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詩란 무엇인가
    참성단

    [참성단]詩란 무엇인가 지면기사

    이 세상에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난감한 질문은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다. '시란 무엇인가'도 그중 하나다. '소설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보다 답하기가 더 어렵다. 시인들에게 물어도 우물쭈물한다. 김광규 시인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돈을 목적으로 부르지 않는 마지막 노래", 강은교 시인은 "빈방에 꽂히는 햇빛", 허영자 시인은 "자기 존재의 확인이며 자기 정화의 길"이라고 '시처럼' 대답했다. 한국에 있는 수 만명의 시인에게 물어도 그 답은 모두 다를 것이다.소설가 출신 이창동 감독의 '시'는 따지고 보면 '시란 무엇인가'를 다룬 영화다. 60대 여주인공 미자의 시 쓰기와 성폭행 사건으로 연루된 손자의 죽음을 통해 우리 사회의 죄의식의 부재를 고발하지만 그 이면엔 아름다운 것, 잊혀지는 기억의 의미를 더듬으며 '시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묻는다. 이 감독도 "이 영화를 통해 시가 죽어가는 시대에 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영화로 다룰만큼 시는 그렇게 오묘하고 영롱한 존재다.책을 읽지 않는 게 사회문제가 된 시대에서 그나마 시집의 판매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드라마에 시집이 노출되면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는, 우리의 독특한 문화 현상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도깨비' 4화에 등장한 김용택 시인의 필사책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가 노출 즉시 베스트 셀러 1위에 오른 게 그런 경우다. 교보문고 집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시집 판매는 거의 매년 10~30%씩 증가했다. 2010년에 비하면 지난해 시집 판매량은 거의 두 배나 늘었다. '시인의 연인'이란 제목으로 유·무명 시인들의 작품과 해설을 매주 경인일보에 연재했던 권성훈 평론가가 그 글을 한데 모아 '현대시 미학산책(경인엠앤비 刊)'이란 제목으로 출간했다. 아무리 좋은 소설도 두 번 읽기가 쉽지 않다. 시는 수 백 번 읽을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이 책을 읽으면 시가 우리 삶의 테두리 밖으로 나간 적이 한 번도 없었음을

  • [참성단]패권주의에 갇힌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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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패권주의에 갇힌 대한민국 지면기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현지시간 18일 대선 개표 결과 재선을 확정지었다. 76% 이상의 압도적 득표율이니 무인지경의 독주였다. 6대에 이어 7대 대통령으로 2024년까지 집권이 보장됐다. 2000년부터 3, 4대 대통령으로 8년 연임한 이후 4년을 상왕 총리로 군림한 세월까지 총 24년을 집권하는 셈이다. 중국은 한술 더 떴다. 17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2천970표 만장일치로 시진핑(習近平)을 국가주석 및 중앙군사위원회주석으로 재선출했다. 이날 '국가의 조타수, 인민의 영도자' 시 주석을 위해 인공눈을 뿌렸다. 국가주석 연임제한 폐지 개헌으로 능력껏 장기집권이 가능해진 시 주석인데, 하늘이 할 일을 안하니 사람이 대신했다.중국 시(習)황제, 러시아 차르(황제) 푸틴의 등장이 대한민국에 미칠 영향은 간단치 않다. 패권 추구의 역사를 갖고 있는 두 나라의 집권자가 차례로 독재에 가까운 장기집권체제를 구축했으니, 그 여파를 따져보는 건 당연하다. 특이한 인격의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보다는 미국 우선이라는 패권적 행태를 보이고, 60년 가까이 장기집권 중인 일본 자민당이 제국의 영광을 추억하는 현실도 버겁다. 게다가 북한은 '조선 없는 지구는 없다'며 3대 세습을 완료하고 핵을 무기로 패권의 일각을 차지하는 형국이다.주변 4강의 패권주의는 이미 부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시진핑은 사드의 주인 미국이 아니라 한국을 향해 경제보복의 포승줄을 조였다 풀었다 희롱 중이다. 러시아와 영국의 외교 전면전은 제국 러시아의 국익을 위해 언제든 한반도 문제에 어깃장을 놓을 수 있는 푸틴의 면모를 보여주는 전조다. 예측불가능한 트럼프는 통상문제 만큼은 변함없이 위압적이고, 미·중·러에 상냥한 일본은 유독 한국에만 독하다. 북한 김정은의 실체는 4, 5월을 지내봐야 결론이 날테고.한반도의 운명이 남북, 미북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라간 상황에서 한반도 주변 4강의 패권주의는 물이 오를대로 올랐다. 남북한과 미국의 합의에 한반도에서의 지정학적 이익을 포기할 시진핑, 푸틴, 자민당이 아니다. 4, 5월 연쇄 정상회담 결

  • [참성단]저출산세(低出産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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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저출산세(低出産稅) 지면기사

    프랑스 루이 14세의 숭배자였던 영국의 찰스 2세는 1662년 전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1년에 두 번 성 미카엘 대축일과 성모 영보 대축일에 난로당 2실링씩의 '난로세'를 징수했다. 소득과는 상관없이 거둬들였던 세금이라 조세 저항이 심했다. 1696년 영국의 윌리엄 3세는 프랑스와의 전쟁으로 국가의 재정이 고갈되자 '창문세'를 도입했다. 창문이 10개 이하일 경우 0.1파운드, 11개 이상~20개는 0.3파운드, 21개 이상은 0.5파운드를 부과했다. 그러자 창문을 없애는 게 유행이 됐다.러시아 근대화에 앞장선 표도르는 유럽의 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강력한 서구화 정책을 폈던 왕이다. 그는 유럽 문화를 열렬히 흠모했다. 러시아인이면 누구나 길렀던 수염이 미개해 보였던지 귀족에게 수염을 깎으라고 강요했다. 수염을 소중하게 여겼던 러시아 사람들이 크게 반발하자 기르고 싶은 사람에겐 '수염세'를 내라고 했다. 그러자 반발은 더 커졌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조선시대 흥선대원군은 경복궁을 중건하기 위해 '문세(門稅)'를 거둬들였다. 서울 사대문을 통과하는 사람들에게 물품 종류·수량에 따라 세금을 거뒀으나 백성의 불만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1873년에 폐지됐다. 이렇듯 신설되는 목적세에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의 저항이 따라다닌다. 정부가 출산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 '저출산세(低出産稅)'를 검토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파격적인 수준의 자녀 양육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재원 마련을 위해서다. 일부 언론에 이 사실이 보도되자 기획재정부는 보도자료까지 돌리며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었지만 왠지 입맛이 쓰다. '저출산세'는 2005년 노무현정부 시절에도 거론된 적이 있어서 더욱 그렇다. 지금 국민들은 높은 조세부담률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목적세를 자꾸 신설해 세금을 거둬들이면 국민 가처분소득이 줄어 소비위축이 심화되고 성장률이 더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는 오히려 출산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정부만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영재 논설실장

  • [참성단]스티븐 호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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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스티븐 호킹 지면기사

    외국 유명인사나 위인들이 '한국에 태어났으면'이라는 가정으로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조롱하는 블랙유머는 지금도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다. 가령 만유인력의 창안자 아이작 뉴턴은 자신의 새로운 학설로 교수들의 학설을 부정하다가 눈 밖에 나서 연구실에서 쫓겨나 초등학교 교사가 돼 학부모 촌지나 챙겼을 것이라고 했다. 내신에서 수학과 과학 이외의 과목을 망친 아인슈타인은 중국집 배달원이, 어마어마한 발명들이 특허규제로 사장된 에디슨은 열 받아 특허법을 터득하기 위해 고시생이 됐단다. 하필 북한에서 태어나서 '그래도 주체사상은 틀렸다'고 웅얼대다 들킨 갈릴레오는 죽을 때까지 아오지 탄광에서 석탄을 캤고….스티븐 호킹 박사도 블랙유머의 주인공으로 회자됐는데 한국인 호킹의 말로는 끔찍했다. 어려서부터 천재였던 호킹은 일류대에 들어가 이론 물리학을 하며 빅뱅이론을 열심히 연구했으나, 20대에 루게릭병에 걸려 장애인이 됐다. 그러다 어느 날 몸에 열이 오르고 전신마비가 와서 택시에 실려 병원을 향했으나, 모든 종합병원에서 응급환자로 받기를 거부해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다 노상에서 최후를 맞았다는 것이다. 장애인 복지 부재를 향한 통렬한 비판이었다. 그만큼 장애인 과학자 호킹의 존재는 한국인에게도 강렬했다.지난 14일 작고한 호킹은 새로운 블랙홀 이론을 탐구한 과학자이자 장애를 극복한 영웅으로 동시대인에게 무한한 영감을 주었다. '호킹 복사' 이론으로 현대 물리학계의 슈퍼스타로 등극했고, 역작 '시간의 역사'는 물리학도들의 희망봉으로 빛난다. 대중들은 신체를 구속하는 절대 장애를 이겨낸 불굴의 의지에 공감하고 환호했다. 휠체어에 부착된 고성능 음성합성기를 볼 근육만으로 작동하면서도 지적 탐구에 전념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그에게서 '존엄한 인간'의 표본을 본 것이다.호킹은 말년에 외계생명체의 습격과 인공지능(AI)의 역습을 경계했다. 위대한 삶을 살았던 천재의 선지(先知)로 여긴다면 인류가 소홀히 여길 일이 아니다. "망가진 컴퓨터(두뇌)에 천국이나 사후세계는 없다"던 무신론자 호킹이 죽음의 블랙

  • [참성단]대통령과 포토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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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대통령과 포토라인 지면기사

    1995년 12월 2일 아침, 전두환 전 대통령이 연희동 자택 앞에서 이른바 '골목 성명'을 발표했다. '12·12 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검찰이 소환을 통보한데 따른 입장이었다. 그는 "검찰은 대통령의 지시 한 마디로 종결 사안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려 한다"며 "검찰의 태도는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보아 소환요구 및 어떤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조사를 피했다.검찰청사가 아닌 국립묘지에 들렀다, 그 길로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가 버렸다. 5촌 조카의 집에 머물던 전 전 대통령은 밤 11시께 잠시 나와 측근들과 친척, 지역민들에게 '수고한다'는 인사를 하고 다시 들어갔다. 한때 체포조의 진입이 시도됐으나 호위대가 대문을 굳게 닫고 완강하게 버티는 바람에 자정을 넘어서도 대치가 계속됐다. 담장 위에서 '뻗치기' 취재를 하던 월간지 기자가 독백처럼 말했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3일 새벽 5시께 의경들이 대문 앞에서 호송차까지 2열로 늘어섰다. 장세동 전 안기부장이 방으로 갔고, 잠시 뒤 전 전 대통령이 모습을 보였다. 검은색 외투에 중절모, 흰색 목도리 차림으로 '수고한다, 미안하다'며 일일이 악수한 뒤 문밖으로 나섰다. 호송차량은 5시간을 달려 안양교도소에 멈췄다.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5번째로 검찰 소환을 받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3대가 잇따라 불행한 처지가 됐다. 이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고 했다. 정치 보복이란 생각을 에둘러 전한 것이다.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평창 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경기를 관람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경기를 보면서도 심경은 복잡했을 듯하다. 이 전 대통령은 "다만 바라는 것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상투적 발언이라지만 가장 크고 또렷하게

  • [참성단]빨간 호랑이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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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빨간 호랑이의 부활 지면기사

    지난해 5월 타이거 우즈가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음주 운전 혐의로 체포됐다. 음주 측정을 거부하다 구치소 신세가 됐다. 면도를 안 해 덥수룩한 수염에 초점을 잃은 눈동자, 자포자기한 듯한 표정이었다. '골프 황제'의 위엄은 찾아볼 수 없는 몰골이다. 금지 약물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에 사생활 문제가 겹치며 선수 생활이 불투명했다. 언론은 '42살이 된 우즈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팬들은 천재 골퍼의 끝없는 추락을 지켜봐야 했다.타이거가 다시 포효했다. 지난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발스파 챔피언십에서 공동 2위에 올랐다. 비록 1타차로 우승을 놓쳤지만 2015년 8월 윈덤챔피언십 이후 2년 7개월여 만에 첫 '톱 10' 진입이다. 대회 마지막 날 '공포의 붉은 셔츠'를 입고 나와 파4 17번 홀에서 13m짜리 장거리 퍼트를 집어넣었다.그의 부활은 성적 때문만이 아니다. 경기력 지수가 골고루 좋아졌다. 3라운드 14번 홀에서의 드라이버 헤드 스피드는 시속 129.2마일(207.9㎞)이었다. 올 시즌 PGA투어 모든 선수를 통틀어 가장 빠른 스윙 스피드다. 327야드(299m) 떨어진 페어웨이에 안착했다. 3라운드 그린 적중률은 77.78%에 달했다. 전성기인 2000년 75.15%의 그린 적중률로 PGA투어 전체 1위를 기록했던 것을 능가하는 수치다.브랜트 스네데커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전성기 시절 타이거가 돌아왔다"고 말했다. 조던 스피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우즈를 보면서 골프를 했다. 우상인 그와 대결할 것을 생각하면 가슴 설렌다"고 했다.팬들도 돌아온 골프 황제를 극진 예우했다. 대회기간 현장을 찾은 팬들은 전년보다 40%나 급증했다. 로리 맥길로이, 조던 스피스, 더스틴 존슨, 저스틴 토마스는 늘 황태자일 뿐이다.팬들의 시선은 벌써 4월 마스터스 대회로 향한다. 언론은 그를 마스터스 우승 확률 1위에 올려놓았다. 그린 재킷을 입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의미다. 황제의 귀환에 화들짝 놀란 골프팬들의 가슴이 부풀고 있다. /홍

  • [참성단]독살(毒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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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독살(毒殺) 지면기사

    알렉산드로 리트비넨코. 2차 체첸전쟁을 촉발시킨 모스크바 건물 폭탄 테러가 러시아 정부 내부의 불만과 관심을 밖으로 돌리려는 KGB의 음모라고 주장하고 2000년 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FSB(KGB의 후신) 요원. 내부고발자인 셈이다. 그가 세계적인 인물로 부상한 것은 2006년 11월 '폴로늄 210'이라는 방사성 독극물에 의해 사망하면서다. 이 물질이 섞인 차를 마신 그는 시름시름 앓다가 3주 만에 숨졌다. 죽기 직전 머리털이 모두 빠진 채 앙상한 그의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돼 세계인에게 충격을 던졌다. 사인을 10년간 조사해 온 영국 정부는 러시아를 배후로 생각했지만, 심증만 있을 뿐 증거가 없었다. 물론 러시아는 '모르쇠'로 일관했다.리트비넨코의 절친 안드레이 네크라소브 감독은 2007년 그의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리벨리온(rebellion)'을 만들었다. 생전의 리트비넨코 인터뷰를 중심으로 가족과 주변 인물 등의 증언을 담았다.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리트비넨코를 독살했다고 주장하는 킬러와의 인터뷰도 삽입했다. 그래도 러시아는 꿈쩍도 안했다.독극물로 인한 암살은 세계 곳곳에서 수없이 자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1978년 영국 런던에 망명 중인 불가리아 반체제 인사 게오르기 마르코프 사건. 그는 출근 버스를 기다리던 중 우산 끝에 찔린 뒤 나흘 만에 사망했다. 부검에서 KGB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리친'이란 독성물질이 발견됐으나 그뿐,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지난해 2월 북한 김정일의 장남이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맹독성 신경작용제인 VX로 살해당했다.영국과 러시아가 한 이중 스파이의 독살을 두고 심각한 외교분쟁을 겪고 있다. 지난 4일 영국의 솔즈베리 한 쇼핑센터 벤치에서 전 러시아군 정보총국(GRU) 대령 출신인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 율리아 스크리팔이 맹독성 신경가스로 독살됐다. 영국정부는 러시아의 소행임을 확신하고 있지만 여전히 메이 총리는 경찰 수사를 통해 범행의 배후가 확인될 때까지는 이번 사태를

  • [참성단]햄버거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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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햄버거 회담 지면기사

    2016년 미대선 유세중 "김정은이 미국에 온다면 만나겠다. 회의 탁자에 앉아 햄버거를 먹으면서 더 나은 핵협상을 할 것이다"라고 허풍처럼 공언했던 미 트럼프대통령의 발언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하는 거 봐서'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5월 미·북 정상회담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봄' '한반도 평화의 대 전환점' 등 언론은 일제히 희망 메시지를 쏟아냈다. 하지만 갈등을 겪는 국가 정상들의 회담은 성사부터 결과까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1959년 9월 25일 후르시초프는 미국을 전격 방문해 아이젠하워를 만났다. 2차 세계 대전 후 으르렁거리기만 했던 정상들의 첫 회담이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일정을 끝내고 돌아가는 후르시초프는 다음해 파리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양국 정상의 만남은 1961년에 가서야 빈에서 이뤄졌다. 아이젠 하워가 케네디로 바뀌었을 뿐, 양국 정상은 혹독한 냉전체제의 현실을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후 미·소관계는 쿠바 위기까지 겪으며 더욱 더 냉각됐다.닉슨이 미 대통령 신분으로 처음 소련을 방문한 것은 그로부터 10년 후에야 이뤄졌다. 그 후 17년이 지난 1989년 몰타에서 부시와 고르바초프가 만나 냉전구도의 종언을 선언했다. 이 역시 동구권의 몰락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정상회담에서 결과를 끄집어 내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우리도 갈 길은 멀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칫 준비 없는 회동으로 북한에 이용당할 수도 있다는 걱정의 소리도 높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아시아담당 보좌관을 지낸 에반 메데이로스가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가지고 놀더니 이제 트럼프 대통령을 가지고 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다. 트럼프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1987년 출간된 '거래의 기술(Art of the Deal)'이다. 책대로라면 그는 협상의 달인 아닌가. 지난 세월 미국의 외교적 실패 사례들을 정치가들이 바보스러웠다는 사실에서 찾는 트럼프다. 회담장 테이블에 햄

  • [참성단]지방선거와 미투(#Me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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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지방선거와 미투(#Me too) 지면기사

    정치는 생물이라더니 화석처럼 단단했던 더불어민주당의 6·13 지방선거 승리 구도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추문과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이 피해 여성들의 '미투(#Me too)' 폭로로 세상에 드러나면서다. 문화계 진보 권력을 강타한 미투 운동의 폭심(爆心)이 여권으로 이동하면서 진보 진영 전체의 도덕성에 대한 대중의 의심이 깊어지고 있다. 민심의 동요는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친다. 더불어민주당은 또 다른 가해자가 나올까 전전긍긍이다. 자유한국당은 진보진영의 도덕적 타락을 비난한다. 촛불과 탄핵 이후 갇혔던 수세국면을 반전하려는 기색이다.미투 운동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지방선거 현장을 자율규제하는 조짐도 뚜렷하다. 각종 전과 기록 보유자들도 서슴없이 공천경쟁에 뛰어드는 지방선거 풍토가 미투로 인해 싸늘해졌다. 기록은 변명할 수 있어도, 추악한 행적이 들통나는 일은 아무리 철면피라도 견뎌낼 재간이 없다. 후보들 사이에 성폭력과 관련한 자기 검증이 한창이란다. 출마를 공언했다 발을 빼는 후보자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는 후문이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후보들은 여성 유권자와의 스킨십 수준을 고민하고, 여성을 앞세운 선거 캠페인을 포기하는 등 선거운동 행태의 변화도 감지된다.미투 운동이 정치권에 진입하면서 운동의 본질이 훼손될까 걱정이다. 정치는 현안의 본질을 왜곡, 조작하기 일쑤다. 여야 정치권의 선거캠페인으로 전락하고 득표용 전술로 소비되는 야만적 상황에 휩쓸리는 순간, 미투 운동은 남성이 지배하는 정치권력에 이용당하는 역설에 직면한다. 공개적으로 수치를 무릅쓰고서 폭력의 기억을 소환한 미투 여성들에겐 잔인한 일이다. 정치인 안희정과 정봉주로 표적이 이동하는 동안 시인 고은은 외신에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문제의 신부님은 고해성사 없이 잠적 중이다.미투 운동의 본질은 남성 권력의 여성 가해 역사를 종식시켜, 모든 권력의 어떠한 폭력도 가능하지 않은 세상을 열자는 시대전환의 요구다. 여야 없이 미투 이후의 세상을 고민하고 설계해야 할 때다. 미투 운동의 지방선

  • [참성단]판문점 남북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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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지면기사

    2000년 6월 15일 평양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회담했다. 한반도의 허리가 끊긴 뒤 55년 만에 성사된 남북 정상간 첫 만남이다. 큰 형님격인 김 대통령을 깍듯하게 대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007년 10월에는 역시 평양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나 2차 정상회담을 했다. 김 위원장의 호방한 웃음과 시원한 말투가 화제가 됐다.김 대통령 방문길에는 신문·방송 등 언론사 대표들도 동행했다. 김 위원장은 저녁 식사를 대접하면서 남측 언론사 대표들과 팔짱을 끼는 등 파격 행보를 보여줬다. 경인·부산·대구매일·광주일보 4개 지방지 사장들도 함께 갔는데, 제외된 지방지들이 반발하면서 청와대 홍보실이 곤경에 처했다. 일정이 끝난 뒤에는 4개사의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왕따'를 당하는 후유증을 남겼다. 노 대통령 때는 청와대 출입기자들만 동행했다.북한을 다녀온 특사 일행이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소식을 전했다. 만남의 장이 평양이 아닌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이라고 한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게 된다. 지난해 말에는 북한 병사가 5발의 총탄에 맞고서도 이곳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했다.1·2차 회담은 두고두고 논란이 됐다. 우리 정부가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막대한 돈과 물자를 북에 줬다는 비판이 나왔다. 북은 이 돈을 핵무기 개발 자금으로 썼다는 게 비판론의 핵심이다.3차 회담을 앞둔 분위기는 이전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명확한 의제를 논의한다. 평양이 아닌 판문점 군사분계선 남측 250m 지점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국제무대 공식 데뷔전이다. 미북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관심이다. 김정은은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며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밝혔다. 북한 옥죄기에 주력해온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도 일단 긍정적이다.김정은 위원장은 방북 특사 일행을 정중히 맞이했다. 만찬 뒤에는 차를 타고 떠나는 일행을 끝까지 배웅했다.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지만 이전과는 다른 한반도의 봄기운이다.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