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움베르토 에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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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움베르토 에코 지면기사

    참 대단한 천재가 하늘나라로 갔다. 소설 '장미의 이름(1980)'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작가에다 철학자 역사학자 기호학자 미학자 문예평론가이기도 한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가 20일 아침 84세 삶을 마감한 것이다. 20세기 이탈리아 최고 지성이자 작가인 그가 죽자 라 레푸블리카(La Repubblica) 등 이탈리아 언론은 1면 주요 기사로 알렸고 전 세계가 애도했다. 그는 문학작품 외의 저서(이론서)만도 '중세의 미학' '토마스 아퀴나스의 미학 문제' '열린 작품' '기호학 이론' 등 다수지만 한국인들에게 움베르토 에코 하면 단연 작가 이미지부터 떠오른다. 그의 대표작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振子)' '프라하의 묘지' 등이 모두 우리말로 번역, 소개됐기 때문이다. 중세 이탈리아 수도원 수도사(修道士)들의 연쇄 독살사건을 다룬 '장미의 이름'은 전 세계 45개 언어로 번역돼 1천400만권이나 팔렸고 이탈리아 최고 문학상인 스토레가 상을 수상한데다 숀 코네리가 주연한 영화로도 소개됐다. 83세인 작년에 낸 소설 'Anno zero(零年)'는 변질된 저널리즘을 풍자한 내용이었고….대머리에다가 뺨을 뒤덮은 흰 수염, 검은 테 안경이 개성적인 인상인 그의 대단한 천재성은 또 다른 측면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비롯해 영어 불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에 거짓말처럼 두루 능통했다는 것이고 밀라노대, 피렌체대를 거쳐 2008년부터 볼로냐(Bologna)주립대 교수였다는 거다. 볼로냐가 어떤 대학인가. 고색창연한 옥스퍼드대(1249년)나 파리대학(1215년)보다도 훨씬 오래전인 1088년에 개교한 세계 최고(最古)대학 아닌가. '유니버시티'라는 말을 최초로 사용한 대학이 볼로냐였고 Alma Mater Studiorum Universita Di Bologna는 정식 교명이자 '모든 학문이 퍼져 나간다'는 뜻이다. 그만큼 자부심이 대단하다.움베르토 에코의 성씨 '에코(Eco)'는 이탈리아어로 메아리다. 한 번 세상

  • [참성단] 인공지능(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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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인공지능(AI) 지면기사

    1900년 전·후 영화의 상영시간은 고작 2분이었다. 그러던 중 1902년 러닝타임 14분이라는 혁명적이라 할 수 있는 영화가 프랑스에서 개봉됐다. 최초의 SF영화로 일컬어지는 '달나라 여행'. 연극배우이자 마술사였던 조르주 멜리에스가 감독한 이 영화는 한 무리의 과학자들이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에 착륙해 달에 사는 주민들에게 잡혔다가 탈출하는 나름대로의 스토리도 갖추고 있었다. 공상과학영화라는 거대한 장르의 효시인 셈이다. 그 후로 SF영화는 감독의 뛰어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늘 시대를 앞서갔다.HAL-9000, C-3PO, R2-D2, TARS.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컴퓨터들이다. HAL-9000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C-3PO나 R2-D2는 '스타워즈', TARS는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컴퓨터다. 이것 말고도 영화속 AI는 별처럼 많다. 이 AI들은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사물을 구분하는 정보처리 방식을 모방해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는 '딥 러닝'으로 인간같은 능력을 갖는다. 상상력의 소산인 영화라고 가볍게 볼게 아니다. '달나라 여행'이 상연된 후 67년이 지난 후, 인류는 마침내 달에 첫발을 디뎠다.위키디피아가 정의하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人工知能)은 철학적으로 인간성이나 지성을 갖춘 존재, 혹은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지능을 뜻한다. 미국 과학자들은 30년 안으로 전 세계의 직업의 절반이 AI 때문에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자와 회계사가 1순위고 택시운전사, 호텔 객실담당, 경비원도 대상이다. 3월에 있을 바둑천재 이세돌과 컴퓨터와의 세기의 바둑대결이 세간에 화제다. 이세돌의 상대는 '알파고'로, 구글이 2014년 인수한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바둑 프로그램이다. AI의 진화(進化)는 이렇게 끝이 없다. 인간과 기계의 전쟁을 다룬 영화 '터미네이터 3'의 부제는 '라이즈 오브 더 머신 (Rise Of The Machines)'이다. 천하무적 액체 금속형 로봇 'T-1000

  • [참성단] 잦은 자식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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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잦은 자식 살해 지면기사

    자식을 '장중보옥(掌中寶玉)'이라고 했다. 손에 쥔 보옥 같다는 뜻이다. 중국에서도 자식을 가리켜 '샤오바오베이(小寶貝)' 또는 '샤오바오바오(小寶寶)'라고 한다. 작은 보배라는 거다. 보배라는 말은 '寶貝(보패)'에서 왔지만 자식 하면 가장 적합한 말, 조건반사 같은 말이 '사랑'이고 '애지중지'다. 부모는 '알을 둔 새'처럼 늘 안절부절 못한다고 했고 '자식 둔 골은 호랑이도 돌아본다'는 속담도 있다. 그런데 굶주리던 옛 시절 일본엔 자식을 버리는 기아(棄兒) 습속이라는 게 있었다. 줄줄이 태어나는 자식 때문에 먹고 살 길이 없어 딸을 낳으면 거적에 말아 강물에 띄우고 아들이 나오면 절로 보내 하인을 만든 거다. 그런 걸 '마비키(間引:まびき)' 또는 '코카에시(子返し:こかえし)'라고 했다. 전자는 채소밭이나 삼림에서 간벌한다(솎아낸다), 후자는 하나님께 되돌려준다는 신성한(?) 뜻이다. 한 자녀만 허용하던 작년까지도 중국서는 딸을 낳으면 몰래 내다버리기도 했다.그런데 자식을 버리기는 했어도 죽이지는 않았다. 자식 살해는 동서고금 거의 유례가 없다. 밀림의 맹수가 아닌 바에야…. 수사자는 짝짓기(흘레, 交尾, 交接, 抱接) 한 번을 위해 새끼들을 무참히 물어죽이기 일쑤다. 수사자와 달리 암사자는 모성애가 진해 돌볼 새끼들이 있으면 짝짓기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새끼가 없어야만 며칠 지나 흘레에 응하는 게 암사자다. 그런데 자식을 죽이는 '부모'라는 이름의 인간짐승이 우리 사회 도처에 있어 소름끼친다. 초등생 아들을 죽여 냉동 보관한 부모, 여중생 딸을 죽여 미라 상태로 만든 독사 같은 목사에 이어 이번엔 7살 딸을 죽여 암매장한 뒤 5년 동안이나 쉬쉬한 40대 어미와 생후 10개월짜리 딸에게 장난감을 던져 두개골 골절로 숨지게 한 20대 엄마가 경찰에 잡혔다. 금년 들어 벌써 네 번째 자식 살해다. 말세는 말세다.사람을 모기 잡듯 죽이는 북쪽 살인마뿐 아니라 남쪽 살인 악귀들도 무섭다. 북이든 남이든 그런 인간은 천벌 지벌을 받아 마땅하다. 처형된 인간, 살해당

  • [참성단] 막장 식물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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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막장 식물국회 지면기사

    동물국회와 식물국회, 어느 쪽이 더 못 됐나? 턱수염에 두루마기 의원의 탁자 위 공중부양, 쇠망치로 의사당 출입문 까부수기, 회의장 단상에 최루탄 터뜨리기, 육탄전 덤불싸움 따위 깡패 불한당 망동폭거 국회는 동물국회 치고도 맹수국회였다. 그럼 지금은? 대뇌가 깜부기처럼 새까맣게 썩은 뇌사상태로 산소호흡기로 숨만 할딱이는 막장 식물국회 아닌가. 그런데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볼썽사나운 육탄전이라 그렇지 그래도 동물국회 맹수국회가 식물국회보다야 낫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산소호흡기에 가슴팍만 발딱이는 식물국회라니, 차라리 호흡기를 걷어치워 웰 다잉(well dying)시켜야 한다는 성난 민성이 모기소리처럼 들리기나 하는 것인가. 여성 대통령이 그토록 수도 없이 민생 경제 활성화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애걸복걸해도 외면해온 '국해(國害)'의원, 국회까지 달려가 호소해도 외면한다면 그야말로 선량이 아닌 악질 '악량(惡良)'들이 아닐 수 없다.나라의 위기와 외교 앞엔 국민 단합과 초당적 협력 협조가 상식이고 정도다. 그런데도 전쟁 준비에 미친 북쪽은 놔두고 남측만 뭐가 어드렇다고 나무라는 야당이라니! 어쨌거나 19대 맹수국회→식물국회도 막장이다. 다음 국회는 선진화법부터 폐기, 민주주의 고유의 다수결 기능부터 살리면서 홀랑 뒤집어 리모델링하듯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회개혁범국민연합의 구호 그대로다. ①국회해산제 도입 ②국민소환제 도입 ③불체포 특권 박탈 ④면책특권 없애기 ⑤전과자 출마 제한 등. 19대 의원 20.3%가 전과자란다. 세계가 놀라는 건 또 한국 국회의원 특권이다. 세비 1억4천689만원에다 45평 사무실, 보좌진 7명, 인턴 2명 지원과 국유철도 항공기 선박 무료 등. 영국 핀란드 스웨덴 등은 한 명의 보좌관이 4명의 의원을 보좌한다. 교통수단도 자전거나 지하철이 상식이다.우리 국민이 할 일들이 없어 국회개혁 1천만 서명운동을 벌이는 게 아니다. 놀고먹는 국회의원이 21세기 성골 귀족이고 특권 전매특허를 누리는 별종 특종 집단인가. 아니면 장외 옵서버, 아웃사이더들인가. 20대 국회는

  • [참성단] 民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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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民智 지면기사

    '민도(people's standard)'보다 '민지(民智→국민의 지혜)'라는 말이 낫고 적합하다. 중국에서도 '民智(민즈)'라고 한다. 어쨌든 대한민국 민도 민지가 꽤는 높은 것 같아 다행이다. KBS 여론조사 결과 대북 강경대응을 잘했다는 답이 48.9%로 대화해야 한다는 의견 40.1%보다 많고 사드(THAAD) 배치도 67대 26, 개성공단 중단도 54대 41%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코 낮지 않은 반대쪽 수치야말로 문제다. 무조건 대화라니? 정수리에 핵폭탄과 미사일이 떨어져도 대화만 하자하고 제2의 남침으로 적화통일을 당해 서른두 살짜리 '지존(至尊)' 뚱보 치하에 들어간 그 때도 5천만이 머리를 조아리며 대화만 외쳐댈 것인가. DJ와 노무현의 햇볕정책과 유화노선 결과가 어땠던가. 제후국 왕이 제국 황제를 찾아가 알현하듯 그들이 김정일에게 갖다 바친 천문학적인 알현fee로 핵과 미사일을 만들지 않았던가. 노무현은 아예 하인처럼 대했다.개성공단 5만7천 근로자 임금의 70%가 노동당 서기실과 39호실에 상납 됐다고 통일부장관이 밝혔지만 당초에 그걸 몰랐나. 인민의 고혈을 짠 개성공단을 중국서는 개성 '工業園區'라고 하지만 '동산 園'자가 들어갈 곳이 아니다. 월급의 7할을 뺏기는 걸 상상해 보라. 인권과 자유, 행복이라는 단어가 말라붙은 최악의 불량국가가 북한이다. 지난달 24일 백두산은 영하 38도였다. 그런데도 그곳 3호 발전소 건설에 인민 돌격대 공사를 강행했다. 그들의 일상용어가 '돌격'과 '전쟁'이고 하늘 아래 유일의 병영국가(barrack state), 군국(garrison state, militant nation)이 북한이다. 정치도 물론 선군(先軍)정치다. 보병 복무기간이 10년, 특수부대는 13년이고 여자도 7년이다. 오매불망 변치 않는 국시(國是)가 적화통일이기 때문이고 '미국에 맞서 핵보유국 추인→한반도 평화조약 체결→미군 철수→적화통일' 노선을 위해서다.대북 강경책을 가리켜 '전쟁하자는 거냐'며 상투적인 언사를 되풀이한 인사가 문

  • [참성단] IS와 노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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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IS와 노스코리아 지면기사

    없애야 할 집단의 우선순위로 IS(이슬람극단조직)와 북한 정권이 꼽혔다. 그런 주장은 북한 제재 법안(sanctions bill)을 상원에 이어 이틀 만인 12일(현지시간) 통과시킨 미 하원에서 불거졌고 플로리다 주 출신의 대북 강경파 로스 레티넌(Ros Lehtinen)의원을 비롯해 공화당 하원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Freedom Caucus)' 소속 의원들뿐 아니라 다수 의원이 공감, 동조했다. 어머니가 이교도라며 공개처형한 스무 살짜리 아들, 죄수들이 탄 차량을 원격 폭파시키는 4살짜리 꼬마, 성기를 토막 쳐 죽이는 등 행악(行惡)이 극에 달한 IS가 금년 중 미국 본토를 공격할 것이라는 미 국방정보국(DIA) 스튜워드 장관의 보고가 지난 9일 있었기 때문이고 두 말하는 불손한 군 수뇌부를 파리처럼 없애버리는 북한 또한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미국을 박살 내겠다고 위협하기 때문이다.미사일 발사 한 방에 2천만 북한 인민의 1년 치 식량값인 8억5천만 달러(약 1조1천200억원)가 든다고 했다. 그런 북한이 설날 미사일 발사 성공 대축제를 벌였고 기록영화까지 만들어 공개했다. 다각도로 촬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과 발사 장면, 입이 귀에 걸릴 듯 웃으며 지켜보는 김정은 제1서기 등을 찍은 기록영화였다. 북한은 또 전쟁에 대비, 특수부대가 고도의 훈련을 하고 있다는 게 13일 미 국방총성(국방부)의 최신 보고였다. 정찰, 공중과 해양으로부터의 침투와 기습 전문 특수부대가 공격 또는 방어에 대비, 맹훈련을 하고 있다는 거다. 미국도 엊그제 북한 영변 핵시설 파괴훈련 동영상을 공개했고 주한미군은 13일 지대공(地對空)유도탄 패트리엇도 긴급 배치했다. 한·미간 사드(THAAD) 논의도 이번 주부터고…. 전운(戰雲)이 두렵다. 하지만 이 참에도 웃기는 게 있다. 한국에 '愛國者(patriot)'가 배치됐다는 중국 CC(중앙)TV 보도다.그런데 우리는 언제까지 북한 핵 위협에다 '죽탕쳐버리겠다'는 박영식 인민무력부장의 공갈에도 미국 핵우산 밑에 엎드려 미군 눈치만 쳐다봐야 한다는 건가. 게다가

  • [참성단] 현역 물갈이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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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현역 물갈이論 지면기사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역사적 명저를 남긴 막스 베버는 '참여파 교수'였다. 그는 독일이 1차세계 대전에서 패하자 민주당에 들어가 계몽활동을 하는 한편, 명성에 걸맞게 수없이 많은 곳에서 수없이 많은 강연을 했다. 그의 강연 중 '직업으로서의 정치'라는 강연은 특히 유명했다. 베버는 참다운 정치인이 되려면 '신념'이 있어야 하고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베버는 정치인에게는 두가지의 길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를 위해 사는 길'과 '정치에 의해 사는 길'로 정치인이 정치를 '위해' 산다면 그 사람은 신념이 있는 정치인이고, 정치에 '의해'산다면 그 사람은 정치를 생활의 수단으로 하고 있으므로 '정치꾼'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베버는 신념 윤리없이 책임 윤리만을 가진 정치가를 최악의 정치인으로 보았다. 베버는 강한 신념에 기반을 둔 책임 윤리를 말한다.베버가 이런 주장을 한 게 벌써 100년 전이다. 베버의 주장에 따라 우리 정치판을 돌아보면 '정치꾼'이 너무도 많다. 지난해 10월 서울대 행정대학원 한국행정연구소 부설 정부경쟁력연구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 국회의원은 1인당 국민소득의 5.27배의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OECD 회원 34개국 가운데 일본·이탈리아에 이어 셋째로 높은 수준이다. 의원 보수와 견줘 볼 때 우리 국회가 법안 발의나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올해 국회의원 연봉은 지난 해보다 2% 오른 1억4천24만원이다. 이래서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직업이 '국회의원'이라는 말이 나오는 거다.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가문의 영광이라는 장관직을 스스럼없이 내 던지는 것을 보면 최고의 직업이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무노동 무임금이 유일하게 적용되지 않는 직업도 '국회의원' 밖에 없다. 이제 꼭 두달 후면 '입법 효율성이 낮고, 지나치게 지역 이익만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한다. 최근 여론조사는 국민의 41.7%가 현역의원을 뽑아주지 않겠다

  • [참성단] '달 보고 짖는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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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달 보고 짖는 강아지' 지면기사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의 북한을 강력 제재해야 한다는 사람들을 가리켜 '달 보고 짖는 강아지 같다'고 했다. 으르렁거리는 사나운 개도 아닌 강아지 같다는 거다. 북한은 설이고 뭐고 밀쳐둔 채 미사일 발사 성공 축하 불꽃놀이 등 대대적인 쇼를 벌였고 거기서 인민군 고위 간부가 연설 중 그랬다. "국제사회가 제재를 해도 우주 항공기술 개발은 계속할 것"이라며 그리 말했고 북한 중앙TV 아나운서는 "우리 우주 기술의 미래는 저 밤하늘 불꽃처럼 빛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장차 사거리 1만2천㎞ 광명성 4호 5호… 가 발사 후 대기권에 재진입, 소형화에 성공한 핵탄두를 투하할 능력을 갖춘다면 어떻게 될까. 바꿔 말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워싱턴을 겨냥해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가 요격하지 못한다면? 그건 9·11 테러 재판에다 김정은이 제2의 오사마 빈라덴으로 승격하는 거 아닐까.미래는 모른다. 울트라 최강국 미국이 9·11 테러를 당할 줄 누가 알았고 그 주범 원흉이 장장 10년만인 2011년에야 잡혀 사살될 줄 누가 짐작이나 했었겠는가. 북한을 제재하겠다는 한·미·일도, 기타 유엔 안보리 회원국도 달 보고 짖는 강아지처럼 하찮게 보인다는 건가. 북한을 언제까지 저렇게 두고 당하기만 할 건가. 설마 중국도 '달 보고 짖는 강아지'에 동감하는 거 아닐까. 미사일을 쏜 7일 한국은 종일 미사일 얘기만 했고 일본도 신문 호외를 내고 정규방송을 중단할 정도였지만 중국은 '유감이다, 자제를 촉구한다'면서 태연했고 왕이(王毅) 외교부장(장관)은 '담판(대화)만이 북핵문제 해결책(談判是解決 朝核問題的途徑)'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섣달그믐날 밤(除夕, 除夜)의 화려하고 현란한 가무쇼(春節聯歡晩會)를 펼쳤고 '전 세계가 중국 설을 축하했다(全球共慶中國春節)'고 했다.중국에선 사드가 쌀떡이 아닌 '살덕(薩德:사더)'이지만 미국 사드가 한국에 배치돼도 실효성은 미지수다. 고고도 장거리에 제격이지 몇 백㎞ 정도에선 고고도가 아닌 고도~저고도 방어 시스템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김

  • [참성단] 지상 최대의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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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지상 최대의 쇼 지면기사

    미국의 선거를 '지상 최대의 정치쇼'라고 말한다. 돈도 돈이지만 승자와 패자를 가려내는 숨 가쁜 한판의 승부, 축제와 같은 '함성의 환희'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복합적이고 다원화된 구조로 이루어진 미국은 올림픽처럼 4년마다 열리는 선거를 인종·사회 불평등으로 야기된 온갖 갈등을 흡수하고 녹여내는 '용광로'로 이용한다. 흑인 대통령의 탄생이 거저 생긴 게 아니다.미국의 선거는 독특한 선거방식 때문에 전개와 구성이 다양하고 기복이 심하다. 이슈가 될 만한 소재가 없으면 어디서 빌려 오더라도 이슈를 만들어 낸다. 짜임새가 복잡하고 기복과 부침이 심하다. 그래서 미국의 정치를 기승전결이 뚜렷한 '종장(終場)의 정치'라고 한다. 미국의 선거는 스포츠와 유사한 점이 많다. 시작과 끝이 분명하다. 게임이 시작되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 몸을 사리지 않고 태클을 걸고 욕설까지 하지만, 시합이 끝났다는 버저가 울리면 우리가 언제 싸웠느냐는 듯 악수를 한다. 패자는 승자에게 꽃다발을 보내고 승자는 패자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보낸다. 이러니 선거가 쇼처럼 즐겁지 않을 수 없고 함성의 환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 '지상 최대의 쇼'의 막이 올랐다. 처음부터 이변의 연속이다. 대선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0.4%p 차로 따돌리고 겨우 승리했다. 애초 여론조사에선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이 크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막상 뚜껑을 열자 전혀 달랐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실상 무승부(virtual tie)', CNN은 '공동 우승(dead heat)'이라고 표현했다. 공화당의 아이오와 경선에서도 이변이 일어났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도널드 트럼프를 꺾고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제 시작으로 앞으로 수없이 많은 드라마가 만들어질 것이다.우리의 20대 총선도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도 선거 쟁점도 하나 없는 '이상한 선거'라는 실망의 소리가 들린다. 여·야는 아직도 공천 문제조차 매듭짓지 못했다. '예

  • [참성단] 立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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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立春 지면기사

    봄 처녀가 동구 밖 멀찍이서 이쪽을 향해 서 있다. 아직 새 풀 옷 한 겹 걸치지 않은 채 추위에 오들오들 떠는 까칠한 모습으로…. 봄은 흔히 겨울의 아다지오(느림)로부터 알레그로(빠름)로, 겨울의 느린 맥박으로부터 빠른 맥박으로, 겨울이라는 죽음으로부터의 소생 부활에 비유된다. 따라서 봄의 의인화(擬人化) 상징성도 짙다. 워즈워드와 보티첼리의 '봄', 셸리의 '서풍부(西風賦)'나 N 푸생의 '4계 시리즈', 그리고 비발디의 4계(季) 중 '봄',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祭典)', 하이든의 '계절' 등을 굳이 꼽지 않더라도 봄은 쇄신과 부활, 소생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봄을 찬미 찬탄하고 봄의 진가를 떠받든 문학예술 작품 또한 숱하다. 중국 북송(北宋)의 시성(詩聖) 소동파(蘇東坡)는 '봄밤의 한 때는 천금에 값한다(春宵一刻直(値)千金)'고 읊었고 12세기 프랑스 운문 작가로 '성배(聖杯) 이야기'를 쓴 크레티앵 드 트르와(Troyes)는 봄을 가리켜 '환희가 세계를 불태우는 계절'이라고 했다.그런데 모두가 봄 자체만을 찬양했고 찬탄했다. 그러나 봄이 춘하추동 4계의 시작이자 4계의 대표며 4계의 전부인 것처럼 읊은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여말선초(麗末鮮初)의 공신이자 문장과 시문에도 능했던 삼봉 정도전(鄭道傳)이다. 그는 '봄이란 봄의 출생이고 여름이란 봄의 성장(盛裝)이며 가을이란 봄의 성숙, 겨울이란 봄의 수장(收藏)'이라고 했다. 이 얼마나 멋진 봄 예찬인가. 그의 '삼봉집(三峰集)' '정동방곡(靖東方曲)' 등 명저를 들지 않더라도 그는 당대 으뜸 천재였다. 오늘이 벌써 입춘이다. 긴긴 겨울잠 속의 '와춘(臥春)→좌춘(坐春)'이 떨치고 벌떡 일어선 봄이라 '立春'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얼음장 속 들녘을 조심스레 건너 동구 밖까지 와 '서 있는 봄(立春)'이 못내 반갑다.오늘 집집마다 대문간에 써 붙이는 입춘 방(榜)처럼 누구나 입춘대길, 건양다경(建陽多慶)이었으면 좋겠고 모두들 산처럼 장수하고(壽如山) 바다처럼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