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국립인천해양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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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국립인천해양박물관 지면기사

    요동치는 개항기 역사의 한가운데에 인천항(제물포)이 있었다. 인천항은 1883년 부산과 원산에 이어 세 번째로 개항을 맞았다. 한성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으로 배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넓은 갯벌 때문에 배들이 항구에 닿기 힘들었다. 밀물 때조차 정박하기 어렵자 큰 증기선들은 가까운 월미도에 닻을 내렸다. 인천항의 체선·체화 현상을 해결할 방법은 갑문(閘門)이었다. 1918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갑문이 생겼다. 물길을 막아 바닷물의 수위를 높게 유지하자 4천500t급까지 접안하게 됐다. 광복 후 서해 물류 거

  • [참성단] 명경단청(明鏡丹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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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명경단청(明鏡丹靑) 지면기사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14일 가결됐다. 사건번호 ‘2024헌나8’.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대통령 탄핵 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직후에 부여한 사건명과 사건번호다. 탄핵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면서도 끝날 때까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 헌재의 최종 판단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 11일간 대통령 탄핵 문제로 온 나라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으니 이제는 잠시나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뜨거운 탄핵 열풍이 온 나라를 뒤덮

  • [참성단] 국민의힘의 자가당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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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국민의힘의 자가당착 지면기사

    국민의힘이 탄핵 심판대에 선 윤석열 대통령과 운명공동체임을 선언했다. 14일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 192명이 찬성 기표에 실수할 리 없었다고 보면, 국민의힘 108명 의원 중 23명이 찬성했거나 기권과 무효로 동조한 셈이다. 얼추 탄핵을 찬성한 한동훈 대표의 원내 지지 의원 분포와 비슷하다. 탄핵 표결 직후 국민의힘 친윤계는 즉각 한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친한계가 앞장서 최고위원 전원이 한 대표만 남겨둔 채 사퇴했다. 중진 의원 윤상현은 15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막지 못해 정말로

  • [참성단] 남한산성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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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남한산성 소나무 지면기사

    조선 후기 문인화가 겸재 정선(鄭敾·1676~1759)의 ‘송파진도(1741·영조 17)’에는 남한산성이 등장한다. 송파나루터 앞에 선 겸재의 시선이겠다. 돛단배가 한강을 유유자적하고, 저 멀리 남한산성이 보인다. 푸르른 소나무들이 성곽의 머리 위에 앉은 듯이 창창히 솟아있다. 그림 속 남한산성은 100년 전 병자호란(1636·인조 14) 당시 항전과 항복의 한을 묻어둔 듯 평화롭기만 하다. 남한산성은 병자호란의 아픔이 서린 곳이다. 평균 고도 해발 480m 이상의 험준한 산세지만, 산 위는 넓은 분지여서 별궁이 지어졌다. 인조와

  • [참성단]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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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식 지면기사

    “언어를 다루고 있는 문학 작품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필연적으로 문학 작품을 읽고 쓰는 행위는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이다.” 2024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수상 소감이다. 작가 한강이 10일(이하 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세계 문단이 아시아 여성에게 베푼 최초의 문학 대관식은 시종일관 정중했다. 한강은 격조 있는 문학의 언어로 이를 수락했다. 한강은 7일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수상자 강연에서 여덟 살 때 지은 시를 공개했다.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 [참성단] 상처입은 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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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상처입은 군인들 지면기사

    우리 군 최정예 특수부대들이 12·3 비상계엄에 동원됐다. 최정예 특수부대가 마주한 건 적국의 요인이 아닌 비무장 국민이었다. 부당한 명령과 민주주의 의식이 충돌했다. 하지만 현명한 군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저항하고 태업성 항명을 선택했다. 국군방첩사령부 대원들은 계엄 당시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서버를 확보하라는 명을 받았다. 한 소령이 반발하기도 했지만, 부대원들은 상관의 강압에 마지못해 이동했다. 하지만 선관위 도착 후에도 근처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는 등 고의로 시간을 지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국회에서 계엄 해제

  • [참성단] 참담한 ‘비상계엄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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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참담한 ‘비상계엄 드라마’ 지면기사

    문학과 예술은 위기 순간에 꽃을 피우는 역설적 장르다. 예술사는 수난기와 역사적 격랑 속에서 오히려 더 힘을 내고, 빛나는 성취를 이룬 경우가 많았음을 잘 보여준다. 노벨상을 수상한 한강의 소설은 5·18과 4·3 등 국가의 폭력으로 초래된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다룬 작품들이다. 로베르토 볼라뇨의 소설 ‘칠레의 밤’은 CIA의 지원을 등에 업고 1973년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피노체트의 철권통치 시대 칠레의 현실과 예술가들의 곤경을 그리고 있다. 작가지망생이자 예술애호가인 마리아 카날레스는 자신의 대저택을 예술인들을 위한 공

  • [참성단] ‘윤석열 비상계엄’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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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윤석열 비상계엄’의 미스터리 지면기사

    “군부는 오늘 아침 미명을 기해서 일제히 행동을 개시해 국가의 행정, 입법, 사법 3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군사혁명위원회를 조직했습니다.” 1960년 새벽 5시 군사혁명위원회 장도영 위원장은 비상계엄 선포로 5·16 쿠데타를 알렸다. 윤보선 대통령의 비상계엄 권한을 박정희가 주도한 쿠데타 세력이 찬탈했다. 1979년 10·26 사태로 박정희가 피살된 직후 대통령권한대행이 된 최규하는 부산에 한정됐던 계엄을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계엄으로 확대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대통령 시해사건 수사가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로 넘어갔다. 합수

  • [참성단] K신드롬 타격한 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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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K신드롬 타격한 계엄 지면기사

    한국의 대중문화는 한류(韓流)로 아시아의 문을 열고, 지금은 K컬처라는 이름으로 세계를 아우른다. K컬처는 음악·드라마·영화에서 푸드·패션·뷰티·관광·의료까지 영역이 확장됐다. 모든 분야에 ‘국뽕’ K를 붙일 기세다. ‘메이드 인 코리아’ K컬처는 문화적 자긍심이자 애국심마저 내포한다. “아파트 아파트/아파트 아파트/아파트 아파트/Uh, uh huh uh huh”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을 추던 세계인들은 이제 ‘아파트’에 맞춰 댄스 챌린지를 한다.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APT.(2024)가 미국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에

  • [참성단] 초헌법적 포고령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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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초헌법적 포고령 1호 지면기사

    대한민국 역사는 곧 헌정의 발전을 위해 싸워온 여정이다. 민주주의 쟁취 과정에는 계엄(戒嚴)이라는 암운이 감돌기도 했다. 헌법 77조 2항을 보면 계엄은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으로 나뉜다.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 평온했던 12월 평일 밤, 느닷없는 비상계엄은 나라 전체를 뒤흔들었다. 10·26 사건 이후 45년 만이다. 윤석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