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별이 지다
    참성단

    [참성단]별이 지다 지면기사

    노마 데스먼드는 텅 빈 저택에 유폐된 여왕처럼 살아간다. 이미 대중의 갈채도 환호도 모두 사라졌다. 화려했던 옛날은 그저 덧없이 허공에 흩어지는 연기 같은 것. 영화가 제작된 지 60여 년이 흘렀지만 데스먼드역을 맡은 글로리아 스완슨의 소름 돋는 연기, 특히 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그 마지막 장면은 지금도 우리 기억에 남아있다. 빌리 와일더가 영화 '선셋 대로(Sunset Blvd.)'에서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천하를 호령한 대 스타라도 시간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다는 것, 흘러간 물로 다시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는 평범한 자연의 섭리였을 것이다. 할리우드까지 멀리 갈 것도 없다. 우리도 대 여배우를 갖고 있다. 최은희다.젊어서 과부가 된 어머니와 죽은 아버지의 친구간 애틋한 사랑을 다룬 주요섭의 소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가 발표된 것은 1935년 일제 치하때였다. 과부의 사랑이 흉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랑거리도 아닌 시절이었다. 주요섭은 당대 소설가 중 여성 심리를 묘사하는데 단연 일인자였다.그로부터 사반세기가 지난 1961년 이 작품은 동명으로 영화화됐다. 감독 신상옥, 어머니 역에 최은희, 촬영은 수원시 팔달구 남창동 24번 1 정준식의 집에서 진행됐다. 방화수류정 등 수원이 배경이었다. 영화는 큰 성공을 거뒀다. 원작도 좋았지만 그래도 흥행의 1등 공신은 당대 최고의 배우 최은희가 큰 역할을 했다. 신상옥·최은희 콤비의 필모그래피중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성춘향'·'빨간 마후라'와 함께 언제나 맨 앞을 장식한다.최은희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92세. 1960년대를 전후로 엄앵란, 김지미와 함께 한국 영화 황금기의 스크린을 누빈 톱스타였다. 78년 신상옥 감독과 차례로 홍콩에서 납치돼 북한에 머물다 8년 만에 탈출하는 등 '삶 그 자체가 영화'였을 정도로 극적인 삶을 살았던 배우. 생전에 늘 "되돌아보면 내 삶은 기적의 연속이었다"고 말한 최은희는 1926년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나 생전에 13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3편의 영화를 감독했다. 언제나 큰

  • [참성단]정권의 결정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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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정권의 결정장애 지면기사

    결정장애는 넘쳐나는 정보와 기회에 갇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현대인의 심리현상을 설명하는 신조어다. 지난해 한 취업포털 업체는 직장인 80.6%가 결정장애를 겪었다는 설문조사를 밝혔는데, 메이비족(Maybe族)은 이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독일 저널리스트 올리버 예게스가 '결정 장애세대(Generation maybe)'에서 처음으로 쓴 단어로, '글쎄요'라며 결정을 유보하는 신세대의 경향을 규정한 것이다.사람들의 심리는 시장에 반영된다. 소비자의 결정장애를 치유하는 메뉴가 넘친다. 짜장면과 짬뽕 사이의 딜레마는 짬짜면으로 극복했고, 치킨집의 '양념반 프라이드 반' 메뉴는 위풍당당하다. 커피 마저도 컵을 반으로 나누어 아메리카노와 라떼를 반반 담아주기에 이르렀으니 가히 듀얼푸드의 전성시대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한판 위에 육·해·공 식재료가 한꺼번에 올라간 한국형 피자에 이탈리아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낀다고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저녁 회식 메뉴와 장소를 찾기위해 수많은 먹방프로그램을 순회하며 탈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결정장애를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남에게 결정을 위임하는 것이다. 결정 과정의 스트레스는 물론 결정의 결과에 따르는 책임을 벗어던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결정의 위임은 주체의 상실로 이어진다. 자기의 결정을 미루는 사람은 사회적 신뢰를 잃기 쉽고, 사회성을 잃은 사람이 행복할리 없다. 미국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우유부단함이 습성화된 사람 보다 불행한 사람은 없다"고 말한대로다.최근 권력핵심의 결정장애 현상이 눈에 띄어 걱정이다. 김상곤 부총리의 교육부는 대입제도개편안의 결정을 국가교육위원회에 미뤘다. 국방부는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 필요한 장비반입 결정을 시민단체의 반대농성으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압권은 청와대다. 김기식 금감원장 거취 결정을 중앙선관위에 위임했다. 결국 선관위는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장고 끝에 김 원장의 '5천만원 셀프 기부'에 대해 위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 원장은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 [참성단]철없는 자매(姉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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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철없는 자매(姉妹) 지면기사

    삼성 창업주 호암(湖巖) 이병철 회장은 철저하고 빈틈이 없는 성격이었다. 엄격한 유교적 가풍을 중시했다. 웬만해선 자식들과 겸상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산(峨山)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화목'을 중시했다. 새벽 5시가 되면 청운동 자택에서 자식들과 아침 식사를 같이했다. 연암(蓮庵) 구인회 LG 창업주는 "한번 사귀면 헤어지지 말고 부득이 헤어지더라도 적이 되지 말라"는 말을 철칙으로 삼았다. '신뢰'가 경영의 최고 미덕이라고 여겼다. 공동창업주였던 허준구 회장과 그룹이 분리될 때 단 한마디의 잡음이 들리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다. '재벌'은 여전히 애증의 대상이지만, 이렇듯 재벌 1세대들의 뚜렷한 경영철학은 우리나라가 경제 대국이 되는 밑거름이 됐음은 부인할 수 없다. 1956년 10월 36세 한진상사 조중훈 대표는 '책임제 수송계약'을 들고 미군 고위층을 찾아갔다. 운송 도중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이유 불문하고 전액 변상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덕분에 미군용 캔맥주 운송을 맡게 됐다. 계약기간 6개월. 대금 7만 달러. 조 사장의 좌우명은 "처음에 얻지 못한 신용은 나중에도 얻기 힘들다"였다. '신용'을 최우선 덕목으로 휴일도 없이 수송업무를 강행했다. 단 한 번의 계약 위반도 없었다고 한다. 그때 얻은 신용으로 베트남에 진출해 지금의 한진그룹이 됐다. 생전에 정석(靜石) 조중훈 창업주는 그 어느 그룹 회장보다 직원들에 대한 사랑이 극진해 존경을 받았다.조양호 현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갑질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회의 도중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을 뿌렸다는 것이다. 평소에도 나이 많은 간부급 직원에게 막말을 해왔다고 한다. 조 전무는 2014년 '땅콩 회항사건'으로 사회를 들끓게 한 조현아 칼 호텔 네트워크 사장의 친여동생이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철없는 자매(姉妹)다. 인성이 이런데 경영능력이 있을 리 없다. 갑질을 하는 것은 자신이 스스로 함량 미달임을 감추기 위해서다. 이 자매들이 정석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

  • [참성단]大學入試變遷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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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大學入試變遷史 지면기사

    미국사를 뒤집으면 '인디언 멸망사'라는 말이 있다. 아마 한국사도 뒤집으면 '대학입시변천사'쯤 될 것이다. 대학진학률 90%가 보여주듯 대학입시에 대한 우리 국민의 관심은 언제나 늘 뜨겁다. '맹모 삼천지교'를 앞세우며 옥답을 팔아 자식을 키운 우리 부모들이다. 이 뿐인가. '교육 백년지대계'는 초등학교만 나와도 아는 상식적인 용어가 됐다.1954년 대입 '국가 연합고사'가 치러졌다. 첫 국가시험이라 느슨했는지 커닝 소동이 터지면서 시험은 무효처리됐다. 1968년 사립대학 입학부정이 문제가 되자 대입 4개월을 앞두고 '대학예비고사' 실시를 발표했다. 그래서 69학번이 날벼락을 맞았다. 군이 정권을 잡은 1980년 7월 30일. 국보위는 과외폐지를 골자로 하는 '7·30 조치'를 발표했다. 1981년 졸업정원제와 내신이 도입됐다. 1982년 예비고사가 폐지되고 '대학입학 학력고사'가 실시됐다. 학력고사는 1994년에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변경됐다.대학입시변천사를 논할 때, 단연 으뜸은 김대중 정부 때의 이해찬 교육부 장관일 것이다. 1998년 10월 이 장관은 야간 자율학습과 월간 모의고사를 폐지하며 '당구 하나만 잘 쳐도 대학을 갈 수 있다'는 '대학 무시험전형' 확대를 선언했다. 입시지옥에 시달렸던 학생과 학부모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첫 적용인 2002학년도 수능생들, 삼풍백화점·성수대교 등 슬프고 끔찍한 사고를 보며 자란 1983년생 '이해찬 세대'는 역대 최고 어려운 시험지를 받아들고 멘붕에 빠졌다. 그 후 '이해찬 세대'라는 고유명사는 진보정권 집권 기간 내내 '무능 정권'을 상징하는 조롱의 대상으로 쓰였다.여기서 끝이 아니다. 2004년 노무현정부가 사교육비 경감 대책으로 내놓은 EBS와 수능 연계로 학생들은 내신, 수능, 논술을 모두 챙겨야 하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을 겪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선 거기에 '학생부 종합전형'까지 더해졌다. 이렇게 해방 이후 대학입시는 16번 바뀌었다.교육부가 그제 2022학년도 입시안을 공개했

  • [참성단]김기식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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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김기식 사태 지면기사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로비성 해외출장 파문이 심상치 않은 정치적 사태로 번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내로남불'형 이중적 도덕률의 수많은 사례에 하나 더 보태는 선에서 끝날 듯 싶더니,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 논란으로 확대된 것이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로맨스'라 주장하지만 야당은 '불륜'으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여론은 사태의 전개를 주시하고 있다.부적절한 해명이 불씨를 키웠다. 김 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국민세금을 지원받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경비로 여비서와 외유성 출장을 다녀오는 등 세차례의 무상 외유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에 대해 청와대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민주당은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이라고 보호막을 쳤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KIEP의 실패한 로비'라고 거들었다. 당사자인 김 원장은 출장에 동행한 여비서의 역할이 '정책총괄자'라 했다. 도덕성을 묻는 질문의 본질을 자의적인 법과 관행의 해석으로, 현란한 수사로 외면한 셈이다. 결정적으로 김 원장의 정책총괄 비서의 당시 신분은 인턴으로 밝혀졌다.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서 잉태됐다. 권력의 비도덕성에 절망한 국민이 대안 부재 상태에서 선택한 권력이다. 도덕적 순결의 의무는 그만큼 엄중하다. 전 대통령과 전전 대통령이 적폐의 상징으로 전락해 구치소에 수감된 초현실적 상황은 권력의 도덕성을 회복해야 할 문재인 정부의 책무를 상기시킨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꾸준히 70%를 유지하는 동력은 권력의 새로운 전범(典範)을 갈구하는 대중의 소망이다. 민심은 '김기식 사태'를 문재인 정부의 도덕적 우월성을 검증할 잣대로 활용할 수 있다.청와대와 민주당이 자신들이 어부지리로 획득한 도덕적 권위의 엄중함을 인식했더라면 여기에 이르렀을까 의문이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는 "김 원장의 외유가 관행이라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것도 관행 아니냐"고 힐난했다. 이 질문은 청와대와 여당이 자문자답했어야 옳았다. 김기식의 관행과 박근혜의 관행이 뒤섞이면 문재인 정부와 전 정

  • [참성단]삼성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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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삼성의 굴욕 지면기사

    삼성 제품들이 전 세계 판매장에서 찬밥 신세를 당한 적이 있었다. 세일을 해도 팔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제품의 질이 형편없었던 게 문제였다. 팔리지 않는 제품은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이를 본 이건희 회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1993년 삼성 이 회장은 LA, 오사카, 도쿄, 런던에서 장장 4개월에 걸쳐 1천800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신경영을 설파하며 다녔다. 그리고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는 혁명적인 연설을 한 후 '양보다는 질'을 우선하는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단행했다.1995년 무리하게 출시를 서둘렀던 애니콜 휴대폰의 불량률이 12%로 치솟자 구미공장에서 15만대를 쌓아놓고 불태웠다. 이른바 '애니콜 화형식'. 이런 과정을 겪고 삼성은 IMF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그 후 삼성 특검과 심근경색으로 이 회장이 쓰러지면서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맞았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이 부회장이 구속과 석방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런 삼성이 최근 삼성전자와 삼성증권 등에서 사고가 잇따르면서 굴욕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9일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의 정전사고, 같은 달 19일 삼성물산이 시공한 평택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추락 사망 사고, 이달 6일에는 삼성증권의 100조원대 주식 배당 사고 등 한 달 사이 큰 사고 세 건이 발생했다. 여기에 노동조합 와해 의혹, 반도체공장 환경보고서 공개 논란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과거에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이 같은 일들은 미래전략실 해체가 결정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사라지면서, 삼성 특유의 관리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매도금지' 지시를 받고도 잘 못 들어온 주식을 버젓이 팔아치우는 삼성증권 임직원들의 모럴 해저드를 컨트롤타워 부재 때문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이번 사태로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는 삼성그룹에 대한 신뢰는 크게 떨어졌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자칫 삼성병원에서 발생한 메르스 같은 사태를 맞을지도 모른다. 지금 삼성이 이 굴욕을 떨쳐 내려면 솔직

  • [참성단]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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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여론조사 지면기사

    선거철이면 봇물 처럼 쏟아지는 게 여론조사다. 이제 여론조사 없는 선거는 불가능하고, 급기야 정치적 의사결정 수단으로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 현 정부가 공론조사방식으로 신고리원전 5, 6호기 건설을 재개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여론조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많다. 지표로서의 한계 때문이다. 여론조사는 현안에 대한 대중의 입장을 확인하는 실시간 지표로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장시간을 두고 실현해야 할 비전이나 목표는 실시간 지표로 확정하는데 한계가 있다. 원전 유지에 대한 정부 입장을 여론조사 형태인 공론조사로 결정하는게 맞느냐는 논쟁이 벌어진 이유다.조작과 왜곡으로 특정 집단의 이익 추구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는 점도 여론조사의 맹점이다. 선거 때 마다 여론조작 시비가 발생하는데 주로 추출 표본과 의도된 설문이 증거로 도마에 오른다. 신고리원전 공론조사 설문도 비슷한 시비에 시달렸다. 종종 여론조작을 감행하는 권력에게 여론조사는 조작을 위장하는 악행의 도구다. 미국 부시 정부 시절 이라크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한 여론조작 시도가 있다. 장막 뒤에서 여론을 조작하는 당시의 스핀닥터는 백악관 참모 칼 로브였다. 스핀닥터들의 여론조작 수법이 왝더독(Wag the dog)이다. 대중을 부정적인 여론에서 분리하기 위해 끊임없이 대형 이슈를 조작해 생성하는 수법이다. 사건을 사건으로 덮는 영화속 악질검사의 수법이다. 조작하기로 작정한 여론을 여론조사로 포장하면 대중이 눈치채기는 정말 힘들다.여론조사 결과 자체가 여론에 미치는 영향도 경계해야 한다. 밴드왜건 효과는 여론조사 결과 드러난 다수의 의견이 확장되고 강화되는 현상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소외를 견디지 못해 다수 의견을 추종하거나 아니면 침묵한다. 그 결과 실제와 다른 여론의 편향이 가능해진다.그래도 선거에서 여론조사는 침묵하는 민심을 가늠해 볼 유일한 수단이다. 경인일보가 어제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남경필 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3명에게 모두 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 지사 진영에는 비상사이렌이 울렸을테고, 민주당 예비후

  • [참성단]銃聲 없는 戰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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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銃聲 없는 戰爭 지면기사

    그 어떤 총성도 들리지 않았다.그렇다고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미·중 무역 전쟁은 총소리 한방 없이, 스텔스 전폭기 처럼 조용하고 은밀하게 세계 경제 여기 저기에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무역전쟁을 '무기 없는 전쟁'이라고 하는 이유다. 1929년 대공황으로 미국 경제가 붕괴하자 당시 다수당이던 공화당은 수입품에 평균 20%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럼에도 경제는 더 악화됐다. 다른 나라들도 앞다퉈 보복관세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1차대전 배상금과 대공황으로 국가 파산 직전까지 몰린 독일은 예정대로 군국화의 길로 나섰다. 지역마다 내전, 국지전이 일어나더니 2차대전으로 확대됐다. 미·중 무역전쟁은 지난해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균열조짐을 보일때 예견됐다. 하나의 경제권이라고 해도 의심의 여지가 없었던 두 나라였다. 하지만 트럼프가 멕시코산 제품에 수입 관세를 20% 물리고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했을 때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1차 점령지가 멕시코라면, 최종 상륙지는 결국 중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불행하게 예상은 적중했다. 미·중 무역 충돌로 세계 경제는 패닉에 빠졌다. 대공황 이후 70여 년간 유지해 왔던 자유무역질서에도 심각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교역의 담을 높일 수 있다는 배타주의가 각국으로 확산 되고 있어 걱정은 더 크다.문제는 세계 6위 수출대국인 우리다. 백악관은 중국과의 전쟁에 동맹국들과 공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 역시 미국 편에 서도록 압박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겠다는 심사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서글픈 숙명 앞에서 또 다시 방황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제 우리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대책없이 전쟁에 임하면 백전백패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치밀하고 전략적인, 만반의 대책을 마련해 두고 있는가. 그게 걱정이다.

  • [참성단]박 전 대통령 1심 선고 생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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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박 전 대통령 1심 선고 생중계 지면기사

    1960년 5월 아르헨티나에 숨어있던 아돌프 아이히만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체포됐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럽 각지에서 유대인을 체포해 수용소 강제 이주를 지휘한 특급 나치 전범이었다. 이듬해 4월 11일 그는 이스라엘 법정에 섰다. 이 재판은 전 세계 37개국에 생중계됐다. 재판 첫 날 법정 서기는 15개의 죄목을 읽어 내려갔다.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수백만 명 학살. 리투아니아 8만 명 학살, 라트비아 3만 명 학살,우크라이나 7만5천명 학살…. 아이히만은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행위에 대해 속죄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내가 뭘 잘못했지? 시킨대로 했을 뿐인데"하는 표정이었다. 현장에 있었던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그의 모습에서 '악의 평범성'을 읽어냈다. 아이히만의 섬뜩한 표정은 수용소에서 살아 난 유대인들의 생생한 증언과 함께 고스란히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그리고 1962년 5월 31일. 텔아비브 외곽의 라믈레 교도소에서 아이히만의 사형이 집행됐다. 2015년 부천영화제에서 상영된 '아이히만 쇼'는 이 재판 과정을 생중계한 제작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백인 전처와 그의 연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미국 프로 풋볼 스타 O J 심슨 재판은 1994년 6월부터 1년 4개월 동안 생중계됐다. 그 기간 미국인의 눈과 귀는 TV 화면에 집중됐다. 모든 정황은 심슨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흑인의 우상이었다. 드림 팀이라고 불린 그의 초호화 변호인단은 사건을 '인종차별의 관점'으로 몰고 갔다. 작전은 주효했다. 그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만일 재판이 생중계되지 않았다면 상황은 바뀌었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1심 판결이 오늘 TV로 생중계된다. 사법사상 처음 열리는 하급심 생중계인데다 다른 사건의 선례가 될 수 있어서인지 관심이 뜨겁다. '무죄 추정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과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불출석이 확실한 가운데 안 하느니만 못한 중계라는 말도 나온다. 아무튼 오

  • [참성단]김영철의 의도적 무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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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김영철의 의도적 무례 지면기사

    대한민국 예술단이 평양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4일 새벽 귀국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첫 공연을 관람하고 "북과 남의 온 민족에게 평화의 봄을 불러왔다"면서 '가을이 왔다'는 주제로 북한 예술단의 서울공연을 즉석에서 제의했단다. 평창올림픽 이후 김 위원장의 파격행보는 4·27 남북정상회담과 5월 미북정상회담으로 그 실체가 드러날테니 '가을이 왔다' 공연이 실현될지는 그 때 가서 볼일이고, 그의 심복 김영철의 천안함 발언은 워낙 무례해 간과하기 힘들다. 김영철은 지난 2일 공연취재 제한에 항의하는 우리측 기자단에게 사과한다며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입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2010년 천안함 폭침은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 잠수함의 어뢰에 격침된 것으로 공식 확정한 사건이다. 대한민국은 46명의 전몰 수병에게 1계급 특진과 함께 무공훈장을 수여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5년 야당 대표로서 천안함 폭침이 북한소행임을 확언했으니, 대한민국 공식 입장을 그대로 승계한 것이 분명하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 2월28일 국회에서 천안함을 폭침시킨 북한 잠수정이 정찰총국 소속이라고 밝혔고, 당시 정찰총국장이 바로 문제의 김영철, 북한 노동당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다.김영철의 발언은 농담도, 조롱도 아닌 의도적 발언으로 봐야한다. 대한민국에서 천안함 폭침이 어떤 사안인지 대남통일전선전략 지휘 책임자인 그가 모를리 없다. 남측 일각의 음모론으로 천안함 폭침사건이 보수-진보 대립의 불씨라는 사실을 잘 알고 활용하는 지위에 있다. 김영철은 자신의 발언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의 반응을 떠본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정부가 침묵하든, 반발하든 모든 대응카드가 있었을 것이다. 침묵에 대한 대가는 3일자 노동신문 사설이었다. 천안함 사건은 "남조선 보수패당이 조작해낸 모략극"이라며 정부에게 "경망스럽게 놀다가는 큰 코 다친다"고 경고했다.남한 예술단의 평양공연에 김영철과 노동신문이 첨부한 '천안함' 메시지는,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향후 남북관계 전반에 북의 통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