 사이였던 경상북도 청송의 처녀 ‘안타갑’이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을 두고 이때부터 괴롭고 슬픈 일을 가리켜 ‘세종과 안타갑 사이 같다’란 의미로 안타깝다’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한다. 오늘은 푸른 용의 해, 갑진년의 마지막 날이다. 간지로 따지면 2025년 새해는 을사년 푸른 뱀의 해가 된다. 그러나 간지는 절기력이고, 절기력으로 보자면 새해의 시작일은 입춘이기에 아직 해가 바뀐 것은 아니다. 올

  • [참성단] 무안공항 동체착륙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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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무안공항 동체착륙 참사 지면기사

    12·3 비상계엄 사태로 무정부 상태에 빠진 대한민국의 경착륙과 연착륙 여부가 세계적 관심사이던 시점에, 무안국제공항에서 비극적인 민항기 참사가 발생해 국민들이 슬픔에 잠겼다. 29일 오전 9시 5분경 방콕발 제주항공 민항기가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공항 외벽과 충돌해 폭발했다.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탑승객 181명 중 승무원 2명만 구조됐다.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랜딩기어 작동 불능이 사고 원인으로 추정된다. 착륙은 모든 비행기의 최종 목표다. 착륙 없는 이륙은 없다. 고도로 훈련된 조종사, 첨단 항공장비와 장치가

  • [참성단] 파크골프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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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파크골프 열풍 지면기사

    “도쿄에서 노인을 만나려면 병원으로 가야 하고, 홋카이도에서 노인을 만나려면 파크골프장으로 가야 한다.” 얼음축제와 온천으로 유명한 일본 홋카이도는 파크골프(Park Golf)의 발상지다. 파크골프는 1983년 동부 시골마을 마쿠베츠에서 시작됐다. 당시 버려진 공간으로 취급받던 엔베츠가와 하천부지에 7홀의 간이 코스가 만들어지면서다. 평생 스포츠 보급에 관심이 높았던 교육위원회 교육부장 출신 마에하라 츠요시의 아이디어는 참신했다. 이후 코스가 추가되고 매년 국제대회가 열리는 지역 대표 명소가 됐다. 파크골프는 2000년 한국에 상륙

  • [참성단] 취소된 이승환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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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취소된 이승환 콘서트 지면기사

    지난 미국 대선에서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언론과 유권자의 관심이 집중됐다. 3억명의 팬덤을 거느린 슈퍼스타의 선택이 박빙(?)의 대선 판세에 끼칠 영향 때문이었다. 4년 전에 민주당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 스위프트가 입장 표명을 늦추자, 후보들도 안달이 났다. 트럼프는 아예 가짜 사진을 올려 여제(女帝)의 지지를 압박했다. 결국 지난 9월 해리스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했지만, 대선 결과는 트럼프의 압승이었다. 스위프트는 해리스를 지지했지만 트럼프에겐 재계의 슈퍼스타 일론 머스크가 있었다. 100만 달러 경품으로 지지층을 확대하는 초유의

  • [참성단] 도량발호(跳梁跋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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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도량발호(跳梁跋扈) 지면기사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도량발호(跳梁跋扈)’를 선정했다. 도량발호는 ‘함부로 날뛰며 제멋대로 권세를 부린다’는 뜻이다. 도량발호는 본래 독립적인 사자성어가 아니라 ‘살쾡이가 함부로 날뛴다’는 ‘도량’과 중국 한나라 때 권력을 잡고 나라를 쥐고 흔들었던 양기를 비판하는 말로 ‘함부로 권력을 휘두른다’는 ‘발호’를 결합하여 만든 조어다. ‘도량’은 ‘장자’의 ‘소요유 편’에 등장하는 말이며, ‘발호’는 ‘한서(漢書)’에 나온다. 도량발호란 단어가 한국 문헌에 등장한 최초의 사례는 조선 초기의 문신 서거정(1420~1488)이

  • [참성단] 무속 스캔들과 탄핵정변
    참성단

    [참성단] 무속 스캔들과 탄핵정변 지면기사

    역사의 격변기는 기인들의 기행으로 얼룩지기 쉽다. 떠돌이 수도승 라스푸틴은 제정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의 신임을 얻어 황실의 권력을 전횡했다. 황제 부부는 황태자의 혈우병을 치료해 준 근본 없는 괴승(怪僧)에게 권력을 위임했다가 혁명을 자초해 멸문당했다. 고려 말 공민왕도 승려 신돈에게 권력을 위임했다. 정사와 야사에 과정이 없으니 기록하기에 황당했던 사유라 짐작할 뿐이다. 개혁을 빙자해 전권을 차지한 신돈이 음행과 만행으로 실각한 뒤 공민왕도 시해되고, 왕조는 문을 닫았다. 전근대의 사례가 아니다. 불행하게도 동시대의

  • [참성단] ‘회식이 애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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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회식이 애국’ 지면기사

    닫힌 지갑은 열릴 줄 모르고, 수출 증가율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불황의 터널은 어둡기만 하다. 올해 3분기 기준 소매판매액지수는 100.6으로 10분기째 내리막이다. 199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장 기록이란다. 소매판매액지수가 곧 내수의 지표인데, 갈수록 소비가 얼어붙고 있다는 방증이다. 여행과 외식이 지탱해 주는 서비스 소비도 1.0% 증가에 그쳤다. 2021년 1분기 이후 최악이다. 범용 반도체 수요 부진과 석유화학 업종 불황이 겹쳐 국내 기업들의 성장성마저 둔화됐다. 대기업(5.4→4.7%)과 중소기업(4.6→2.4

  • [참성단] 탄핵정국에 짙어진 트럼프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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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탄핵정국에 짙어진 트럼프 리스크 지면기사

    한반도 역사 이래 왕조의 흥망성쇠는 외교의 성패로 결정됐다. 약소국인 신라가 고구려와 백제 사이에서 이이제이 외교로 국력을 키운 뒤 외세인 당나라와 연합해 한국사 최초의 통일왕조를 세웠다. 고구려와 백제에게는 나당연합과 같은 동맹외교가 없었다. 조·명 동맹으로 왜란을 극복한 조선은 대륙의 정세를 오판해 호란을 자초하고 삼전도의 수모로 왕조의 명맥을 겨우 이었지만, 19세기 세계사 격변에 대응할 외교 부재로 식민의 치욕을 당했다. 대한민국이 6·25 전쟁으로 세계사에서 지워질 위기를 넘긴 것도 국제사회의 외교적 이해가 엇갈린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