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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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106번 새벽 버스 지면기사
새벽 4시, 106번 버스 첫차를 타는 사람들이 있다. 일용직 근로자·미화노동자부터 경비원·새벽시장 상인까지. 금세 만원이 되고 몸을 부대끼며 한바탕 출근 홍역을 치른다. 이들은 버스가 신호 대기에 걸리기라도 하면 지각하면 어쩌나 전전긍긍이다. 남들이 출근하기 전에 부지런히 일을 시작해야 하는 이들의 애환을 싣고 버스는 달린다.의정부 가능동에서 도봉산역을 지나 서울 종로 5가까지 왕복 45.2㎞를 오가는 106번 시내버스 노선은 지난 1971년부터 운행한 '서민 노선'이다. 서울 시내버스 중 가장 오래된 노선이다. 버스 18대가 12~15분 간격으로 하루 평균 1만여명을 실어 나른다. 그런데 지난달 서울시로부터 오는 8월 3일 폐선하겠다고 통보받았다. 당장 발이 묶일 서민들은 막막하다. 의정부 시민들은 폐선 철회 탄원서를 내고 피켓까지 들었다. "53년 동안 일상에 뿌리 깊게 내린 '시민의 발'이자 지역사회의 일부분"이라고 호소한다.서울시가 폐선을 예고한 노선은 106번만이 아니다. 542번(군포 부곡~서울 신사)·704번(양주 장흥~서울 중구)·773번(파주 교하~서울 은평)·9714번(파주 교하~서울 중구)까지 총 5개 노선이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서울시는 "한정된 예산과 차량 여건을 고려해 신설 노선을 만들려면 기존 노선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민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대체노선을 마련할 때까지라도 유예해야 마땅하지 않은가."그냥 아주머니,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이분들이 그 어려움 속에서 우리 같은 사람을 찾을 때 우리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2012년 생전의 노회찬은 '6411번 버스를 아십니까'라는 명연설을 남겼다. 탑승객을 일컬어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 투명인간들이라며 아픔에 공감했다.의정부시는 예산이 부족하다며, 경기도는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대체 노선 마련에 머뭇거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 3월 한 인터뷰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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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찰스 다윈과 여름휴가 지면기사
세계적인 여행기 3편으로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적 사유'를 꼽을 수 있다. 이 중에서 찰스 다윈(1809~1882)의 '비글호 항해기'가 주목을 끈다. '비글호 항해기'는 인류사회 사고의 패러다임을 바꾼 '종의 기원'의 전사(前史)이기 때문이다.'항해기'는 1831년부터 1836년까지 비글호를 타고 세계 일주하면서 쓴 다윈의 일기다. 5년 136일간의 대장정을 거치면서 남미와 태평양 일대 원주민들의 삶과 풍물을 담아냈고, 이 과정에서 유럽인들이 이곳에서 저지른 악행이 드러나기도 한다. 다윈의 비글호 승선은 우연이었다. 피츠로이 비글호 함장은 출항 전 동승할 박물학자를 찾았다. 박물학자의 주임무는 함장의 말벗이 되는 일이었다. 긴 항해를 책임진 함장이란 직책은 외롭고 스트레스가 많은 자리여서 전임 함장들이 긴 항해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다윈은 1828년 목사가 되기 위해 케임브리지 대학에 입학했다 핸슬로 교수의 식물학 강의를 듣고 자연과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비글호 측에서는 먼저 핸슬로 교수에게 동승을 요청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다윈에게 연락이 갔다. 인류사의 패러다임을 바꾼 '종의 기원'과 그 전편인 '비글호 항해기'는 이런 우연에서 시작됐다.다윈은 1831년 12월 27일 비글호를 타고 영국의 데번포트에서 출발하여 우루과이·파타고니아·아르헨티나·칠레·브라질·갈라파고스 등을 항해하면서 영국 팰머스 해안으로 돌아오기까지 전 과정을 18권의 항해 일기에 담았다. '종의 기원'의 탄생 배경이 되는 갈라파고스 제도 방문은 17장에서 상세하게 묘사된다. 남미 등지의 원주민들과 인디오들의 풍습과 생태 등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다윈은 군주제가 없는 평등한 사회일수록 문명이 발달하지 못하는 역설을 목격하기도 한다.여름 휴가철을 맞아 인천국제공항이 인산인해다. 주말 국적 항공사를 이용한 누적 승객수가 4천756만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해외여행이 대세라 하지만,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휴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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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최저임금 1만원 지면기사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2일 2025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시급 9천860원에서 1.7% 올린 인상률은 미미하지만, 1만원 대 최초 돌파라는 심리적 파급력은 만만치 않다. 1988년 462.5원으로 제한적으로 도입된 최저임금은 다음해부터 전면 실시됐다.1993년 1천원을 돌파(1천5원)한지 30여년 만에 1만원을 넘겼으니 얼핏 보기엔 굼벵이 같다. 그런데 경향신문 지난해 4월 보도대로면 1993년 1천569원이던 짜장면 평균 가격이 2023년 6천361원으로 30년간 4배 상승했다. 비슷한 기간 10배 오른 중국집 종업원 최저임금에 비해, 사장님의 짜장면 가격은 4배 오르는데 그친 셈이다.최저임금 1만원 돌파에 전국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인상률 보다 진한 공포를 체감하는 배경이다. 짜장면 재료 가격들도 30년 동안 최소 4배 이상 뛰었을 테다. 30년 이상 짜장을 볶고 면을 뽑아 중국집을 유지했다면 장사의 신으로 칭송할만하다. 그럴 리 없다. 종업원 대신 가족이 홀 서비스를 하고, 주방장 대신 사장님이 웍을 잡는다. 사장님 가족의 노동과 영혼을 갈아넣어야 짜장면은 '서민 가격'을 유지한다.반면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1만원 돌파 보다는 올해 늘어난 금액 170원에 화가 난다. 1시간 노동해봐야 햄버거 세트메뉴 하나도 사먹을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린다. 최저임금 노동자가 300만~500만명이니 외면할 수 없는 항변이다. 최저임금 1만원에 사장님은 걱정이 태산이고 노동자들은 울화통이 치민다.영세사업장과 음식점의 사장님과 노동자는 최저임금 사업장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동지들이다. 최저임금 결정 때마다 입장이 갈리지만 평소에는 서로의 처지를 가장 잘 아는 동병상련자들이다. 남는 것 없어도 최저임금을 맞춰주는 사장님을, 최저임금으로 버티는 노동자를 서로 걱정해준다.최저임금과 상관 없는 대기업 노사 위원들과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현장에서 몸을 부대끼며 서로의 처지를 잘 아는 최저산업의 사장님과 노동자는 최저임금 결정 구조에서 빠졌다. 이들이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면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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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영부인의 '문자 게이트' 지면기사
대통령 배우자인 영부인은 숙명적으로 최고 권력자의 최측근의 지위에 오른다. 법적으로는 아무 권력이 없지만 배후 권력의 원천으로 주목받는다. 추앙과 추문의 기로에 서기에 딱 알맞은 자리다. 육영수는 단아한 민생행보로 박정희의 독재를 온기로 완화해 영부인의 전형으로 남았다. 이후 영부인들은 상당수가 권력형 스캔들에 휘말렸다. 그래도 육영수를 비롯한 역대 영부인들의 활동공간은 정국과 정무의 배후였다.윤석열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여사는 등장부터 정국의 중심에 섰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과 야당 대선 후보로 정국의 중심에 설 때마다 정적의 표적이 된 탓이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권후보로 급부상하자 '쥴리 의혹', '박사 논문 표절 의혹'이 터졌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제기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도 본격화됐다. 윤석열 공격거리가 빈약하자 부인을 타깃으로 삼은 양상이다.대선 이후에도 명품백 수수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이 이어졌다. 대선에서 석패한 민주당은 정권의 아킬레스 건으로 영부인을 지목했다. 거짓으로 밝혀진 의혹도 많지만 야당에게 '김건희 특검'의 빌미를 준 의혹들도 있다. 김 여사의 처신도 문제가 됐다. 쥴리의혹 때는 진보매체 기자에게 사적으로 해명했고, 명품백 수수의혹은 부친과의 친분을 앞세운 목사를 의심 없이 면담했다.집권여당 대표 경선에서 김 여사가 문자 게이트로 또 다시 정국의 중심에 섰다. 지난 총선에서 명품백 수수의혹에 대한 대국민 사과 여부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게 결정해달라는 5건의 문자가 공개됐다. 내용이 적나라하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이 싸운 사실은 물론, 집권세력 내부의 세력 다툼이 생생하게 담겼다. 대표 경선은 읽씹논란을 거쳐 후보들의 공존 불능 지경으로 치닫는다.문제의 문자는 대통령과 영부인의 용인 없이는 공개할 수 없는 권력 배후의 비화(秘話)다. 문자는 한 전 위원장을 겨냥했는데, 역풍은 청와대와 김여사로 향한다. 열받은 진중권씨가 57분 통화록을 공개하자 김 여사가 궁지에 몰렸다. 사적인 면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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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명지대 바둑학과 폐지 논란 지면기사
한국은 바둑 강국이다. 2016년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에게 최초이자 최후의 1패를 안긴 인간대표 이세돌 보유국이다. 한국 최초의 프로 9단 조훈현은 한국형 된장바둑 서봉수와 함께 1980년대를 '조서시대'로 만들었다. 1990년대를 풍미했던 세계 최고 공격수 '일지매' 유창혁도 있다. 조훈현의 제자 이창호는 청출어람의 경지를 넘어, 수식어가 거추장스러운 세계 기단의 전설이 됐다. 한국 바둑국가대표팀은 지난해 2023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은·동메달을 휩쓸었고, 이어 열린 아시안패러게임에서도 금메달 2개를 수확했다. 2024년 상반기 기준 55개월 연속 국내 바둑 1위 신진서 9단과 다승왕 박정환 9단이 한국바둑을 이끌고 있다."침묵 속에서, 죽을힘을 다해 싸우는 게 좋아서요. 상대가 공들여 지은 집을 무너뜨려야 이기는 것도 맘에 들고."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2022~2023)'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바둑 열풍이 불었다. 청라호수공원 내 바둑공원은 촬영성지로 불리며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바둑계의 현실은 고사 위기에 노심초사다. 1980~1990년대 들어 PC·온라인 게임이 등장한 뒤 타격을 입었다. 바둑알을 잡던 대중들은 '스타크래프트' 마우스를 잡았다. 오랜 대국시간과 어려운 룰, 올드한 이미지로 기원은 경로당이 됐다. 한때 1천500만명이었던 바둑인구는 883만명까지 떨어졌다.바둑계의 위기는 상아탑으로 번졌다. 명지대학교가 세계 유일의 바둑학과 폐과 절차를 밟고 있어 논란이다. 소속 교수와 재학생들이 낸 가처분 신청은 항소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학생과 유학생은 물론 진학을 준비하던 고3 수험생들은 막막하고 황당하다. 교수와 재학생들은 "학교법인의 재정파탄 문제를 왜 학생들에게 전가하냐"며 목청을 높인다. 1997년 개설된 명지대 바둑학과는 지난 27년간 양건 9단, 한종진 9단, 홍민표 9단, 이민진 8단 등 수많은 프로기사를 배출했다. 또 바둑전문TV 관련 산업 인력과 해외 바둑 보급에도 기여한 바둑인재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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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무인점포 지면기사
무인점포가 꾸준히 영토 확장 중이다. 중심 상권은 물론 아파트 단지나 학교·오피스 등 상가에 이미 입점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1세대 아이스크림·문구·코인빨래방에서 출발해 카페·디저트·반찬에 이어 셀프사진·스터디카페·파티룸까지 진출했다. 반려동물용품·꽃·옷·공방·라면·계란… 접목하지 못할 분야가 없다. 특히 스포츠 시설은 피트니스·탁구·테니스·스크린골프 등 종목 불문이다. 유통업계는 전국에서 10만개 이상 영업 중이라고 추정한다. 자고 나면 무인점포가 생긴다는 말이 실감 난다.무인점포는 비교적 소자본으로 '내 가게'를 뚝딱 차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한다. 사업자등록만 하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지 않아도 바로 개업이 가능하다. 직원이 없으니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고, 24시간 영업은 매출에도 긍정적이다. 매장에 매여있지 않아도 돼 시간적으로도 자유롭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이 일상화된 데다 불경기에 부업에 관심 있는 N잡러들에게는 솔깃한 장점이다.하지만 '아프니까 사장이다'라는 주홍글씨는 무인점포도 예외는 아니다. 점포 수가 늘어나는 만큼 범죄도 가지각색 수법으로 꼬리를 문다. 경찰청에 따르면 무인점포 절도 사건 발생 건수는 2022년 기준 6천18건으로 월평균 500건이 넘는다. 지난달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이스크림 무인점포에서는 개업한 지 1주일도 안 돼 70대 고령으로 보이는 남성이 5차례 연달아 아이스크림을 주머니에 넣고 달아났다. 앞서 한 무인사진관에서는 새벽에 방문한 성인 남성 2명이 먹다만 아이스크림을 카드 단말기에 꽂아놓고 가 기기값과 출장수리비 30만원을 손해 봤다. 키오스크를 파손하고 현금을 훔치거나 8시간 동안 무전취식하고 기물을 부수기도 한다. 물건도 사지 않고 동전을 지폐로 교환해가거나 최악의 경우 용변 테러까지 말문이 막힌다.점주들은 CCTV로 매장 내 상황을 보고 경고방송을 할 때도 있지만 눈뜨고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액 사건이라 수사 착수가 지연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모자이크 없이 절도범 사진을 게시했다가 되레 명예훼손으로 역공 당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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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정감록'과 기후위기 지면기사
'정감록'은 작가 미상의 도참서이자 조선왕조의 멸망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민중적 염원을 담은 예언서다. 주요 내용은 이심(李沁)이라는 인물과 정감(鄭鑑)이라는 사람이 금강산 비로대에서 서로 문답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 내용은 국운과 세상의 길흉화복을 다루고 있으며, 이씨가 망하고 정씨가 흥기할 것이라는 '진인출현설' 등의 반(反) 조선왕조적 예언들이 망라되어 있다. 여기에 풍수지리적인 상상력까지 가미되어 전란과 재해가 일어나도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십승지(十勝地)에 대한 소개도 들어가 있다.필사본으로 유통되던 '정감록'은 1923년 동경에서 펴낸 호소이 하지메(細井肇) 본과, 같은 해 국내에서 김용주 본이 나오면서 출판물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이보다 앞선 1913년 아유가이 후사노신(鮎具房之進)이 '정감록'을 펴낸 바 있으나 인쇄본 '정감록'은 1923년부터 세간에 널리 퍼져나갔다. 가장 대중적이고 현대적인 판본은 김수산이 1968년 홍익출판사에서 펴낸 '정감록'으로 많은 이들이 언어에 대한 장애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는 '비결집록'은 연구를 수행하는 전문가용이고, 가독성은 역시 김수산의 '정감록'이 발군이다. '정감록'은 '감결', '옥룡자기', '도선비결', '남사고비결' 등 수십 종의 비결서들의 총칭이며, 현존하는 이본만 해도 50여 종이 넘는다.'정감록'의 '감결'에 "계산석백 초포주행(鷄山石白 草浦舟行)"이란 말이 있다. 계룡산 돌이 하얗게 변하고 초포에 배가 다니는 날이 오면 천지개벽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무슨 뜻인가. 초포는 논산과 연산 사이 남성천과 연산천이 합수되는 지점으로 그 인근에 황산벌이 있다. 초포에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배가 다니면 천지가 개벽하는 큰 변화가 일어난다는 말인데, 요즘 식으로 풀이하면 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는 상황이 아닌가 한다. 우리가 장마 기간이라 실감하지 못할 뿐 인도와 파키스탄은 연일 50도를 오르내리고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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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스타머, 르펜, 바이든 지면기사
최근 영국, 프랑스, 미국에서 벌어진 선거 결과나 과정은 권력의 비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속성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지난 4일 영국 총선에선 노동당이 과반의석을 훨씬 넘기는 압승으로 당 대표인 키어 스타머가 총리에 취임했다. 14년 만의 정권교체다. 노동당의 승리는 보수당 심판의 결과다. 누가 노동당을 이끌었어도 승리했을 선거라는 얘기다.그런데 노동당 내 좌파와 청년들의 지지를 받던 제레미 코빈 전 당대표는 안 보인다. 새로 대표가 된 스타머가 2020년 반유대주의 옹호 혐의로 그를 출당시켰기 때문이다. 테레사 메이, 보리스 존슨, 리즈 트러스, 리시 수낙으로 이어진 보수당 정권에 대한 국민적 반발을 감안하면 코빈 전 당대표도 얼마든지 집권 기회가 있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서민형 이미지로 인기도 좋았다. 하지만 그는 당내 내부 투쟁에서 밀렸고, 정권교체의 빅벤은 키어 스타머 앞에서 종을 울렸다.프랑스에선 7일(현지 시간) 치러진 총선 2차 투표에서 극우 정당인 RN(국민연합)의 대약진이 예상된다. 마크롱 대통령이 야당 쪽에 총리를 내줄 판이다. RN의 지배주주(?)인 마린 르펜이 이번 총선을 발판으로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잡을지 유럽 정계가 신경을 곤두세운다. RN은 마린 르펜이 아버지 장 마리 르펜이 창당한 FN(국민전선)을 물려받아 개조한 정당이다. 개조 과정에서 반이민·반유대 극우 이미지를 탈색하려 아버지를 출당시켰다.대선을 앞둔 미국에선 민주당이 대선 후보 교체론으로 자중지란에 빠졌다. 당 후보인 바이든 대통령이 TV토론에서 무기력한 노쇠증으로 트럼프에 패한 직후, 후보 교체론이 대세가 됐다. 대안으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까지 등장했다. 바이든의 권력 의지는 굳건하지만 민주당 내 후보 교체 의지도 도도하다. 미국 대선이 민주당의 후보 교체 여부에 달린 초유의 상황이다. 오히려 트럼프가 불안해졌다.나눌 수 있는 권력은 권력이 아니다. 또 의지만으로 가질 수도 유지할 수도 없는 것이 권력이다. 시대와 민심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별의 순간이 준비된 사람을 찾아낸다.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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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자라섬캠핑장 지면기사
한국인의 캠핑DNA는 대물림된 걸까. 고려 문인 이규보(1168~1241)의 시문집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을 보면 사륜정(四輪亭)이 등장한다. 네 개의 바퀴가 달린 이동식 정자로 오늘날의 캠핑카라 할 수 있다. 사방 6척(약 182×182㎝)의 사륜정 안에 주인이 자리를 잡고 그 옆에 거문고 연주하는 금객(琴客), 노래하는 가객(歌客), 시를 읊는 승려, 바둑 두는 기수(棋手) 등 여섯 명이 탑승해 명승을 유랑하며 산수를 즐겼다. 누정문화를 제대로 향유하고자 하는 창의와 실행이 기발하고 놀랍다. 조선의 실학자 서유구(1764~1845)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중 '이운지(怡雲志)'편에는 현대판 캠핑용품들이 기록되어 있다. 휴대용 찬합인 제합(堤盒), 휴대용 화로 제로(堤爐), 휴대용 술통 생황호(笙簧壺)에서 소확행을 즐긴 조상들의 실용을 엿볼 수 있다.풍월주인(風月主人)의 후예답게 캠핑족 700만 시대다. 2022년 기준 전국에 등록된 캠핑장 수는 2천935개. 경기지역에만 710개(24.2%)가 운영 중인데 강원지역 575개(19.6%) 보다 많다. 인천에는 86개(2.9%)가 있다. 캠핑시장 규모도 2022년 5조2천억원으로 2009년(1천억원)과 비교하면 13년 만에 52배나 성장했다. 1980년대 가족단위 캠핑이 시작됐고, 2000년대 들어 주5일 근무제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에 힘입어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동호회 붐이 일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비대면 여가활동이 늘면서 '차박(차에서 숙박)' 트렌드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캠핑의 성지'하면 가평군 자라섬캠핑장이 단연 손꼽힌다. 2008년 세계캠핑캐라바닝대회 개최지로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캐러밴 사이트 125개소, 오토캠핑장 191개소 등 총 316개소 규모를 자랑하는 '수도권 최대·최고 공공캠핑장'이다. 하지만 가평군이 '자라섬 수변생태관광벨트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오토캠핑장을 없애고 주차장을 만든다니 캠퍼들은 황당하다. 주민들도 "16년 각고의 노력으로 만든 지역 대표 브랜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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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뉴진스 하니의 '푸른 산호초' 지면기사
대중가요 중에도 불멸의 명곡들이 즐비하다. 시대의 기호이자 상징이었던 곡들이다. 부르는 것만으로 당대(當代)의 기억과 감성이 소환되고, 당대의 사람들은 공감각의 감상과 희열에 빠진다. 국지적이고 민족적인 정서다. 문화적 이방인이 이 정서를 자극하면 지극한 환대를 받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의 격변기를 서사한 올드팝 '아메리칸 파이'를 불러 미국 조야와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K팝 걸그룹 뉴진스가 도쿄돔 공연으로 일본을 들었다 놨다. 정확하게는 '푸른 산호초' 현상이 맞겠다. 푸른 산호초는 일본 여가수 마쓰다 세이코가 1980년에 발표한 노래다. 세이코는 이 노래로 단번에 국민 아이돌로 시대의 기호가 됐다. 1984년 'J에게'로 혜성같이 등장해 가요계를 주름잡은 이선희를 떠올리면 된다.뉴진스 멤버 하니가 솔로무대에서 푸른 산호초를 불렀다. 스무살 하니가 단발머리와 마린룩으로 40여년 전 세이코로 변신해 무대를 활보했다. 일본 관객들은 마치 20대 세이코를 만난 듯 열광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집단적인 시간여행에 혼이 나간 것이다. 지난달 새 앨범 홍보차 방한한 빌리 아일리시가 무대에서 이선희의 'J에게'를 열창했다고 상상하면 이해가 쉽다.일본이 감동한 포인트는 '존중'이다. 하니의 푸른 산호초는 세계 문화의 신주류인 K팝이 40여년 전 J팝을 향한 존중의 표시였다. 지금은 K팝이 대세이지만 한때 아시아 대중문화의 대표주자는 J팝이었다. 문화는 국경과 세대를 초월해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하니의 푸른산호초 무대는 J문화를 정중하게 존중할 정도로 성숙한 K문화의 포용력을 보여준다.하니의 푸른 산호초에 열광하는 일본 팬들과 언론의 헌사가 넘치는데 그 중 jtbc가 보도한 반응이 유독 의미심장하다. "호주 국적 베트남 소녀가 한국의 가수가 돼 일본 노래를 부르고 그걸 세계인이 함께 즐긴다. K팝이 만들어가는 미래다." 최근 K팝 그룹은 다양한 국적의 멤버들로 구성된다. 세계화된 K팝문화가 K팝 스타를 꿈꾸는 각국의 영재들을 흡수하고, 이들이 K팝의 세계화를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