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서로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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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서로 사랑하세요" 지면기사

    2007년 5월 추기경은 모교 100주년 행사 미술전시회를 준비 중인 후배로부터 '자화상' 한점을 그려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추기경은 그 자리에서 검정 유성 파스텔로 쓱쓱 자화상을 그렸다. 그리고 그림 밑에 '바보야'라고 적었다. 이 그림이 다음 날 일간지 1면에 실리자 큰 반향이 일었다. 너무도 단순해 무심하기까지 한 그림에서 많은 사람이 '바보처럼 살았던' 자신의 모습을 보았던 모양이다. 기자가 왜 '바보야'라고 썼는지 묻자 추기경은 이렇게 말했다. "있는 그대로 인간으로서, 제가 잘났으면 뭐 그리 잘났고 크면 얼마나 크며,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안다고 나대고, 어디 가서 대접받길 바라는 게 바보지. 그러고 보면 내가 제일 바보같이 산 것 같아요."사람들이 자신을 '바보 신부'로 불러주길 진심으로 바라던 추기경은 그러나, 불의(不義)에 대해선 단호했다. 1980년 정월 전두환이 새해 인사차 추기경을 찾아오자 면전에서 12· 12사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마치 서부활극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서부영화를 보면 총을 먼저 빼 든 사람이 이기잖아요." 추기경은 원래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로 시작하는 윤동주의 '서시'를 좋아했지만, 감히 읊어 볼 생각을 하기가 두려웠다고 한다. 이유를 묻자 "하늘을 우러러 너무 부끄러운 게 많아서…"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좋아하는 시를 '별 헤는 밤'으로 바꿨다. 추기경은 2004년 4월 '21세기의 지도자상'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적이 있었다. 이날 추기경은 "자기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것"을 새 시대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최고의 덕목으로 꼽았다. 추기경은 또 "누군가가 사랑하지 못하는 마음을 바꾸어 사랑할 수 있게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기적"이라며 이 기적 말고는 다른 어떤 것도 이 세상을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16일은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善終)한 지 10주년 되는 날이다. 지금 주위에는 아무리 둘러봐도 '존경할 만한 어른' '의

  • [참성단]'밸런타인 데이'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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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밸런타인 데이' 스트레스 지면기사

    오늘은 여성이 연인과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밸런타인 데이다. 결혼이 금지된 로마 군단병들의 비밀 혼례를 집전하다가 사형당한 사제 밸런티노를 기리기 위한 성(聖) 밸런티노 축일이 기원이라지만 유력한 설(說)일 뿐이다. 여성이 연인이나 남성에게 초콜릿 등을 선물하는 문화가 일본의 한 제과회사 마케팅에서 비롯됐다는 사실 만큼은 분명하다. 당당하게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여성상이 페미니즘 운동과 맞물리면서 확산됐다고도 한다. 밸런타인 데이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끊이지 않는 건 바로 상업성 때문이다. 실제로 밸런타인 데이 특수는 무시할 규모가 아니다. 최근 미국의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밸런타인 데이의 미국인 지출 규모가 207억 달러(23조2천700억원)로 추정됐다. 선물 구입 지출항목은 보석(39억 달러), 외출(35억 달러), 의류(21억 달러), 꽃(19억 달러), 사탕(18억 달러) 순이다. 국내에서도 밸런타인 데이 마케팅은 제과업체에서 외식, 숙박, 유통업으로 확산되면서 선물 품목도 보석, 와인, 숙박권, 상품권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제과·유통 대기업 롯데의 신동빈 회장은 생일이 밸런타인 데이와 겹쳐, 해마다 생일선물로 밸런타인 특수를 받는다 해서 화제다. 기업들은 받았으면 줘야한다는 인지상정도 마케팅에 활용했다. 남성들은 출처 불명의 '화이트 데이(3월 14일)'라는 유탄을 맞았다.밸런타인 데이와 관련해 최근 몇 해 동안 '의리 초코'가 논란이다. 여성이 연인이 아닌 직장 상사나 동료에게 돌리는 초콜릿이 '의리 초코'인데, 여성들의 고민이 보통이 아닌 모양이다. 의리 초코를 돌리자니 대상과 비용이 고민이요, 외면하자니 상사나 동료에게 미운 털 박힐까 노심초사란다. '의리 초코' 대신 '갑질 초코'라는 불만이 나올 정도란다. '의리 초코'의 발상지인 일본에서도 여성들의 스트레스가 심각했던지 밸런타인 데이 초콜릿 상납문화를 폐지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고, 직장인 70%가 직장내 초콜릿 금지령을 지지했다고 한다.일제의 안중근 의사 사형 선고일(1910년 2월 14

  • [참성단]1,300만 관객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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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1,300만 관객 한국영화 지면기사

    "영화를 찍으면서도 흥행은 생각도 안 했다. 제작자 이태원 사장도 이런 영화가 무슨 흥행이 되겠느냐며 저예산으로 찍자고 했다. 그러자고 했다.그런데 뜻밖에 대 히트를 쳤다. 덕분에 보너스도 받았다." 100만 관객 동원의 역사를 쓴 임권택 감독은 훗날 이렇게 회상했다. 100만 관객이 뭐 대수냐고 하겠지만, 당시에는 한 영화관에서의 단독 상영이 관행이었다. 개봉관에서 먼저 상영을 하고 난 뒤 2번, 3번 관으로 넘어갔다. '서편제'는 서울 단성사에서만 1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제작비는 고작 3억 원이었다.1993년 10월 29일이 100만 관객을 돌파한 날이라면, 2004년 2월 19일은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가 한국 영화 최초로 1천만 관객을 넘어선 기념비적인 날이다. '서편제'가 1993년 4월부터 196일간 상영돼 100만 명을 동원한 데 비해 '실미도'는 상영 58일 만에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처럼 단시간 내 관객 동원의 비결은 여러 개의 스크린을 가진 멀티 플렉스 영화관 덕이 컸다. 만일 임권택 감독 시절에도 이런 영화관이 있었다면 '서편제'는 몇 명을 동원했을까.멀티 플렉스 영화관은 우리 영화에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1997년 연간 영화 관객이 5천만 명도 채 안 됐지만 멀티플렉스가 등장한 후 2002년 1억 명, 2013년 2억 명을 돌파했다. 실미도 이후 1천만 관객 이상 한국 영화는 2014년 1천761만 명으로 단일 영화로는 최고 기록을 가진 '명량'을 비롯해 모두 15편이다. '신과 함께-죄와 벌'(1천441만) '국제시장'(1천426만)과 '베테랑'(1천341만) '7번 방의 선물'(1천281만) 등이 이에 속한다.영화 '극한직업'이 개봉한 지 19일 만인 11일 현재, 관객 1천300만 명을 넘었다. 역대 박스 오피스 6위다.'7번 방의 선물'을 누르고 역대 코미디 영화 흥행 기록도 갈아치웠다. 순 제작비 65억 원 매출액 1천130억 원. 말 그대로 '초대박'이다. '위기의 한국영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 [참성단]닥터헬기 '아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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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닥터헬기 '아틀라스' 지면기사

    지난해 작고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18세 때 미 해군 최연소 조종사로 참전했다. 그때 몰던 뇌격기에 약혼녀인 '바버라'의 이름을 붙였다. 바버라의 가호 때문인가. 격추당한 그는 바다에서 표류하다 무사히 구조됐고, 바버라는 대통령의 아내이자 어머니라는 영광을 누렸다. 일본 히로시마에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을 투하한 B-29 폭격기의 애칭 '에놀라게이(Enola Gay)'는 기장인 폴 티베츠의 어머니 이름이었다.2차대전 당시 미 공군 조종사들은 자신들의 전투기와 폭격기 동체에 다양한 그림과 문자를 그려 넣었다. 이빨을 드러낸 상어 입 모양이나 맹수들은 물론 당시 유명 여배우들을 그려 넣기도 했다. 출격횟수나 격추한 적기를 표시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새긴 조종사도 적지 않았다. 사기 진작과 긴장 완화,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일종의 부적이었던 셈이다. 노즈 아트(Nose Art)라는 예술장르로 발전한 건 훗날의 일이다.대한민국 공군 조종사의 투혼을 상징하는 '신념의 조인(鳥人)'이라는 문구도 딘 헤스 미 공군 소령이 몰던 F-51D 머스탱 18번기에 새겨진 노즈 아트였다. 그의 좌우명인 'By faith, I fly'를 번역한 문구였다. 헤스 대령은 6·25 전쟁 당시 한국 공군 창설 지원 임무를 맡았지만, 미숙한 한국 조종사들과 함께 250회나 전투 출격을 감행했다. 미 공군이 대한민국 전투기로 전쟁에 참여한 것이다. 2016년 대한민국 공군은 그의 1주기 추모행사를 성대하게 열었다.수원 아주대학교병원이 곧 운행할 닥터헬기에 지난 4일 격무로 사망한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이름과 그의 콜 사인 '아틀라스(Atlas)'가 새겨진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의 약속이다. 열악한 응급의료체계를 바로 세우기 위해 의기투합했던 윤 센터장을 잃은 이 센터장의 추도사는 애절하고 비장했다. 그는 윤 센터장을 '한국의 응급의료를 떠받쳐 온' 아틀라스라고 칭했다. '창공에서 만나자'며 닥터헬기에 항상 고인의 자리를 마련해 두겠다고 다짐했다.닥터헬기 '아틀라스'는

  • [참성단]'한국판 산티아고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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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한국판 산티아고길' 지면기사

    걷기는 삶의 은유이다. 그래서인지 철학자들은 걷기에 대해 유독 많은 철학적 의미를 부여했다.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던 사상가였던 장 자크 루소는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에서 "나는 걸을 때 명상을 할 수 있다. 걸음이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나의 정신은 오직 나의 다리와 함께 움직인다"고 말했다. 프랑스 생물학자 이브 파칼레는 "우리의 지성은 우리의 걸음이 잉태한 자식"이라고 썼다.다비드 브루통은 자신을 세계적으로 알린 '걷기예찬'에서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고 설파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걷기를 즐기지 않았다면 '소요학파(逍遙學派)'는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우리나라에 걷기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2007년 9월 제주에 15㎞의 올레길이 조성되면서부터다. '올레'는 집 앞에서 마을 길까지 이어지는 골목을 뜻하는 제주 방언으로 올레길엔 '끊어진 길을 잇고, 잊힌 길을 찾고, 사라진 길을 불러내' 조성한 20여개 코스가 열려 있다. 올레길의 성공으로 전국적으로 시흥 둘레길, 강화도 둘레길, 남한산성 길, 지리산 둘레 길 등이 잇달아 조성돼 봄 가을엔 몰려든 인파에 몸살을 앓을 정도다. 지구 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걷기에 매력적인 길로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꼽는다. 파울로 코엘료가 직접 걷고 쓴 에세이집 '순례여행'에 소개된 장장 800㎞의 이 길에는 한 해에도 수십만명이 찾아와 걸으며 사색을 즐긴다. 각국마다 이런 길이 있는데 프랑스에는 18만㎞ '랑도네', 미국은 8만㎞ '트레일', 영국의 4천㎞ '풋패스' 일본에는 1천200㎞의 '시코쿠 헨로미치'가 유명하다.정부가 2022년까지 인천시 강화군에서 강원도 고성군까지의 456㎞의 비무장지대(DMZ) 남측에 동서 횡단 도보 길인 가칭 '통일을 여는 길'을 조성해 '한국판 산티아고길'로 만들겠다고 한다. 2010년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평화 누리길'이 그것인데, 당시엔 생태 파괴가 발목을 잡았다. 희귀 동·식물의 보

  • [참성단]감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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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감염병 지면기사

    살면서 어른들에게 귀가 아플 정도로 들었던 것 중 하나가 "외출하고 돌아오면 반드시 손을 씻어라"였다. '손만 씻어도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게 어른들의 지론이었다. '병이 옮겨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물과 비누로 손을 깨끗이 닦아야 한다'는 병원의 기본 지침을 처음 제정하고 이를 전파한 사람은 근대 간호학의 창시자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었다. 영국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났던 그녀는 크림전쟁이 발발하자 부모 몰래 간호자원봉사대원으로 참가해 '백의의 천사'란 소리를 들었다.당시 영국군은 전쟁에서는 5천여명이 사망했지만, 병상에서 세 배가 넘는 1만5천여명이 사망했다. 열악한 환경의 야전병원에서의 감염병이 주범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사망자가 급속하게 늘자 '환자 주변에 뭔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있다'는 의혹이 확산하기까지 했다. 병원 내 감염병의 존재를 몰랐던 것이다.날개의 천재작가 이상에게 날개를 빼앗아 간 건 결핵이었다. 철학자 데카르트와 칸트, 스피노자, 예술가 쇼팽과 도스토옙스키도 모두 결핵으로 숨졌다. 치료법을 몰라 환자를 염소우리에서 재우거나, 나귀 젖을 먹이는 게 고작이었다고 한다. 터무니없는 치료법이 결핵을 더 확산시킨 셈이다. 1943년 스트렙토마이신이 발견되면서 인간은 결핵으로부터 비로소 자유스러워졌다. 이게 불과 75년 전이다.19세기 말 영국 왕립진료소에서 환자의 절반이 패혈증으로 사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조지프 리스터가 석탄산을 수술실 주변에 뿌리고 손과 의료기구를 닦는 데 사용하면서 인류는 마침내 '소독'에 눈을 떴다. 간단한 수술에도 70~50% 가까운 사망률을 보이던 당시, 리스터의 소독법만으로 사망률은 25% 이하로 낮아졌다. 20세기 들어서 무균실 개념이 생겼고, 60년대 이후 각국의 병원감염관리기준 제정으로 병원에서 감염되는 비율이 3% 수준으로 떨어졌다.설 연휴 기간 경기도와 인천에서 감염병인 홍역 환자가 잇따라 발생했다. 안산에서 홍역에 걸린 A씨는 기존 감염자가 입원한 병원의 환자로 파악됐다. 병원에서 감염된 것이다. 올 들어서만 경인지

  • [참성단]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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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지면기사

    설 연휴 중이던 지난 4일 입춘(立春)이 슬그머니 다녀갔다. 24절기의 첫번째 절기인 입춘은 봄의 시작을 알린다. 가을걷이로 쟁여놓은 곡식으로 연명하던 겨울이 끝나고 슬슬 농사준비에 나설 시기이니 농경민족에게는 한해의 시작을 의미한다. 입춘에 한 해의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축문을 대문이나 문설주에 붙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 눈에 익은 입춘방이나 아파트 위주의 거주문화 때문인지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다.만물이 소생하는 자연의 섭리로 봄은 생명의 계절이다. 이양하는 수필 '신록예찬'에서 "기쁨의 속삭임이 하늘과 땅, 나무와 나무, 풀잎과 풀잎 사이에 은밀히 수수(授受)되"는 때로 신록을 키워내는 봄을 칭송했다. "성례(혼례)시켜 달라지 뭘 어떡해."라는 점순이의 투정에 그렇잖아도 머슴질에 뿔이 난 데릴사위가 장인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진 것(김유정의 '봄봄')도 춘정(春情)에 취한 청춘들의 한바탕 소동이었다.하지만 인세(人世)의 형편과 시세(時勢)의 기운이 각박하면 봄은 잔인한 계절이 된다. 산업화 직전까지도 이 땅의 보통사람들은 보릿고개를 죽기살기로 넘어야 했다. 봄은 곡식 없는 빈 들판이었다. 나라 잃은 민족에게 봄은 언제 올지 모르는 이상향이었으니, 이상화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고 절규했다. 박정희 사망 이후 전두환의 신군부는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의 정치활동을 금지시켰다. 유신시대는 끝났지만 민주주의는 유보됐다. 김종필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다. 봄인데 봄 같지 않은, 잔인한 봄이었다.봄이다. 그런데 나라와 국민의 기운이 겨울을 벗어났는지 의문이다. 정치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법정구속 이후 한겨울이다. 경제는 위로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전망은 어둡고 현실은 각박하다. 무엇보다 설 연휴기간 중 열심히 입을 맞춘 북한과 미국의 실무협상 결과가 김정은과 트럼프를 통해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열지 불투명하다. 춘래불사춘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양산 자택에 핀 매화를 보며 나태주의 시 '풀꽃'을 떠올렸다고 한다. '너

  • [참성단]정치인 테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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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정치인 테마주 지면기사

    테마주는 주로 약세장에서 기승을 부린다. 주식이 떨어지면 어찌할 줄 모르는 개미들의 조급함을 세력들이 악용해 만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장된게 많다. 최근 등장한 수소차 테마주, 2차전지 같은 테마주도 있지만 이 역시 100% 믿을 건 못 된다. 증권가에는 지금도 '만리장성 테마주'가 회자하고 있다. 1988년 초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외교에 빌붙어 관련주들이 주식시장을 마구 흔들었는데 그때 등장한 게 이른바 '만리장성 4인방' 이다. 시작은 대한알루미늄이었다. 중국이 만리장성에 바람막이를 설치하는데 이 회사 제품이 사용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공사하는 인부들에게 태화가 만든 신발이 지급된다는 루머가 그 뒤를 이었다. 더 웃겼던 건 그다음이다. 공사 노동자에게 간식으로 삼립식품의 '호빵'이 제공되고, 그걸 먹다 체한 노동자에겐 한독약품 소화제 '훼스탈'이 공급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터무니 없는 소문에 4종목이 크게 올랐다.정치인 테마주의 시작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였다. 건설주를 필두로 관련주들이 급등했다. 2012년 대선에선 안랩 등 안철수 주가 올랐다. 박근혜주, 문재인주도 정치상황에 따라 요동쳤다. 정치인 테마주는 선거 구도가 막상막하일 때, 또는 정치판을 흔들 정도의 대형사건이 터질 때 극성을 부린다.그제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구속 소식이 전해지자 첫 반응은 정치권이 아니라 주식시장에서 나왔다. 친문계의 '적자(嫡子)'로 꼽히던 김 지사의 정치적 위기가 예견되자 여권의 또 다른 잠룡으로 꼽히는 이낙연과 유시민 관련주가 예민하게 움직인 것이다. 이 총리의 형이 근무하고 유 작가가 사외이사로 있다는 회사가 그것이다.정치인 테마주를 들여다보면 이 역시 황당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치인과 기업주가 같은 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로 또는 정치인이 옆집에 산다는 이유로 주가가 폭등한다. 이 또한 한탕 노리는 세력들이 만들어 낸 경우가 많다. 소문난 테마주가 힘을 받지 못하면 작전세력이 빠져나가는 경우다. 이때 다시 오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백이면 백

  • [참성단]정권에 켜진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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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정권에 켜진 경고등 지면기사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게 2019년 1월은 집권 이후 가장 잔인한 달로 기억될 듯 싶다. 집권세력 내부에서 연이어 터진 정치, 정책 스캔들이 새해 벽두를 후끈 달궜다. 첫 테이프는 손혜원 의원이 끊었다. 목포 투기 의혹, 부친 서훈 압력, 문화기관 인사개입 의혹은 개인이나 당, 청와대로서도 감당하기 힘든 악재였다. 재판청탁 사실이 드러난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손혜원 덕분에 뉴스의 초점을 피했다.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참모인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자살골을 넣었다. "산에 가거나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라"는 말에 50·60대가 분노했다. 여기서 '헬조선' 타령 말고 신남방 국가에서 해피조선을 확인하라는 권고에 20대는 기막혀했다. 자칭 목포 사랑꾼 손혜원의 선전(?)과 자유한국당의 '5시간 30분 단식' 헛발질로 유지됐던 여론의 균형이 무너졌다. 정 많은 문 대통령도 김 보좌관의 사표를 즉각 수리했다.대통령이 전국에 나누어준 예비타당성면제 사업은 예상치 못한 시민단체와 소외지역의 반발로 역풍이 심각하다. 민주당 대변인은 균형발전을 위한 용단을 찬양했지만, 민주당 백혜련·김영진 의원은 신분당선 연장사업 배제를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염태영 수원시장도 청와대를 항의방문했다. 더 아픈 건 진보진영 시민단체들이 이명박식 토건경제의 부활을 비판하고 나선 대목이다.대통령의 간곡한 설득에도 민노총이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하면서 노동계와 불편해진 것이나, 손혜원 의원으로 인해 영부인의 이름이 거론된데 이어 해외에 이주한 영애의 이름이 회자되고 있다.결정적으로 30일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법정구속돼 수감됐다. 법원이 '드루킹' 김동원씨와 공모해 포털사이트 댓글을 조작한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도 유죄로 판결했다. 민주당은 판사의 판결을 비난하고 나섰다.새해들어 한달 내내 정권의 악재를 더 큰 악재가 덮는 정국이 이어졌다. 모두 스스로 일으킨 악재다. 정권 내부를 새로운 관점에서 수선해야 한다는 경고다. '춘풍추상'. 스스

  • [참성단]불황 속의 로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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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불황 속의 로또 지면기사

    복권을 '빈자(貧者)의 세금' '희망(希望) 세금'이라고 한다. 구매자 대부분이 하루하루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가난한 서민이고 희망고문만 할 뿐, 당첨이 어려워 돌려받지 못하는 세금과 같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에는 총 31만 6천679회의 벼락이 떨어졌다. 이 벼락에 4명이 맞았는데 확률은 7만 9천169분의 1이었다. 골프에서 150야드 파 3홀 기준으로 홀인원 확률은 일반인 1만 2천500분의 1, 투어프로는 2천500분의 1로 알려졌다.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 5천060분의 1이다. 액수가 높아질수록 그 확률은 더 낮아진다.우리나라 최초의 복권은 1947년 14회 런던 올림픽 경비마련을 위한 올림픽 후원권이다. 액면가 100원에 1등 100만원으로 모두 140만 장이 발행됐다. 이후 재해 대책자금, 전쟁 후 산업 부흥및 사회복지자금, 박람회 기금 마련 등 특수한 목적을 위해 단기적인 복권발행이 이뤄졌다. 최초의 정기복권인 '주택복권'이 등장한 건 1969년이었다. 매달 액면가 100원에 발행하기 시작해 1983년까지 1천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고 실제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주었다.로또 복권이 등장한 건 2002년이었다. 건설교통부 등 10개 기관이 연합해 로또를 탄생시켰다. 당시 로또는 당첨자가 없을 때 이월되는 규정에 따라 1등 당첨만 되면 최대 수백억 원까지 손에 쥘 수 있어서 '인생역전'의 상징이었다. 로또복권 최고 당첨금은 407억 원으로, 2003년 4월 춘천에 사는 경찰관이 세금을 빼고 무려 318억 원을 수령했다. 세계 최대 복권 당첨금은 2016년 1월 미국 파워볼의 15억 8천700만 달러였다.지난해 로또복권 판매액이 3조 9천658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경기와 로또 판매가 비례한다는 속설에 비춰보면 그리 반가운 소식도 아니다. 하지만 경기가 어려울수록 서민의 발걸음은 복권 판매소로 향한다. 추첨이 있는 토요일 명당자리로 알려진 판매소는 몰려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다. 요즘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