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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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위험한 반려견 지면기사
개 조상은 늑대다. 40만 년 전, 수렵생활을 하는 인간과 늑대는 서로가 포식 대상이었다. 늑대는 인간을 잡아먹기도, 애써 잡은 사냥물을 빼앗기도 했다. 인간은 성가시고 무서운 늑대에게 남은 고기와 뼈다귀를 던져줬다. 늑대는 인간이 던져주는 고기를 기다리게 됐고, 점차 가까운 사이가 됐다. 미국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제작한 다큐멘터리에 소개된 개의 진화과정이다.인간과 생활하게 된 개는 다리가 짧아지고 두상도 바뀌는 등 진화를 거듭했다. 4천 년 전에는 가는 얼굴과 긴 발을 가진 그레이하운드의 조상, 튼튼한 마스티프의 조상, 특별히 다리가 짧은 개가 출현했다. 인간은 집을 지키거나 사냥을 하는 기능을 높이기 위해 인공 개량을 거듭했다. 현재는 400여 종이 사람과 살고 있다.반려견은 인간에게 사랑받기 위해 몸을 바꾸고 식성도 바꿨다. 하지만 '사냥 본능'이라는 유전자는 버리지 않았다. 언제든 맹수로 돌변할 수 있는 '잠재적 포식자'인 것이다.시흥의 한 아파트에서 한살 배기 아이가 반려견에 물려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났다. 지난 6일 7년생 진돗개에 목 부위를 물린 뒤 사흘 만에 숨졌다. 엄마도 곁에 있었지만 불행을 막지는 못했다.진돗개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 못지않게 공격성이 강하다. 사고를 낸 개는 아이 아빠가 결혼 전부터 키웠다고 한다. 아이는 주인이 아니었던 셈이다.개 과(科) 동물은 여우·너구리·늑대·들개·축견(畜犬) 등이 있다. 식육목(食肉目) 중 분포가 가장 넓고 세계적이며, 대부분 북반구에 산다. 두개골이 약간 길며, 송곳니 중 큰 이는 먹이를 부러뜨릴 수 있을 정도로 예리하다. 개 중에는 같이 큰 무리를 지어 가축을 포위하고 공격하기도 하는 매우 사나운 종류도 있다.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나 노약자에게 반려견은 위험한 동물일 수 있다. 덩치가 크거나 사나운 맹견의 유전자에는 식육을 위한 공격 본능이 잠재돼 있다. 반려견은 언제든 위험한 공격자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갖고 대비하지 않으면 불행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홍정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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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비밀의 나라' 지면기사
지난 5일 CNN 기자 윌 리플리가 북한을 secret state(비밀의 나라)라고 했고 그 내면을 밝혔다. '북한에선 유치원생부터 반미 세뇌교육을 시키고 초등학생부터 미군을 타깃으로 사격 훈련을 시킨다'며 그 현장을 소개했다. 길거리 아줌마가 의외로 "미국 좀 가 보고 싶다"고 했다. 기자가 반기며 이유를 묻자 "도대체 그 놈의 미국이 어떻게 생겼길래 우리 공화국을 이리도 미워하고 못살게 구느냐"는 거다. 북한엔 가가호호 '위대한 령도자' 김일성 부자 사진부터 걸려 있다. 그 김 부자의 거대한 동상이 무려 3만8천 개나 11만㎢ 좁은 땅에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을 그 기자가 봤다면 입을 딱 벌린 채 뒤로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사이비 종교집단 같은 나라, 입만 열면 교주를 찬양하는 나라에서 반 김일성주체사상 시위 따위는 상상도 못한다. 헬(hell) 조선은 글자대로 북한이고 생지옥(living hell)이 거기다. 중국식 말로는 '살아 있는 지옥(活地獄:후어띠위)'이다. 회의 중에 깜빡 존다고 죽이고 자세가 비딱하다고 죽이고 가족이고 뭐고 고사포로 박살을 내는 교주가 김정은이다. 휴대폰도 로동당이 승인한 내용만 사용한다. '스마트 폰'이 아닌 멍청한 폰이다. 얼마나 인민을 압제하는지 그 단적인 예를 엊그제 도쿄신문이 들었다. '보위성(保衛省)이 지난 8월 내린 포고령은 평양을 1주일 이상 떠날 경우 출장증명서를 받아 도착지 확인을 받아야 하고 어길 경우 체포한다'는 거다. 평양 시내 음식점 영업도 밤 10시까지다. 그런 북한이 핵전쟁에 미쳐 있고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8일 '조선로동당위원회가 미국에 초강경대응조치를 표명한 21일부터 6일 간 470만 학생과 로동자가 입대와 복대(復隊)를 탄원했다'고 보도했다. 무려 470만이다. 그런데 남쪽에선 '양심적 입대 거부'가 늘어가고 군에선 사격장 통제조차 못해 오살(誤殺)사고가 나는 판이다. 미 존스홉킨스 대 연구그룹 38노스는 지난 4일 '북한 핵 공격 시 서울~도쿄에서 210만이 죽고 770만이 부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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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노벨평화상과 북한 지면기사
역설적으로 북한의 노벨평화상 공적이 지대(至大)하다. 그걸 두 번씩이나 타도록 명분 제공을 한 나라가 북한이기 때문이다. 2000년 6월 13일 평양 순안공항에 내린 DJ를 김정일이 얼싸안는 바람에 노벨평화상을 타도록 했고 이번에도 그랬다. 노르웨이 노벨상위원회는 국제 NGO(비정부기구)인 핵병기폐절국제캠페인(ICAN)에 상을 주는 주된 이유가 북한의 핵 위협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북한이 핵을 버릴까. 1945년 8월 일본에 사상 최초로 원폭 투하를 명령한 트루먼 미국 대통령, 그 손자 클리프튼 트루먼(60)이 지난 6일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 인터뷰에서 "조부의 용단은 전쟁 종지부를 찍기 위한 고육책이었다"고 한 말과 스위스 제네바의 ICAN 사무국장 베아트리스 퓐(34)이 "이번 상은 일본 피폭자 전원에게도 주는 상"이라고 언급한 것도 김정은은 들었을 터이건만….러시아 핵탄두는 7천개, 미국은 6천800개다. 프랑스 300개, 중국 270개에 이어 영국(215) 파키스탄(130~140) 인도(120~130) 이스라엘(80) 순이다. 북한은 10~20개지만 얼마나 늘어날지 모른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북한이 위험하다는 것이고 기타 핵보유국이 핵을 사용할 염려는 거의 없다는 게 노벨상위원회 견해다. 그런데 그 핵 덕분에 노벨평화상을 거머쥔 개인 또는 단체는 ICAN 외에도 다수다. 1962년 미국의 라이너스 폴링, 1974년 일본의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1975년 소련의 안드레이 사하로프, 1985년 핵전쟁방지국제의사회, 1995년 피그워시회의, 2005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2009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아이러니컬하게도 북한이 핵을 버리지 않는 한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더 나올지 모른다. 8일 중국 인민일보가 보도했다. '조선은 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七屆二中全會)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經濟建設和核武力建設竝進路線)을 천명했다'고. 결코 핵 폐기는 없다는 거다. 안톤 모로조프 등 러시아 하원 의원 3명은 또 지난 6일 방북,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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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미군 철수 지면기사
주한 미군 철수의 끔찍한 교훈은 300여만 명의 사상자를 낸 6·25 한국전쟁이 말해준다. 1950년 6월 25일~53년 7월 27일의 그 동족상잔 전쟁이 종전도 아닌 휴전으로 포성과 초연(硝煙)이 멎고 걷힌 지 64년. 그간 북한이 어찌했던가. 크고 작은 도발을 육상 해상 공중에서 수도 없이 해왔다. 그러나 전면전을 재개하지 못한 건 전적으로 주한 미국 때문이었다. 일제 해방 직후인 1945년 9월 8일부터 남한에 주둔한 미군이 철수한 건 49년 6월로 4년여 만이었다. 1950년 1월 발효된 이른바 '애치슨라인(Acheson line)'으로 미국의 방위선에서 한국이 제외됐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주한 미군이 철수한 지 불과 1년 만에 북한이 전면남침을 감행했고 그게 바로 6·25라는 전쟁이었다. 그 때 미군은 한국 방어를 위해 16개 유엔군 대표로 참전, 3만6천574명이나 전사하면서 자유 대한을 구출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그런 미군이 다시 철수한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 미군이 주둔해 있는 경우야 인계철선(引繼鐵線→trip wires) 역할로 침략 방어에 자동 개입이 보장되지만 일단 철수했다 하면 사정은 사뭇 달라진다. 한미동맹이 그대로 유지된다 해도 미군 자동파견 개입은 불확실해지고 미국 의회 승인 과정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처절한 역사 교훈은 베트남의 경우다. 자유민주 진영인 남베트남으로부터 미군이 철수한 건 1973년 3월이었고 그 2년 만에 남베트남은 북베트남에 의해 적화통일의 비극을 고스란히 당했던 거다. 당시 남베트남은 경제와 군사력이 우위였다. 그런데도 1973년 그 해 체결된 '베트남 평화협정'을 근거로 북측이 미군 철수와 포로 교환, 현 상태로의 정전을 집요하게 주장했고 남측이 그대로 응했던 결과가 그랬다. 그게 바로 역사의 교훈이고 한국의 반면교사가 아니고 뭔가.'북핵을 용인해야' '한미동맹이 깨진다 해도' 따위 발언이 거침없이 튀어나오는가 하면 서울 광화문광장 미국대사관 앞에선 '주한 미군 물러가라'는 시위까지 벌어지는 판이다. '전시작전권 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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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생거진천 사거용인 지면기사
'생거진천 사거용인(生居鎭川 死居龍仁)'이라는 말이 있다. 살아서는 진천 땅에, 죽어서는 용인땅에 거하는 게 좋다는 뜻으로 풍수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쳐 양택(陽宅)은 진천이, 음택(陰宅)은 용인이 최고라는 인식까지 심어줬다. 그런데 이 말이 어디서 어떻게 유래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설이 없다. 유래를 설명하는 대략 20여 가지의 설화가 존재하며, 실제 인물과 관련됐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는데 현재까지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기보다는 설화가 구전되면서 생겨났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크게 보면 두 가지 설화로 나뉜다. 하나는 용인에 살던 한 남성이 낮잠을 자다 갑작스런 천둥벼락으로 굴러떨어진 돌에 깔려 비명횡사 했고 염라대왕 앞에 가서 억울함을 호소하자 이승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시신이 커다란 돌에 깔려 있는 탓에 진천에 있는 부잣집 아들의 몸을 빌려 환생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남자는 비록 진천에서 결혼을 했지만, 용인에서 함께 살던 아내를 잊지 못해 결국 그녀를 다시 찾게 되고 진천에서 함께 살다 천수를 다하고 죽는다. 그런데 용인에 있던 아들들과 진천의 아들들이 서로 아버지의 혼백을 모시겠다고 싸움을 벌였고, 진천 군수가 중재에 나서 "아버지가 살아서는 진천에서 머물렀으니 죽어서는 용인의 아들이 모시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저승사자가 용인의 '추천석'을 잡아가야 하는데 그와 한날 한시에 태어난 진천의 추천석을 잡아가는 바람에 혼란이 생겼고, 이미 장사를 지낸 탓에 자신의 몸이 아닌 용인의 추천석으로 환생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진천 사람임을 계속 주장했고, 가족들은 그가 누구인지 판결해 달라고 원님에게 요청하게 된다. 이에 원님은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저 추천석은 진천에 살던 사람이 틀림없다. 그러므로 그의 주장대로 살아서는 진천에 살도록 하고, 대신 죽어서는 용인땅으로 돌아가도록 하라"고 판결했다.지난 50여년간 각종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의 산실 노릇을 톡톡히 한 태릉선수촌이 그 임무를 마감하고,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새 요람이 될 진천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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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추석 '한가위' 지면기사
추석은 음력 8월 15일로, '한가위'라 불린다. 설, 단오절과 함께 우리 민족 3대 명절이다. 송편을 빚어 차례를 지내고 보름달 아래 노닐며 소원을 빈다. 아낙네들이 모여 둥근 원을 그리는 강강술래가 대표 세시풍속이다.같은 날 중국은 중추절을 지낸다. 춘절에는 못 미치지만 가족이 모여 제사를 지내고 구경을 하며 소원을 비는 등 우리와 비슷하다. 둥근 달을 연상케 하는 월병을 빚어 이웃과 나눠 먹는다.베트남도 '쭝투(Trung Thu)'라 부르는 이맘때 명절이 있다. 우리가 송편을 만들어 먹는 것처럼 잉어나 국화 모양 등이 새겨진 빵을 만들어 가족, 이웃과 나눠 먹는다. 이날은 또 베트남의 어린이날이기도 하다. 낮에는 어린이들의 길거리 공연이 이어지고 밤에는 거리행진이 장관이다. 아이들은 곰, 금붕어, 잉어 등 자신이 좋아하는 귀여운 동물 모양의 손등을 들고 참여한다. 어른들은 행진하는 아이들에게 과자를 나누어주며 건강을 빌어준다.필리핀은 매년 11월 1일 '만성절'이 최대 명절이다. 음식과 촛불을 준비해 조상의 묘지를 방문하고, 그곳에서 밤을 지새우면서 가족과 함께 고인의 넋을 기린다. 무덤가에는 수많은 촛불과 꽃들이 장식돼 장관을 이룬다. 백화점, 음식점, 놀이공원 등에서는 마녀와 괴물, 만화 주인공 등의 복장을 한 직원들이 명절을 맞은 아이들을 위해 축제 분위기를 만든다.러시아에도 추석과 비슷한 명절이 있다. 11월 8일 직전의 토요일인 '성 드미트리 토요일'이다. 역시 친척이 모여 햇곡식과 과일로 음식을 나누고, 성묘를 가기도 한다. 1380년 돈 강 유역에서 몽골군을 상대로 대승한 드미트리 돈스크 공(公)이 이날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모임을 한 게 유래다.세시 풍속은 달라도 각국 명절엔 공통어가 있다. 고향과 가족이다. 엄마 품 같은 고향에서 잠시나마 타향살이의 고달픔을 잊는다. 온 가족이 모여 준비한 음식을 나누고 정담(情談)을 나눈다. 어지럽고 사나운 시절이다. 어깨가 처진 젊은이들이 많다. 모든 이에게 휴식이 되고 위안이 되는 명절이 되기를 달님에게 빌어 본다. /홍정표 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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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정치 보복 지면기사
미국엔 정치 보복, 정권 보복이 없다. 전직 대통령들은 자유자재 태평천하다. 2001년 퇴임 후 2014년 6월까지 빌 클린턴의 강연은 542회. 매회 25만~75만 달러를 받아 1천억 원을 벌었다. 성급하게도 2004년 58세에 출판한 회고록 '마이 라이프'의 출판 계약금과 인세만 해도 엄청나다. 그런 그가 소설을 집필 중이라고 했고 TV 드라마로도 제작된다는 거다. 평소 언론 인터뷰 때마다 스릴러와 미스터리 소설의 광적 팬임을 자처했던 그의 자필 소설 제목은 'the president is missing(대통령 행방불명)'으로 내년 6월 출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단독 집필이 아닌 공동 집필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스릴러물 거장인 제임스 패터슨과 함께 쓴다는 거다. 미국 전직 대통령들은 단연 영욕의 榮, 명암의 明쪽이다. 지난 1월 퇴임한 오바마만 해도 불과 56세에 회고록 출판 계약금 6천만 달러를 받았고 강연과 여행 등 자유만끽이다.그런가하면 정치 보복, 정권 보복이 횡행하는 나라도 많다. 최근의 예만 해도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89)이 수도 카이로 군 병원 연금에서 풀려난 건 지난 3월 24일이었다. 2011년 이른바 '아랍의 봄' 민주화운동 때 정권을 빼앗긴 채 2012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6년간 입원 중이었고 죄목은 '독재'였다. 그런데 그 이집트의 모르시(Morsi) 전 대통령(66)도 바로 지난 16일 대법원에 해당하는 파기원(破棄院)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군 기밀 정보 등을 카타르에 누설했다는 죄였지만 그 또한 정치 보복이다. 대한민국의 정치 보복, 정권 보복도 목불인견이다. 재판 과정의 송장 같은 박근혜를 비롯해 MB, 저승의 노무현까지 거슬러 추악한 정치보복 싸움이 불붙었기 때문이다.서울시장 박원순은 MB가 노무현에게 정치보복을 했다며 MB를 고발했고 야당의 정진석 의원은 '무슨 소리냐. 그는 부부싸움 끝에 자살했다'고 하자 노무현 아들이 정 의원을 사자(死者)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블랙리스트다 뭐다 영화배우 코미디언 작가까지 보복 당했다는 해원(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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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북한 고립화 지면기사
미국과 유엔안보리의 북한 고립화 성과는 있나. 지난 3일 6차 핵실험 후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로 북한 대사를 추방한 나라는 7일의 멕시코에 이어 8일 필리핀 태국 우간다, 11일 페루, 17일 쿠웨이트, 18일 스페인으로 이어졌다. 유럽에선 북한과의 유일한 비수교국인 프랑스를 예외로 친다면 스페인의 결단이야말로 주목을 끌었다. 중국이 대만을 '하나의 중국'으로 여기는 탓에 유엔가입도 못한 그 대만까지도 지난 22일 북한과의 무역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유엔 비회원국이긴 하지만 안보리와 미국의 대북제재에 동참하겠다는 거다. 대만의 작년도 대북 수출은 56만 달러, 수입은 1천200만 달러였다. 그런 추세라면 미국의 북한 고립화 정책이 꽤는 먹혀드는 듯싶다.지난 21일 틸러슨 국무장관은 유엔안보리 각료회의에서 '북한 핵개발은 김정은 정권을 고립시킬 뿐'이라고 했고 므뉴신 재무장관은 '북한과의 거래은행은 미국 내 영업을 못한다'고 경고했다. 미국 입국불허 국가에도 북한을 포함시켰고…. EU도 '대북 송금을 1인 1회 1만5천유로(약 2천만 원)에서 5천 유로로 인하한다'고 발표했고 투자도 규제하겠단다. 저러다가 북한은 멀지 않아 완전 고립되는 거 아닐까. 아니다. 러시아에서 '끼따이'로 부르는 중국과 중국에서 '어루어쓰(俄羅斯)'로 호칭하는 러시아가 있는 한 그렇다. 라브로프(Lavrov) 러시아 외상은 틸러슨이 북한 고립화를 언급한 바로 그날 '어떤 단독제재에도 반대한다'고 했고 왕이(王毅) 중국 외상도 '조선반도의 어떤 긴장 고조도 배격한다'고 말했다. 중·러만이 아니다. 지난달 현재 북한과의 수교국은 무려 154개국(192 유엔회원국 중)이었다. 그런데 북한도 한심하지만 남한도 그렇다. 북한 10만 군중이 김일성광장에서 반미 집회를 벌인 23일 서울에서도 똑같이 반미 시위가 벌어졌다. 반 사드단체가 주한미군 철수를 절규한 거다. 저들의 정체가 뭔가. 어떻게 북한처럼 주한미군 철수를 부르짖을 수 있다는 건가. 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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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리용호의 유엔연설 지면기사
유엔 연설이 어이없고 개탄스럽다. 북한 외상 리용호의 23일 연설은 발악적 험구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과대망상이 겹친 정신이상자'라고 했고 '거짓말 왕초, 악통령, 투전꾼'에다가 '최고통사령관'이라고 매도했다. '최고통'이 뭘까. 최고 대통령 '最高統'이 아니라 '最苦痛'이라는 건가. 그는 '우리 공화국만 핵실험을 말라는 안보리 결의를 거부한다'고 했고 '미국의 공격 기미가 보이면 선제공격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어 '우리 공화국의 최종목표는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했다. 형님국가 중국을 제치고 G2 국가로 올라서겠다는 건가. 지난 19일 트럼프는 기조연설에서 북한을 가리켜 'rogue regime(불량 국가), wicked few(악, 사악)'이라고 했다.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axis of evil)'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자 김정은은 '말귀 못 알아듣는 늙다리'라며 트럼프 노인을 폄하했다. 리용호 연설 이틀 전의 문재인 대통령 연설은 어땠던가. 전자가 욕설에 가까운 도발적 서사(敍事), 현실적 실사(實事) 용어 나열이었다면 후자는 감성적, 서정적인 허사(虛辭)였다. 문 대통령은 유엔을 '일류 지성이 만든 최고의 제도적 발명품'이라며 힘없고 유명무실한 유엔을 치켜세웠고 엉뚱하게도 '촛불'을 열 번이나 되뇌었다. 도대체 작금의 한반도 전쟁 공포 분위기와 촛불 시위가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건가.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가, 남북이 공동 응원하는 걸 상상하면 가슴이 뜨겁다'고도 했다. 그런데 괴이한 건 그런 감동(?)적인 연설에도 회의장은 휑하니 썰렁했고 박수 한 번 없었다는 거다. 남북 연설 모두 끝날 때의 의례적인 박수 외에는…. 2015년 9월 박근혜 대통령 기조연설 때는 아니 그랬건만.유엔이 막말 경연장인가. 리비아의 독재자, 속칭 '카다피 대좌'는 2009년 연설에서 장장 96분간 유엔을 매도했다. 창설 후 65차례의 전쟁에 유엔은 속수무책, 무능하기만 했다는 거다. 그 말이 새삼 곱씹히는 건 북한이 세계 평화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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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조개죽방죽의 비밀 지면기사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에 위치한 만석공원은 1998년에 조성됐는데 '만석거(萬石渠)'라는 저수지를 중심으로 공원이 만들어져 그런 이름이 붙었다. 만석거는 정조가 1795년 수원 화성(華城)을 쌓으면서 인근에 입주한 사람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 그의 위민(爲民) 사상이 잘 담긴 시설물이다. 정조는 화성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인공 호수를 파고 제방(방죽)을 축조했는데, 북쪽에 있는 것이 만석거이고 서쪽에 있는 것이 축만제(祝萬堤·수원시 서둔동), 남쪽에 있는 것이 만년제(萬年堤·화성시 안녕동)다. 동쪽(수원시 지동)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제방은 현재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사실 수원 사람들은 만석거라는 용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이 저수지는 오랫동안 '조개죽방죽'으로 불려 왔다. 그래서 조개죽방죽이라는 용어를 쓰는 사람은 진짜 수원 토박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어린 시절 이 용어에 대해 무척 궁금했는데 속 시원하게 알려주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오죽하면 호수에서 조개가 나왔거나 아니면 근처에서 조개죽을 만들어 팔았었나 하는 의구심까지 들었다.그에 대한 해답은 다음과 같다. 정조는 만석거를 만들면서 저수지 앞에 '영화정(迎華亭)'이라는 정자를 함께 만들었다. 지난해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발견된 정리의궤(整理儀軌)를 보면 '영화정도'라는 채색 그림이 들어있는데, 당시 만석거의 상황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물 위에는 연꽃이, 저수지 주변에는 버드나무가 수려하게 피어 있고 배 두 척이 한가롭게 떠 있어 무척이나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 영화정의 다른 이름이 '교귀정(交龜亭)'이었다. 화성 유수(留守) 교체 때 신임 유수가 이 정자에서 거북이(龜) 모양의 도장 반쪽을 가져와 전임 관리의 도장 반쪽과 맞대 보고 임무를 교대하는 관행이 있어 이곳을 그렇게 불렀던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교귀정을 '조기정'으로 잘못 알아듣고 만석거를 '조기정방죽'으로 부르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조개죽방죽'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이 만석거가 다음 달 10일 멕시코에서 열리는 국제관개배수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