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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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평화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 지면기사
"전쟁은 물론 모든 폭력은 선택의 문제이며, 우리는 늘 전쟁 대신 평화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인지뢰 금지와 제거를 위해 일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조디 윌리암스'가 2005년 '무장분쟁 예방을 위한 세계시민사회 대회'에서 한 말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쟁을 벌일 수도, 대화와 협상 같은 평화적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는,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말인데 중동 지역에서의 긴장이 고조될수록 그 울림이 증폭되는 듯하다.국내 1호 평화학 박사인 정주진 박사의 주장을 접하다 보면 평화적 방법을 선택하는 게 왜 중요한지 분명해진다. 그는 우선 '전쟁은 분노와 증오를 키운다'고 역설한다.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지는 전쟁과 테러와의 상호작용을 들어 '전쟁으로 안전과 자유를 지킨다'는 구상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도 설명한다. '뛰어난 군대와 성능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으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단언한다. 실제로 미군은 베트남전에서 땅굴로 이동하며 작전을 펼치는 게릴라전에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9·11 테러로 시작된 아프가니스탄전에서도 첨단무기로 무장했음에도 불구, 곤혹스런 지상전을 벌여야 했다. 이란 역시 아프가니스탄과 마찬가지로 국토 대부분이 산악과 고원지대인 터라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는 대목이다.무엇보다 '전쟁에서는 모두가 패배자'라는 주장은 무게감을 더한다. 일단 전쟁이 터지면 아군, 적군, 민간인 할 것 없이 억울한 희생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1·2차 세계대전의 사망자는 무려 8천700만 여명이다. 한국전쟁에서는 156만 명, 베트남 전쟁에서는 200만~38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사망자도 수십만 명이다. 전쟁 때문에 생긴 질병과 기근으로 인한 사망자도 부지기수다. 전쟁 대신 평화를 선택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미국과 이란 간 전운이 짙어질수록 일각에서는 세계적인 확전의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제3차 세계대전에서는 어떤 무기가 사용될 것 같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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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플라스틱 대한민국 지면기사
플라스틱은 1869년 미국의 존 하이엇이 코끼리의 개체 감소로 당구공의 원료였던 상아 가격이 급등하자 대체 재료를 찾다가 개발했다. 용어는 '생각한 대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의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됐다. 가볍고 튼튼해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모든 공산품에 사용할 수 있는 '만능 소재'로 큰 인기를 끌었다. 저렴하기까지 해 현대인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꾼 혁신적인 발명품이란 찬사까지 받았다. 20세기 산업에 미친 영향 때문에 석기·청동기·철기시대를 거쳐 현대를 '플라스틱 시대'라고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하지만 이제 플라스틱이 환경 오염의 최대 주범이 됐다. 뚜렷한 대체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사이, 지구는 마구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954년 연간 150만t이 생산되던 플라스틱은 현재 매년 3억 t이 넘게 생산된다. 플라스틱은 여전히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존재지만 문제는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매년 버려지는 플라스틱 1천만t이 바다로 흘러가 해류를 따라 떠돌다 북태평양 환류 해역과 남태평양, 인도양 등에 거대한 플라스틱 섬을 만들고 있다. 북태평양에는 한반도의 7배 크기의 플라스틱 섬도 존재한다. 미세하게 쪼개진 플라스틱은 해양 먹이사슬을 무너뜨리고 오염된 생선이 우리의 식탁에 버젓이 오른다.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한국지부가 '플라스틱 대한민국' 보고서를 내놨다. 제목도 참 고약하다. 하지만 플라스틱 사용량 세계 1위 답게 보고서를 보면 왜 그런지 수긍이 간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비닐봉지는 235억개, 페트병 49억개, 플라스틱 컵 33억개다. 1인당 연간 비닐봉지 460개(9.2㎏), 페트병 96개(1.4㎏), 플라스틱 컵 65개(0.9㎏)를 사용한 셈이다. 페트병을 나란히 세우면 지구 10.6바퀴를 돌고, 플라스틱 컵을 쌓으면 달까지 닿는다니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한때 '신의 선물'이라 불렸던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전 세계가 고군분투 중이다. 물론 우리도 이에 동참하고 있지만, 문제의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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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봉준호, 골든글로브 거머쥐다 지면기사
전 세계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영화제가 있다. 모두 특별하지만, 그중 베를린, 칸, 베니스를 세계 3대 영화제로 꼽는다. 이중 우리와 가장 연관이 깊은 영화제는 아마도 베를린 영화제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영화제 출품작이 1956년 제7회 베를린영화제에 출품된 이병일 감독의 '시집가는 날'이어서다. 또 있다. 강대진 감독의 '마부'는 1961년 제11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 특별상을 받아 '한국 영화 최초의 국제영화제 수상작'으로 기록되고 있다.역사가 가장 깊은 칸 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우리 영화가 초청된 건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처음이다. 비록 수상에 실패했지만 임 감독은 2002년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 대상,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특히 2007년 전도연은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아 '칸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이밖에 2010년에는 이창동 감독이 '시'로 각본상을 받았다.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는 홍상수(2010), 김기덕 (2011) 감독이 최고상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5월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베니스영화제 최고상을 '황금사자상'이라고 부른다. 2012년 김기덕 감독이 '피에타'로 이 상을 받아 한국영화 최초의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장편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김기덕은 2004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사마리아'로 감독상(은곰상)도 받아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모두 수상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한국영화 최초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77회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쥐었다. 시상식장에선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 그 언어는 영화."라는 한국어 수상소감이 처음으로 울려 퍼졌다. 큰 경사다. 골든글로브상은 90여 명의 세계 각국 신문 및 잡지 기자로 구성된 '할리우드 외신 기자협회(HFPA)'가 주는 이른바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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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참수작전 지면기사
'참수(斬首)작전'은 적의 핵심 수뇌를 사살하는 것으로 미군의 정규 작전으로 자리 잡은 지 꽤 오래됐다. 1989년 12월 20일 파나마의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가 '정당한 명분 작전'이란 참수작전으로 실각한 케이스다. 말이 참수작전이지 사실상 침공이었다. 작전에는 데브그루와 델타포스가 주축이 된 2만명의 미군이 투입됐다. 데브그루는 해군 특수전 부대 네이비 실의 여러 팀 가운데 가장 뛰어난 요원만을 모아놓은 '실 6팀'의 별칭이고, 델타포스는 미 육군의 일급 특수부대다. 당시 작전으로 노리에가는 포로로 잡히고 예르모 엔데라의 친미 정부가 수립됐다.2011년 5월 1일 0시30분 작전명 '제로니모'의 빈 라덴 참수작전에는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 실 요원 20여 명이 참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작전 개시 명령이 내려지자 이들은 빈 라덴이 은신해 있던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한 저택을 급습했다. 그로부터 약 40분 뒤 작전은 끝나고 빈 라덴은 사살됐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제로 다크 서티'는 빈 라덴 참수작전을 가장 실제에 가까우면서도 심도 있게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다. '제로 다크 서티'란 자정에서 30분이 지난 시간 AM 12:30을 뜻하는 군사용어.참수작전을 완벽하게 수행하려면 무엇보다 정보·감시·목표획득·정찰 능력이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선 정보원이나 내부 협조자 등 인적네트워크, 즉 휴민트의 조력이 필요하다. 제거해야 할 적 수뇌부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수시로 자리를 옮기기 때문이다. 적 수뇌부는 위성의 추적을 피하려고 밤이나 흐린 날 외출하는 경우가 많아 내부 제보가 없으면 참수작전의 성공을 장담할 수가 없다. 참수작전에는 위치나 동선파악에 한 치의 오차가 없어야 한다.지난 3일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인 쿠드스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참수작전에는 '닌자 폭탄'이 탑재된 요인 저격용 드론 '리퍼(Reaper·MQ-9)'와 동선을 파악하고 공격하는 '임기표적(臨機標的)' 방식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정부 통신 도청과 비행 정찰, 그리고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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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인간 프란치스코 지면기사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이 요즘 인기다. 감독, 각본, 배우가 완벽한 삼위일체를 이루는 영화는 그리 흔치 않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예술, 건축 등을 통한 인문학적 상상력도 좋지만, '다키스트 아워', '보헤미안 랩소디' 등 전기영화에서 남다른 재주를 보여준 앤서니 매카튼의 각본은 흠잡을 데가 없다. 연출과 대본이 훌륭해도 배우가 이를 받쳐주지 못한다면 '오아시스 없는 사막'일 터. 하지만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연기한 앤서니 홉킨스와 교황 프란치스코의 조나단 프라이스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이 영화의 미덕은 권위의 교황이 아닌, 인간적 교황에게 초점을 맞춘 점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전임 베네딕토 16세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인해 그 자리를 물려받게 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프란치스코 교황의 속명). 권위적이며 보수적인 베네딕토 16세와 개방적이며 진보적인 베르골리오가 짧은 시간 함께 지내며 서로를 아는 과정을 그린다. 둘 사이에 벽이 무너지자 교황이 "요즘 주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추기경에게 고해성사를 부탁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절정이다. 그는 말한다. "당신은 신이 아니에요. 신과 함께 우리는 움직이고 살고 존재합니다. 신과 함께 살지만 신은 아니에요. 우리는 인간일 뿐입니다."'두 교황'보다 먼저 개봉한 빔 벤더스 감독의 '프란치스코 교황: 맨 오브 히스워드' 역시 교황의 인간적 면모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맨 오브 히스 워드(man of his word)'란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 '언행이 일치하는 사람'을 뜻한다. 벤더스의 카메라는 리우데자네이루 바르지냐의 빈민가, 유대인 학살 추모관, 나폴리의 난민 수용소, 필리핀의 수해 현장 등 가난, 질병, 재해, 전쟁의 상처를 보듬는 인간적인 교황의 길을 따라간다.손을 잡고 끌어당기는 여성 신도에게 화를 내고, 손등을 내리친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동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여성 신도가 경솔했다"는 쪽과 "교황이 지나쳤다"는 비판 의견이 맞서며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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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경자년에 듣고 싶은 'O.K' 지면기사
'오케이'(O.K)만큼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단어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언어학자 멘켄은 'O.K'에 대해 '미국이 낳은 가장 성공적인 단어'라고 평했다.O.K의 어원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우선 미국의 7대 대통령 앤드류 잭슨이 판사시절, 'All correct'(좋소)라고 사인하려다가 'Oll korrect'라고 잘못 적은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19세기 중반, 보스턴의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어떤 단어의 첫 글자를 비슷한 발음으로 바꾸는, 일종의 말장난이 유행했다고 하는데, 이와 무관하지 않을까 싶다. 이보다 더 지지를 받는 '대통령 기원설'(?)이 있다. 미국의 8대 대통령 마틴 반 뷰런의 지지단체 중 하나인 'Old Kinderhook Club'의 약칭, 즉 'O.K.Club'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Kinderhook'는 밴 뷰런이 태어난 뉴욕주의 마을 이름이다. 이 밖에 북미 인디언 언어에서 비롯됐다는 등 수 많은 주장이 있는데 멘켄은 O.K의 어원을 11가지로 분류하기도 했다.이처럼 어원도 불명확한 'O.K'란 단어가 최근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얼마 전 수도권의 한 아파트단지에 '배송 수레로 인한 소음으로 수레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었다. 누군가 강하게 소음 민원을 제기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안내문 위에 덧붙인 메모 쪽지 한 장이 뜻밖의 반전(?)을 이끌어냈다. "10층은 그대로 수레 사용해 주세요. 그게 우리의 민원임. 10층은 수레 OK!"라고 적힌 노란색 포스트잇이 붙은 것이다. 이어 초등학생 포함, 많은 주민들이 가세해 "택배 아저씨 고생 많으신데 힘들게 하지 마세요! 택배 아저씨 수레, That's OK!","걱정 마시고 안전하게 배달을 부탁드립니다. 수레 OK♡" 등의 메시지를 전하는 등 O.K 릴레이가 펼쳐졌다. 전화를 주면 직접 내려가서 배송물품을 받겠다는 주민도 나타났다. 결국 관리사무소측은 메모 쪽지가 덕지덕지 붙은 안내문을 회수했다고 한다.프랑스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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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2019 세모 유감 지면기사
올 한해가 다 저물었다. 지난 1년의 족적이 만족스러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 후회와 아쉬움이 짙어지는 시간이다. 크레타 섬의 자유인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I hope for nothing).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I fear nothing). 나는 자유롭다(I am free)"는 묘비명을 남겼다. 사람들은 '그리스인 조르바'를 꼭 닮은 카잔차키스와 같이 초월적 자유를 만끽하길 희망하지만, 현실에선 바라는 것도 두려운 것도 많아 스스로를 속박한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의 연말 정서는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 가깝다.어디 보통 사람들 뿐이랴. 대한민국이 지난 한 해 겪은 다사다난을 생각하면 참 용케도 버텨왔다 싶다. 압권은 '조국사태'였다. "누군가의 인격을 시험해보고 싶다면, 그에게 권력을 줘보라"고 한 링컨의 명언은 유효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족의 반칙과 편법은 그가 권력을 가지지 않았다면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조 전 장관의 입과 혀는 자신과 가족을 덮친 화와 근심의 문이 됐다. 불행한 건 조국의 불운이 국민의 불화로 전이된 점이다.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분리된 광장정치는 국회가 중심인 대의민주정치의 몰락을 예고했다. 진보의 인격이 드러났지만 보수의 품격은 바닥을 긁었고, 국민을 통합할 정치력은 고갈됐다.경제는 "바닥을 쳤다"는 정권의 호언과 달리 무저갱을 향해 자유낙하 중이다. 직장인이 아파트를 사기 위해 한푼도 안쓰고 돈을 모아야 할 햇수가 점점 연장되더니, 이제 평생을 모아도 안될 지경이 됐다. 쉬어야 할 노인들의 일용직은 늘었지만 일해야 할 청장년의 일자리는 줄었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북한이 막말로 모욕하고, 중국이 홀대할 때 마다 화가 솟구치는데, 정작 대통령이 인내하니, 굴욕이 일상이 됐다. 국민들은 정권과 정치권에 크게 바란 것이 없다. 양처럼 착한 국민에게 정치는 혼란으로 두려움을 심고, 맹목적인 진영 전쟁에 부역을 요구했다.불온하고 각박한 기운이 2019년 마지막 날과 함께 소멸되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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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선거연령 18세 지면기사
혼인·운전면허 취득·신용카드 발급·8급 이하 공무원 임용·입대 나이는 18세다. 영상물 등급 평가도 18세를 기준으로 한다. 그런데 유독 참정권만은 만 19세로 그동안 모순이란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세계에서 선거 연령을 19세로 정한 나라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나라가 18세로 압도적으로 많다. 인도네시아 등 4개국은 17세, 16세인 나라도 오스트리아, 쿠바를 비롯해 6개국이나 된다. 의미 없는 선거지만 북한도 17세에 선거권을 준다.한국의 선거연령은 1948년 제헌 헌법에서 만 21세로 정한 이래 1960년 3차 개헌 때 만 20세로, 2005년 여야 합의로 19세로 두 번 조정이 있었다. 그 이후 각종 선거 때마다 야당은 선거 연령을 18세로 낮추자고 줄기차게 요구했고, 여당은 끊임없이 반대했다. 야당이 이처럼 요구하는 것은 인구가 점차 고령화되면서 보수 성향이 짙은 60대 이상 유권자들의 영향력이 커진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대선 TV토론에서 선거연령 질문이 나오자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북한도 17세죠"라며 "19세는 세계적으로 아주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선거연령 18세'는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 나이를 낮추면 10대의 표가 진보에 유리한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2012년 아르헨티나 하원은 선거 나이를 16세로 낮추는 법안을 야당의원이 집단 퇴장한 야밤에 131대 2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법안을 처리했다. 당시 여당은 젊은 층에 인기가 있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3선 개헌선 의석 확보를 위해 16세 이하로 낮출 때 발생하는 130만 표가 필요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집권 여당은 패배하고 대통령의 3선 도전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우리나라 선거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졌다. 새로 편입되는 '젊은' 유권자는 53만2천295명으로 전망된다. '젊은 표는 진보'라고 생각하는 '4+1'협의체는 환호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1020 세대'가 '3040 세대'보다 보수화돼 선거연령 하향이 큰 영향을 주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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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재벌가 경영권 분쟁 지면기사
재벌가의 경영권 분쟁은 우리나라에선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거의 모든 재벌가가 상속문제를 둘러싸고 부자간 형제간 심지어 시숙 간, 숙질 간 피 튀기는 싸움을 벌였다. 마치 세렝게티를 둘러싼 사자들의 권력투쟁을 보는 것 같다. 최근 이런 분쟁으론 롯데가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 형제까지 나서 얽히고설키며 벌였던 경영권 다툼은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끝났지만, 기업이미지는 크게 실추됐다.대표적 경영권 분쟁은 현대가였다. 2000년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정몽구와 정몽헌은 그룹 패권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언론은 이 싸움을 '왕자의 난'이라고 명명했다. 결국,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두 아들을 불러 '3 부자 퇴진'까지 선언했지만, 장자 정몽구는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현대자동차를 그룹에서 떼어내 독립했다. 그 후 정몽헌 회장이 투신자살하면서 현대그룹을 맡은 현정은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두고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시숙의 난'을 벌였고, 현대건설 인수전 때는 시아주버니인 정몽구 회장과 한판 붙었다.'공동 소유, 공동 경영'으로 '형제경영'의 모범을 보인 두산그룹도 창업 109주년인 2005년 박용성 회장의 취임을 두고 전임인 박용오 회장이 반발하면서 '형제의 난'을 불러왔다. 비자금 조성내용을 검찰에 투서하는 등 막장 싸움으로 번졌다. '재산' 앞에선 가족애도 인화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결국 박용오 전 회장은 집안에서 제명됐고, 이후 2009년 자살로 비극적인 생을 마감했다.한진가에서 한바탕 전쟁이 시작될 모양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반기를 들었다. 권력에 도전하는 것은 그만큼 힘이 있다는 의미다. 지주회사 한진칼의 지분은 남매간과 모친 등 네 사람이 엇비슷해 경영권 분쟁이 예상됐다. 문제는 그게 한진가라는 점이다. '땅콩 회항' '물컵 갑질' 등 자식들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상상 못 할 곤욕을 치르던 고 조양호 회장이 생을 마감한 게 불과 8개월 전이다. 그런데 지금 문제의 주역들이 경영권 분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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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기적은 없었다 지면기사
전쟁에 참전했던 이들의 경험담을 듣다 보면 '전쟁은 인류가 만든 가장 파괴적인 형태의 폭력'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전쟁은 적개심의 대상인 적군은 물론이고, 아군인 자신에게도 파괴적이다. 실제로 총격전을 경험한 베트남 참전용사 중에는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매한가지'라는 식의 자포자기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내놓고 러시안룰렛 게임에 뛰어든 이들도 있다고 한다.이처럼 적대감과 비이성적 파괴본능만이 이글거리는 전투 현장에서 누군가 크리스마스 캐럴을 불렀다면?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진 1914년, 영국군과 독일군이 '지옥의 참호전'을 벌이던 벨기에 이프로 전선에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었다. 병사들이 고향에 두고 온 연인이나 가족을 생각하면서 불렀는지 양 진영의 참호 여기저기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왔다. 양초로 장식한 크리스마스 트리도 등장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한쪽이 먼저 노래를 부르면 다른 한쪽이 '화답송'을 부르는 식으로 캐럴 부르기 릴레이가 펼쳐지기도 했다.급기야 독일 병사들이 손에 촛불이나 작은 트리를 들고 하나둘 참호 밖으로 걸어 나왔고 영국 병사들도 총을 버리고 그들을 맞이했다. 이들 사이에는 맥주와 담배 등 선물도 오갔다. 생각지도 못한 돌발상황에 당황한 지휘관들마저 축제 분위기를 깰 수 없어 크리스마스에 한해 총부리를 거두기로 신사협정을 맺었다. 양 진영은 각자의 진지 사이에 버려진 '적군'의 시신도 수습해 주었다. 비록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다시 포성이 터져 나왔지만, 이 '기적 같은'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진한 여운을 남겼다. 영화 외에도 다른 매체를 통해 많이 소개된 에피소드인만큼,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듯하다.하지만 이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기자 또한 'B급 세계사'(김상훈 저)란 책을 통해 독일군과 영국군이 맥주잔을 들고 함께 찍은 사진을 접하지 않았다면, 감동을 주기 위해 누군가가 지어낸 이야기로 치부했을 것이다. 책에는 영국 일간지 '데일리미러'가 이 사진을 1면 머리기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