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국제여성의 날'과 미투(Me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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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국제여성의 날'과 미투(Me Too) 지면기사

    올 초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로 25명 넘게 숨졌다. 4만2천명이 시위에 참여해 2009년 이후 가장 규모가 컸다. 실업과 물가 폭등과 같은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를 규탄하며 시작됐으나 최고 지도자와 기득권을 쥔 종교세력, 신정 일치 체제에 반대하는 주장으로 번졌다. 제2의 '아랍의 봄'이란 전망이었지만 기세가 한풀 꺾였다.시위에서 주목받은 건 여성들이다. 하얀색 히잡을 벗어 장대에 매달아 흔드는 여성의 SNS 영상은 반정부 시위의 상징이 됐다. 비다 모하베드라는 31세 여성은 히잡 착용을 강제하는 이란 현행법에 맞서 시위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그를 따라 히잡을 벗은 시위 여성이 늘고 있다.히잡은 이슬람권 여성들의 열악한 인권 현실을 대변한다. 남성들의 성욕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며 얼굴을 가리도록 했다. 여성의 자존감과 인격체로서의 주체 의식은 안중에도 없다.히잡을 벗자는 움직임은 파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웃한 중동 국가로 번지고 있다. 중동은 이제 민주화와 여성인권 신장이란 2개의 혁명 축이 가동되는 양상이다.8일은 국제(세계) 여성의 날이다. 여성의 정치적 자유와 평등을 위한 기념일이다. 1904년 3월 8일 뉴욕에서 열린 사회주의 여성 동맹의 여성 참정권 요구가 시작이었다.마침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한 폭로는 충격을 넘어선다.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비서는 "(안 지사가) 미투 얘기하며 미안하다 말하면서 그날 또 그랬다"고 주장했다. 안 지사는 직원들에게 "미투 운동은 남성 중심적 성차별의 문화를 극복하는 과정"이라며 "인권 실현의 마지막 과제로 우리 사회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그는 지사직을 전격 사퇴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출당·제명하기로 했다. 정치판과 차기 대선 구도를 뒤흔드는 메가톤급 사건이다.예년 같으면 덤덤했을 여성의 날이 올해는 별나게 다가온다. 화성을 탐사하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선 세상인데도 여성에 대한 인권 침해는 여전하다. 히잡을 벗어 던지고, 미투할 일이 없는 세상은 가능한 것인가. /홍정표 논설실장

  • [참성단]정치인의 출판기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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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정치인의 출판기념회 지면기사

    정치인들은 출판기념회를 찾는 이들에게 책을 무료로, 또는 정가에 비해 싸게 줄 수가 없다. 무료 기부행위로 선거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정가보다 책값을 더 내는 것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현금으로 10만원을 내든 100만원을 내든 신용카드를 긁든 내는 사람 맘대로다. 더구나 출판기념회때 거둬들이는 수익은 신고 의무도 없다. 정치인 출판기념회 책값은 선거법과 김영란 법을 교묘히 비켜가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그러니 정치인들은 신이 났다.정치인에게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을 확보할 절호의 기회다. 무한대로 모을 수 있다. 초청 인원 제한규정은 아예 없다. 유권자들이 제발로 찾아 오고, 거기에 정가보다 비싸게 책도 사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꿩먹고 알먹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치고 가재 잡고'다. 출판기념회는 정치인들이 누리는 최대 '특권'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출판기념회에 목숨을 건다. 더러 세 과시용으로도 이용된다.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정치자금을 모으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그래서다. 정치인들도 출판기념회가 민폐에 적폐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내부적으로 출판기념회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낯간지러웠던지 지난 19대 국회때 출판기념회 책을 정가에 팔도록 하고 수입 지출을 선관위에 신고하며 출판기념회 횟수를 제한하자는 '국회의원 윤리실천특별법안'과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유야무야 하다가 폐기됐다. 20대 국회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에서도 책을 정가에 팔도록 하는 개선책을 내놨지만 그 이후는 감감 무소식이다.이번 6 ·13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정치인들이 출판기념회를 열려면 3월15일 이전에 끝내야 한다.선거 90일 이전에는 정치인 출판기념회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아마도 전국적으로 같은 날 출판기념회가 열리는 것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을 것이다. 오는 3월10일 토요일이 그런 날이다. 말 그대로 '슈퍼데이'다.독서율 꼴찌인 나라에

  • [참성단]대북 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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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대북 특사 지면기사

    적대적 남북관계에서 7·4남북공동성명이라는 돌발적 해빙무드가 조성된 것은 특사외교의 성과였다. 1972년 5월 남한 박정희 대통령의 대북특사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은 가슴에 청산가리를 품고 평양에 들어가 김일성 북한 주석을 면담했다. 동시에 북한에서는 부주석 박성철이 서울에서 박 대통령과 만났다. 극비리에 성사된 남북 특사 교환의 성과는 남북이 자주 평화통일을 실현하고 민족대단결을 도모한다는 공동성명 발표로 공개됐다. 서울과 평양 상설 직통전화 설치, 남북조절위원회 구성 등 이후 남북관계를 관리할 조치들도 뒤따랐다.국제적인 데탕트 분위기에 편승한 남북 독재 정상이 벌인 이벤트는 남북 독재체제 강화에 악용됐다는 혹평에도, 한국전쟁 이후 남북이 서로 국가로 인정한 첫 남북합의라는 역사적 의미가 가볍지 않다. 또한 공동성명의 기본합의는 이후 남북합의의 기초로 활용될 만큼 남북문제 해결의 기본원칙을 담고 있다. 실제로 남북 특사외교를 통해 재개된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성안된 남북합의서인 '6·15 남북공동선언(김대중-김정일)'과 '10·4 남북관계의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노무현-김정일)' 모두 기본합의는 7·4 공동성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문재인 정부가 5일 대북특사를 파견한다. 이번 특사는 이전의 대북특사와는 수행해야 할 임무가 전혀 다르다. 이전 특사들은 남북 평화공존과 같은 관념적이고 기본적인 주제를 다루었고, 남북 통치 수반들의 소통과 만남을 성사시키는 임무에 그쳤다. 반면에 이번 특사단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대화, 미·북대화의 실마리를 잡아내야 한다. 과거의 북한이 아니다. "조선이 없는 지구는 필요없다"는 김정일의 유훈에 따라 핵무장을 완료한 북한이다. 우리 특사단에 쥐어보낼 메시지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요동칠 것이 분명하다.특사단이 대한민국 국적자 최초로 김정은을 면담할지 여부도 관심의 대상이다. 김정은이 대한민국 특사단과의 면담으로 국제외교 무대에 데뷔한다면 그 자체로 희망적인 메시지로 해석될 테고, 면담마저 불발되면 또 그 자체로 한반도 외교

  • [참성단]한국인, 멸종위기보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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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한국인, 멸종위기보호종? 지면기사

    국회 입법조사처는 2014년 한국인이 700여년 후 멸종위기를 맞는다는 수학적 예측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 담긴 한국인 멸종 시나리오는 이랬다. 당시의 합계출산율 1.19명을 유지할 경우 부산은 2413년, 서울은 2505년 마지막 아기의 탄생을 끝으로 신생아의 고고성이 사라지며, 2750년 한국인은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이다. 앞서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데이비드 콜먼 교수가 대한민국을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될 국가'로 지목한 때가 2006년이다. 모두 저출산의 저주에 걸린 대한민국의 어두운 미래에 대한 경종이었다.현재의 위기엔 민감하지만 미래의 위기엔 둔감한 법. 한국인 멸종 경고에 대한 한국인의 반응도 예외는 아니다. 7세기 후의 멸종을 체감하기 힘드니 후손들이 감당해야 할 비극을 농반진반 술자리 안줏거리 화제 정도로 소비했다. 그러는 사이 경종의 음량은 깊고 묵직해졌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17년 출생·사망통계가 심각하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현재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출산율 2.1명의 딱 절반이자, 2016년 1.17명 보다 10.3% 급감한 수치다. 2750년 멸종의 전제였던 1.19명보다는 11.8%가 떨어진 셈이니, 한국인 멸종 시한도 훨씬 앞당겨 수정돼야 할 지경이다.따지고 보면 먼 장래의 위기도 아니다. 현재의 초저출산 현상이 이어지면 인구정점 시기도 2031년에서 2027년으로 당겨진다니 10년 안에 저출산의 저주가 현실로 닥쳐올 수 있다. 노령인구는 급증하고 일할 청년은 사라지면서 경제는 활력을 잃을 것이다. 좌·우파 정부가 경쟁적으로 약속했던 현재의 복지혜택은 한 세대를 이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 한민족 멸종이야 먼 미래의 비극일지라도, 비극의 정점을 향할 때까지 겪어야 할 고초와 불행은 우리 세대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다.몇백년 후 한민족이 멸종위기보호종으로 쇠락해 국제사회의 보호, 관찰 대상이 된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이만하면 전국 주요도시에 한국인 멸종시점을 자정으로 맞춘 운명의 시계탑을 세워, 초저출산 민족의 디스토피아

  • [참성단]피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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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피로사회 지면기사

    "시대마다 고유한 질병이 있다"로 시작하는 철학자 한병철 교수의 저서 '피로사회'는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출간되던 2012년 무려 4만2천권이 판매됐다. 가히 '열풍'이라 할 만 했다. 출판 관계자들은 '새털처럼 가벼운 대중인문서가 판치는 출판계에서 벌어진 일대 사건'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피로사회'라는 제목이 판매에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누구나 고단한 피로사회에 살고 있다고 믿는 현대인들이 "맞아! 나도 피로해."라며 왠지 제목에 친근감을 가졌을 것이란 얘기다. 가령 쉽지 않은 책 '정의란 무엇인가'가 저자 마이클 샌델조차 놀랄 정도로 특이하게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것과 비슷한 경우다. 민주화를 이뤘지만 우리 사회가 아직도 정의롭지 못한 사회라고 믿는 사람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고 한 교수는 유명인사가 됐다. 한 교수는 현대사회는 '성과사회' '자기착취시대'라고 규정한다. 현대인은 "넌 할 수 있어!"라고 외치는 과도한 긍정성 때문에 죽을 때까지 일하며, 자신을 스스로 착취하면서도 실제 본인들은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어제 주당 근로시간을 최장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제는 아무리 수당을 더 준다 해도 52시간 초과하는 일을 시킬 수 없다. 그러므로 야근과 휴일 근무를 당연시했던 직장인 역시 업무 관행과 직장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이제는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업과 개인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생산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주어진 시간에 나름의 성과를 내야 한다. 한 교수의 지적대로 피로사회의 원인인 '성과주의'가 또다시 거론될 수밖에 없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육체적 피로는 줄어들겠지만, 근로자는 '성과'라는 또 다른 적과 싸워야 할 처지에 놓였다. 스트레스는 심화되고 피로감은 더 가중될지도 모른다.철학책 '피로사회'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규율

  • [참성단]군산의 봄, 인천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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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군산의 봄, 인천의 봄 지면기사

    지난 주말, 군산의 봄은 맛깔났다.'전국 5대 짬뽕'이라는 중식 집에는 아침부터 긴 줄이 섰다. 홍합과 바지락, 꼬막이 가득한 짬뽕 그릇을 다 비웠다. 불 향 은은한 국물이 배어든 면은 입안에 착 감겼다. 오전 10시를 지나자 대기 손님이 30명 넘었다. 모 방송국 3대 천왕에 나왔다는 한(韓)식당도 다르지 않다. 달고 시원한 소고기뭇국이 국보급인데, 육회비빔밥에도 자꾸 숟가락이 갔다. 알알이 씹히는 하얀 고두밥이 육회, 나물, 고추장과 어우러져 천상의 맛을 냈다. 신선이 노닐었다는 선유도를 자동차로 오갔다. 새만금 지나 연륙교 너머 빼어난 경관이 별천지다.관광객들은 군산의 봄을 맛보고 즐겼으나 시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시내 거리는 제너럴모터스(GM) 공장 폐쇄를 반대하는 현수막으로 도배됐다.군산시는 지난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이 멈추면서 5천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지난해 말 인구는 27만4천997명으로 전년보다 2천554명 줄었다. 올 들어서도 2월 10일 현재 439명이 또 줄었다. 지역은 5월 말 GM이 폐쇄될 경우 감소 추세가 더 급격화할 것으로 우려한다.GM의 철수배경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단순히 '낮은 생산성과 고임금'만은 아닌 게 분명하다. GM은 스웨덴과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먹튀'란 오명을 남겼다. 우리 정부에도 '지원 대책이 뭐냐'고 윽박지르듯 하고 있다. 적반하장격이다.인천 부평GM공장에도 먹구름이 짙다. 1만5천여명 직원은 2001년 '부평사태'가 재현될까 걱정이다. 당시 GM은 대우자동차 인수과정에서 1천750여명 부평공장 근로자들을 대량해고했다. 부평공장 협력업체는 1천여개, 이들까지 포함한 전체 고용인력은 3만여 명에 이른다. 인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나 된다.인천시가 26일 범시민 대표 간담회를 열었다. 서로가 "한국지엠 정상화를 위해 지역 역량을 결집하자"고 했을 뿐 타개책은 없었다. 정부도 우왕좌왕 행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홍정표 논설실장

  • [참성단]한국版 '스포트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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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한국版 '스포트라이트' 지면기사

    영화의 힘은 시나리오에서 나온다. 좋은 시나리오에 태작(태作)이란 없다. 토마스 메카시 감독의 '스포트라이트(spotlight)'가 그런 영화다. 좋은 시나리오 덕분에 2016년 아카데미영화상 작품상을 받았다. 각본상은 물론이다. 영화는 보스톤글로브지 기자들이 거대 세력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진실을 파헤치는 기자정신을 다룬다. 가톨릭 보스톤 교구 신부들 90여명이 조직적으로 아동성추행에 가담했다는 믿기지 않는 실화를 영화 소재로 삼은 것이 우선 놀랍다.지역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회의 속을 파헤친다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쉬운게 아니다. 영화에서 스포트라이트팀은 두가지에 주목한다. 타락한 성직자와 그들이 저지른 아동학대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것. "사과 몇알 썩었다고 사과상자를 통째로 버릴순 없지 않은가"라며 교회는 저항하지만 취재를 하면 할수록 성스러운 이름속에 감춰진 사제들의 추악한 얼굴은 드러난다.문화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종교계까지 확산되면서 영화같은 일이 우리에게도 벌어졌다. 천주교 수원교구 소속 한모 신부가 아프리카 선교활동에 함께 간 신도를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남수단으로 봉사하러 온 여성 신자의 방에 강제로 들어와 "내 몸을 나도 어떻게 할 수 없다. 그러니까 네가 좀 이해를 해 달라"며 추행을 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는 막강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이다. 쌍용차 사태, 세월호 비극, 한상균·이석기 양심수 석방 촉구선언대회 등에서 진리의 대변자로 자처해 온 인물이라 충격은 더 크다.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수원교구 교구장이 공개 사과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그건 대외용이고 정작 성당 신자들에겐 "사흘정도 보도거리만 없으면 이슈가 잠잠해 질테니 성당에 나오지 말라"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고 한다. 더욱이 한 신부의 만행을 다른 2명의 신부가 알고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영화 '스포트라이트'에서 팀장 월터는 이렇게 말한다. "다들 뭔가 있다는 걸 알면서, 아무도 나서지 않았지. 끝을 내야 해. 누구도 이러

  • [참성단]축제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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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축제는 끝났다 지면기사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끝나면 모두들 떠나 버리고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1980년 대학가요제에서 샤프가 불렀던 노래 '연극이 끝난 후'다. 곡이 나온 지 40년이 흘렀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며 지금까지 사람들이 부를지 그때는 그 누구도 몰랐다. 좋은 노래들은 여러 명의 가수에 의해 수없이 리메이크 되면서 생명력을 이어나간다. 이 곡이 그렇다. '연극'은 그저 상징일 뿐, 그 단어 대신 '사랑'이나 '권력', '인생'을 대치시켜도 공감되는 것이 이 곡의 매력이다. 인생이든 권력이든 끝나면 그저 허무만 남는 법이다. 평창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17일간 평창 강릉 정선 등지를 밝혔던 화려한 조명이 모두 꺼졌다. 선수들이 흘렸던 땀과 눈물과 탄식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는 온 데 간 데 없고 이제 우리만 남았다. 큰 행사를 겪은 후 남는 공허감은 신경림의 시 '농무(農舞)'에도 잘 표현된다.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 무대/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평창올림픽의 막은 내렸지만 걱정은 산더미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이번 올림픽을 이용해 남북화해를 갈망했던 정부의 집착은 오히려 올림픽의 감동을 반감시켰다. 개막식은 김여정, 폐막식은 김영철에 가려졌다. '평창올림픽은 김여정으로 시작해 컬링의 영미로 정점을 이룬 후, 김영철로 끝났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리는 것도 그런 이유다. '북에서 온 손님들'로 올림픽의 열기가 김 새버렸다는 얘기다. 올림픽 인프라 확충에 투입됐던 14조원의 재정을 누가 부담해야 할지는 차후 문제다. 더 큰 걱정은 더욱 심화된 남남갈등이다. 2002년 월드컵은 "대~한민국"을 부르며 온 국민이 하나가 됐지만, 평창 올림픽은 '남북정상회담'이 갑자기 끼어들면서 오히려 화합은커녕 국론 분열이 확대되고 있다. 화합의 지구촌 대 축제를 보러 온

  • [참성단]문화계 미투(Me too)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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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문화계 미투(Me too) 운동 지면기사

    한국인에게 성(性)폭력 담론은 이중적이다. 피해의식과 가해의식 어디쯤이라서다. 역사적으로 반도 여성의 수난은 늘 성폭력을 수반했다. 병자호란 때는 수많은 조선여인이 청나라에 노리개로 끌려갔다. 곡절 끝에 환국한 여인들은 '환향녀(還鄕女)'로 낙인찍혀 멸시받았다. 일제 때는 식민지의 소녀들이 일본군 위안부로 줄줄이 낯선 이국의 전선에서 희생됐다. 가난한 해방 한국의 소녀들은 미군 기지촌에서 국가의 방조 아래 성적 착취를 감수했다. 패전과 약소의 역사로 인한 여성의 수난사는 정조관념이 유난했던 한국인에게 남녀불문, 총체적 트라우마다. 한·일간의 위안부 문제 종식이 힘든 건 일본이 이를 간과해서다.한국 남성들은 여성에 대한 역사적 부채 때문이라도 근·현대화 과정에서 여성의 성을 존중해야 당연했다. 하지만 남성이 권력을 장악한 모든 분야에서 여성성을 유린하는 가해는 멈출 줄 몰랐다. 산업화 시대의 정치권력과 신흥자본의 성 의식이 그 수준이었다. 여성의 성이 상품으로 소비되는 시대가 그 시절 열렸다. 정인숙 사건 같은 권력의 성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고, 재벌들의 여성 편력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나 성 주체성에 대한 여성들의 각성이 이루어지고, 성폭력이 인권의 시각으로 다루어지면서 성폭력은 이제 근절해야 할 악으로 규정됐다. 이 과정에서 정계, 법조, 재계 등 지도층 인사가 성폭력 사범으로 대중의 지탄을 받았다. 오랜 기간 권력의 상층부를 구성했던 보수 인사가 대부분이었고, 이들은 인권에 반하는 보수적폐로 은유됐다.최근 문화계의 성폭력 스캔들에 대중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문화영역은 산업화의 주역 보수진영에 대항하는 민주화 세력 진보진영의 보루였다. 문화영역은 권력의 압제에 저항하고 대중의 지지를 획득하는 수단으로 유효했다. 성폭력을 비롯한 모든 권력의 폭력에 저항하는 진보적 가치가 문화예술 영역에서 숙성되고 확산됐다. 그랬던 문화계의 진보권력이 성폭력 피해 여성들에 의해 전복되고 있다. 문화계의 '미투(Me too)운동'은 남성의 여성 가해 역사에 저항하는 한국 여성들의 전면전 선포 아닌가 싶다.

  • [참성단]간호사들의 그늘 '태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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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간호사들의 그늘 '태움 문화' 지면기사

    간호사들 사이의 괴롭힘을 뜻하는 '태움 문화'가 주목받고 있다. 며칠 전, 서울 대형병원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발단이다. 그의 남자 친구는 '태움으로 불리는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태움은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으로,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괴롭히며 엄하게 가르치는 방식을 뜻한다. 마치 군대에서 선임병이 후임을 갈구는 것과 같은 유형으로 보면 된다.간호사들 사이에 태움이 싹튼 배경에는 직업적 특성이 작용한다. 생명이 오가는 병원 현장에서 신규 간호사의 작은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명분을 담고 있다고 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간호사 조직의 이러한 문화가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태움은 비단 간호사들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의사 사회에도 있고, 여자 승무원 사이에도 존재한다.대표 사례는 부산시 소재 대학병원 교수들이다. 한 교수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50여 회에 걸쳐 전공의 11명을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후배 전공의가 환자 관리를 잘못한다는 이유였다. 그는 후배들에게 대리 수술을 시키기도 했다. 그를 믿고 수술대에 오른 환자들에 대한 명백한 사기행위다. 피해자들은 앞날에 대한 불이익을 우려해 폭행 사실을 숨겼다고 한다. 또 다른 교수도 비슷한 시기, 10차례에 걸쳐 전공의 12명을 상습 폭행한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그는 당직실에서 후배 전공의에게 일명 '원산폭격'을 강요하고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로 엉덩이를 때렸다. 피해 전공의들은 고막이 파열되거나 온몸이 시퍼렇게 멍들었고, 피부가 찢어져 서로 상처를 꿰매준 사실이 드러났다.고도의 정신적 집중이 요구되는 의사들과 간호사들 사이 '태움'은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 훈육의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도 폭력과 따돌림, 집단 괴롭힘은 용납될 수 없다. 가르침을 빙자한 인격 살인이다. 대한민국 군대에서도 폭력과 얼차려가 없어진 세상이다.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