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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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여름방학과 곤충 채집 지면기사
어린 시절, 여름방학이 끝나갈 즈음에는 산으로 들로 나서야 했다. 곤충을 잡아 모으기 위해서다. 1970년대 시골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의 여름방학 숙제는 일기 쓰기와 곤충채집이 단골 메뉴다. 방학 내내 퍼질러 놀다가 개학 날이 가까워지면 산수 문제풀이에 밀린 일기장 채우는 게 걱정이 되는데, 곤충채집이 제일 난감했다.지금이야 잠자리채를 쉽게 살 수 있지만 그때는 직접 만들어야 했다. 망으로 쓰기에는 모기장 쪼가리가 딱 좋은데, 여간 귀한 게 아니었다. 엄마에게 꾸지람을 들어가며 잠자리채를 만들었어도 날개 있는 곤충을 잡기란 쉽지 않았다. 나비와 잠자리, 벌 정도는 쉽게 볼 수 있는데, 10종이 넘는 곤충을 다 잡으려면 2~3일은 쏘다녀야 했다. 다가가면 도망치고 또 날아오는 잠자리 때문에 약이 올라 꼭 잡고야 말겠다며 날뛰기도 했다. 끝내는 형이나 누나들의 도움을 받고서야 숙제를 할 수 있었다.곤충은 4억 년 전 고생대 데본기에 처음 등장한 뒤 지구촌 전역에서 번성했다. 인간의 조상은 고작 200만~300만 년 전이니 선배도 이런 대선배 종(種)이 없다. 같은 모양의 벌과 나비인 것 같아도 이들의 진화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무려 120만 종류나 된다. 그 숫자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무수하다. 지구촌 전체 동물은 125만 종이다. 갑각류가 지배하는 바다를 제외하면 수와 종류에서 지구별을 지배하는 동물인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약 1만2천여 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직 분류되지 않은 미확인 종도 많다고 한다.다 큰 아이들이 귀뚜라미를 보고도 징그럽다고 소란이다. 푸른 숲과 개천이 없는 콘크리트 도시에서 나고 자란 까닭이다. 곤충 생태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 복잡하고 조화롭다. 징그러운 번데기가 우아한 나비로 변신하는 우화는 경이롭다. 모기와 진드기 등 해충(害蟲)들도 생태계의 당당한 주역이다. 자연 생태계의 하부 구조를 튼튼하게 떠받치는 게 곤충 세계다. 인간은 살충제를 뿌려가며 없애려 하지만 정작 곤충들이 사라지는 건 도시화와 서식지 환경 악화 때문이다. 무려 75만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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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파격 코드인사 지면기사
정권 교체기의 인사태풍이 스포일스 시스템(spoils system), '엽관(獵官)제도'다. spoil은 전리품, 노획품이지만 '망치다'라는 뜻도 있다. 그만큼 인사가 엉망이기 일쑤다. 끼리끼리 동류끼리 따르고 어울리는 '유유상종(類類相從)' 틀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류(引類)'라고 했다. 능력과는 관계없이 끼리끼리 끌어주고 당겨준다는 거다. '유유상종' 비슷한 용어는 다수다. '초록동색'이나 '오비일색(烏飛一色→까마귀 나는 것처럼 같은 색깔)' 말고도 '동성상응(同聲相應)' '동기상구(同氣相求)' '당동벌이(黨同伐異)'라는 말도 있다. 같은 무리끼리 서로 응하고 통하는 게 동성상응 동기상구고,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뜻 맞는 사람끼리 한 패가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배척하는 게 당동벌이다. 그 결과 엉망이 된 인사의 상징어가 '연안대비(燕雁代飛)'다. 제비와 기러기가 뒤죽박죽 난다는 거다.인사권자가 알아야 할 중요한 말이 또 '추경정용(椎輕釘聳)'이다. 마치(망치)가 가벼우면 못이 도로 솟는다는 뜻이다. 즉 윗사람이 약하면 아랫사람이 말을 듣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 꼴, 갑자기 앞지른 낙하산 인사의 얼굴을 피해 줄줄이 사퇴할 수밖에 없는 선배 고참들의 심사가 오죽이나 부글부글 뒤틀릴까. 위계(位階)라는 건 벼슬의 품계고 위치와 계단이다. 위계질서는 바로 사다리, 층계와 같은 질서고 한 단계 한 계단 한 층계씩 딛고 오르는 게 정상이다. 그런 질서의 모범적인 조직이 경찰과 군대다. 높이뛰기 육상선수도 아닌 경장, 경사가 경위 경감 경정을 뛰어넘어 단박에 총경(경찰서장 급)으로 뛰어오를 수는 없고 하사, 중사가 위관을 넘어 영관급으로 날아오를 순 없다. 대단한 무공을 세우거나 전사를 해도 1계급 특진이 고작이다. 그런데 법조계만은 중뿔나게 예외다. 최근만 해도 대전고검 검사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발탁됐고 문무일 부산고검장이 검찰총장으로 파계(破階) 도약했는가 하면 김명수 춘천지법원장이 일약 대법원장에 임명됐다. 대법관도 안 거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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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로동신문 지면기사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조선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지난 18일 취임 100일의 문 정권을 가리켜 '상상 외로 실망이다. 특히 북남 관계는 동정의 여지도 없이 낙제'라고 비난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당선되면 북한부터 가겠다고 했고 사드 반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공언했다. 당선 후에도 '조건만 허락하면 방북하겠다'고 했고 평창올림픽 단일팀 구성을 제의하는가 하면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대화로 풀자고 누차 강조했다. 그래서 군사실무자회담과 적십자 회담을, 지난달 '베를린 선언'에선 남북정상회담과 평화협정도 제의했다. 게다가 '한국의 허락 없는 대북 군사 제재는 없다'고 못 박아 마치 '북을 때리면 용서치 않겠다'는 소리로 들렸을지도 모른다. 또한 'DJ 노무현 노선을 따르겠다'고 선언했다. 얼마나 달가운 소리일까. 그런 문 정권을 마구 헐뜯다니!20일자 로동신문은 또 이번 한·미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 훈련도 맹비난했다. '조선반도 정세에 기름을 끼얹는 격' '자멸을 재촉하는 어리석은 행태'라고. 하지만 내심 웃을지도 모른다.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할 명분을 한·미 군사훈련이 제공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방패를 먼저 드니까 창을 겨눈다는 억지다. 그런데 조셉 던퍼드(Dunford) 미 합참의장의 지난 주 방한에 이어 20일엔 해리 해리스(Harris) 태평양사령관, 존 하이텐(Hyten) 전략사령관 등 미군 핵심 지휘관이 줄줄이 내한했다. 로동신문은 또 뭐라고 악담을 퍼부을 것인가. 던퍼드 합참의장은 지난 19일 일본 자위대 최고지휘관 가와노 가쓰토시(河野克俊)에게 미·일 동맹을 강조, '대북 군사 옵션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 정권만 사방에서 '패싱'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청와대 개방과 소통이야 좋다. 그런데 문 정권은 '직접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지율 80%의 촛불만 밀어주면 된다는 식이다. 그럼 국회부터 해산, '2권 분립' 체제로 가자는 건가. 그는 자신의 별명 '이니'도 맘에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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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푸드 포비아 지면기사
부정식품 불량식품도 흔하고 먹는 게 겁난다고 해서 '푸드 포비아(food phobia→식품 공포증)'라는 말까지 생긴 지 오래다. 이 달 들어서만도 맥도날드 햄버거의 덜 익은 고기를 먹은 네 살짜리가 신장장애 판정을 받았고 천안시의 한 초등학생은 입안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이른바 '용가리 과자'를 먹은 후 위장에 5㎝ 구멍이 뚫렸는가 하면 이번엔 또 살충제 달걀로 난리다. 피프로닐(Fipronil), 비펜트린 등 유독성 살충제에 달걀이 오염됐고 그런 살충제만도 27가지나 된다니 놀랍다. 연례행사인 조류인플루엔자로 숱한 닭을 생매장하는 것도 모자라 달걀까지 무수히 깨버리다니. 달걀이 중국에선 '계단(鷄蛋:지딴)'이다. 蛋은 '새알 단'자로 단백질(蛋白質)이라고 할 때의 그 蛋자고 단백질의 왕이 달걀이다. 또한 지상의 모든 알이 egg고 그 대표도 달걀이다. 육신도 알도 깡그리 인간에게 바치는 눈물겹도록 고마운 닭! 인간의 죄가 크다.2008년 미국에선 9명이 죽고 714명이 집단식중독을 일으킨 사건이 터졌다. 그런데 2015년 9월 21일 조지아 주 올버니(Albany) 연방법원은 그 오염된 땅콩 식품 메이커(PCA)의 전직 CEO인 스튜어트 파넬 피고인에게 무려 금고 28년을 선고했다. 부정식품에 대한 징벌로는 미국사상 가장 엄중했다. 그는 살모넬라균이 혼입(混入)된 사실을 알면서도 오염된 땅콩 제품을 묵인, 판매했다는 죄였다. 2013년 중국에선 1~4월 네 달 동안 무려 3천576명의 부정식품 사범을 구속했다고 그 해 5월 3일자 신경보(新京報)가 보도했다. 병사한 동물을 식육으로 판매했고 심지어 죽은 쥐 고기까지 위장 판매했다는 거다. 그래서 사형까지 징벌을 강화한 게 중국의 부정식품 사범이다. 살충제 달걀을 먹어도 한 달이면 독기가 다 빠진다는 게 대한의사협회의 권위 있는 변설이지만 19일자 중국 인민일보는 한국의 살충제 달걀 파동을 '독계란(毒鷄蛋) 파동'으로 보도했다. '독 달걀'이라는 거다. '독'까지야 좀 그렇지만…. 아무튼 '푸드 포비아'를 유발하는 부정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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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명성황후의 얼굴 지면기사
광복절을 앞둔 지난 14일 한 갤러리에서 명성황후(1851∼1895)를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는 초상화를 공개했다. 두건을 쓰고 하얀 옷을 입은 여성이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서양식 의자에 앉아 있는 그림인데, 족자 뒷면에는 '부인초상(婦人肖像)'이라는 글자가 세로로 적혀 있다. 해당 갤러리 측은 적외선 촬영 결과 부인이라는 글자 위에 '민씨(閔氏)'라는 글씨가 있었으며, 여성이 착용한 신발이 고급 가죽신인 데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쓴 '독립정신'에 등장하는 명성황후 추정 사진과 용모·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점을 들어 명성황후의 초상화가 맞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한복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거나 "옷차림이나 용모를 보면 왕비의 초상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초라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명성황후로 볼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고 했다.안타깝게도 우리는 명성황후의 제대로 된 얼굴을 알지 못한다. 조선시대에는 공식적으로 왕의 얼굴이 담긴 어진(御眞)만 그렸을 뿐 왕비에 대한 초상화를 남기지 않은 탓이다. 그런데 1890년대부터 조선 왕실 인물들의 사진이 신문과 잡지, 엽서 등에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나라를 지키려다 시해 당한 왕비, 혹은 시아버지와 대립하며 국정을 좌지우지한 여걸로 각인된 명성황후의 생전 모습을 상당히 보고 싶어 했다.대중들의 끊임없는 '명성황후 사진' 요구에 그의 사진이라고 유통됐던 것은 총 3점인데, 첫째는 평복 차림의 젊은 여인, 둘째는 원삼(예복)을 입고 어여머리(상류층 부인들이 예장용으로 하던 머리모양)에 떠구지(떠받치는 비녀)를 한 여인, 셋째는 모시옷에 부채를 들고 찌푸린 얼굴로 앉아 있는 여인이다. 이 사진들은 1890~1900년 사이 여러 외국의 잡지와 저서, 사진첩들에 서로 다른 제목들이 붙여진 채 유포됐다. 하지만 이 사진들 모두 명성황후의 실제 모습으로 공인되지 못했다. 학자들은 흥선대원군 추종 세력에 의해 명성황후의 친척들이 암살당하면서 그의 대인기피증, 암살 공포증이 매우 심했다고 한다. 따라서 일부러 초상화를 남기거나 사진을 찍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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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단발머리'와 '택시운전사' 지면기사
1980년, 고2 때 일이다.반(斑) 친구가 시도 때도 없이 '엄마야, 엄마야'라고 해 웃음을 샀다. 그가 내지르는 '엄마야'는 경박한 고음이어서 더 거슬렸다. 1979년 하반기 출시된 조용필의 새 히트곡 '고추잠자리'의 후렴구라는 걸 얼마 뒤 알았다.'가왕(歌王)' 조용필의 고추잠자리가 수록된 음반에는 '단발머리'란 곡도 있다. 경쾌하고 빠른 리듬에 특유의 가성이 더해져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그 소녀~'로 시작되는 대중가요에 이 땅의 청춘들은 열광했다.이후로도 세기를 넘어 사랑을 받아온 '단발머리'가 영화 '택시 운전사' 초반부에 등장한다. 택시 운전사로 분한 배우 송강호는 경쾌한 리듬에 맞춰 가사를 따라 부른다.영화에서 그가 운동가도 아닌 이 노래를 흥얼거리는 건 80년대를 대표하는 대중가요라는 점에서 적절해 보인다. 앞서 발표된 혜은이의 '제3 한강교'가 종반에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게다. 50대 이상 장년층은 이 장면을 보면서 '서울의 봄'과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상징되는 80년대 초반 격동기를 떠올릴 것이다.고교 시절, 동급생 모두 해바라기가 되는 단발머리 소녀가 있었다. 배우 황신혜(예명) 씨다.그가 다닌 인천학교의 여고생들은 까만색 동복에 리본을 단 흰색 하복을 교복으로 입었는데, 모두가 단발머리를 했다. 그도 같은 교복에 같은 머리였는데, 눈에 확 띄는 미모였다. 날씬하고 늘씬했다. 큰 눈에 시원시원한 서구적 이미지로 남학생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마침 집이 모교 뒤여서 어쩌다 마주칠 기회가 있었다. 그가 오가는 길목에 자리한 분식집은 저녁 무렵에 장사가 더 잘 됐다. 황신혜 프리미엄이다. 20대 초반 TV 브라운관에 데뷔하고 뜰 무렵 들렀다는 인천 신포동의 나이트클럽이 한동안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40년 가까운 풍상(風霜)이 지났다. 여배우는 사춘기 지난 딸을 가진 주부가 됐다. '~못 잊을 그리움 남기고, 그 소녀 데려간 세월이 미워라'. 경쾌한 리듬의 '단발머리'가 왠지 쓸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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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북핵 평화적 해법 지면기사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건국일부터 부정한다. 14일 독립유공자와 유족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2년 뒤인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고 했다. 국가 성립엔 네 가지 요건이 있다. 첫째는 국민이다. 그렇다면 1919년 상하이에 우리 국민이 몇이나 있었나. 둘째 요건은 영토다. 1919년 당시 상하이가 우리 영토였나? 셋째는 정부, 넷째 요건이 주권이라면 그 또한 아니다. 정부는 '임시'정부였고 일제에 의한 망국으로 주권이라는 것도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그 네 가지 국가 성립 조건을 갖췄던 게 1948년 8·15 건국이었다. 그런데도 작년 8월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건국 68주년을 맞이한 역사적인 날'이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얼빠진 주장'이라고 했다는 거다. 착각도 미망(迷妄)도 이만저만 아니다.문 대통령은 어제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북한 핵의 평화적 해결을 제의했고 대화를 강조했다. 그 제의, 그 강조에 동의하지 않을 국민은 없을 게다. 국제사회도 다를 바 없겠지만 문제는 어떻게 무슨 방책으로 평화적 해결이 가능한가 그 점이다. 북한은 '핵은 국보, 생명 줄'이라며 수도 없이 절규했다. 그렇다면 반복하는 유엔의 북핵 폐기 결의와는 반대로 그대로 인정하자는 건가. 문 대통령은 지난달 독일 G20 정상회의 때 평화협정 체결을 북한에 공식 제의했다. 그건 북한의 고소원(固所願)이다. 하지만 북한이 바라는 평화협정 상대국은 미국이다. 그래야 주한미군이 더 이상 주둔할 명분이 없어지고 남북연방제→사회주의체제 통일이 가능하다는 셈법이다. 중국도 그리 되기를 바라고…. 평화협정이란 깨기 위해 존재한다. 헨리 키신저가 주도,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1973년 베트남 평화협정만 해도 유엔안보리 이사국(영국 프랑스 소련 중국)까지 보장 서명을 했지만 결과는 공산화, 패망이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그의 저서 'The Sane Society(건전한 사회)'에서 '기원전~19세기 약 8천 건의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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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8·15 광복절 지면기사
일제 36년 압제(壓制)로부터 해방, 광명을 되찾은 1945년 8월 15일 그 날의 기쁨이 어떠했는지는 노래가 증명한다.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는 광복절 노래부터 그 환희의 무게를 증명했고 이어 쏟아진 노래들도 그 흔희작약(欣喜雀躍)의 부피를 말해줬다. '사대문을 열어라 인경을 쳐라/ 삼천리 곳곳마다 물결치는 이 기쁨…(사대문을 열어라)' '얼마나 그렸던가 무궁화 꽃을/ 얼마나 외쳤던가 태극 깃발을/ 갈매기야 웃어라 파도야 춤춰라…(귀국선)' '은 마차 금 마차에 태극기를 날리며/ 울어라 은방울아 세종로가 여기다…(울어라 은방울)' 등. 그러나 3천리 곳곳마다 물결치던 기쁨은 이내 두 토막으로 잘려버렸다. 그 또한 일제 탓이다. 한반도가 일제 식민지가 아니었다면 2차대전 종전 후 연합군의 한반도 처리 과정에서 '분단'으로 결정할 이유가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초의 제의일지 모르지만 '광복절'→'복광절(復光節)'로 바꿔야 한다. 복교(復校) 복학(復學) 복습(復習) 복간(復刊) 복권(復權) 복고(復古) 복귀(復歸) 복구(復舊)…처럼 復자가 먼저기 때문이다. 언어 구조의 순리가, 합리가 그렇다는 거다. 일본어엔 '光復'이라는 말도 없다. 우리 8·15 광복절이 그들에겐 패전기념일이다. 미국이 사상 최초로 1945년 8월 6일과 9일 일본에 원폭을 투하, 2차대전 종지부를 찍은 그 히로시마(廣島) 나가사키(長崎)엔 평화 기념공원이 세워졌지만 사실상 '패전 기념공원'이다. 그런데 그 히로시마 5만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일본 정당 대표가 지난 6일 처음으로 헌화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가 소속 의원 20여명과 함께 꽃을 바쳤다는 건 엄청난 변화다. 한·일은 동맹국 아닌가.문제는 북한이고 우리 내부다.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건국일로 인정하지 않는 무리다.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 4월 13일이 건국일이라는 주장이다. 그들은 대한민국 건국과 부흥, 전 세계가 찬탄한 한강의 기적도 부정한다. 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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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괌 지면기사
괌(Guam) 섬은 필리핀 동쪽 2천400㎞, 일본 남쪽 2천160㎞의 서태평양 마리아나 제도(Mariana Islands) 중 하나다. 괌을 비롯해 사이판 등 15개 섬이 마리아나 제도고 괌은 미국령, 기타 섬은 미국의 신탁통치령이다. 괌 섬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1521년 마젤란이었고 1565년 스페인 영토를 거쳐 1898년 미국 땅이 됐다. 2차대전 중엔 일본군이 점령하기도 했지만 1944년 미군이 탈환했다. 면적은 543㎢니까 제주도의 약 3분의 1이고 수도는 아가냐(Agana)다. 그 작은 섬 괌에 갑자기 전운(戰雲)이 뒤덮였다. 북한이 지난 11일 미 앤더슨공군기지가 있는 괌에 중거리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하겠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괌이 발칵 뒤집혔고 지사는 곧바로 전시 행동요령을 공표했다. '실명할 위험이 있으니 (요격 시) 미사일 불꽃과 섬광을 쳐다보지 말 것, 즉각 뭐든 지형지물 뒤로 몸을 숨길 것, 방사능 물질의 확산 방지를 위해 옷을 벗을 것, 피난 비상용품을 준비할 것' 등이다.바나나 파파야 멜론 주산지인 천혜의 섬 괌을 '핵 보검으로 까부수겠다'고 위협한 북한은 지금 어떤가. 각 지역 직장별 전시 대비령이 내려졌고 로동신문은 12일 '새로운 유엔제재결의 발표 후 3일 간 전국에서 대학생과 여성을 포함한 347만5천명이 우리 조선인민군 입대를 탄원했다'고 보도했다. 좀 과장된 숫자인 듯싶지만 북한 당국이 그토록 군 입대를 부추기는 속셈은 배급제도가 충실한 평양시 인구를 감소시키는 동시에 불만분자, 출신성분이 나쁜 시민을 일소하기 위함이라고 12일자 일본 아사히신문이 밝혔다. 북·미간의 험악한 전쟁 위협 발언으로 뉴욕 주식시장 주가는 지난 10일의 200달러 폭락에 이어 연일 하락 중이고 유럽 증시도 내리막이다.오노테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방위상도 지난 10일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에서 '북조선 미사일이 일본 영공으로 날아오면 격추할 수도 있고 집단자위권 행사 등 존립위기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땅은 태평이다. 사드 배치 '결사반대'엔 일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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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의사, 변호사, 검사… 그리고 외계인 지면기사
검찰 내부의 암투와 정관계 연결고리를 생생하게 묘사해 숱한 화제를 낳았던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검찰총장(선우재덕)이 반부패 수사를 맡게 된 특임검사(조승우)에게 "흔히들 검사나 의사나 같은 '사'자를 쓰는 줄 아는데 의사는 '스승 사(師)'자를 쓰고 변호사는 '선비 사(士)'자를 쓰는데 유독 검사만 '일 사(事)'자를 쓴단 말이야. 그래서 검사는 사람이 아닌가 했는데 깃발을 높이든 모양이라고 하더군, 일 사자가. 우린 그래야 돼…."한자 연구가들에 따르면 일 사(事)자는 원래 역사의 뜻을 가진 史 자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역사란 사실(事實)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후대에 와서 일과 역사의 의미를 구별하기 위해 史 자의 위·아래에 획을 하나씩 더 그어 事 자를 만든 것으로 본다. 참고로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判事)도 '일 사'자를 쓴다.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당 대표 선거 출마선언을 하면서 "조국을 구하지 못하면 살아서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넌 안중근 의사의 심정으로 당을 살리고 대한민국 정치를 살리는 길로 전진하겠다"고 했다. 재미있는 것은 의사(醫師) 출신인 안철수 전 대표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義士)에 자신을 빗댔다는 것이다. 의사(醫師)는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는 사람이고, 의사(義士)는 타인에게 무력(武力)으로 항거해 스스로 목숨을 버린 사람이기에 상반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안 전 대표가 당을 살리는 의사(醫師), 혹은 의사(義士)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이제 '외계인'으로까지 불린다는 사실이다. 당 대표 출마를 만류했던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안 전 대표를 향해 "외계인과 대화한 것 같다", "벽에 대고 얘기했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한국말을 써서 소통이 안 된다"며 푸념한 것이다. 사실 이에 앞서 전조(前兆)가 있었다. 지난 5월 대선에 출마해 '걸어서 국민 속으로 120시간'을 실천한 안 전 대표에게 지지자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