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추급권(追及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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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추급권(追及權) 지면기사

    "나는 그림 그리는 사람입니다. 재산이라곤 붓과 팔레트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만일 승낙하셔서 나와 결혼해 주신다면, 물질적으로는 고생이 되겠으나 정신적으로는 당신을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해 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나는 훌륭한 화가가 되고 당신은 훌륭한 화가의 아내가 되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 너무 가난해서 생전에 제대로 된 전시 한번 못했던 화가. 51세에 요절한 박수근이 김복순에게 보낸 청혼 러브레터는 지금 읽어도 가슴이 먹먹하다.박수근은 가난한 화가였다. 여름에도 겨울 옷을 입은 채 그림을 그렸고, 전쟁 중엔 미군 초상화를 그려 주면서 하루하루 연명했다. 20달러에 그림 한 점 팔면 행복했다. 낭만이나 관념 따위는 그에겐 사치였다. 행복하게 해준다던 아내는 툭하면 돈을 꾸러 다녔다. 선생님이 "너희 집은 뭘 해서 먹고 사냐"고 묻자 셋째아들은 "꿔서 먹고 살아요"라고 답했다.궁핍한 삶이 그대로 작품으로 이어졌다. 절제된 선과 단순한 색을 바탕으로 가난한 서민의 애환을 소박하게 그려냈다. 벌거벗은 고목 나무들, 시장 난전에 좌판을 벌인 아낙, 아이를 둘러업은 어린 소녀 등 한국인의 가장 친밀한 모습을 담아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인기가 높다. 지난주 옥션 경매에서 이중섭의 '소'가 47억원에 낙찰되기 전까지, '빨래터'는 45억2천만원으로 경매가 최고기록을 갖고 있었다.생전에 가난했으나 사후 그림값이 사상 최고라는 '그림값의 역설'을 증명하는 화가는 많다. 빈센트 반 고흐도 죽기 전까지 그림을 딱 한 점밖에 팔지 못했고, 이중섭도 찢어지게 가난했다. 사후 그림값이 폭등해도 화가는 경제적인 혜택을 누리지 못한 채 평생을 가난에 찌들어 살다 세상을 떠났다.가난한 미술가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권리를 확대하는 다양한 제도가 도입된다는 소식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추급권'이다. 팔린 화가의 작품이 또 다른 이에게 재판매될 때 그 대금 중 일부를 작가나 저작권을 가진 유족이 배분받을 수 있는 권리다. 유럽에선 3천 유로 이상 미술품에 한해 판매가의 0.25∼4%를 작가나 유가족에

  • [참성단]무슬림에 대한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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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무슬림에 대한 편견 지면기사

    이슬람교와 신도인 무슬림에 대한 편견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잔인한 테러행위 탓이 크다. 미국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특수부대가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지만, 알 카에다의 9·11 테러가 미국에 남긴 트라우마는 현재진행형이다. 그 알 카에다 조직이 한국의 이라크 파병을 시비 걸어 김선일씨를 참수해 우리와 악연을 맺은 건 2004년의 일이다. 당시 흥분한 네티즌들은 이슬람 사원을 겨냥한 돼지피 보복테러를 외쳤다. 구호에 그쳤기 망정이지, 실행됐다면 그야말로 이슬람 국가 전체와 척을 지는 외교참사가 발생했을 것이다.무슬림이 한국에서 겪는 가장 큰 고역이 돼지고기 상식(常食) 문화라 한다. 무슬림들이 매일 암송하는 신성한 경전 '코란'은 돼지고기 식용을 엄하게 금지한다. 코란은 무슬림에게 허용되는 '할랄'과 금지된 '하람'을 명시하고 있는데 '돼지고기와 죽은 고기, 피, 하나님의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죽인 동물의 고기'가 하람에 포함된다. 무슬림의 하람 식재료 기피는 신의 뜻에 따른 것이니 설득 대신 존중할 수밖에 없다. 중화사상의 중국도 무슬림 소수민족 학교에서는 할랄 식재료만 쓰는 이슬람 식당을 따로 운영할 정도다. 밥 가지고 분쟁을 일으킬 수야 없는 일 아닌가.할랄 산업이 글로벌 블루오션 산업으로 주목받은 지 오래다. 17억명에 달하는 무슬림을 겨냥한 마케팅 전쟁으로, 할랄 식품시장 규모만 7천억 달러를 훌쩍 넘는다니 당연한 일이다. 일본은 고래고기에까지 할랄 인증을 내주고, 공항에는 무슬림을 위한 기도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기업들의 할랄 시장 진출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할랄 인증을 지원하는 등 뒤늦은 추격전이 한창이다.그런데 해마다 경기도를 찾아온 20만명 안팎의 무슬림 관광객들이 밥 먹고 기도할 장소가 태부족이라니 한심한 일이다. 그 이유가 무슬림과 이슬람 테러리스트를 동일시하는 편견이 작용한 탓이라니 더욱 그렇다. 본디 이슬람교는 평화를 추구하고 공존을 지향한다. 어느 종교나 극단주의자는 있지만, 그들로 인해 종교의 참 가치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 [참성단]"진짜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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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진짜가 나타났다!" 지면기사

    하루 하루가 즐겁다. 골치 아픈 정치, 앞이 안 보이는 복잡한 외교, 날이 갈수록 쪼그라드는 경제. 하지만 그를 보면 이 모든 것이 눈 녹듯 사라져 버린다. 우리는 이런 타자 한명 쯤 갖고 싶었다. 강백호. 지금 프로야구계는 벼락같이 등장한 '괴물 신인'에 들끓고 있다. 그제 밤 수원이 들썩거렸다. 수원 kt위즈 파크에서 열린 두산베어스와의 2차전. kt위즈는 1회, 3회 각각 4점을 허용하면서 8실점. 상대가 누군가. 최강 두산베어스다. 경기는 끝난거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강백호가 있었다. 강백호는 장원준의 135㎞ 슬라이더를 우측 담장을 넘겨 가라앉은 분위기를 되살렸다. 경기는 20대8로 뒤집혔다. 중계 캐스터는 "진짜가 나타났다!"고 탄성을 질렀다. 그날 밤 스포츠 채널 프로야구 하이라이트에 출연한 해설자들 역시 이구동성으로 "진짜가 나타났다"고 흥분했다. 홈런 순위 1위는 둘째 치고 그가 날린 홈런 4개 중 3개가 기아의 헥터, 두산의 린드블럼, 장원준 등 팀의 에이스 투수들로부터 얻어낸 것이다. 헥터는 지난해 20승을 올린 투수다. 린드블럼은 2015년 210이닝을 소화한 리그 대표의 '이닝이터' 투수. 장원준은' 8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거둔 투수다. 강백호는 겨우 19세의 신인일 뿐이다. 신인드래프트에서 계약금 3억원에 SK에 1차 지명된 최정도 데뷔 해인 2006년 홈런 12개를 쏘아 올렸다. 당시 최정의 나이도 19세였다. 한국프로야구 사상 10대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김재현(21개), 이승엽(13개), 김태균(20개), 최정 4명밖에 없다. 그런데 강백호는 8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때렸다. 강백호는 수원 kt위즈 소속이지만 이와 무관하게 전국구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19세 괴물을 보러 관중들이 야구장을 찾을 것이다. 자칫 자만해 질 수도 있다. 선인들은 자신의 덕을 닦는데 게을리 하지 말라는 의미로 '소년등과(少年登科)'를 언급했다. 일찍 성취하게 되면 그 자리가 얼마나 귀한 줄 모른다. 삶이 자신의 손바닥 위에 있다고 착각하기도 한

  • [참성단]혼탁·과열… 민주당 공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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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혼탁·과열… 민주당 공천 전쟁 지면기사

    스탈린은 키가 작았다. 공식적으로 162㎝였다. 열등감이 심했고, 의심도 많았다. 심약하기까지 했다. 대신 질투심은 하늘을 찔렀다. 남이 자신보다 잘나면 그 꼴을 못봤다. 별로 힘들이지 않고 유려한 문장을 쓰고, 준비없이 즉석에서 현란한 연설을 하던 트로츠키가, 그래서 미웠다. 하지만 기억력은 뛰어나 사소한 원한까지 기억했다가 반드시 숙청했다. 그리고 반드시 그 흔적을 지웠다. 1937~1938년 두해동안 130만명을 체포해 68만명을 처형하고 나머지는 시베리아 수용소로 보냈다.러시아 혁명하면 떠오르는 역사적인 사진이 한장 있다. 레닌이 즉석에서 만든 연단에 올라가 대중을 향해 열변을 토하는 모습을 골드스타인(G.P.Goldstein)이 찍었다. 너무 극적이라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의 탄생을 알리는 역사적인 기록사진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연단으로 오르는 계단에 트로츠키의 모습이 찍혔다. 스탈린은 그게 마음에 거슬렸다. 레닌과 트로츠키가 친근해 보였기 때문이다. 우여곡절끝에 권력을 잡은 스탈린은 레닌이 죽은 후 그 사진에서 트로츠키의 모습을 지워버렸다.프로파간다(propaganda·선전)에서 사진 한장은 대중의 마음을 빼앗고 나아가 역사를 바꿀 수도 있을 만큼 폭발적인 힘을 갖는다. 사진이 조작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 분야의 대가 아돌프 히틀러는 프로파간다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선전은 진실을 섬겨선 안된다. 특히 진실이 적에게 유리한 상황을 조성할 수 있다면 더욱 그렇다."더불어민주당 지자체 후보들간의 경쟁이 과열 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제는 사진 한 장을 두고 이재명 전시장과 전해철 의원 지지자 사이에 논쟁이 붙었다. 이 전 시장이 사용한 홍보사진이 원인이었다. 이 전 시장 얼굴 뒤에 전 의원의 얼굴이 흐릿하게 들어간 사진이었다. 전 의원 지지자들은 "조롱당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전 시장 측은 "이유를 막론하고 명백한 우리 캠프의 책임"이라며 사과하고 홈페이지 등에서 문제의 사진을 내렸다. 그런데도 뒷말이 무성하다. 프로파간다였는지 아니면 단순 실수였는

  • [참성단]마시모 자네티의 '경기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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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마시모 자네티의 '경기 필' 지면기사

    세상에 크고 작은 권력과 권력자들에 대한 비판과 칭찬의 상투적인 비유로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자주 인용된다. 단원을 일사불란하게 장악하고 차이나는 연주능력을 조율해 자신만의 색을 가진 화음을 실현하는 지휘자를 이상적인 리더십의 전형으로 인식한 덕이다. 실제로 지휘자와 단원이 따로인 오케스트라의 불협화음은 끔찍하다. 갈등의 확대재생산이 특기인 한국 정치가 지휘자도 악보도 없는 망가진 오케스트라로 조롱받은지 오래거니와, 리더십이 실종된 한국 보수정당의 현실은 이에 꼭 들어맞는 형국 아닌가.훌륭한 지휘자의 리더십에도 유형은 있다.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주빈 메타는 단원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게 하는 소통의 리더십으로 유명했다. 지난해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던 리카르도 무티는 강력한 장악력으로 단원들을 지치게 한 모양이다. 2005년 라 스칼라 오페라 단원들이 "당신은 위대한 지휘자"라면서도 자신들을 파트너가 아닌 악기로 사용한다며 사임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들도 독보적 카리스마로 베를린 필의 종신 독재자로 유명했던 카라얀의 명성엔 못미친다. 하지만 지휘계의 황제로 칭송받던 그도 30년 전횡에 지친 단원들의 반발에 몰려 물러났으니 독재의 말로는 늘 이렇게 처연하다.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1997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외국인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를 영입했다. 베버와 바그너가 활약했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를 지휘했을 정도로 오페라에 정통한 인물이다.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경기 필은 놀라운 잠재력을 가진 젊은 오케스트라이고, 나에게도 굉장한 기회"라고 의욕을 보였다. 창단 이후 경기 필은 관립의 한계와 열악한 공연시설, 취약한 클래식 저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성장을 거듭해왔다. 특히 젊은 여성지휘자 성시연의 활약과 무티와의 협연으로 국내외 공연계의 중심으로 진입하는 성과를 냈다. 경기 필이 자네티를 통해 전통과 현대, 장르를 종합해 특별한 개성을 만들어내길 바란다. 물론 행정편의적인 지원에 머물러 있는 관립 운영체제의 혁신도 필수적이다. 서울시향의 정명훈 사태에서 보듯, 경영과 예술의

  • [참성단]잿빛 미세먼지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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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잿빛 미세먼지 대책 지면기사

    1952년 12월 4일. 아침 날씨는 화창했다. 바람 한줌 없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800만 런던시민의 석탄 사용량이 급증했다. 질 낮은 석탄이 뿜어내는 유황성분 가스는 그저 허공에 맴돌았다. 지면 근처의 대기 온도가 상층보다 낮은 기온역전현상때문이었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았다면,그리고 바람이 불었다면'이라는 가정법은 아무 소용없었다.이미 참사는 시작됐으니 말이다. 다음날이 문제였다. 매연(smoke)과 안개(fog)가 런던을 덮쳤다. 가시거리 0 . 짙은 안개에 익숙한 런던 시민들은 끔찍한 상황도 모른 채 안개로 축구 경기가 취소 될까봐 걱정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차를 끌고 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여기저기서 충돌 사고가 일어났다. 얼마나 안개가 심했던지 실제로 길잃은 사람들이 시각장애인의 안내를 받아 자신의 집을 찾아 갔다고 한다. 병원에는 호흡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줄을 이었다.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가장 먼저 희생됐다. 그날 1천명이 목숨을 잃었다. 12월까지 4천명이 죽고 다음해 후유증으로 8천명, 모두 1만2천명이 목숨을 잃었다. 어제 경인일보 2면에 실린 '미세먼지· 안개에 묻힌 송도' 사진은 충격이었다. 1952년 런던스모그 사진과 너무나도 흡사해서다. '잿빛 공포에 갇혀버린 시민 일상'이라는 헤드라인도 가슴에 와닿는다. 이제 미세먼지는 우리가 피할수 없는 생활의 일부가 된듯하다. 우리 스스로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해 마스크도 챙겨야 한다. 4~5월에 더 심해진다니 낭떠러지 앞에 서 있는 느낌이다. 이러다 우리 생애에 수채화처럼 맑고 파란 하늘을 볼 수 없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당시 영국 정부는 스모그가 사라진 후 사망한 사람은 독감에 의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듬해와 비교해 사망률이 4배 늘어났다는 것을 발견한 후, 뭔가 크게 잘못됐다고 느끼고 비로소 규제에 들어갔다. 대기오염방지법이 제정되고 부랴부랴 벽난로 사용을 금지 시켰다. 큰 대가를 치르고야 정신을 차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이제라도 정부는 연료정책과 배출가스 규제

  • [참성단]'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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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봄이 온다'(?) 지면기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혁명적인 사회주의 문학예술의 힘으로 부르주아 반동문화를 짓눌려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전역에서 대한민국 문화콘텐츠가 암시장을 통해 번지는데 대한 경고로 해석됐다. 북이 한국 대중문화를 '날라리 풍'으로 배격하는 데는 자유로운 기풍이 체제위협의 비수로 변할까 걱정해서다.대한민국 예술단의 4월 1, 3일 두 차례 평양공연이 주목받은 이유다. 4월 남북, 5월 미북정상회담을 앞둔 축하사절의 성격인 만큼 남측 예술단 공연장에서 보여줄 그들의 반응은 단순히 공연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의 의미가 있다.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이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과 평양공연 제목을 '봄이 온다'로 작명한 것도 공연 이후 전개될 3각 정상회담에 걸린 희망과 기대의 반영일 것이다. 두 사람 모두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핵심 문화참모 아닌가. 정치 이벤트 성격이 짙은 평양 공연이지만, 한반도에 봄이 오는 계기이길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다.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국의 기세가 심상치 않아서다. 최근 트럼프는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장을 국무장관에 지명한데 이어 존 볼턴을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에 내정했다. 둘 모두 대북 강경파이지만, 특히 볼턴은 북한 선제공격론을 앞장서 주장했던 대북 초강경 매파로 주목받았던 인물이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볼턴만큼 미국을 전쟁으로 이끌 가능성이 큰 사람은 거의 없다"고 걱정이고, 워싱턴포스트도 "볼턴의 북한에 대한 전쟁 옹호 발언은 이미 위험에 처해 있는 미·북 정상회담을 침몰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볼턴 변수로 인해 남북미 정상회담의 전망은 한층 불투명해졌다. 상대를 극한까지 밀어붙인다는 트럼프의 협상술과 사무실 책상에 핵단추를 올려놓았다는 김정은의 벼랑끝 외교술이 어떤 결과에 이를지, 착잡한 시절이다. 평양공연 '봄이 온다'가 역사적 남북미 정상회담의 화려한 개막공연으로 삼각 정상들의 마음을 녹여내길 바란다. 문재인, 김정은, 트럼프 세 정상의 회담이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를 거쳐 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

  • [참성단]새마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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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새마을 기 지면기사

    새마을 기의 녹색은 '녹색혁명', 황색원은 협동과 부(富),무한한 가능성을 표시한다. 녹색의 잎과 싹은 근면 자조 협동의 새마을 정신을 상징하고 있다. 최순실 재판이 한창이던 지난해 전국의 각 구청 민원실엔 새마을 깃발을 철거해달라는 민원이 잇따랐다. 지난해 9월 20일 수원 영통구청에 원천교에 설치된 새마을기 12개를 내려달라는 전화가 걸려 오기도 했다. 기를 훼손하는 일도 벌어졌다. "새마을 기를 보면 유신 독재가 생각난다"는게 이유였다. 실제 광주광역시는 지난 1월 새마을기가 "유신 잔재 논란이 있고,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시민 단체의 요구를 받아 들여 시청·구청·기초의회 청사에서 새마을 기를 모두 내렸다. 이재명 전 성남 시장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14일 뒤인 5월1일 새마을 단체에 양해를 구하고 성남시청 새마을 기를 내렸다. 그 자리에 노란 세월호 깃발을 게양했다. 경기도내 31개 시·군 청사에 새마을기가 사라진 곳은 성남시가 유일했다. 경인일보 21일자 경기판 23면에는 성남시청 광장에 4년만에 새마을기가 등장했다고 보도했다.이재명 전시장이 경기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지난 14일 사임한 후 시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이재철 부시장이 재 게양 결정을 내린 것이다. 지난해 12월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제4회 우간다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가 열렸다. 왼쪽 가슴에 한글로 선명하게 '새마을'이라고 쓴 초록색 새마을 옷을 입고 있는 우간다 새마을 지도자들이 식장을 가득 메웠다. 우간다는 현재 30여 개의 새마을운동 시범마을과 지도자 연수원까지 있을 정도로 새마을 운동에 푹 빠져 있다.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새마을 운동의 열렬한 신봉자다. 그는 2015년 유엔 회의에서 "지난 10년간 이뤄진 르완다의 고도성장은 한국의 새마을운동 덕분"이라고 연설까지 했다. 인종청소 대량학살로 유명한 르완다는 예전 악몽을 딛고 연 평균 8%라는 눈부신 성장을 기록하는 나라가 됐다. 지금도 전 세계의 수많은 공무원,학생,농민들은 새마을 운동을 배

  • [참성단]반갑다 야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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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반갑다 야구야 지면기사

    봄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하면 무엇이든 들뜨기 마련이다. 사람도 그렇다. 콧구멍으로 봄바람이 들어가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춘분에 쏟아졌던 눈이 3월 대설이라는 기록을 세워도, 오는 봄을 막을 수 없다. 떠나는 겨울의 마지막 용틀임도 봄 앞에선 두 손을 들고 항복을 선언해야 한다. 봄이다. 이제 대지는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온갖 꽃들이 내뿜는 향기로 숨이 막혀 버릴 것이다.꽃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가 봄을 그토록 기다린 이유는 또 있다. 지금 수원과 인천을 들썩거리게 만드는 그 이유, 야구 때문이다. 봄은 야구와 함께 온다. 야구는 봄을 알리는 전령사다. 장장 5개월의 동면(冬眠). 야구가 없어 지루하기 이를 데 없는 시간이었다. 스포츠 중 시즌 오픈과 한 해의 시작이 맞아 떨어지는 종목중 야구가 대표적이다.내일 2018 프로야구 개막을 알리는 팡파르가 울린다. 예년보다 2주일이 빠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시안 게임 때문에 8월 18일부터 9월 2일까지 리그를 잠시 중단하기 때문이다. 시범경기가 총 40경기로 축소된 것도 그런 까닭이다. 지난해 꼴찌였던 수원 kt위즈에 큰 변화가 왔다. 우선 황재균이 11년 만에 수원구장으로 돌아왔다. 2007년 그는 현대 유니콘즈의 유니폼을 입고 수원 야구장에서 2번 타자 유격수로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또 있다. 두산의 에이스였던 더스틴 니퍼트도 kt유니폼을 입었다. 초대형 신인 타자 강백호도 데뷔전을 치른다. 타자 라인업만 따지면 국내 최고다.왼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하고 2년 만에 돌아온 인천 SK 와이번스 김광현은 머리를 삼손처럼 길렀다. 그의 위력투가 그 머리카락에서 나올지도 모른다. 뉴욕 메츠의 노아 신더가드와 닮았다. 여기에 메릴 켈리, 앙헬 산체스.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에이스급 세 명의 투수로 선발진을 꾸렸다. "무슨 야구를 갖고 그러냐"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야구는 축구를 제치고 우리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다. 지난해 무려 840만688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골치 아픈 국내·외 복잡한 문제들을 잠시 잊

  • [참성단]뉴미디어의 디스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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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뉴미디어의 디스토피아 지면기사

    모이제스 나임이 '권력의 종말'에서 언급한 대로 '모두가 보도하고 모두가 결정'하는 미디어 홍수의 시대다. 누구든 주장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앱을 여는 것 만으로 충분하다. 수백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SNS 리더들은 실제로 신문, 방송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에서 뉴욕타임스 등 진보적인 전통 미디어에 자신의 트위터로 맞서더니, 얼마전에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트위터 메시지로 해고해 화제가 됐다. 4천700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트럼프는 걸어다니는 거대 미디어다.30억명 이상의 세계인이 SNS에서 소통하는 TGIF(트위터·구글·아이폰·페이스북) 시대가 가능해진 건 기술 혁신 덕분이다. 스마트폰을 열어 구글의 검색엔진을 통해 정보를 취득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에서 메시지를 발신하는 세상이 열리는데 한 세대가 안 걸렸다. 반면에 페이스북 같은 기술 기업들이 엄격하게 작동됐던 미디어 윤리규범을 전복하는데 따른 논란은 이제야 한창이다. 직접 민주주의의 확장 등 장점을 앞세우는 낙관론과 SNS에 유통되는 개인정보를 독점한 '빅브라더'의 출현을 우려하는 비관론이 교차한다.묘한 시점에 페이스북이 대형사고를 쳤다. 정치 컨설팅 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가 5천만명의 페이스북 이용자 정보를 가공해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사용했다는 의혹이 보도되면서, 당일에만 39조원의 시가총액을 날렸다. CA 최고경영자 알렉산더 닉스는 고객을 가장해 잠입취재에 나선 영국의 한 언론에 전 세계에서 펼친 정치공작 실적을 자랑했다. 기술이 발전하면 권력도 진화한다. 소수권력이 SNS 빅데이터를 독점하거나 찬탈해 사람을 통제하는 순간, 조지오웰의 디스토피아 '1984'의 문이 열릴 것이다.남 얘기가 아니다. SNS가 진영간의 손가락 전쟁터로 전락하고, 네이버와 다음 등 신흥 미디어는 댓글 조작설에 시달린다. 미투 피해자를 향한 집단 린치에서 뉴미디어의 잔인한 민낯을 본다. 인간은 사라지고 감정 없는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