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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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태극기 없는 평창 지면기사
대만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따면 하염없이 운다. 30%는 기쁨, 70%는 대만(중화민국) 국기(靑天白日旗)를 못 올리고 애국가 '싼민주이(三民主義)'가 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왜? 같은 나라라는 중국의 압력 탓이다. 국명을 달리 쓰려면 'Chinese Taipei'로 하라는 거다. 국기를 못 올리고 흔들지 못하는 건 망국(亡國) 때다. 그 단적인 예가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의 손기정, 그 통한의 가슴팍 일장기였고 시상대에 울려 퍼진 일본 천황 찬양가 '키미가요(君が代→군주, 즉 천황이 통치하는 시대라는 뜻)'였다. 전쟁에서 항복했을 때도 국기는 처참하게 내려진다. 지금 대한민국이 그런 경우인가. 2011년 MB정권 때 어렵게 유치한 평창올림픽에 왜 태극기가 없는가. 금메달 시상식에도 애국가가 아닌 '통일의 노래'나 아리랑을 부를 참인가. 전국 관공서에 펄럭이는 태극기도 한반도 기로?러시아가 국기와 국장(國章), 국가를 차단당한 건 금지약물 집단복용 탓이다. 그런데 한국이 왜? 지난 31일 스키 선수단이 마식령 스키장 공동 연습을 위해 9천만원 전세기로 북쪽으로 날아갔지만 연습은 단 2시간이었다고 했다. 정신 나간 짓 아닌가. 더구나 가슴 태극기도 떼고 'Korea'도 가리라고 했다는 거다. 호주 건너 남태평양 소국 피지의 바이니마라마 총리가 국기를 바꾸려던 이유는 식민지시대 영국 국기 유니언잭과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국기 변경을 단념했다. 재작년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피지의 7인제 남자 럭비 팀이 피지 역사상 첫 금메달을 땄고 그 때 게양되는 국기에 너무나 감격, 펑펑 눈물을 흘리면서 국기 변경 의도가 눈 녹듯 사라졌다는 거다.국기를 거역, 부정할 수는 없다. 국민도 아니다. 한반도 기는 국기가 될 수 없다. 그걸 흔드는 건 형법 제105조 국기모독죄(5년 이하 징역)에 해당한다. 평창 내내 '동족'을 부르짖겠지만 남북 이질화는 회복 불능이다.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 김정일 플래카드가 비에 젖었다며 엉엉 운 게 북측 양궁 응원단이었다. 평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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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솔피 노래(海狼行) 지면기사
다산(茶山) 정약용은 1818년 8월, 18년 동안의 귀양살이를 끝내고 고향인 마재 마을(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로 돌아왔다. 그의 나이 57세 때였다. 그러니까 2018년은 다산이 유배생활을 마치고 돌아온지 꼭 200주년이 되는 해다.그는 평소 정조(正祖) 임금을 성인으로 여기며, 그와 같은 시대에 태어난 것에 대해 감사해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조의 죽음은 그에게 너무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정조가 죽은 지 1년 뒤 겨우 목숨을 건져 경상도 장기(포항)로 유배를 갔을 때 다산은 '해랑행(海狼行)'이라는 시를 지었다. 해랑(海狼)은 '살인고래'라고 불리는 '범고래'를 지칭하는 말인데, 옛날에는 '솔피(率皮)'라고도 불렸다. 그래서 해랑행은 '솔피 노래'로 더욱 잘 알려져 있으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솔피란 놈 이리 몸통에 수달 가죽, 가는 곳마다 열 마리 백 마리 무리지어 다니는데 /물속 날쌔기가 나는 듯 빠르기에 갑자기 덮쳐오면 고기들 알지 못해 / 큰 고래 한입에 천석 고기 삼키니 한번 지나가면 고기 자취 하나 없어/ 솔피 먹이 없어지자 큰 고래 원망하여 큰 고래 죽이려고 온갖 꾀를 짜내었네/ 한 떼는 고래 머리 들이대고, 한 떼는 고래 뒤를 에워싸고, 한 떼는 고래 왼편 노리고, 한 떼는 고래 오른편 공격하고, 한 떼는 물에 잠겨 고래 배를 올려치고, 한 떼는 뛰어올라 고래 등을 올라탔네/ 상하 사방 일제히 고함지르며 살가죽 찢고 깨물고 얼마나 잔혹한가/ 고래 우뢰처럼 울부짖으며 물을 내뿜어 바다 물결 들끓고, 푸른 하늘 무지개 일더니 무지개 사라지고 파도 차츰 가라앉아/ 아아! 슬프도다 고래 죽고 말았구나. 혼자서는 무리의 힘 당해낼 수 없어라 약삭빠른 조무래기 드디어 큰 재앙 해치웠네/ 너희들 피투성이 싸움 어찌 여기까지 이르렀나. 본뜻은 기껏해야 먹이싸움 아니더냐/ 큰 바다 끝없이 넓기만 하여 지느러미 날리고 꼬리 흔들며 서로 좋게 살 수 있으련만 너희들은 어찌 그리 못하느냐.'결국 다산은 이 시를 통해 당시 권력의 암투 속에서 정조가 희생될 수밖에 없었던 정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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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인간 수명 '500세 시대' 지면기사
장수(長壽)의 상징 거북이는 30~50년을 산다. 코끼리거북은 100~150년이다. 200년 넘게 살기도 한다. 무척추동물인 조개류는 500년 넘게 사는 종(種)이 있다. 척추동물로 범위를 좁히면 그린란드 상어가 단연 금메달이다. 평균수명이 270년 정도 되고, 400년까지 산다고 한다. 낮은 체온과 느린 신진대사가 비결이다. 동양에서 십장생으로 불리는 학과 사슴은 20~25년에 불과하다.인간수명은 70~80세가 보통이다. 오래 살자고 열심히 운동하고 영약을 먹어봐야 100살을 조금 넘길 뿐이다. 불로장생을 꿈꾼 진시황도 50을 갓 넘은 나이에 숨을 거뒀다. 수차례 사기까지 당하면서 불사의 영약을 찾았으나 종말은 허망하기 그지없다. 지방을 순회하던 중 마차 위에서 객사했다.인류는 장수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 인터넷기업 구글이 인간 수명을 500년까지 늘리겠다며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꿈을 실현하겠다며 구글 공동창업자가 2013년 세운 회사 '칼리코'가 최근 벌거숭이두더지쥐 연구결과를 내놓았다.벌거숭이두더지쥐의 평균 수명은 32년이나 된다. 3년 안팎인 다른 쥐에 비해 10배 이상 더 오래 산다. 두더지쥐는 'DNA나 단백질 손상을 바로잡는 능력이 탁월하고, 나이가 들어도 그 능력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 늙지 않는 비결'이라고 한다. 암에 걸리지 않고 통증도 느끼지 않으며 산소 없이도 18분을 견딜 수 있다. 인간에게 이를 대입하면 500세 수명이 가능하다는 추론이 나온다.500년을 사는 인류는 행복할까. 30년 일하고 30년 노후를 보내는 것도 버거운 게 현실이다. 성장을 늦춰서 100살이 돼야 성인이 되고, 400년을 더 산다면 모르지만 20년 만에 성인이 돼 이후 480년(24배)을 더 사는 건 재앙일 수 있다. 사랑하는 자녀와 아내, 남편, 친구를 잃은 슬픔을 400년 이상 견뎌내야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병상에 누워 200년 혹은 300년을 사는 건 본인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천형(天刑)이 아닐 수 없다. 끔찍한 일이다. /홍정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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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국가간 信義 지면기사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한 애인을 마냥 기다리다가 홍수가 져 빠져 죽었다는, 사기(史記)의 '미생지신(尾生之信)'을 들지 않더라도 약속과 신의는 중요하다. '하늘에 한 맹세(Swear to God)' 등 거창한 약속과 약조는 더욱 그렇고 '단단히 몇 번씩 다짐하고 또 다짐한 약속(斷斷相約)'이 아닐지라도 그렇다. 손가락 하나 안 건 약속, 지나가는 말처럼 한 약속까지도 그 믿음과 신의가 중요하기는 다를 바 없다. 그리스 신화의 시칠리아 목동 다프니스는 물의 요정을 사랑, 영원을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은 벌로 눈이 멀었고 예수는 피로써 약속했고 보혈(寶血)로 언약했다. 옛 중국인들도 피를 마시며 언약했다. '계구마지혈(鷄狗馬之血)'이라고 했다. 천자(天子)는 소나 말의 피를 마시며 약조했고 제후(諸侯)는 개나 돼지 피를, 대부(大夫)는 닭의 피를 마시며 약정(約定)했다.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이 '왕래하자, 합동 연습과 공연을 하자'는 언약도 피를 마시며 할 걸 그랬나! 북측은 지난 19일에도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을 단장으로 한 (남측 공연장) 사전 점검단을 보내기로 통보했다가 그날 밤중에 취소했었다. 그랬다가 이틀 후 내려와 여왕 대접을 받았다. 그런데 29일 밤중에도 다음달 4일 금강산 남북 합동 문화공연을 취소한다고 일방적 통고를 했다. 금강산 공연에 다량의 경유도 보내기로 했고 평창올림픽 개막 전날에 벌인다는 조선인민군 창건 7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도 '우연의 일치지 올림픽과는 관련 없다'고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북한 대신 해명했건만 취소한 이유가 뭔가. 그게 '한·미 군사훈련은 영구 중단하라면서 올림픽 전날 인민군 열병식은 왜 강행하느냐'는 남측 언론 보도 탓이란다.남북은 동족이지 동국(同國)이 아니다. 국가간 약속과 약조는 그만큼 중대사다. 북한은 1인 독재자가 만사를 전결(專決)한다. 김일성 3대(代) 뚱보를 중국에선 金三반(진싼팡:김삼반) 또는 金반子(진팡쯔)라 부르고 그 세 번째 뚱보가 김정은이다. 만사를 그가 결정한다. 중국이 혈맹인 북한을 비판한 노래에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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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평창올림픽과 적폐청산 지면기사
유럽 세(勢), 부유한 나라, 대국(러시아)이 독차지했던 동계올림픽을 한국이 평창으로 유치했던 건 크나큰 국가적 업적이었다. 비(非)유럽 국가의 유치는 미(1회) 일(2회) 캐나다(1회), 그리고 한국뿐이고 두 번 실패, 3수(修) 끝에 해낸 만큼 어려운 쾌거였다. 우승만 해도 노르웨이와 러시아가 지난 소치(러시아)올림픽까지 총 24회 중 8번씩, 16회나 차지했다. 그만큼 유럽 세가 드센 동계올림픽을 한국이 2011년 7월 남아공 더반(Durban)에서 평창으로 유치한 건 거국적 경사였다. 그런데 그 2011년이 바로 MB 정권 때였고 MB 공적이었다. 그런데 왜 문재인 정권은 요새 눈만 뜨면 '평창 대성공'을 외쳐대면서도 그 동계올림픽 유치를 MB 정권의 적폐였다고 하지 않고 '유치 포기 반납' 소리도 꺼내지 못하나. 그것만은 적폐로 치기 곤란한가.2011년 그때의 평창올림픽 유치는 또 한국 재벌의 상징인 이건희 IOC 위원의 공로가 컸다. 문 정권의 구호인 '재벌 해체'와 재벌 적폐의 상징적 인물이 바로 그 시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아니었던가. 바로 그 다음해 1월 민주통합당 지도부 선출 전당대회 경쟁자들의 일치된 구호는 '재벌 해체'였고 '재벌을 해체하고 돈도 내놓게 해야 한다'고 했는가하면 'MB 악폐(惡弊)를 갈아엎겠다'고도 했다. '적폐(積弊)'보다도 도수가 높은 말이 '악폐' 아닌가. 그들 역시 MB 정권과 이건희의 공적인 평창올림픽 유치만은 적폐 소리를 못하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2008년 교수 시절 논문에서 재벌을 '암세포'에 비유했다는 현 중소벤처기업장관도 다를 바 없다.어느 정권이든 공과(功過)는 나뉜다. '4대 강이 국토를 망쳤다'는 문 정권도 마찬가지다. 그럼 4대강 보를 모두 헐자는 건가. '청계천 복구가 서울을 망쳤다'는 소리는 왜 안 하나. 서울 버스 중앙차로와 환승제도 MB 정권 때 했다. 그런데도 환승이 나쁘다는 버스 승객은 없다. 적폐 수사에 대한 MB의 '정치 보복' 발언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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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밀양화재와 일본화재 지면기사
일본서도 큰 화재가 났다. 38명이 죽고 142명이 부상한 밀양 화재 이튿날, 문재인 대통령이 화재 현장에 간 바로 그 27일 일본 남쪽 끝 카고시마(鹿兒島)현 아마미(奄美:엄미)시 카사리(笠利:입리)정(町) 주택 밀집지에서 발생했다. 그런데 가옥 19채에 불이 번져 15채가 전소됐건만 신기하게도 사상자는 0명이었다. 그것도 잠이 깊은 밤중~새벽 사이(3시 40분)에 불이 났는데도 그랬고 주민들은 평소 재난 대비훈련 매뉴얼대로 대피, 인근 공민관(公民館)에 수용됐다. 그 일본 화재는 마치 '한국 정부 좀 보고 듣고 배우라'는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도 한국 정치판은 밀양 화재를 '문재인 정부가 안이한 탓'이니 '홍준표의 경남지사 시절 도정 실패 결과'니 해가며 다퉜고 '국해(國害)의원'들은 서둘러 통과시켜야 했던 소방안전법을 아직도 유기한 상태다.지난 12월 29명이 희생된 제천 화재에 이어 그보다 더한 대형 화재가 발생하자 일본 아사히신문은 26일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약한 문 정권에 타격'이라고 보도했고 27일 중국 인민일보는 '한국 밀양병원 화재로 사상자가 백을 넘었다(韓國密陽醫院火災 逾百死傷)'고 전했다. 逾는 '넘을 유'자고 한국과는 반대로 중국에선 종합병원이 醫院(의원)이고 개인병원이 病院이다. 그런데 지난 12월 3일 인천 앞바다 낚싯배 전복사고로 15명이 익사했을 때는 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들과 '일동기립 묵념'을 올렸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그 낚싯배 사고는) 국가 책임"이라고 했건만 더 큰 희생자가 난 제천 화재 때는 일동기립 묵념을 생략한 채 현지로 내려가 눈물만 흘렸고 이번 밀양 화재엔 묵념도 눈물도 하지 않고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이 노인과 환자라는 희생자 망령(亡靈)들이 '불공평하다'며 울지 않을까.사고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나고 바다 사고든 화재든 그 희생자도 다를 바 없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그토록 지난 정권을 닦달하고 몰아 때리던 문 정권의 심사와 심기가 어떠할지 궁금하다. 안전불감증이 아니라 '괜찮아, 염려 마, 설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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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황금 세대 지면기사
'황금 세대(Golden generation)'는 한 분야에서 특정 연령층에 재능을 가진 인재가 집중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 많이 사용되는데 원래는 1989년, 1991년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에서 연속으로 우승한 10대 포르투갈 선수들을 지칭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 당시 포르투갈 대표팀에는 2002년 월드컵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루이스 피구뿐만 아니라 페르난도 코우토, 루이 코스타, 조안 핀투 등의 선수가 속해 있었다.이들은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 제패 이후 유로(Euro) 1996에서 8강, 유로 2000에서 4강의 업적을 이뤘지만, 1994·1998 월드컵 때는 유럽예선에서 탈락해 본선 진출에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비롯된 황금 세대라는 말은 유럽 매체에서 번지며 꼭 축구뿐만 아니라 각 나라별로 다양한 스포츠에서 활용됐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 농구 국가대표팀(2000~2012), 캐나다 하키 국가대표팀(2005~2009), 아일랜드 럭비 국가대표팀(1996~1998) 등이 황금세대로 불렸다.최근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4강에 진출한 정현(22) 선수가 우리나라의 황금 세대로 불리고 있다. 그는 경기력뿐만 아니라 유창한 영어와 세련된 스포츠 매너로 우리 국민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연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1996년생인 그와 더불어 수영선수 박태환(1989년생),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1990년생), LPGA 선수 박성현(1993년생) 등이 가히 황금세대라 불릴 만하다. 스포츠 스타들은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국민들에게 위안을 줬다. IMF 시절인 1998년 7월 박세리 선수(당시 21세)가 US 여자 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우리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 주었고, 이보다 한 해 앞서 박찬호 선수(당시 24세)는 메이저리그에서 10승을 거두며 국민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 주었다.정현 선수의 돌풍으로 테니스 업계가 오랜만에 특수를 맞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이세돌이 바둑경기에서 알파고를 이겼을 때, 혹은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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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현송월과 모란봉악단 지면기사
서울에 온 현송월 모란봉악단장을 보다 '차·도·녀'가 떠올랐다. 하얀 피부에 시원한 이목구비, 생머리를 모피가 감싸 안았다. 서울 강남에 산다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얼굴이고, 몸단장이다.매머드급 취재진이 몰렸지만 전혀 당황하지 않고 당당하고도 자신감 넘치는 행보를 보여줬다.그는 2014년 모란봉악단 소속 작곡가로 '노력영웅' 칭호와 제1급 국기훈장을 받았다. 이어 모란봉악단장으로 임명됐고, 2016년 10월 당 중앙위원회에서 당 중앙위 후보위원으로 발탁됐다. 파격에 가까운 초고속 승진이다.현송월은 2015년 말 모란봉악단을 이끌고 중국 베이징에 갔다, 체제 선전내용을 문제 삼자 공연 시작 3시간 전 철수를 결정했다. 당시 "(김정은) 원수님 작품, 점 하나도 못 빼"라는 말을 해 화제가 됐다. 남다른 충성심에 김정은의 신뢰가 더 깊어졌음은 물론이다.현송월의 행보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올림픽이 온통 현송월에만 스포트라이트가 비추게 됐다'고 비난한다. 마침 여당 의원이 '평양 올림픽'이라는 실언을 했다. 3수 끝에 유치한 평창올림픽이 북한의 체제선전 도구로 악용될 것이라고 비판한다. 정부·여당은 평화올림픽, 경제올림픽이라며 북의 올림픽 참가를 촉구한 야당 의원들의 과거 행적을 들춰낸다. 야당의 주무기인 '내로남불' 이라고 역공한다.정치와 문화·예술은 이종(異種)이 분명한데 종종 합체한다. 대개는 정치가 목적을 위해 문화·예술을 억지로 등에 업는다. 정치 때문에 불행했던, 비참했던 예술인들을 꼽는 건 부질없다.현송월과 삼지연관현악단이 평창올림픽 전날인 2월 8일 강릉에서, 11일 서울에서 공연한다. 오케스트라 단원들까지 140명이 함께 하는 공연이라 궁금증이 커진다. 북한의 문화 인프라와 수준을 가늠해볼 좋은 기회다. 모란봉악단은 김정은 정권의 '음악 통치' 선봉장으로 불린다. 체제를 선전하고 김정은만 바라보는 뻔한 내용이라면 기대는 실망으로 바뀔 것이다. /홍정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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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남북 공조론' 지면기사
평창이 '북남'을 살려냈나. 갑자기 교류가 활발하다. 남측 기자들의 소나기 질문에 한 마디 대답 없이 눈만 굴리던 현송월 삼지연악단 단장이 22일 북으로 돌아가자 남측 선발대도 마식령(馬息嶺) 스키장과 금강산을 보러 어제 동해안 육로로 방북했다. 그들이 돌아오는 25일엔 또 평창 경기장과 숙소 등을 살피러 북에서 오고. 문재인 정부가 고무됐다. 그저께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바람 앞에 촛불 지키듯 남북대화 유지에 힘을 모아 달라. 남북대화는 북미대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의 남북대화 지속 강조는 북측의 '평창올림픽을 통한 북남 공조' 역설과 통한다. 공조란 서로 돕는 거다. 바람 앞의 촛불처럼 꺼지지 않는 남북대화 지속도 좋지만 서로 돕자는 것이고 썰렁할 올림픽 조짐을 자기네가 참여, 활기를 살렸으니 대가를 달라는 거 아닌가.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알아서) 이미 작년 9월 하순 유엔식량계획(WFP)과 유니세프를 통해 북한에 800만 달러(약 90억원)의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그 두 달 후인 11월 29일 ICBM 화성15호를 발사했지만 며칠 후(12월 1일) 통일부 대변인은 '인도적 북한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변함없다'고 했고 조명균 장관은 ICBM 발사 전날인 11월 28일 기자회견 때 '연내 집행'을 언명했다. 그렇다면 800만 달러는 이미 전달된 거 아닐까. 미국은 '올림픽 때 호텔비와 식비 외에 아이스하키 스틱 등 경기용 도구를 공여하는 건 대북제재 한계를 벗어난다'고 했다. 하지만 문 정부가 그 한계를 참아낼까.장쩌민(江澤民) 중국 주석이 2001년 1월 중국의 발전상을 견학시키기 위해 북한 김정일을 상하이로 초대, 금융 정보 통신 산업의 심장인 푸둥(浦東)을 보여줬다. 그 때 증권거래소와 소프트웨어, 인간게놈 연구센터 등 첨단시설을 돌아본 김정일은 '천지개벽'이라며 감탄했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야 뭐 불원간 남조선 경제를 접수할끼니…' 중얼거렸다는 거 아닌가. 그럴 만도 했을 게 그 전년 6월 방북한 DJ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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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조한동오외교(朝韓冬奧外交)' 지면기사
중국에선 평창동계올림픽을 '평창동오회(平昌冬奧會:핑창뚱아오후이)', 올림픽 관련 남북 차관급 회담도 '조한부부장급 동오공작회담(朝韓副部長級 冬奧工作會談)'이라고 했다. '韓朝'가 아닌 '朝韓'이고 '工作'도 한국에선 주로 나쁜 뜻이지만 중국에선 일, 업무가 工作(꿍쭈어)이다. 어쨌든 요새 인민일보와 CCTV 등 중국 언론은 매일 매시 평창올림픽 관련 남북대화 보도에 열성이다. 지난 17일 판문점 '평화의 집(和平之家)'에서 열린 차관 급 실무회담에 이어 현송월을 비롯한 조선예술연출고찰단(朝鮮藝術演出考察團) 등 동오공작조(冬奧工作組)가 방한 중(抵韓進行)이라고 했고 신년 초(新年伊始)부터 남북화해(朝韓破氷)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신년 시작(伊始:이스)부터 남북이 경색 '얼음장을 깼다'는 거다.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共同組建 女子氷球隊) 또한 관심사였고 '랍랍대(拉拉隊:라라뚜이)'도 간다고 했다. 응원단이 '납납대'다. 여왕 대접을 받고 어제 북으로 돌아간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현송월(玄松月)은 기생 이름 같지만 섬뜩하다. '검은 솔에 걸린 달'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IOC가 3개 종목 선수 22명과 임원 24명 등 46명의 북한 선수단을 인준했고 북 선수 12명이 합류하는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한반도 기와 KOREA 국명의 공동입장, 아리랑 연주 등도 승인했다. 그런데 북한 로동신문은 연일 이번 남북 대화의 '남북 공조'를 강조했다. '남조선의 경제 악화 등으로 역대 최악의 썰렁한 동계올림픽이 될 참인데 우리 공화국이 구원의 손길을 뻗쳤다'는 거다. 그러니 고마워하고 감읍(感泣)하라는 소리다. 최악의 썰렁한 올림픽이 될 뻔한 게 남쪽 탓이라니! 북한 미사일이 평창 경기장에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 아닌가.그런 공포감 불식과 함께 올림픽이 무사히 끝난다면 그건 지극정성 대북 러브 콜을 그치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공적이 아닐 수 없다. 작년 6월 북측 태권도 시범단이 무주에 왔을 때부터 '평화올림픽 구상'을 전했고 마식령과 금강산 행사 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