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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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한국 육상의 퇴보(退步) 지면기사
육상의 '살아있는 전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은퇴했다. 그는 지난 6일 영국 런던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3위에 그쳤다. 우승자인 게이틀린(미국)은 무릎을 꿇고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 종목 대한민국의 자존심 김국영은 아깝게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준결승에서 10초40의 저조한 기록으로 꼴찌에 그쳤다. 그래도 처음 준결승전에 나선 게 위안이다.한국은 세계 육상의 변방이다. 여러 종목의 기록이 몇십 년째 제자리다. 일부 종목은 뒷걸음질 친다. 이번 대회에는 선수 17명만 출전했다. 마라톤 6명, 경보 6명을 빼면 트랙과 필드는 5명이 전부다. 선수들을 많이 내보내 경험이라도 쌓게 하고 싶지만 이마저 안된다. 대회 규정이 정한 종목별 최저 기록을 넘어서야 출전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대회 성적은 더 초라하다. 남자 마라톤 김효수 선수는 2시간25분08초로 59위다. 여자 마라톤은 임경희(35·구미시청)가 2시간38분38초로 34위에 그쳤다. 남자 마라톤은 1990년대~2000년대 초반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후 퇴보에 횡보다. 김효수 선수의 2시간25분08초는 80년도 넘은 고(故) 손기정 선수의 기록에도 못 미친다. 마라톤 강국이 어느 새 꼴찌를 다투고 있다.다른 종목도 기대할 게 없다. 자신의 최고 기록을 넘어서야 결선 진출이라도 기대할 수 있다. 메달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1980년대 장재근 선수가 세운 200m 20초41과 1990년대 초 이봉주 선수가 세운 하프마라톤 1시간1분4초는 여전히 난공불락이다.전문가들은 한국 육상이 부진한 본질적 이유로 재능 있는 선수들의 부족을 꼽는다. 고등부 야구 선수는 2천795명인데 대한육상연맹에 등록된 남녀 고등부 육상 선수는 1천956명에 불과하다. 육상 선수들은 텅 빈 관람석과 불투명한 앞날에 좌절한다. 우리는 수영의 박태환, 피겨의 김연아가 육상에서도 나타나기를 바라지만 그건 신기루를 꿈꾸는 거다. '한국 육상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연일 세계 기록을 갈아치우는 지구촌 젊은 건각(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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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폭염 아파트 정전 지면기사
'헬 조선'이니 뭐니 멀쩡한 나라를 지옥이라고 매도하는 악질들도 있지만 죽어서 간다는 지옥을 죽기 전에 체험해본 사람도 있을까. 있다. 있어도 다수다. 폭염에 정전이 된 아파트 주민이다. 지난 6일 밤 부산 사상구 주례동의 한 아파트 단지가 정전, 1천206가구가 겪어본 게 다름 아닌 이승의 지옥이었다. 그날 사상구는 37.6도였고 승강기 5대도 멈춰버려 17명의 입주민이 1시간 20여분이나 감금당했다는 거다. 그 1시간 20여분 승강기 속이 얼마나 뜨거웠을까. 그런 곳이 불교에서 일컫는 8가지 뜨거운 지옥인 이른바 '팔열지옥(八熱地獄)' 중 한 곳이었을 게다. 선풍기 하나 못 돌리고 고층 층계를 걸어서 오르내리는 심장들이라니! 같은 날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 아파트 단지도 장장 3시간 45분 정전이 됐고 일산 서구 주엽동, 청주시 내수읍,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 아파트도 전기가 나가버렸다.정전사태는 7일 밤에도 벌어졌다. 다른 곳도 아닌 서울 강남이 뽐내는 도곡동 타워 팰리스 1차 4개동 1천300여 가구가 캄캄한 지옥이 돼버렸다. 탑 궁전인 타워 팰리스가 아니라 '탑 헬'이 돼버린 거다. 같은 날 오피스텔에서도 전기가 끊겼다. 대구 침산동 22층 오피스텔에서 2시간 40분 전기가 외출해버렸다. 그날(입추) 대구는 37.2도로 살인적이었다. 경기도 시흥 오피스텔 수백 가구도 정전이 됐고…. 이름이야 그럴싸한 행정'안전'부지만 그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이 지난 주말 집계한 전국 정전 가구는 무려 5천여 가구였다. 원인이야 늘 같다. 노후 변압기를 미리, 제 때 교체하지 않은 탓이다. 그렇다면 한전은 뭘 하고 있고 행정안전부는 또? 행정안전부가 아니라 '행정불안전부' 아닌가. 저승도 가기 전에 미리 한겨울 '팔한지옥(八寒地獄)'과 한여름 '팔열지옥'을 체험토록 할 참인가. 땅속 지옥이야 보나마나 전기가 없겠지만 천당이라면 어떨까. 천당(天堂)이라는 글자 뜻은 '하늘 집'이다. 그렇다면 거기도 밤이면 환하게 전기가 켜지는 거 아닐까. 전기 나간 천당은 결코 천당이 못될 게다. 아파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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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2017년 휴가 피크 지면기사
너도나도 모두가 해외로 바다로 산으로 떠나는 2017년 여름휴가도 처서와 말복이 양쪽에 걸터앉은 금주가 피크다. 하지만 '피크'라는 건 휴가가 긴 나라엔 없다. 유럽 북부 발트 해의 리투아니아와 남미 브라질은 40일, 축일까지 끼면 41일이고 러시아, 핀란드도 40일씩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30일, 미국과 싱가포르 25일, 중국도 3주일, 캐나다도 19일이다. 그리도 길면 지루하지 않나? 아무튼 휴가철엔 유럽 대도시들이 텅텅 빈다. 하긴 '바캉스(휴가)'라는 말의 본고장인 프랑스의 vacance나 독일어 vacanz, 영어 vacation이 모두 '비었다(vain)'는 뜻의 라틴어 vanus에서 왔다. 역대 로마 교황부터 로마를 비우고 가톨릭 사제들도 2주 정도 휴가를 떠난다. 승려들도 그 길고긴 하안거(夏安居) 칩거가 휴가나 다름없다. 국가원수들도 솔선수범(?) 떠나고.만능 스포츠맨인 러시아 푸틴은 이번 여름에도 근육질 상체를 노출한 채 잠수복 차림으로 물고기를 잡거나 수상보트를 즐긴다. 골프광 트럼프는 별장 골프장이 단골 휴가지고 올해도 17일간의 골프장 휴가 중 백악관은 냉난방 시설 등 대대적인 보수공사 중이다. 독일의 메르켈은 매년 단골 코스인 독일 남부 산악마을의 음악축제를 즐기고 중국 정치 거물들의 공통 휴가지는 허베이(河北)성 북동쪽 친황다오(秦皇島)시 해안 휴양지인 베이다이허(北戴河)다. 1954년 마오쩌둥(毛澤東)을 비롯해 중국 특유 원로정치가 관철되는 곳이 베이다이허다. 덩샤오핑(鄧小平)은 매년 거기서 수영을 즐겼고 시진핑도 단골이다. 일본의 아베는 아직 휴가를 못 갔다. 모 학교법인의 권력로비 연루 의혹으로 지지율 급락에다가 그저께 히로시마 원폭(原爆) 72주년 추모제에선 '아베를 감옥에 보내라!'는 시위대까지 맞닥뜨렸다. 그의 개헌 드라이브도 제동이 걸릴 판이고…. AP통신은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의 휴가를 언급했다. 북한의 2차 ICBM 발사로 세상이 시끄럽긴 하지만 일중독의 한국인들은 휴식을 권장 받을 만하다는 거다. 하지만 안보가 위태로운 판에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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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대북제재 결의안 지면기사
어제 새벽(한국시간) 유엔안보리가 또 대북제재결의안을 만장일치 통과시켰다. 지난달 28일 밤중에 발사한 2차 ICBM에 대한 대북제재로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이래 8번째 결의안이다. 제재 강도도 점점 높다.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석탄과 철, 철광석, 연(鉛), 해산물 수출을 전면 금지시킨다는 거다. 그 금수(禁輸)조치가 엄격히 이행되면 북한의 연간수출 30억 달러의 약 3분의 1이 삭감된다고 했다. 그러나 헤일리(Haley) 유엔 미국대사가 강력히 요구한 북한의 군사목적 석유수입 제한만은 관철되지 못했다. 류제이(劉結一) 유엔 중국대사와 바실리 네벤자 러시아대사의 반대 때문이었다. 도대체 유엔 대북제재결의안이 몇 번이나 더 되풀이될 것인가. 문제는 대북제재와 압박, 겁박과 핍박이 강도를 더해가도 김정은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는 거다. 까까머리 맥매스터(McMaster)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예방전쟁(preventive war)'까지 언급했지만 그 또한 용이하고 수월한 건 아니다. 그저께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막된 아세안(ASEAN) 외상회의에서도 10개국 외무장관이 이례적인 대북공동성명을 냈다.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유엔안보리 결의를 따르라'는 거다. 어제 도착해 참여하지 못한 리용호 북한외상이 있었다면 만류, 저지했을 게다. 그런데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그 사흘 전인 지난 2일 김정은을 말했다. '위험한 장난감으로 놀고 있다. 바보다. 통통한 얼굴이 순해 보이건만 그에게 당하고 말 건가. 그가 핵전쟁을 부르면 극동은 불모지가 될 것'이라고. 마닐라 아세안 외상회의의 대북성명과 더불어 또 하나 극히 이례적인 행사는 일본에서 벌어졌다. 지난 4일 일본 히에이(比叡)산 엔랴쿠지(延曆寺)에 모인 세계 종교 지도자들이 종교의 틀과 한계를 넘어 세계적인 테러 만연과 북한 핵 개발에 반대, '평화의 기도회'와 함께 '히에이산 메시지 2017'을 채택한 거다. 그 절은 교토(京都) 동북방 시가(滋賀)현 경계인 오쓰(大津)시 사카모토(坂本)에 있는 고찰로 일본 천태종(天台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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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천재의 뇌는 과연 다른가? 지면기사
'천재 과학자'의 대명사로 불리는 아인슈타인은 1955년 4월 18일 오전 1시 15분에 내출혈로 사망했다. 그는 이스라엘 건국 7주년 기념행사의 연설을 준비하다가 쓰러졌는데, 병원으로 실려갔을 당시 "인간의 기술로 삶을 늘리는 건 천박한 짓인 거 같다. 내 사명은 이제 끝냈으니, 이제 갈 때가 됐다"라며 수술을 거부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과학자의 죽음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 했지만 그가 죽은 뒤에는 훨씬 충격적인 일이 발생한다. 아인슈타인의 사체 부검을 맡았던 프린스턴 병원의 병리학자 토머스 스톨츠 하비 박사가 그 누구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아인슈타인의 사체에서 뇌를 빼낸 뒤 240조각으로 잘라 내 포르말린 용액에 보관한 것이다. 그리고 가족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아인슈타인을 화장한다.하비가 측정한 아인슈타인의 뇌 무게는 43온스(약 1.22kg) 정도로, 정상인 중에서도 작은 편에 속했다. 그리고 하비가 다른 것을 더 측정하기도 전에 그의 아들이 학교에서 불쑥 "우리 아빠가 아인슈타인의 뇌를 갖고 있어요!"라고 말하면서 하비의 비상식적인 행동과 실험 계획 등이 탄로 나게 된다. 곧바로 지역 신문이 1면에 이런 사실을 대서 특필하자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으며, 이에 하비는 "과학의 발전을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을 하며 뻔뻔하게 맞섰다. 그리고 하비는 분노한 아인슈타인 가족을 설득해 결국 아인슈타인 뇌에 대해 추가 연구를 할 수 있는 허락을 받아냈다. 그러자 수많은 과학자들이 아인슈타인의 뇌를 같이 연구하자는 진풍경이 펼쳐진다.대표적으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통합생물학 교수였던 매리언 다이아몬드 박사 역시 아인슈타인 뇌를 연구하겠다며 끊임없이 요청했고 마침내 1984년 뇌 조각들을 넘겨받을 수 있었다. 이후 그는 현미경을 통해 아인슈타인의 뇌에서 이상하리만치 많은 양의 '교질 세포'(glial cells)를 발견해 내고 이를 토대로 아인슈타인이 개념을 창안하는 능력이 탁월했을 것이라 추정했다. 매리언 박사가 지난달 25일 90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아인슈타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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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혼밥은 '사회적 자폐' 지면기사
일본 TV도쿄가 2012년 처음 선보인 '고독한 미식가'는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의 '혼밥' 이야기다. 홀로 수입잡화상을 운영하는 독신남 고로는 '혼자 밥 먹기'의 진정한 고수다. 손님과 상담하다 허기를 느끼면 미련없이 식당을 찾아 나선다. 일은 뒷전이다. 일본인들은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식사를 하는 순간, 심적인 위로와 행복을 느낀다'는 그에게 열광한다. 시즌6까지 총 80여 편이 방영됐다. 드라마 초반, 원작 만화 장면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유로운 식사를 하는 행위는…'이라는 고정 멘트는 격한 공감을 부른다. 심야식당으로 낯익은 배우 마츠시케 유타카(고로 역)는 먹방의 진수를 보여준다. 특이하게도 그는 이마에 깊게 파인 주름의 변화로 맛을 표현해 낸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나 홀로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순간의 행복'이 얼굴에 가득하다. 대개가 작고 허름하며 가성비 좋은 서민 음식을 내놓는 노포(老鋪)들이다. 배 터진 고로가 식당을 나설 때 '고로, 고로, 이노가시라'란 가사와 함께 흐르는 엔딩 시그널은 중독성이 강하다. 원작자인 쿠스미 마사유키가 해당 식당을 방문하는 '불쑥 쿠스미' 코너는 유쾌한 후식이다. 식당 업주가 직접 출연하는데, 그의 유머감각이 더해져 맛깔스럽다. 술을 못하는 고로와 달리 쿠스미는 아침부터 대놓고 술이다. 둘은 상호 보완재다.유명 맛 칼럼니스트가 '혼밥은 사회적 자폐'라는 취지의 말을 해 시끄럽다. 당사자는 뜻이 와전됐다고 부인했다. 발언의 진위와는 별개로 맛 칼럼니스트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서 놀랐다. 그는 분명 자폐아라고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밥을 혼자 먹겠다는 것은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인 소통의 방법을 거부하는 일이다'라고 했다. 혼밥은 자폐적인 행위라고 규정한 셈이다. 홀로 밥을 먹는 사람들에 대한 편향이 드러난다. 음식을 제대로 음미하고 평가하려면 혼자가 제격이다. 맛 칼럼니스트들이 굳이 홀로 이름 모를 식당을 찾아 헤매는 이유다. 그는 심지어 자신의 말을 악의적으로 왜곡했다며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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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스몸비' 벌금 지면기사
스마트 폰을 보며 거리를 걷는 스몸비(스마트 폰+좀비)족에게 벌금을 매기는 나라가 있다. 미국 하와이 주다. '살아 있는 시체'라는 뜻의 '좀비(zombie)'가 붙어 '스몸비(smombie)'가 된 것도 억울할 터이건만 벌금까지 물다니! 하와이 호놀룰루 시 의회가 보행 중 빈발하는 스몸비 족 사고를 막기 위해 15~130달러의 벌금을 물리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콜드웰 시장이 지난달 27일 서명, 오는 10월부터 발효된다는 거다. 130달러는 무단횡단 스몸비에 부과된다. 하긴 중독증이 심각하긴 하다. 자동차 운전은 물론 자전거, 오토바이(모터사이클) 운전 중에도 스마트 폰을 본다니까. 미국 캘리포니아엔 포레스트 힐(Forest Hill)이라는 드높은 다리가 있다. 아메리칸 강을 가로질러 오번(Auburn)과 포레스트 힐을 연결하는 길이 740m 다리다. 지난 4월엔 한 여성이 그 꼭대기서 셀카를 찍다가 18m 아래 전망보도에 추락, 심한 골절상을 당했다.목숨만 건져도 그나마 다행이다. 미국에선 자동차 운전 중 사고로 죽는 스몸비만 하루 10여명이다. 오토바이, 자전거 스몸비는 더 위험하다. 목 디스크와 안과 질환 등 스몸비 증후군도 늘어간다. 중국에선 스마트 폰 사용자를 '수기인(手機人)'이라 부르고 스몸비를 가리켜 '고개를 푹 수그리고 다닌다'고 해서 '저두족(低頭族:띠터우쭈)'이라고 하지만 스몸비 사고 방지대책 또한 가지가지다. 독일 남부 아우크스부르크(Augsburg)시와 쾰른(Koln) 시는 스몸비를 위한 선심 행정을 펼쳤다. '보행 노면에 신호등을 깔았고 신호기 개당 1만 유로(약 1천300만원)나 들였다'고 작년 4월 28일 CNN이 보도했다. 런던에선 가로등 기둥을 패딩으로 감싸 스몸비가 부딪혀도 다치지 않게 했다지만 효과는 미지수다.가장 효과 있는 스몸비 사고 방지책이라면 뭘까. 중국 충칭(重慶)시는 일부 보도에 스몸비 전용 레인까지 깔았지만 효과는 별로다. 상하이도 지난 3월부터 운전 중 스몸비에 벌금 200위안(3만6천원)을 매기지만 그 역시 별무효과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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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중국의 군사력 지면기사
중국의 군사력은 일취월장(日就月將), 일장월취(日將月就) 정도가 아니다. 중국에선 '비속발전(飛速發展:페이쑤파잔)'이라고 한다. 날아가는 속도로 발전한다는 뜻이다. 그저께 펼친 대규모 열병식만 봐도 그럴 거라는 느낌이다. 베이징 북쪽 네이멍구(內蒙古) 주르허(朱日和) 군사기지는 그 넓이만도 서울 면적의 1.8배로 아시아 최대다. 그저께 거기서 거창하고도 대단한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建軍) 90주년 행사가 펼쳐졌다. 육해공군과 로켓부대 등 2천여 병력과 6백여 대의 전투기가 동원됐고 더욱 놀라운 건 증가하는 첨단무기다.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에 맞선 젠(殲)-10B 전투기에다가 이번엔 최신예 젠-20이 등장했다. 殲은 '섬멸한다'고 할 때의 '멸할 섬, 죽일 섬'자다. 신형 ICBM 둥펑(東風)31AG와 항공모함 킬러인 둥펑 21D 탄도미사일 등도 첫선을 보였고…. 그런 무기류를 중국 언론은 '대살기(大殺器), 빛나는 모습들(齊亮相)'이라고 했다.그런데 군복 차림으로 지프에 선 채 이동, 근엄한 표정으로 열병을 한 시진핑 주석이 뭐랬던가. '우리 군은 어떤 침략도 막아낼 수 있는 최강'이라며 자화자찬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 건군 90주년 행사를 관영 CCTV는 하루 종일 보도했다. 그저께 밤 10시 뉴스만 해도 중간광고 영상을 뺀 1시간 내내 중국 군대와 무기만을 보도했다. 그 날은 미국의 '죽음의 백조'라는 스텔스 전투기 B-1B가 다시 한반도에 날아왔고 미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연쇄출동, 2차 ICBM을 발사한 북한을 압박한 시점과 겹쳤다. 중국 국방부는 그날 열병식과 주변 정세와는 무관하다고 했지만 어떤가. 시진핑의 열병식 호기(豪氣)와 호통이야말로 '겁나지 않냐, 미국아!'라는 속내 발동만 같았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지난 26일에도 '대규모 군사 활동을 27일부터 2일간 실시한다. 황해 해역에 선박 진입을 금지한다'고 일방통고, 칭다오(靑島) 앞바다 해역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을 벌였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모두 영해로 차지, 해상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거 아닌가. 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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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8월 위기설 지면기사
미국은 김정은을 '핵 중독자(nuclear addict)'로 낙인찍었다. 그밖에도 김정은을 비하하는 말은 여러 가지다. donkey(당나귀→얼간이, 바보), airhead(낙하 교두보→빈 머리통), fruitcake(말린 포도, 호두과자→제정신이 아닌) 등. 그는 국제 언론(신문)의 단골 캐리커처(戱畵) 감이고 패러디(풍자, 조롱) 감이다. 2014년 지구촌 화제를 부른 미국의 김정은 암살 코미디 영화까지는 들추지 않더라도 형님(大哥→따꺼)나라, 혈맹 국가 중국에서까지도 김정은 풍자 동영상이 인터넷에 확산된 적이 있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가 나란히 익살스런 춤을 추다가 김정은의 바짓가랑이가 벗겨지는 모습의 영상이었다. 작년 1월 미 시사주간지 '뉴요커' 표지엔 또 김정은 아이가 미사일과 탱크, 전폭기 등 모형 장난감을 갖고 노는 모습이 실려 눈길을 끌었고 작년 4월 중국 상하이엔 김정은 아이스크림 '싼판(뚱보 3세)'이 등장해 화제를 불렀다. 문제는 그런 국제적 놀림가마리, 패러디 단골 모델인 뚱보 청년 김정은에게 국제사회와 유엔이 언제까지, 얼마나 더 농락을 당하며 끌려 다녀야 하느냐 그 점이다. 두 번째 발사 성공이라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은 28일 한밤중 자강도 무평(舞坪)리에서 쏴 올렸고 시기도 남측이 예상했던 휴전협정일(북측은 전승절)인 27일을 넘겼다. 다음 발사도 언제 어디일지 모른다. 그런데 발사 명령서인 김정은의 육필, 비바람에 냅다 쓸린 듯한 글씨만 봐도 그의 괴팍한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발사 이유를 '분별없는 미국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극히 무모하고 위험한 장난'이라고 말했다. 중국 인민일보도 29일 북한의 2차 ICBM 발사 성공을 보도했다. '대륙간'을 洲際(주제), 탄도미사일을 '彈道導彈(탄도도탄)'이라고 한다. 제프 데이비드 미 국방부 대변인은 90도에 가까운 압축 발사각도로 쏴 올린 이번 2차 ICBM을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ICBM으로 공식 인정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사드 추가배치와 한미연합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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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커피 독살 사건 지면기사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커피를 마신 사람은 조선의 26대 임금인 고종으로 전해진다. 고종은 궁중 다례의식에 커피를 사용했을 정도로 애정이 남달랐다. 그는 아끼던 은제 커피잔을 명성황후의 주치의이자, 정신여고 설립자인 벙커 부부에게 하사하기도 했다. 당시엔 커피의 발음을 음차해 '가배차' 혹은 '가비차'로 부르거나 '서양에서 들어온 탕'이라는 뜻의 '양탕(洋湯)'이라 불렀다.고종은 1896년 아관파천 당시 러시아 공사관에서 일하던 독일 국적의 프랑스인 '손탁(Sontag)'의 소개로 커피를 처음 접하게 됐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사실과 좀 다르다. 1884년부터 한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한 알렌(Allen)의 저서에는 '궁중에서 시종들로부터 홍차와 커피를 대접받았다'고 기록돼 있으며, 선교사 아펜젤러(Appenzeller)의 보고서에는 1888년 인천에 위치한 '대불 호텔'을 통해 이미 커피가 일반인들에게 판매됐다고 적혀 있다. 또 1884년 미국의 천문학자 로웰(Lowell)은 그의 저서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조선 고위 관료로부터 커피를 대접받았다는 기록을 남겼으며, 유길준은 '서유견문(1895)'에서 커피가 중국을 통해 조선에 소개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고종이 커피를 접한 것은 아관파천 이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그런데 고종은 자신이 사랑했던 커피로 인해 독살 당할 뻔했다. 아관파천 당시 통역을 담당했던 김홍륙은 1898년 고종의 생일인 9월 12일 관리 공홍식과 주방에서 일하던 김종화를 시켜, 고종과 태자(순종)가 마시는 커피에 아편을 넣게 했다. 그런데 냄새가 이상하다고 느낀 고종은 커피를 마시지 않았고, 태자는 커피를 마시다가 토하고 쓰러졌다. 태자는 중독 후유증으로 치아를 18개나 잃었다. 이 사건으로 김홍륙·공홍식·김종화는 사형을 당하고 김홍륙의 처 김소사는 곤장 100대와 3년간의 백령도 유배 형을 받았다.'할리스', '카페베네' 등 국내 토종 커피 브랜드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커피왕'으로 불렸던 강훈 대표가 경영난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