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노년 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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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노년 가난 지면기사

    노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노후(老朽)’가 아닐까. ‘늙을 로’자에 ‘썩을 후’자가 왜 붙는가. 썩다니! 늙는 게 썩는 거란 말인가. 노후 장비, 노후 차, 노후 주택 등도 낡은 게 아니라 썩었다고? ‘노후’의 사전적 뜻도 ‘노폐(老廢)해짐’이다. 늙어 못쓰게 됐다는 거다. 중국엔 老라는 성씨도 있지만 중국의 노인 폄하 단어엔 기가 콱 막힌다. 노인은 산송장이라는 말이 ‘후어쓰런(活死人)’이고 ‘고기가 달리고 시체가 걸어 다닌다’는 말이 ‘쩌우러우싱스(走肉行尸)’다. 우리말의 미랭시(未冷尸), 영어의 walking dead에 해당하는 말들이다. ‘늙은 뼈와 머리통(老骨頭)’ ‘늙은 개(老狗)’에다가 심지어 ‘늙었는데 뒈지지도 않는다(老而不死:라오얼뿌쓰)’는 막말까지 있다. 일본에도 ‘늙어 욕된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는 뜻의 ‘로잔(老殘)’이나 늙어 쓸모없다는 ‘로하이(老廢)’, ‘노쇠해 폭삭 썩다’는 ‘오이코무’ 따위 단어들이 있지만 중국에 비하면 약과다. 물론 노인에 대한 긍정적인 말이 없는 건 아니다. ‘늙은 말은 길을 알고 있다(老馬識途)’, 노수(老手→베테랑), 노숙(老熟·老宿) 등 노인의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우러르는 말도 있고 머리는 빠져 짧아져도 지혜는 깊다(髮短心長)는 말도 있다. 그런데 몇 살부터 노인인가. 중국 최고 권위의 사전(詞典:츠디엔)을 보면 늙기 시작하는 나이는 60세, 늙음의 장막이 드리우는 나이(垂老)는 70세, 폭삭 늙는 나이는 80세라고 했다. 하지만 인간은 모태에서 떨어져 나오자마자 늙기 시작하는 게 아닐까. 미국의 시각 장애 흑인가수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노랫말엔 ‘Less than one minute old’라는 게 있다. 1분도 안된 갓난아기에도 old가 붙는다. 그에 비해 ‘30세 노처녀’는 덜 억울한 셈인가. 가구당 평균 부채가 6천182만원으로 3년 새 17% 증가했고 대부분의 노인이 빚으로 견딘다는 뉴스가 씁쓸하다. 그래서 poor silver라는 말까지 굳어졌다. 그것도 직장 일을 할 만큼 하다가 은퇴한다면야 다행일 게다. 서울

  • [참성단] ‘진달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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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진달래꽃’ 지면기사

    위인, 스타의 유품 경매를 보면 입이 벌어진다. ‘Let it be(그냥 내버려둬)’ 노래부터 연상되는 영국의 전설적인 4인조 록그룹 비틀스(Beatles) 멤버였던 링고 스타(Ringo Starr)의 드럼이 지난 7일 경매에서 225만달러(약 26억5천만원)에 낙찰됐고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시카고 황소들(Bulls)’의 마지막 시즌(1997~98년)에 착용했던 유니폼(23번)은 지난달 17일 17만3천240달러(약 2억3천만원)에 낙찰됐다. 나폴레옹(1769~1821)이 아내 조세핀에게 줬던 약혼반지는 2013년 3월 89만6천400유로(약 10억8천만원)에, 그의 검은 모자는 2014년 11월 파리 퐁텐블로 오세나(Osenat) 경매장에서 188만4천유로(약 25억8천만원)에 경매를 마쳤다. 그런데 그 모자를 낙찰받은 마니아가 놀랍게도 한국인 실업가였다. 유품 경매, 여기까지야 그러려니 넘길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어떨까.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텍사스 주 댈러스의 유세 차량에서 괴한의 흉탄에 46세 짧은 생을 마감한 건 1963년 11월 22일이었다. 그 때 “Oh no(오! 안돼!)”하고 울부짖던 옆자리 부인 재클린 여사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건만 놀라운 건 그 때 사살된 저격범 오스왈드(Oswald)의 시체가 담겼던 관까지도 2010년 12월 경매에 넘겨졌고 샌더스 옥션(Sanders Auctions)은 낙찰가를 7만~10만달러로 내다봤다는 사실이다. 그쯤 되면 유품 마니아의 병적 증세가 중증 아닐까. 영국의 PFC 옥션은 또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피까지 경매에 부쳤다. 1981년 저격 사건으로 치료받던 중 채취된 혈액으로 경매가 6천270파운드(약 1천200만원)였다. 미국 프로야구 스타가 벗어던진 땀범벅 양말과 질겅질겅 씹다가 퉤 뱉은 껌까지도 각각 1억원과 1천만원에 낙찰될 판이니….그런 유품 경매 따위에 비하면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의 하얀 달(素月) 김소월의 초판

  • [참성단] 대통령의 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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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대통령의 수명 지면기사

    ‘미국 하버드대 의학 연구팀의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영국 의학지 브리티시메디컬저널(BMJ)에 실렸다’고 보도한 건 지난 14일 AP통신이었다. 전직 대통령과 총리 등은 그 낙선자에 비해 수명이 평균 3년 단축될 확률이 20% 높다는 연구였다. 1722년~지난 9월 서방 17개국 279명의 전직 대통령, 총리와 그 낙선자 기록을 검토한 결과 그렇다는 것이고 예외가 있다면 91세에 뇌암 수술을 받고도 건재한 지미 카터와 심장수술을 받은 빌 클린턴 정도라는 게 연구팀 리더 아누팜 제나(Anupam Jena) 교수의 지적이었다. 그렇다면 전직 국가 원수의 수명 단축 이유는 뭘까. 제나 교수는 두 가지를 들었다. 심한 스트레스와 건강 챙기기가 어려운 여건 등. 그래선지 오바마는 흰 머리가 부쩍 늘었고 조지 부시도 파삭 늙었는가 하면 독일의 메르켈(61)은 총리 10년에 완전 할머니가 됐다. 그런 뉴스를 30여명의 미국 대통령 후보 경쟁자가 들었다면 어땠을까. ‘그까짓 거 91세 카터만큼만 견디면 됐지 뭘 더 바래!’ 아닐까. 막말 제조기 도날드 트럼프의 인기는 여전하다. 이슬람 계 인사들은 아예 입국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았지만 16일 조사된 그의 지지도는 48%나 됐고 “국민은 내 독설을 좋아한다”며 배퉁이를 내밀었다. 그런 트럼프를 가리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트럼프는 재주 있는 사람”이라고. 같은 공화당 후보 중에선 쿠바계의 44세 마르코 루비오(Rubio)도 뜨고 있다. 트럼프의 대타로 공화당의 희망의 별, 구세주가 될 거라는 평이고 45세의 사업가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Cruz)도 제2의 케네디를 자처하고 나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케네디처럼 비운의 단명에 그친대서야….우리 대통령들은 비교적 장수했다. 윤보선(93) 이승만(90) 최규하(87) DJ(85) YS(88) 등. 스트레스가 덜했을까, 건강 챙긴 덕일까. 메르켈보다 두 살 위인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상공회의소회장단 오찬에서 노동개혁 등 경제 활성화 법안의 지체로 “속이 타들

  • [참성단]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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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여론조사 지면기사

    정치인들은 여론에 민감하다. 여론의 향방에 따라 정치 생명이 좌지우지되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선거의 꽃’이라는 여론 조사에 목을 맨다. ‘여론조사’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조지 갤럽이다. 광고회사 임원이었던 갤럽은 1932년 자신이 개발한 ‘과학적인 방법’을 장모의 선거운동에 이용해 미국 민주당 최초의 여성 주지사로 당선시킨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창안한 표본 추출은 비용면에서나 시간적으로 여론조사의 새로운 전기를 이뤘다. 갤럽은 개인의 정치적 선호를 측정하기 위해 전체인구를 여론조사하기보다 표본만 추출한 설문조사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이 방법은 1936년 미 대선에서 톡톡히 덕을 봤다. 당시 인기잡지 리터러리 다이제스트(LD)가 공화당의 랜던 후보의 승리를 예측했을 때, 갤럽은 민주당의 루스벨트의 승리를 예측했다. LD사가 부유층에게 1천만장의 투표용지를 보냈을때(회수 240만장) 갤럽은 성별 직업 학력 등 단위별로 샘플 수를 할당해 고작 5천명 조사로 루스벨트의 당선을 맞춘 것이다. 이후 여론조사하면 갤럽이고 갤럽하면 여론조사의 대명사가 됐다. 그러던 갤럽도 2012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롬니가 49%를 얻어, 48%에 그친 현직 오바마 대통령을 이길 것이라는 틀린 예측을 내놓아 망신을 자초했다. 이 때문인지 갤럽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여론조사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에 대한 호남지역 지지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지율은 지난 7일 21.1%에서 8일 35.2%까지 치솟았다가 10일에는 13.2%로 추락했다. 이 조사를 두고 과연 3일만에 지지율이 20% 넘게 폭락할 수 있는지 말들이 많다. 여론조사가 조사기관별과 조사 방법에 따라 결과가 ‘널뛰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지만 이 정도라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요즘 여론조사를 보면 신뢰성을 보장하는 필수 항목을 누락하거나 언론사의 논조에 따라서 결과가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의원들의 탈당이 이어지고, 총선이 다가

  • [참성단] 로봇올림피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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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로봇올림피아드 지면기사

    ‘누굴 로봇으로 알아?’는 제2의 인류인 로봇 모독이다. 이제 로봇 모독은커녕 일자리까지 뺏기는 판이다. ‘뉴욕 패스트푸드 체인 업계에서 로봇 종업원을 고용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한 건 작년 7월 21일 CNN이었다. 미국 고용정책연구소(EPI)가 월스트리트저널 지에 광고를 냈다. ‘시급(時給) 15달러도 괜찮다면 초보적인 업무만 맡기겠다. 그나마 로봇한테 일자리를 뺏기기 싫다면…’. 패스트푸드 점만이 아니다. 국제적인 일본 금융기관인 미쓰비시(三菱) 도쿄 UF은행이 안내원 로봇(NAO)을 고용(?)한 건 지난 1월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신장 58.4㎝, 체중 4㎏의 로봇이 고객의 표정과 감정까지 캐치, 대응하는 데다가 자그마치 19개 언어의 응답이 가능하다는 거다.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 외국인 응대에도 로봇 NAO를 동원할 예정이고 나가사키(長崎)현 사세보(佐世保)의 Henn-na호텔은 지난 7월부터 로봇이 손님을 안내한다.로봇을 일본에선 ‘로봇토’라 부르고 중국에선 機器人(기기인), 人工智能機(인공지능기) 또는 능활동적기기(能活動的機器)라고 하지만 과연 어디까지 진품(?) 재래 인간의 일자리를 뺏을지 흥미롭다기보다 불안하지 않은가. 미국 웹 미디어그룹의 에이미 웹 창업자는 20~30년 안에 로봇으로 대체될 직종을 우선 8종으로 꼽았다. ①애플 워치 등 웨어러블(wearable) 기술과 애플 페이(pay) 등 모바일 결제 시스템에 밀리는 요금 징수 담당자 ②슈퍼마켓 금전 등록기 담당자 ③고객서비스 ④공장 노동자 ⑤금융 중개자 ⑥기자 ⑦변호사 ⑧전화교환원 등이다. 기자가 여섯 번째다. 로봇 기자가 기사 작성~편집까지 척척 해낸다는 거다. 실제로 로봇기자 계획을 발표한 언론사도 있다. AP통신이 작년 6월 그랬다. 미래엔 로봇과의 대전(大戰)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로봇올림피아드가 부천서 개막돼 20개국 초·중·고교생 1천200여명이 6일간 경연을 벌인다. 제1회 국제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올림피아드가 중국 하얼빈(哈爾濱)에서 열린 건 2011년 6월이었지만 KAIST가 로봇올림피아드를

  • [참성단] 금연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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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금연 캠페인 지면기사

    땅 속 벌레가 모두 earth worm인데 특히 지렁이를 그리 부르는 까닭이 뭘까. 딴 벌레들은 밟혀도 가만있는데 지렁이만이 꿈틀거리기 때문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지만 최근 TV 금연 캠페인은 꼭 지렁이 떼 행위예술 같았다. 살빛 속옷만 걸친 20~30명의 남녀가 발작을 일으키듯 사지를 뒤틀며 한데 뒤얽혀 괴로워하는 행위 행작(行作)예술 말이다. 그 광란의 지렁이 떼가 머릿속에도 가득 차고 온통 폐를 뒤덮는 모습이라니! 그건 담배 갑의 흉측한 그림보다도 리얼하다 못해 쇼킹했다. 그런데 요새 금연 캠페인 쇼는 더욱 쇼킹해 졌다. 담배 가게에 간 여자가 “저 후두암 몇 밀리 주세요” 하자 이어 두 남자는 각각 “폐암 하나 주세요” “뇌졸중 두 갑 주세요” 하는 그 흉측한 모습들 말이다. 이어 ‘오늘도 당신이 스스로 구입한 질병 흡연을 치료하지 않으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흡연은 질병입니다. 치료는 금연입니다’고 강조한다. 그밖에 웹 드라마 금연 캠페인도 있고 ‘노 다바코’ 노래도 있다. tobacco는 영어, tabacco는 포르투갈어다. 그렇게 소름끼치는 금연 캠페인 광고를 보고도 태연히 담배를 피울 수 있을까. 지난 1월 담배 값 인상으로 판매량이 확 줄었으나 7월부터 다시 증가해 3억9천만 갑→3억6천만 갑으로 겨우 10% 감소했다는 거다. 중독 중에서도 니코틴 중독이 그만큼 무섭다는 증거다. 중국에선 애연가를 ‘연기 뿜는 벌레(煙蟲子:옌충쯔)’ 또는 ‘연기 내뿜는 귀신(煙鬼:옌꾸이)’이라고 조롱한다. 더욱 흥미로운 건 중국 북방에선 ‘연기를 들이마신다(吸煙)’고 하는데 반해 남방에선 ‘연기를 (씹어) 먹는다(吃煙:츠옌→흘연)’고 한다는 점이다. 그럼 마시는 맛과 씹는 맛, 어느 쪽이 나을까. WHO(세계보건기구)에서 담배를 마약으로 규정한 지 오래다. ‘고약한 쓰레기(nasty stuff)’라고도 부른다. 그런데도, 죽을 수도 있다는데도 끊지 못한다는 건가.애연가들은 연기 뿜는 자유를 부르짖지만 남한테 피해를 줘선 안 된다. 무저항 피동 흡연(passive smoking) 폐해를 끼쳐서는 안

  • [참성단] 사우디 女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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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사우디 女權 지면기사

    ‘사특아랍백(沙特阿拉伯)’이라면 뭘까. 중국의 사우디아라비아 호칭이 그렇고 발음은 ‘사터아라보’다. 일본에선 또 ‘사우지’라 부르는 게 별나지만 사우디 여권 문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여권 후진국 정도가 아니라 여권 미개국이다. 이슬람교 계율을 엄수하는, 지극히 보수적인 사우디에서는 여성의 자동차 운전조차 허용하지 않고 자전거도 못 탄다. 외출 때는 40도 더위에도 ‘아바야(Abaya)’라는 검은 의상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뒤집어써야 하고…. 외국인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니까 장옷(長衣)―쓰개치마를 뒤집어쓰고 외출하던 봉건 조선시대를 아직도 살고 있는 거다. 외국에 나갈 때는 또 남성 친족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깐두라(Kandura) 또는 ‘디쉬다쉬(Dishdash)’라 부르는 망토 모양의 흰 전통 의상에다가 머리엔 케피예(Keffiyeh)라는 흰 두건을 쓴 남성들이 그렇게 꽉 막혔다는 거다. 사우디 남녀는 언뜻 보기에 꼭 백로와 까마귀 떼 같다.그런 여권 미개국 사우디에서 12일 사상 최초로 여성들에게 참정권이 주어져 지방의회 선거에 참여했고 더구나 이슬람 성지 메카인 마드라카 지역구 등 다섯 군데서 첫 여성 지방의원이 당선됐다는 건 천지개벽의 엄청난 사건이다. 사우디 여성에게 신분증 발급이 시작된 것도 2001년부터였으니까. 그러니 존재 자체도 인정받지 못한 유령 같은 인간들이었다. 그런 나라에서 장차 여성 국회의원과 장관, 대통령도 나올 수 있을까.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을 영접한 살만 빈 압둘아지즈(Abdulaziz) 사우디 국왕의 소감이 어땠을까. 세상엔 여성 대통령도 수두룩하고 여성 국왕도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유네스코 총재 등 국제기구 수장도 흔하고 타임지의 ‘올해 인물’도 독일 메르켈 총리다.그런데도 여성 차별이 제로인 나라는 아직도 없다. 지난달 19일 CNN 뉴스는 ‘지구상의 남녀 임금격차 해소는 118년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여성의 임금이 남성 임금의 64%인 미국을 비롯해 영국은 68%, 프랑스는 50%였고 여성 임금이 가장 높은 나라는 놀랍게도 아프

  • [참성단] 모란봉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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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모란봉악단 지면기사

    북한 모란봉악단 하면 ‘한 많은 대동강아 변함없이 잘 있느냐/ 모란봉아 을밀대야…’의 그 ‘한 많은 대동강’ 노래부터 떠오른다. 모란봉악단은 김정은 제1서기의 지시로 2012년 결성된 여성악단으로 단장이 현송월이다. 玄松月(검은 솔에 걸린 달)이 누구던가. 김정은의 옛 연인으로 장성택 처형과 함께 그녀 역시 처형설이 나돌았었다. 아무튼 누런 카키색 오버코트에다 까만 러시아 털모자 샤프카(shafka)를 쓴 미녀 단원들이 공훈국가합창단과 함께 12일 베이징공항에 나타나자 중국 팬들은 흥분했고 언론도 ‘조선 양대 악단이 처음 중국을 방문했다(朝鮮兩大樂團 首度訪華)’며 크게 보도했다. 베이징 대극장(國家大劇院) 오페라하우스(歌劇院)의 3일간 공연일정은 5일간으로 연장됐고 첫날 2천 개 좌석은 매진됐다. 그랬는데 돌연 공연을 취소, 북으로 돌아가 버린 거다. 이유가 뭘까. 극장 사정이 아니라 북한 ‘최고 존엄’의 비위(비장과 위장 胃經)를 건드린 건 아닐까.모란봉악단 가수들의 노래는 물론 악기 연주 수준도 높다. 특히 다종다양한 음을 합성하는 전자악기인 신시사이저(synthesizer) 음악에 맞춰 부르는 악곡이 그렇다. 다만 김정은의 ‘따뜻한 마음’과 ‘우아한 미소’를 찬미하는 노래만은 촌스럽지만…. 또한 노래의 음색과 창법이 거의 같고 가성(假聲)들도 듣기 거북하다. 어쨌든 이번 베이징 공연을 위해 중국 노래도 다수 준비했던 걸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20세기 중국 최고 가수 덩리쥔(鄧麗君)이 ‘돌아와요 부산항에’ ‘노란샤쓰의 사나이’ 등 한국 노래까지 불렀다는 사실을 모란봉 악단 가수들은 알고 있을까. 부산항에, 서울에 그녀들이 올 날은 언제쯤일까.2011년 김정은 정권부터 북·중 관계는 악화일로였다. 반면 한·중 관계가 돈독해지면서 중국 언론은 북한 우선시의 ‘朝韓’ 표기를 ‘韓朝’로 바꿔왔다. 그런데 지난 10월부터 북·중 화해 무드가 살아나던 참이었다. 그런데 유엔은 북한 인권문제에다가 김정은의 국제형사재판 회부까지 논의 중인 판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따꺼(大哥:큰형님) 중국과 탕슝(堂兄:사촌형) 러

  • [참성단] 南美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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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南美의 교훈 지면기사

    “부자에게 돈 쓰는 건 투자라고 말하면서 왜 빈민에게 쓰는 돈은 비용이라고 하는가”라고 주장했던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은 빈민지원을 ‘투자’의 관점으로 접근했다.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막대한 오일머니를 ‘물 쓰듯이’ 쏟아부어 대중의 마음을 얻었다. 이들은 강력한 빈민구제 정책을 통해 미국으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의 물결에 저항하면서 남미에 ‘좌파 물결’을 불러일으킨 장본인들이다.1999년 집권한 차베스는 석유 수출을 통한 ‘오일머니’를 앞세워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무차별 복지에 주력해 왔다. 대중의 인기를 끌 수 있다면 그는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노는 땅을 빈민에게 무상으로 나눠 주었고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해고가 불가능하도록 노동법을 개정했다. 한술 더 떠 쿠바와 니카라과 등 주변 반미 국가들에 석유를 반값에 파는 만용도 부렸다. 하지만 수출의 전부를 차지하는 원유가격이 급락하면서 경제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2013년 3월 그가 사망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가 들어섰지만 한번 무너진 경제는 회생이 어려웠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68.5%였고 올해는 159%에 달할 것이라고 IMF는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국가 살림이 거덜나자 나라 전체가 치안 부재의 피폐한 사회로 전락했다. 지난 6일 베네수엘라 총선에서 예상대로 집권 통합사회주의당(PSUV)은 완패했다. 이로써 베네수엘라는 파라과이·콜롬비아·아르헨티나에 이어 네 번째 우파정권 국가가 됐다. 남미 대륙에서 ‘좌파 벨트’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남미 사회에 횡행했던 포퓰리즘이 종말을 고하고 있는 것이다.노무현 정부 시절, 우리 사회에 차베스 열풍이 불었다. 공영방송 KBS에선 차베스 정책을 찬양하는 다큐멘터리가 공공연히 방영됐고, 일부 언론은 축구선수 마라도나가 차베스를 만났을 때 ‘붉은 영웅을 만나는 마라도나’라는 제목을 붙이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민중주의 전략으로 성과를 거둔 차베스를 배워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했던 교수는 지금 교육감이 됐고, 후에 교육감을 지낸 모 인사는 2008년 베네수엘라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 [참성단] 극단천기(極端天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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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극단천기(極端天氣) 지면기사

    중국은 ‘극단’이라는 말을 잘 쓴다. IS도 ‘극단조직’이고 기상이변도 ‘극단천기’다. 베이징 스모그 미세먼지야 천기보다 공장 매연, 차량 배기가스 등 인위적 오염원이 크건만…. 드디어 베이징에 가장 심한 단계의 적색경보가 최초로 내려졌다. 그야말로 살인적인 스모그 미세먼지다. 그런데 용어가 우리와는 생판 달라 적색경보가 아니라 ‘홍색경보’다. 중국은 ‘赤’자를 기피한다. 적기(赤旗)는 홍기(紅旗), 적성은 홍성(紅星), 적십자는 홍십자, 적외선은 홍외선, 붉은 근위대(近衛隊)도 적위병이 아닌 홍위병이다. CC(중앙)TV는 엊그제 ‘北京首發 紅色預警措施(북경수발 홍색예경조시)’라고 보도했다. 首發은 처음 발령, 預警은 ‘미리 알리는 경보’다. 한국서는 ‘豫’자지만 그들은 ‘예금(預金)’이라고 할 때의 預자를 쓴다. 왜? 원래 ‘미리 예’자가 預자이기 때문이고 豫는 ‘미리’라는 뜻보다는 ‘기뻐할 예’자다. 조시(措施)는 ‘조치’고….적색경보 전 단계의 주황색 경보도 중국서는 橙色預警(등색예경)이라고 한다. 橙은 ‘등자나무 등’자다. 그럼 스모그 미세먼지는 뭐라고 할까. ‘안개 무(霧)’자에다 복잡한 글자인 ‘흙비 올 매, 흙먼지 매’자를 붙여 ‘무매(우마이)’라고 한다. 기준치의 수십 배 최고 오염도는 ‘汚染峰値(오염봉치)’라 부르고 차량 홀짝 2부 운행은 ‘單雙號 限行(단쌍호 한행)’, 휴교조치는 ‘停課(정과)’다. 보건복지부는 ‘環保部(환보부)’고. 중국 한자와 한자어는 글자 모양(簡字)도 단어도 뜻도 발음도 한국과는 생판 다르다. 어쨌거나 12월 들어 세계 도처에서 악천후가 기승을 부리자 중국 언론은 ‘전 지구에 극단천기가 내습했다(全球極端天氣來襲)’고 보도했고 스모그 미세먼지 극단천기는 新德里(신덕리)에도 내습했다고 했다. 인도 뉴델리가 ‘新德里’다.이 겨울 중국 동북 3성(省)엔 폭설이, 네이멍구(內蒙古)엔 영하 30도 한파가 몰아쳤다. 인도 남부 방갈로르(Bangalore) 일대엔 114년만의 홍수로 325명이 죽었고 미국 시카고엔 120년만의 폭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도 폭설과 혹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