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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성단]제암리 찾은 일본인 사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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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제암리 찾은 일본인 사죄단 지면기사

    '영문을 모르고 예배당에 모인 군중은 불안과 공포에 떨었다. …문을 밖과 안으로 잠그고 못까지 박은 후 석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불길이 예배당을 휩싸자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뛰어 나오려고 아비규환 생지옥을 연상케 하였다. 다행히 뛰어 나오는 사람이 있으면 밖에서 대기하던 군인이 총으로 쏘아 죽였다'. 단어 몇 개만 지우면 마치 유대인 학살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독립운동사편찬위원회가 1972년 출간한 '독립운동사-3·1 운동사'는 100년 전 발생한 '제암리 학살사건'을 이렇게 적고 있다.제암리 학살 사건은 3·1운동과 관련된 일제의 만행 중 가장 잔인했던 일로 꼽힌다. 아리타 도시오 중위가 이끄는 일본 제78연대 소속 군인들은 1919년 4월 15일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던 제암리 주민들을 교회에 모아 놓고 불을 질러 23명을 학살했다. 이들은 인근 화수리에서도 만행을 저질렀다. 이 천인공노할 사건은 영국계 캐나다인 선교사 프랭크 스코필드와 AP통신 조선 특파원이었던 앨버트 테일러 기자에 의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이는 스코필드 박사가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서울 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된 이유이기도 하다.제암리 학살 사건은 일본의 일부 지식인들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일본 영문학자 사이토 다케시는 '어떤 살육 사건'이란 시를 통해 '돌연히 울린 총성 한 발, 두 발/ 순식간에 교회당은 시체의 사당/ 그것도 모자라 불을 들고 덮치는 자가 있었다'며 제암리 학살을 고발했다. 지식인의 자성의 소리가 높아지고 여론이 악화하자 아리타는 군법회의에 넘겨졌다. 하지만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다. 아리타는 무죄를 선고받았다.그제 일본 기독교인 17명이 제암리 교회를 찾았다. 자신들의 선조가 저지른 학살사건을 사죄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일본의 과거 침탈을 깊이 사죄합니다. '이젠 됐어요'라고 말씀하실 때까지 계속 사죄하겠습니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교회 바닥에 엎드려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방문단 대표 오야마 레이지 목사는 "주여, 우리 일본

  • [참성단]카바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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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카바티나 지면기사

    베트남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맨 처음 떠오른 영화가 있다. 베트남 전쟁이 배경인 '디어 헌터'(The Deer Hunter)다. 전쟁의 참혹함을 잘 보여주는 반전영화의 수작이다. 특히 영화제목처럼 사슴사냥을 즐기던 평범한 젊은이들이 참전 후 포로로 잡혀 목숨을 담보로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포탄이 떨어지고 총격전이 오가는 여느 전쟁신 보다 신랄하게 전쟁의 잔인한 실상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개봉한지 40년이 지났지만 그 장면은 아직도 머릿속에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다. 어쩌다 영화를 다시 볼 때면 테이블 위에서 권총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컷에서부터 음울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든다.이 영화가 기억에 남는 것은 이 장면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의 마지막을 적시는 기타 소리 또한 명장면 못지 않은 여운을 남긴다. 바로 영국의 작곡가 '스탠리 마이어스'가 만든 '카바티나'(Cavatina)로 호주의 기타리스트 '존 윌리엄스'가 연주했다.악보만 보면 4분의 3박자 단순한 아르페지오 반주에 멜로디만 얹은듯해 쉬워 보이는데 제대로 연주하기가 꽤 까다로운 곡이다. 기타 강사인 한 지인은 카바티나에 도전했다가 슬럼프에 빠져 수개월 동안 소리를 내지 않고 운지와 탄현 연습만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대가들의 흠 없는 연주를 듣다 보면 이 곡이 왜 클래식기타 3대 명곡 중 하나로 불리는지 이해가 간다.보는 내내 긴장과 인내를 감수해야 하는 이 영화는 어쩌면 카바티나가 흘러나오는 엔딩크레딧을 위해 달려왔는지 모른다. 영화와 별도로 곡 자체만을 볼 때 카바티나는 전쟁영화 OST로는 미스매칭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애잔하고 담담하게 흐른다.그런데 등장인물들의 행복했던 시절을 보여주면서 자막이 올라가는 영화 막바지에 이 곡의 진가가 나타난다. 등장인물들의 해맑은 표정과 '슬픈 기타 소리'라는 이 기막힌 조합은 '왜 평화가 필요한지'를 저절로 느끼게 해준다. 미국의 시각에서 본 반전영화라는 평가마저 희석시키는 명분이지 않을까 싶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지 44

  • [참성단]하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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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하노이 지면기사

    1969년 9월 지팡이 하나, 옷 두 벌, 책 몇 권을 유품으로 남기고 떠난 호찌민의 유언은 이랬다. "내가 죽으면 웅장한 장례식으로 인민의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무덤에는 비석도 동상도 세우지 마라. 소박하고 넓고 튼튼하고 통풍되는 집을 세워 방문객들이 쉬어가게 하라. 방문객이 추모의 뜻으로 한두 그루 나무를 심게 하라." 하지만 당시 권력자 레주언은 호찌민의 유언을 무시했다. 하노이 바딘광장에 영묘(靈廟)를 조성하고 그의 시신을 미라로 만들어 영구보존했다. 권력의 심장부 하노이에 호찌민을 두고 그의 영향력을 정치에 이용하고 싶었기 때문이다.월남전이 한참이던 1972년 7월, 미국 유명배우 헨리 폰다의 딸인 배우 제인 폰다가 하노이를 방문했다. 반전 운동가 제인은 월맹군 병사들에게 둘러싸인 채 북베트남 대공포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북베트남은 "이게 웬 떡이냐"라면서 이 사진을 반전(反戰) 홍보용으로 대대적으로 이용했다. 하지만 사진을 본 미국은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시끄러웠다. 이적행위라는 비난도 일었다. 미국 언론은 그녀에게 '하노이 제인'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훗날 제인은 "참전 군인에게 상처를 주었다"며 자신의 경솔한 행동에 대해 반성했다.제인이 하노이를 방문하던 그해, 미군은 12월 18일부터 11일 동안 하노이에 훗날 역사가들이 '크리스마스 대 폭격'으로 기록한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했다. 이에 견디지 못한 북베트남은 협상장에 나와 미국과 1973년 1월 27일 파리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에 따라 미군은 철수했지만, 1975년 4월 30일 남베트남은 패망했다. 훗날 티우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키신저는 우리도 모르게 공산주의자들과 협상했다. 미국은 국내 문제 해결을 위해 베트남을 버리려고 한 것이다. 이것은 현실정치에서 일어나는 실수가 아니라, 미국이 고의적으로 옳지 못한 정책을 선택한 결과였다." 티우는 남베트남이 '버리는 패'였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하노이는 1958년과 1964년 김일성이 호찌민과 두 번 회담한 곳이기도 하다. 이런 역사의 현장

  • [참성단]국무(國巫) 김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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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국무(國巫) 김금화 지면기사

    1982년 한미수교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 정부가 미국에 파견한 문화사절단엔 만신(萬神·큰 무당) 김금화도 포함됐다. 공연 첫날 무대에 오르려는 김금화의 옷차림을 보고 주미 영사관 사람들이 "나라 망신 시킬 일 있느냐. 무슨 굿이냐. 당장 데리고 나가라"고 난리를 쳤다. 그녀를 데리고 간 고(故) 조자용 에밀레박물관장이 아랑곳 않고 그녀를 무대로 떠밀었다. 신명나게 굿거리를 펼치고 죽기살기로 작두를 탔다. 이번엔 미국 관객들이 춤추고 난리가 났다. 나라 만신, '국무(國巫) 김금화'가 탄생한 순간이었다.이후 김금화는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 유럽에 대동굿과 진혼제를 선보였고,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선종 직후엔 로마대학 앞에서 굿판을 벌이기도 했다. 백남준, 김대중 전 대통령 진혼제와 세월호 희생자 추모위령제도 주재했다. 2007년 사도세자 서거 245주년을 맞아 화성행궁 앞에서 펼친 진혼제에서는 사도세자와 접신해 "목말라. 목말라"라고 울부짖어 관객들의 마음을 찢어놓기도 했다. 김금화는 오방색의 마술사 내고 박생광의 무녀도 시리즈의 모델이기도 했다. 2004년 용인 이영미술관에서 열린 박생광 탄생 100주년 특별전에서 진혼굿을 벌인 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미국 공연 후 1985년 '서해안 배연신 굿 및 대동굿'으로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지만, 그 이전의 세월은 그녀의 말(경인일보 2005년 10월 25일) 처럼 "무당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험난했던 인생"이었다. 11살부터 무병을 앓다 14살에 시집에서 도망치고, 17살에 만신이던 외할머니 김천일에게 내림굿을 받아 19살부터 마을 대동굿을 주재했다. 무속을 미신으로 경멸하던 시류 때문에 동란 때는 좌익과 우익의 위협을 받았다. 1·4후퇴 때 고향인 황해도 연백을 떠나 인천 만석동에 자리잡았지만 새마을운동 시절의 사회적 멸시도 만만치 않았다.서해 어민들의 풍어를 빌어주고, 지역사회의 대동평안을 기원하고, 국태민안을 염원하던 국무이자, 굿을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으로 확장시킨 예인 김금화가 지난 23일

  • [참성단]변화하는 아카데미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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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변화하는 아카데미 상 지면기사

    아카데미상을 왜 오스카(OSCAR)상이라고 부르는지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아카데미 상 트로피가 여배우 베티 데이비스 첫 남편 오스카 넬슨을 닮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AMPAS)의 도서관 직원이던 마거릿 헤릭 여사의 삼촌 오스카를 닮았다는 데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지만, 근거는 희박하다. 그러나 1934년 6회 아카데미 상에서 캐서린 헵번의 여우주연상 수상 글을 쓴 칼럼니스트 시드니 스콜스키가 처음으로 '오스카'를 거론한 것은 분명하다.아카데미상은 '백조의 잔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백인 우월주의에 편향됐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이는 1929년 1회 수상식이 시작된 이래 수여한 2천900여 개의 오스카 트로피 중 흑인의 품에 안긴 건 고작 32번에 불과했다는 데서 여실히 증명된다. 놀랍게도 흑진주 할리 벨리가 '몬스터 볼'로 첫 흑인 여우주연상 수상자가 된 게 그리 멀지 않은 2002년이었다. 심지어 2015년 시상식에는 남녀 주·조연상 후보 20명이 모두 백인으로 채워져 SNS에는 '오스카는 너무 하얗다' (#Oscars So White)라는 해시태그로 물드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하지만 이제 더 이상의 '하얀 오스카'는 없을 것 같다. 오늘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리는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전혀 다른 모습이 연출될 게 분명해서다. 우선 그동안 영화업계와 큰 갈등을 빚어온 넷플릭스에게 문호가 개방된 것은 큰 변화다. 멕시코 감독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자국 출신 배우들과 자국 언어로 촬영한 넷플릭스 영화 '로마'가 작품상· 감독상 등 10개 부문에 지명됐다. 흑인 히어로 영화 '블랙 팬서'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최초로 작품상 후보를 비롯 7개 부문에 오른 것도 놀랍다. 특히 이 영화는 출연진 90%가 흑인이다. 모두 아카데미가 시대적 변화에 대한 요구를 적극 수용한 결과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이번 아카데미 상만큼 말이 많은 적도 없다. 우선 1989년 제61회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사회자 없이 진

  • [참성단]육체노동 가동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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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육체노동 가동연한 지면기사

    '가동연한(稼動年限)'은 교통사고·산업재해 등 사고로 사망 또는 장애를 입었을 때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준이 된다. 통상 해당 직종의 정년을 가동연한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정년이 없으면 동종업계 종사자의 나이를 기준으로 삼는다. 가동연한은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 대부분 판례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르면 변호사와 법무사, 승려가 70세로 가동연한이 가장 길다. 의사와 한의사, 화가, 목사 등은 65세, 육체 노동자 등 대부분 업종은 60세를 정년으로 한다. 일반 술집 마담, 나이트클럽 웨이터, 잠수부 등은 50세, 프로야구 선수와 에어로빅 강사, 룸살롱 마담은 40세, 다방 여종업원과 골프장 캐디는 35세를 정년으로 본다.대법원이 노동자 가동연한을 60세가 아닌 65세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1989년 가동연한을 55세에서 60세로 상향한 지 30년 만에 다시 한 번 대법원 판례가 바뀐 것이다. 대법원은 "1989년 전원합의 판결 이후 가동연한이 만 60세로 됐지만, 그동안 평균 수명이 늘었고 경제 규모도 4배 이상 커졌다"며 "제반 사정이 현저하게 바뀌었기 때문에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동연한을 만 60세가 아닌 65세로 보는 게 합당하다"고 밝혔다.평균수명이 늘고 노인 취업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지금, 육체노동을 주로 하는 직업의 가동연한을 늘린 것은 너무도 당연한 판결이다. 이번 가동연한 연장으로 우리 사회는 큰 변화가 올 것이다. 손해배상액 산정은 물론 보험, 연금과 법정 정년 등을 판단하는 데도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가동연한 상향에 따라 현행 정년 '만 60세 이상', 노인 '만 65세 이상'이라는 기준 변경 등 기존에 지속해서 제기돼 온 이슈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것이다. 문제도 있다. 가동연한 상향으로 정년이 65세로, 노인기준이 70세로 늘어날 경우 '노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간 누렸던 기득권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 물론 연금 수령 시기도 늦춰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인의 절반이 빈곤층이란 점이 큰 골칫거리다. 은퇴 후에도 생계

  • [참성단]짝퉁 명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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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짝퉁 명사수 지면기사

    미국 서부개척시대, 텍사스의 한 마을에 혜성과 같이 등장한 총잡이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벽과 마주하고 섰다. 이어 총을 꺼내더니 벽을 향해 마구 총을 쏴댄다. 이내 벽은 온통 탄환 자국 투성이이다. 수백 발의 탄환을 소진하고 나서 총잡이는 벽을 살펴본다. 자신의 사격 실력이 형편없음을 느꼈는지 실망한 표정이 역력하다. 잠시 생각에 잠긴 총잡이는 곧바로 창고에서 페인트와 붓을 가져오더니 탄환 자국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곳에 과녁을 그린다. 그제서야 그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잠시 후 동료 총잡이들이 나타나 벽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명사수네!"통계학과 심리학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인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를 약간 각색해 보았다.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는 '허위 상관관계'를 잘 설명해준다. 무수히 많은 차이점을 무시하고 몇몇 우연의 일치에 주목하는 '링컨과 케네디의 평행이론'도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다.대한민국에도 지만원이라는 희대의 명사수가 나타났다. 그는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숭고한 벽에 흠집을 내기 위해 총을 난사했다. 그런데 별 소득이 없었다. 기껏 찾아낸 게 '광수'라는 탄착군이다. 그는 탄착군 안에 있는 탄환 자국마다 '광수1호', '광수2호'식으로 번호를 매겼다. 600호까지 일련번호를 매긴 후에는 붉은색으로 과녁을 그렸다. 과녁에 '광주에 온 북한특수군'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이니 그럴싸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다른 사람들이 확인해보니 제대로 된 탄환 자국이 아니다. 단지 비슷하게 생겼을 뿐이다. '총알자국이 아니라 핏물, 눈물자국'이라며 울분을 토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급기야 허위 과녁임을 알리기 위한 토론회까지 열린단다. 결국 사격 실력을 인정받아 서부 활극의 주인공이 되고자 했던 '짝퉁 명사수'는 꿈을 접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래도 그는 낙심하지 않는다. 그의 허접한 사격 실력을 모르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척하는지는 모르지만 3명의 든든한 동료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활동무대가 국회이니 보통 동료가 아니다. 그 중 한 명인 김진

  • [참성단]이재명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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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이재명의 눈물 지면기사

    "이제 저는 정치를 떠나고자 합니다. 꿈을 이루지 못한 회한이 왜 없겠습니까. 그러나 깨끗이 물러나겠습니다." 15대에 이어 16대 대선에서 패한 새누리당 이회창 전 총재는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주변은 숙연했다. 이때 누군가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선거 때 좀 울지. 그러면 당선됐을지도 모르는데…."정치인은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종종 눈물을 흘린다. 그 모습에 상대방은 마음이 움직이게 마련이다. 상황 반전을 시키는 데 있어 눈물만한 것도 없다. 하긴 정치뿐일까. 우리의 인생사가 모두 그렇다. 그래서 눈물을 '입이 말할 수 없는, 마음으로 드러내지도 못하는 것을 표현하는 단어'라고 한다.눈물의 덕을 가장 많이 본 정치인으로는 단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꼽힌다. 그는 '아무리 감명 깊은 연설이라 해도 한 방울의 눈물만 못하다'는 것을 실제 증명했다. 2002년 대선 때 존레논의 '이매진(Imagine)'을 배경음악으로 눈물 흘리는 그의 모습을 담은 광고가 TV 전파를 타자 국민의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노무현의 눈물에서 그저 평범한 한 인간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이는 극적인 반전을 가져왔고,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었다.잘 못 흘린 정치인의 눈물이 역효과를 불러오는 경우도 있다. 2014년 5월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정몽준 의원은 수락연설에서 폭풍 눈물을 흘렸다. 아들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미개하다"고 언급해 사태가 악화하자 이를 사과하기 위해서였다. 이완구 국무총리도 아들의 병역 공개검증을 앞두고 "비정한 아버지가 됐다"며 울먹였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를 '악어의 눈물'로 받아들였다. 정치인의 눈물이 늘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정치인은 스스로 눈물을 흘릴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고 말했다.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눈물을 흘렸다. 그제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와 관련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질문을 자청해 심경을 토로하면서다. "아무리 정치이고, 잔인한 판이라고 해도 죽은

  • [참성단]트럼프의 노벨평화상 집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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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트럼프의 노벨평화상 집착증 지면기사

    못말리는 트럼프다. 이번엔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받은 사실과 추천자를 자기 입으로 자랑하고 나섰다. 지난 15일 "아베(일본) 총리가 노벨평화상을 주는 사람들에게 보낸 아름다운 서한을 내게 줬다"며 "내가 삼가 일본을 대표해서 노벨평화상을 당신에게 주라고 요청했다"고 서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미-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예산을 의회 동의없이 쓰기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던 자리였다. 비인도적인 국경장벽 건설과 노벨 평화상 후보라는 대립적 의제를 섞어버린 무개념은 트럼프 다웠다.추천자인 아베가 머쓱해졌다. 의회에서 사실 여부를 질문하는 야당 의원에게 "노벨상위원회는 평화상 추천자와 피추천자를 50년간 밝히지 않는다"며 즉답을 피하다가 "아닌 것은 아니다"고 추천 사실을 실토했다. 아사이 신문은 아베가 트럼프의 노벨 평화상 추천 이유와 관련 '미국 정부의 비공식적 요청'을 확인 보도했다. 요청 시기는 지난해 6·12 북미정상회담 직후였단다.트럼프의 노벨상 욕심은 지난해부터 노골적이었다. 그해 4월 북미정상회담을 예고한 미시건주 공화당 집회에서 청중들이 "노벨"을 연호하자 애들처럼 좋아했다. 실제 지난해 외신들은 남북미 정상들을 노벨 평화상 유력후보로 꼽기도 했다. 남북미 회담만한 국제적 평화 이슈도 없었다. 그런데 매해 2월 1일 마감하는 노벨 평화상 후보 추천 시한을 넘겨서였는지 트럼프의 수상은 불발됐다. 올해엔 시한에 맞추어 일본에 청부 추천까지 완료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자격이 충분하다"고 추천사를 보탰으니, 트럼프는 노벨 평화상을 '따놓은 당상'으로 여길만하다.하지만 히틀러, 스탈린, 전두환도 후보로 추천됐던 노벨 평화상이다. 아웅산 수치는 대놓고 소수민족을 탄압해 상의 의미를 격하시켰다. 미국우선주의에 입각해 국경장벽을 세우고, 전세계와 무역전쟁을 벌이고, 미국내 갈등의 중심에 선 트럼프 대통령의 수상이 실현되면 노벨 평화상은 다시 한 번 논란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트럼프의 노벨 평화상 집착증을 바라보는 우리 심경은 착잡하다. 2·27 2차북미정상회담을 노

  • [참성단]고령 운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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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고령 운전자 지면기사

    미국에서는 운전할 능력을 상실했음에도 운전대를 잡는 노인들을 가리켜 '살인자 할아버지(killing grandpa)'라고 부른다. 살인과 다름없다는 뜻이다. 애덤 한프트 같은 미래학자들은 2000년 초부터 고령운전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를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증후군'으로 명명했다.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에서 주인공인 71세의 데이지가 차 사고를 낸대서 착안한 것이다.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를 겪은 일본은 초보운전자에겐 새싹 마크를, 고령 운전자는 네 잎 클로버 마크를 뒷유리에 붙이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스티커를 붙인 차량을 고의적으로 추월하거나 위협을 주는 행동을 하면 벌금과 벌점을 준다. 일본은 7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운전면허를 갱신하고자 하는 경우 사전에 강습예비검사를 의무화했다. 인지기능 테스트에서 치매, 간질 등의 질환이 확인되면 면허가 취소된다.우리의 경우를 보자. 운전하다 차량에 붙어 있는 스티커 중 흔히 보이는 게 '초보운전' '아기가 타고 있어요'다. 때로 '나도 내가 무서워요' 같은 애교 섞인 문구 때문에 웃음이 터지는 경우도 있다. 운전에 미숙한 초보 운전자로 돌발사태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 수 있으니 알아서 대비하라는 당부다. 하지만 실제 도로에서 초보운전자보다 더 무서운 건 고령 운전자들이다. 그러나 "나 고령 운전자요"라고 스스로 밝히는 스티커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지난달 98세인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공이 직접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일으켰다는 해외 토픽을 접하며 이게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96세의 노인이 운전하는 차량에 행인이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 고령의 운전자는 지난해 시력과 청력 등 기초적인 신체검사로 구성된 적성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인터넷 상에서는 고령자 운전의 위험성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뜨겁게 진행 중이다. 교통 전문가들은 앞으로 고령 운전자들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음주운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