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먹방' 유감
    참성단

    [참성단]'먹방' 유감 지면기사

    속초에 자주 가는 편이다. 덕분에 주인과 안면을 튼 단골식당들이 꽤 있었다. 그런데 최근 몇해를 거치면서 단골을 포기한 식당이 하나 둘 늘어간다. 고명으로 올린 명태무침에 면을 걸어 넘기는 맛이 일품인 '○○면옥'은 관광버스와 승용차로 북새통을 이루면서 혼자 냉면 한그릇 시키기 어려운 집이 됐다. 동네 사람들 취한 속을 달래주던 '○○○복집'도 맛집으로 회자되더니 새로 이전한 뒤로는 옛 정취가 아득해졌다.속초시내 웬만한 식당들은 간판에 방송사 로고가 박힌 먹방 장면을 캡처한 광고사진들로 도배를 했다. 처음엔 갯배나루 양편의 아바이마을과 생선구이 골목에 집중됐던 방송사 맛집은 속초 전역으로 확산됐다. 먹방 덕에 상인들은 관광상권이 활성화됐다고 반길 수 있으나, 생활물가 대신 관광물가를 감당하게 된 원주민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지상파, 종편, 케이블 방송을 비롯해 인터넷, 유튜브, SNS 등 시각매체들의 먹방 경쟁이 뜨겁다. 단순히 맛집을 소개하던 단순 구성을 벗어나 여행, 체험, 예능, 토크 등 모든 프로그램에 먹방을 접목해 시청률 전쟁을 펼친다. 먹방의 장르도 양과 재료, 장소별로 세분화되고 있다. 최근엔 저렇게 먹고도 살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의 폭식, 대식가가 각광을 받는 중이다.먹방이 각광받는 이유는 시청자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불가능한 현실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무리 '짠내'나는 여행이라도 해외 음식여행이나 전국을 돌며 미각여행을 하기란 서민들에겐 벅찬 일이다. 그러니 방송에서 맛의 향연을 대신 즐기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편의점에서 혼밥에 만족해야 하는 청춘이 적지 않고, 혼밥족을 위한 식당이 늘어가는 추세다.한 방송사가 백종원에게 맛집순례 대신 '골목식당' 살리기 프로그램을 맡겨 주목을 받았다. 모처럼 현실감각을 회복한 방송사의 기획이 신선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식당 재활 컨설팅에 나선 백종원을 향해 설탕 레시피로 시비를 걸었는데, 아무래도 뒷북을 친 느낌이다.보건복지부는 논란 끝에 먹방규제 방침을 방송사 자율규제로 꼬리를 내렸다. 꼭

  • [참성단]민간 우주 여행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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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민간 우주 여행시대 지면기사

    1957년 10월 4일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하자 세계가 깜짝 놀랐다. 소련은 그로부터 한 달 뒤, '라이카'라는 이름의 개를 태운 스푸트니크 2호를 또 발사했다. 미국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제2의 진주만 폭격'이라는 말도 나왔다. 늘 소련을 깔보며 모든 분야에서 한 수 위라고 자부했던 미국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1961년 4월 소련은 유리 가가린, 즉 인간을 태운 유인 우주선 '보스토크 1호'를 쏘아 올린 것이다. 보스토크 1호는 301㎞ 상공에서 시속 1만8천마일의 속도로 1시간 48분간 우주 비행에 성공했다. 우주에서 가가린은 "지평선이 보인다. 하늘은 검고 지구의 둘레에 아름다운 푸른색 섬광이 비친다"는 역사적 메시지를 보냈다. 온 세계가 '가가린 신드롬'에 빠졌다. 화가 난 존 F.케네디 미 대통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해 "1960년대가 끝나기 전, 미국인을 달에 착륙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우주가 미소 냉전의 각축장이 되는 순간이었다. 미국은 NASA를 창설하고 무려 40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 마침내 60년대를 5개월 남긴 1969년 7월 20일 암스트롱이 달에 발을 내디뎠다. 그는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라는 멋진 말도 남겼다. 미·소간 냉전이 끝났지만, 국가 간 우주 경쟁은 그대로 민간기업으로 옮겨졌다.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의 버진 갤럭틱,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의 블루 오리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스페이스X가 치열한 상업 우주 비행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브랜슨 회장이 먼저 웃었다. 지난 13일 버진 갤럭틱의 '스페이스십 투'가 지구와 우주의 경계인 상공 50마일(약 80.4672㎞)을 넘어선 82. 7㎞까지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브랜슨 회장은 "우리는 오늘 사상 처음으로 민간 승객을 싣고 우주에 닿았다"며 "우주개발의 새 장을 함께 연 우리 팀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여행용 민간 우주선이 인간을 태

  • [참성단]지상파 TV 중간광고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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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지상파 TV 중간광고 허용 지면기사

    가상광고는 화면에 CG 기술을 이용해 가상이미지를 덧씌워 내보내는 것으로 '버추얼 광고'라고도 한다. 가령 야구경기를 중계하면서 야구장 안에 특정 회사의 로고를 노출하는 식이다. 가상광고는 보고 싶지 않아도 경기를 보는 동안에는 어쩔 수 없이 봐야 한다. 지금 KBS를 비롯해 지상파 방송들은 이 가상광고를 일상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정부에 종합편성채널, 예능채널과의 형평성을 제기하며 '중간광고' 허용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노무현 정부는 지상파방송을 크게 지원했다. 2005년 12월 4개 채널 (KBS1·KBS2·MBC·SBS)에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낮 방송 허용이라는 큰 선물을 안겼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청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하고 공익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낮 방송으로 그동안 소외된 프로그램이 전파를 탈 수 있다는 논리도 내세웠다. 하지만 지상파의 낮 방송은 오락프로 비중이 50%를 넘었고 재탕 방송이 주를 이뤘다. 시청률도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낮 방송 편성으로 방송사 조직은 비대화 됐다.문재인 정부도 지상파방송에 우호적이다. 마침내 지상파의 '중간광고'요구를 들어줄 모양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해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지상파 프로그램에 '중간광고'가 허용된다. 지금의 광고로도 공영방송으로서 정체성이 애매하다는 비판을 받는데 중간광고까지 하게 되면 KBS를 공영방송이라 부르기 민망해질 것이다. 연간 수신료 6천억원에도 KBS의 경영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매출액은 2015년 1조5천462억원에서 2017년 1조4천326억원으로, KBS2의 시청률 또한 2015년 5.6%에서 2017년 5.0%로 하락하고 있다. 광고수입도 2015년 5천25억원에서 2017년 3천666억원으로 2년 사이 27% 감소했다. MBC SBS도 크게 다르지 않다. 종편과 예능채널, 최근엔 유튜브에 시청자를 빼앗긴 탓이 크지만 방만한 경영도 무시할 수 없다.진부한 콘텐츠와 특정 이념에 편

  • [참성단]세비·의정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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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세비·의정비 논란 지면기사

    국회의원들이 성난 민심에 화들짝 놀라 전전긍긍이다. 국회의원 세비 인상액을 포함한 새해예산안을 통과시킨데 대해 국민들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인상률은 1.8%로 높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 국민은 이마저도 아깝게 여겨 화를 내고 있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오른 '셀프인상을 즉각 중단하십시오!!' 청원에는 12일 오후까지 19만명에 가깝게 참여인원이 몰렸다. 청원게시판에서 '국회의원 세비'를 검색하면 국회의원 세비를 아까워 하는 청원과 제안이 1천건에 달할 정도다.국회의원 세비만 문제가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지방의원 의정비 인상에 저항하는 시민운동이 뜨겁다. 지난 10월 지방의원 월정수당을 지방의회가 자율적으로 인상토록 지방자치법 시행령이 개정되자 전국 광역·기초 지방의회가 일제히 의정비 인상에 나선 것이 동티가 났다. 지방의원 의정비는 정액으로 정해진 의정활동비(연간 광역의원 1천800만원, 기초의원 1천320만원)에 월정수당으로 구성된다. 행안부 집계에 따르면 전국 광역의원 평균 의정비는 5천734만원, 기초의원은 3천858만원이다. 국내외 출장여비와 기타 의회운영 공통경비는 별도다. 전국 지방의원들이 4천명이 넘는다.자본주의 사회에서 고용인이 피고용인의 임금에 분노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밥 값을 못할 때다. 국회의원의 세비와 지방의원 의정비 인상에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무능을 향한 오래된 불신이 세비와 의정비 지급의 정당성을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보수를 없애거나 최저임금 혹은 일당제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마당에 세비·의정비 인상이라니, 언감생심이다.국민이 화나는 건 무능한 국회의원·지방의원을 해고할 방법이 없고, 선거로 바꿔봐야 국민을 무시하는 행태에 변화가 없는 점이다. 그렇다고 국회와 지방의회를 아예 없앨 수도 없는 일이니 답답한 노릇 아닌가. 결국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이 스스로 밥값을 해야 해결될 문제다. 국회의원은 권력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부역하고, 지방의원은 공천권력이 아니라 자치단체 주민을 위

  • [참성단]단식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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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단식의 정치학 지면기사

    1983년 5월 18일 YS는 5·18 3주년을 맞아 민주회복, 정치복원 등 민주화를 위한 전제조건 5개 항을 내걸고 단식에 들어갔다. 보도통제로 국내에선 기사화되지 않았다. 5월 25일 단식으로 몸무게가 14kg이나 빠지는 등 건강이 악화하자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5월 29일 병상을 찾은 권익현 민정당 사무총장에게 "나를 해외로 보낼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나를 시체로 만든 뒤에 해외로 부치면 된다"고 했던 말은 지금 들어도 처연하다. 단식은 23일이 지난 6월 9일까지 계속됐다.1990년 10월 평민당 총재였던 DJ도 64세의 나이로 지방자치제 전면 실시 및 내각제 포기를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갔다. DJ의 13일간의 단식은 이듬해 지방의회 선거 시행으로 이어졌고, 1995년 전면적인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됐다. 지방자치제가 DJ의 단식 투쟁의 산물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의원 시절, 세월호 유가족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단식을 만류하러 갔다가 동조 단식에 들어갔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이었다. 하지만 의원 수가 130석의 거대한 야당의 계파 수장이 국회에서 문제를 풀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고 해서 큰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단식은 8일 만에 싱겁게 끝났다. 이밖에도 단식을 경험한 정치인들은 무수히 많다.인도의 양심이자 정신, 마하트마 간디의 단식은 역사적으로 뿌리가 있는 투쟁방식이었다. 평생을 비폭력 자치·독립운동을 펼친 간디가 단식투쟁을 펼치자 윈스턴 처칠은 "굶어 죽었으면 좋겠다"는 악담을 퍼부었다. 하지만 간디는 "나의 육체를 깔아뭉갤 수는 있지만 영혼은 결코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정치인의 단식은 우리 정치 발전의 중요한 계기가 됐을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특히 거물 정치인 YS, DJ 단식의 경우 외신의 관심도 높았고, 무엇보다 국내 여론의 지지는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정치환경은 그때와 크게 바뀌었다. 72세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이 단식으로 대통령제 직선제와 지방자치를 이뤘다"며

  • [참성단]사랑의 온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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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사랑의 온도탑 지면기사

    자선냄비 옆에서 구세군이 흔드는 딸랑딸랑 종소리에 겨울이 깊은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경제력이 지금만 못하던 시절의 거리는 지금처럼 밝지 않았다. 그래서 유독 빨간 자선냄비는 눈에 띄었고, 흰 눈이 흠뻑 내리면 더했다. 그냥 지나치는 사람은 드물었다. 한파가 혹독할수록 온정의 열기도 뜨거웠다. 코흘리개의 동전 한 닢부터 고액수표까지, 어려운 이웃의 의식주를 위해 익명의 선의가 끓인 자선냄비에선 김이 펄펄 솟았다.구세군 자선냄비의 활약은 여전하지만, 최근에는 사랑의 온도탑이 우리 사회의 자선 지표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사랑의 온도탑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대표적인 자선 캠페인으로 2000년부터 설치됐다. 온도탑의 대형 온도계는 모금회가 목표로 정한 모금액의 1%가 모일 때마다 수은주가 1도씩 올라간다. 빙점에서 끓는 점까지 올라가는 수은주는 은연 중 시민들의 자선의지를 분발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덕분에 사랑의 온도계는 100도를 훌쩍 웃돌 때가 대부분이었다. 100도 달성에 실패한 건 딱 두 번이다. 처음 보는 모금방식에 낯설었는지, IMF사태 여파 때문인지 설치 첫해에 100도를 넘기지 못했는데, 다음 해에 148.5도를 기록해 만회했다. 2010년엔 공동모금회 비리 사건에 성난 시민들이 등을 돌리는 바람에 100도 달성에 실패했다. 올해엔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딸의 병치료를 빙자해 거액의 후원금을 받았던 사실이 드러나, 기부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래도 캠페인 마지막 날 간신히 100도를 넘겼다.공동모금회는 2019년 모금 목표를 4천105억원으로 잡고 지난달 20일 사랑의 온도탑을 설치하고 내년 1월31일까지 73일간 수은주를 체크한다. 매일 56억3천만원 가량이 모여야 100도 달성이 가능하다. 그런데 수은주 오르는 기세가 영 신통치 않은 모양이다. 전국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 모금 추세가 형편없다고 한다. 지난해 100도 달성에 실패한 경기도는 올해도 수은주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인천도 지금 추세라면 지난해와 달리 100도 달성이 힘들 전망이란다. 아무래도 경제한파의 영향이 아닐까 의심

  • [참성단]늙은 都市
    참성단

    [참성단]늙은 都市 지면기사

    2012년 12월 일본 도쿄에서 서쪽으로 약 80㎞ 떨어진 추오 고속도로의 사사고 터널에서 두께 8㎝의 콘크리트 천장 상판이 무너져 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년 전 동일본 대지진의 후유증이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이 사고는 '세계 최고의 안전국가'로 자부하던 일본정부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사사고 터널 사고 후 일본 정부는 노후 인프라에 대한 강도 높은 유지보수 투자방안인 '인프라 장수명화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1964년 도쿄 올림픽 전후에 지어진 일본 내 기반시설이 수명을 다해 유지관리 비용이 치솟은 상황에서 사사고 터널 사고가 일대 전환의 기회가 된 것이다. 미국도 1966년부터 2005년까지 노후교량 1천500여개가 무너지자 2012년 '성능 평가 기반의 자산관리 법안(MAP-21)'을 수립했다. 영국은 재무부 산하에 인프라사업청(IPA)을 두고 인프라 업무를 총괄하고 있고, 프랑스는 국토평등위원회(CGET), 호주는 인프라호주(IA)를 통해 국가 차원에서 인프라 수요를 파악하고 재원 조달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늙어간 선진국도 시설 노후화라는 심한 몸살을 앓은 후 이런 대책들을 만들었다.시설물 노후로 인한 사고는 사전에 다양한 징후들이 발생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징후에 애써 눈 감는다. 그렇다고 위기의 뿌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이를 '회색 코뿔소(Gray Rhino)' 현상이라고 한다. 위험 신호가 계속되는데도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는 회색 코뿔소가 우리 사회 여기저기에 어슬렁거리고 있다. 사람처럼 시설물도 나이가 들면 늙는다. 교량이나 하수관, 도로 등 시설물들도 시간이 가면 노후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대적인 보수를 해야 한다.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당장 눈앞에서 사고가 나지 않으면 예산 사용 순위는 언제나 뒤로 밀려나게 마련이다.일산 평촌 분당 등 경기도내 1기 신도시는 30년 된 늙은 도시다. 사람으로 치면 60세를 넘어선 나이다. 사람처럼 인프라 이곳저곳에 동맥경화현상이 일어난다. 하지만 우리는 노후

  • [참성단]대법관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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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대법관 수난시대 지면기사

    지난 봄 치매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혔던 산드라 데이 오코너가 1981년 미국 최초 여성대법관에 임명되기 전까지 대법원 판결문 서명란은 '미스터 저스티스(Mr. Justice)'였다. 그녀가 오면서 '저스티스'로 바뀌었다. 남성 중심에 빠져있던 미국 대법원에 오코너는 중도 보수의 신념에 따른 판결로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미국법에서 '9'는 신의 숫자다. 9명의 종신 대법관이 내리는 판결이 나라를 들었다 놓았다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지혜의 아홉 기둥'에 비유되는 것은 견제와 균형으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연방대법원의 근간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저스티스'라고 불러 주는 것은 미국 사람들의 대법관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정의를 선언하는 최종 판단자로서 대법관은 한 점의 흠도 없어야 한다는 뜻도 된다. 하급심 판사가 자칫 지나칠지 모르는 '정의'를 대법관은 반드시 봐야 한다는 미국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기도 하다. 미국에선 대법관 외 나머지 판사들은 그냥 '저지(Judge)'로 칭한다. 물론 야구 심판도 '저지(Judge)'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법관이 아닌 법관을 모두 '판사'라고 한다. 대법관에게선 그만큼 권위가 묻어난다. 그들이 있는 대법원은 민주주의와 법질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20개가 넘는 국회 인사청문 대상 중에 대법관 후보자의 통과율이 제일 높았던 것은 고도의 도덕성과 자질이 요구되는 만큼 실질적으로 훌륭한 후보자들이 추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대법관의 인사청문회에서 고성이 오가기 시작했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김선수·노정희·이동원 대법관은 청문회를 하면서 다운계약서 작성, 안철상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은 3차례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났다.그제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김 후보자는 3번의 위장전입으로 실정법을 위반하고, 두 차례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탈세를 저질렀다.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사려 깊지 못했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한다"고 말했지만 그의 말을 가슴으로 들

  • [참성단]'윤장현의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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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윤장현의 해명' 지면기사

    역대 최악의 국내 사기범은 의료기기 임대업을 가장한 다단계 투자사기로 유명한 조희팔이다. 거액의 배당이나 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모아 돈을 챙기는 '폰지 사기'는 피해 규모가 엄청나다. 국졸의 조희팔에게 당한 피해자가 3만명에 피해액은 5조원대로 추산된다. 조희팔 가족들은 그가 중국에서 사망했다며 장례식 장면을 공개했지만, 피해자들은 이마저 사기로 여긴다. 여전히 그를 추적하기 위해 돈과 시간을 쓰고 있다.사기는 사람의 욕망에 기생한다. 부(富)를 향한 집착은 각종 금융사기의 발판이다. 2008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로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을 지낸 버나드 메이도프의 다단계 금융사기가 드러났을 때 미국은 경악했다. 수십년에 걸친 650억 달러 규모의 사기행각에 스티븐 스필버그, 프로야구팀 구단주, 상하원 주요 정치인이 피해를 봤다. 초강대국 상류계층도 수익에 눈멀어 사기를 눈치채지 못했다.정치분야도 사기범이 활동하기 좋은 무대다. 권력 자체를 향한 욕망과 권력이 배분하는 이권을 향한 경쟁에 눈 먼 사람들이 많아서다. 특히 대통령과 권력자의 측근을 사칭해 공직과 이권을 미끼로 돈을 갈취하는 사기는 역대 정권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자유당 시절 사기범 강성병은 권력자 이기붕의 양아들 이강석을 사칭해 전국을 돌며 향응과 뇌물을 챙겼다. 권력을 조롱하는 제2, 제3의 강성병이 끊이질 않는다. 최근 청와대는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를 사칭한 사기범죄에 경보음을 울렸다.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김 모 여인에게 4억5천만원을 뜯긴데 이어 김 여인의 두 자녀 취업까지 알선한 사실이 밝혀져 곤경에 처했다. 경찰은 지난 지방선거 공천 전에 돈이 전달된 점에 주목해 윤 전시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피의자로 전환했다. 사기녀의 자녀 취업알선은 직권남용 혐의가 짙다.윤 전시장은 5일 침묵을 깨고 한 매체에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는 걸 막기위해 돈도 주고 취업도 도왔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석연치 않다. 권 여사를 직접 만나기만 했다면 막을 수 있는 사단

  • [참성단]손창근 옹의 통 큰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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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손창근 옹의 통 큰 기증 지면기사

    1851년 66세 추사 김정희는 함경도 북청으로 귀양을 떠났다. 거기서 달준이라는 시동(侍童)을 만났다. 추사가 글을 쓸 때 옆에서 먹을 갈기도 해 '먹동이'라고도 불렀다. 이듬해 귀양에서 돌아와 과천에 은거할 때도 달준이는 따라와 추사를 모셨다. 그런 그가 고마웠던지 추사는 그를 위해 '난'을 쳤다. 그런데 완성된 그림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추사 자신도 그림을 보고 놀랐다. "다만 이런 그림은 하나만 있으면 족하지 둘은 있을 수 없다"고 자화자찬했을 정도다. '세한도(歲寒圖)'와 함께 조선시대 문인화의 걸작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는 그렇게 탄생했다.추사는 그림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던지 제시와 발문을 네 번이나 적었다. '내가 난 그림을 그리지 않은 지 20년, 우연히 하늘의 본성을 그려냈다. 문을 닫고 깊이 찾아드니 이 경지가 바로 유마의 불이선일세. 누군가 그 이유를 설명하라고 강요한다면 마땅히 비야리성에 살던 유마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절하겠다. 만향.'이라고 그림 상단에 적었다. 낙관은 무려 17개나 찍혔다. 추사 본인 것과 소장가와 감상자의 인장이다.추사가 평생 지향했던 학예일치의 경지를 보여준 '불이선란도'가 국립미술관의 품에 안겼다. 지난달 2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손창근(89)옹이 소유하고 있던 유물 202건 304점 기증식이 열렸는데 그 안에 '불이선란도'가 포함된 것이다. 이날 기증된 유물은 지정문화재급으로 그중에는 국보·보물급도 상당수다. 추사의 작품 중 '잔서완석루'와 청나라 문인과의 교유관계를 보여주는 '함추각행서대련'도 포함돼 있다. 돈으로 따질 수도 없는 귀한 것들이다.용인시 기흥구에 거주하는 손창근옹은 '세한도'의 소장자이기도 하다. 손 옹은 기증식에서 "한 점 한 점 정도 있고, 한 점 한 점 애착이 가는 물건들이다. 죽을 때 가져갈 수도 없고 고민하다가 박물관에 맡기기로 하였다. 나 대신 길이길이 잘 보관해 주시길 부탁한다. 작품 아래 손아무개 기증이라고만 붙여달라.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외국에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