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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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심 경연장→유엔 지면기사
유엔 연설도 가지가지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반세기 만에 유엔 연설을 한 건 2010년 7월이었다. 그런데 10분 연설 타이밍이 남아공 월드컵 준결승(네덜란드:우루과이) 하프타임에 맞춰졌다. 그곳 축구광을 위해서였다. 아흐메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또 그 다음해 9월 연설에서 구미 제국을 ‘오만한 권력자들’이라고 맹비난, 미·영·프 등 대표단이 항의 퇴장하는 해프닝이 벌어졌고 리비아의 독재자, 속칭 ‘카다피 대좌’는 어땠던가. 2009년 연설에서 장장 96분간 유엔 타도 독설을 퍼부었다. ‘유엔본부를 리비아로 옮겨라/ 유엔 창설 후 65차례 전쟁에 너무 무능했다/ 안전보장이사회는 테러 이사회다’ 등도 모자라 유엔헌장을 찢어발기기도 했다. 그러나 멋지고 감동적인 연설도 있었다. 재작년 7월 ‘책과 펜이 세계를 바꾼다’는 평화 기조연설을 한 파키스탄의 16세 소녀 말랄라 유스프자이(Yousafzai)는 그 연설로 작년도 노벨평화상을 탔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번 70차 유엔 기조연설에서 한국의 국제사회 역할을 강조, 큰 호응을 얻었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리아 문제로 의견이 상충했다. 유엔에 첫 진출한 시진핑 중국 주석도 “중국은 패권주의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중국에선 유엔을 ‘연합국’, 유엔사무총장도 ‘연합국 비서장’이라 부르지만 중국 언론은 요새 며칠 뉴스 때마다 30분 이상 톱뉴스로 시 주석의 유엔 동정을 보도했다. 그의 유엔 행(聯合國之行)부터 ‘유엔에서 중국 목소리 내기(聯合國發出中國聲音)’ 등. 하지만 그에게 재를 뿌린 할머니가 미국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힐러리(67)였다. 여성회의를 주재한 시 주석을 “수치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비난한 거다. 페미니스트(女權주장자)를 박해하는 사람이 어떻게 유엔 여성회의를 주재하느냐는 거다. 재미 화교들은 그녀의 낙마 운동이라도 벌여야 하지 않을까? 일본 아베의 관심은 독일 브라질 인도와 함께 안보리상임이사국 자리뿐이고 한심한 건 북한이다. 북한 외무장관 이수용은 27일 유엔이 채택한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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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범죄 지면기사
1998년 6월7일. 텍사스주 재스퍼시에서 흑인 제임스 버드 2세가 세명의 백인 우월주의자에게 끔찍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4개월후 와이오밍주 라라미시에서 젊은 청년 매튜 세퍼드가 동성애 혐오주의자 두명에게 잔인하게 살해됐다. 연이은 사건으로 미국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전문가들이 나와 증오범죄(憎惡犯罪·hate crime)에 대해 개탄했다. 증오범죄에 대한 미국식 사전적 정의는 ‘소수 인종이나 소수민족, 동성애자, 특정종교인 등 자신과 다른 사람 또는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층에게 이유없는 증오심을 갖고 불특정한 상대에게 테러를 가하는 범죄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10년후인 2009년 피해자 이름을 딴 ‘증오범죄 예방법’(The Mathew Shepard and James Byrd Jr. Hate Crimes Prevention Act)이 연방법으로 제정돼 가해자에게 가중처벌의 길이 열렸지만 이런 유형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트렁크 살인’으로 ‘증오 범죄’가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모든 범죄는 원한·치정 등등 목적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증오범죄는 아무런 목적없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언제·어디에서 발생할지 예측이 어렵고 누구나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용의자 김일곤은 오랫동안 품어온 사회에 대한 적개심이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한국형 증오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중국동포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흉기 살인사건’이나 지난 5월 ‘예비군 훈련장 총기난사 사건’처럼 사회에 대한 분노를 자신과 아무 관련이 없는 약자에게 쏟아붓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충동조절장애도 하나의 원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충동조절장애 환자 수는 2009년 3천720명, 2010년 4천375명, 2011년 4천470명, 2012년 4천937명, 2013년 4천934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증오범죄 확산을 막기 위해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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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노조 파업 지면기사
이른바 ‘생디칼리슴(syndicalisme)’부터 연상되는 게 강성노조다. 생디카(syndicat)는 그리스어가 어원인 프랑스어로 ‘국가 통제에 반대하는 노조의 무정부주의적 사회주의’를 뜻한다. 또한 노조가 무서운 건 연대(連帶)라는 뜻의 솔리대러티(solidarity)다. 1980년 전국적인 파업 중 결성된 폴란드 노조들을 가리키는 말로, 그 강성노조들은 거국적 연대파업도 파업이었지만 급진파의 주도로 ‘자주관리공화국’ 수립까지 기도했었다. 그런 1980년대의 강성노조 파업 병, 이른바 ‘영국병’을 뜯어고친 명의가 철의 여인 대처 총리였지만 강성노조 병은 기타 이탈리아병 프랑스병 서독병 일본병 등 나라마다 기승을 부렸다. 이제 노동력 갈취, 노동자 탄압 따윈 지상에 거의 없다. 그건 1851년 영국, 1884년 프랑스 등 노조탄생 이전의 전설 같은 얘기다. 하지만 강성노조는 아직도 지구 상에 흔하다. 지난 17일 서울 전경련회관서 열린 외국계 기업 CEO 좌담회에선 한국 강성노조에 쓴소리가 쏟아졌다. “현재 GM은 세계 26개 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하지만 매년 임금교섭을 하는 곳은 한국공장 한 군데뿐이다. 1년에 2~3개월씩 경영자가 임금교섭에 매여 있어서야 그 기업이 제대로 일할 수 있겠는가”―세르지오 호샤(Rocha) GM 사장의 강변이었다. 그건 해외기업의 한국 진출을 막고 인력을 해외에 빼앗기는 요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실제로 한 외국투자기업은 한국의 강성노조를 꺼려 1억 달러 투자를 포기한 바 있다는 게 에이미 잭슨 주한미상공회의소 대표의 증언이었다. 현대 기아차만 해도 2002년 국내 생산비중 95%가 작년엔 45%로 역전했다는 거다. 그런데도 국내 현대차는 어제 23~25일의 부분파업을 선언했다. 4년 연속 파업이다. 어제 낮 BBC 등 유럽 TV들은 VW(폭스바겐)의 위기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배기가스량 조작 등 꼼수를 부린 결과다. 더욱 주목거리는 민주노총 파업이다. 어렵사리 합의한 노동개혁에 반대, 파업을 한대서야 누가 동의하겠는가. 걱정은 그들의 전국적인 연대―솔리대러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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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조류 독감 지면기사
인간이야 워낙 복잡해 ‘소(小)우주’라고 할 만큼 질병도 많다지만 가축과 조류는 뭔가. 새들까지도 악성 인플루엔자에 걸려 생매장당하는 게 몹시 안타깝다. 더구나 닭과 오리는 잘 날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조류―반(半)조류, 준(準)조류가 아닌가. 3개월 만에 전라·광주 지역에 조류 독감이 번져 추석 대목의 농민들 넋이 나갔다. 조류 독감이 추석 귀성 대이동을 통해 전국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방역 당국도 걱정이다. 그런데 사람 독감과 전염병은 이참에 괜찮을까. 올해도 홍콩, 중국 호칭은 ‘시앙강(香港)’인 그 향기 나는 항구도시엔 독감이 대유행, 정초~2월 초 한 달 동안만도 118명이나 숨져 지난해 전체 독감 사망자 149명에 근접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홍콩 독감 바이러스가 기존 독감 백신으로는 예방이 어려운 변종인 H3N2라고 밝혔다. 문제는 그런 바이러스 변종이 어디까지 돌연변이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거다. 대만은 또 뎅기열(dengue熱)로 난리다. 중국에선 뎅기열을 ‘등혁열(登革熱:덩거러)’ 또는 뼛속까지 열이 오른다는 ‘골통열(骨痛熱:구퉁러)’이라 부르는 게 희한하지만 아무튼 지난 18일 낮 중국 CC(중앙)TV 뉴스에선 ‘타이완의 뎅기열 환자가 1만 명을 넘었다(臺灣登革熱病例破萬)’고 보도했다. 뎅기열은 모기가 전염 매개체라고 1907년 미국의 세균학자 크레이그(Craig)가 밝혔지만 도대체 대만엔 모기가 얼마나 많길래 그토록 많은 환자가 발생한다는 건가. 대만뿐 아니라 인도에서도 뎅기열은 창궐했다. 뉴델리 행정당국자는 “수도권에 뎅기열이 확산돼 오늘(지난 17일)까지 1천872명이 걸려 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뉴델리만도 그 정도다. 인도의 뎅기열은 연례행사처럼 2013년엔 전국적으로 7만5천808명이, 작년엔 4만571명이 감염됐다는 게 인도 보건복지부 보고였다. 돼지독감에 사람이 감염, 103명이나 죽은 것도 2013년 인도였고…. 추석 대목을 포기한 채 닭과 오리 떼를 무수히 생매장해야만 하는 농민들은 얼마나 참담하고 허탈할까. 찬바람과 함께 철새들이 도래하면 조류 독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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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등 국가 수뇌 지면기사
1등 국가 대통령답지 않게 오바마가 좀 쩨쩨한 건 아닐까. 어니스트 백악관 보도관은 지난 11일 “오바마 대통령과 수행단이 내달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에 갈 때 줄곧 투숙해왔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 묵지 않는다”고 중대발표라도 하는 듯이 말했다.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다. 호텔 체인 힐튼 소유의 그 최고 호텔을 중국 기업이 작년에 인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7월 가족과 뉴욕에 머물 때도 밀레니엄 원 호텔을 이용했던 오바마는 오늘 미국을 첫 공식 방문하는 시진핑 중국 주석을 벼르고 있다는 듯이 지난 16일 말했다. “중국에 대한 사이버 대항 조치를 강구, 25일 정상회담 때 의제로 삼겠다”고. 기타 남중국해 문제 등 둘의 신경전이 볼만할 참이다. 괴짜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자 트럼프는 또? 지난달 27일 폭스(FOX)TV 회견 때 그랬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내달 시진핑 주석의 방미 때 호화 공식 만찬 같은 건 없다. 맥도날드 빅맥으로 즉석회담이나 하겠다”고. 미국의 록 밴드 본 조비(Bon Jovi)의 베이징, 상하이 공연이 지난 8일 돌연 취소됐다. 주최자 AEG 라이브 아시아는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본 조비의 2009년 음악 비디오 ‘We Weren‘t Born to follow’의 영상이 대량 투고를 받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거다. 영상이란 바로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때 큰 大자로 팔을 뻗어 탱크 앞을 가로막은 ‘전차남(戰車男)’ 모습이었다. 그 록 밴드의 2010년 12월 도쿄 공연 비디오엔 또 티베트 불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중국 정부가 꺼리는 영상들만 즐겨 비췄던 것 아닐까. 그래선지 시진핑 주석은 ‘미국의 대화(對華→對中) 관계엔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역설해 왔다. ‘중국이 강해질수록 세계 평화 수호의 힘도 커진다’는 거다. 미국의 턱밑까지 치고 오르는 중국이 경계 대상은 대상일 게다. 하지만 베이징 톈안먼엔 ‘중화인민공화국 만세’ 글자만 새겨져 있는 게 아니라 ‘세계인민 대단결 만세’가 대련(對聯) 문구다. 세계 평화 구축과 세계 인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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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전쟁의 門’ 지면기사
‘일본이 전쟁의 문을 열었다(日本開啓戰爭之門)’고 했다. 19일 안보법안이 통과되자 중국 CCTV(中央電視台)가 그랬고 ‘이제 헌법 수리(修憲)가 최종목적’이라고 말했다. 아베는 수만 명이 국회를 에워싸고 철야 반대시위를 벌여도 막무가내였다. 그는 그럴 사람이고 그렇게 준비된 사람이다. 지난달 종전 70주년 담화발표 직전 아베는 사흘간 일본 극우의 고향인 야마구치(山口)현을 방문, “외할아버지(岸信介)의 회고록을 다시 읽었다”고 했다. 기시(岸)가 누구던가. 대동아공영 논리에 공감, 그 실천에 앞장섰던 A급 전범으로 3년간 복역한 극우파 총리였고 그가 바로 아베의 정치적 롤(역할) 모델이다. 아베의 존경 인물로는 요시다 쇼인(吉田松陰)도 있다. 메이지 유신 전후의 군인정치가로 한반도 강점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비롯해 야마가타 아리토모(山縣有朋) 등 유신 주역을 길러낸 인물이고 이른바 ‘정한론(征韓論)’의 원조다. 전쟁 문이 열리면 전쟁은 터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아베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전쟁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일본 내 반발도 거세다. 나가사키(長崎) 피폭(被爆) 5단체는 아베에게 항의문을 보냈고 아사히신문은 19일을 ‘헌법과 민주주의가 의문이 된 날’이라고 했는가 하면 마이니치신문은 ‘헌법을 비뚤어지게 한 죄’라는 사설을 썼다. 그러나 요미우리신문은 확 달랐다. 안보법안이 ‘(전쟁) 억지력을 높이기 위한 획기적 기반’이라며 찬성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커비(Kirby) 국무부 보도관도 ‘지역과 국제사회 안전보장을 위한 노력을 환영한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해외전투 역할(overseas combat role), 군사역할 강화 등만을 간략하게 보도했다. 하지만 중국은 집체(集體→집단) 자위권을 맹비난했고 라브로프(Lavrov) 러시아 외무장관도 어제 모스크바를 방문한 기시다(岸田) 일본 외무장관에게 북방 영토문제에 강한 입장을 밝혔다. 북한에 이어 일본도 전쟁의 문을 열었다. 그럼 우리는? 어제 중국 언론은 조선반도에 ‘화약 냄새가 가득하다(充滿火藥味)’고 했다. 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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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아담 지면기사
전화를 받는 사이, 혹은 무언가 사려고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아이들을 잃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 손만 놓으면 아이들은 금세 사라지게 마련이다. 아이는 나쁜 어른에게 유괴를 당한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시신으로 발견되는 아이. 많이 들어 본 얘기다. 유괴사건을 다룬 거의 대부분의 영화는 이런 모티브를 갖는다. 할리우드 최고의 비주얼리스트 감독 토니 스콧과 브라이언 헬겔랜드의 각본, 댄젤 워싱턴의 주연 영화 ‘맨 온 파이어’은 유괴당한 소녀와 이를 응징하는 어른들의 복수극을 다룬 대표작이다. 하지만 실제 이런 일이 있었다. 1981년 7월 27일. 미국 플로리다 할리우드 시어스 백화점. 전등을 사기 위해 아들을 비디오 코너에 남겨두고 다녀 온 사이 아들이 사라졌다. 여섯 살 아담 월시. 보름 후 아담은 처참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는 실종아동 보호와 아동범죄 예방을 위한 캠페인이 진행됐으며, 놀이공원 등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미아 발생신고가 접수되면 즉각 안내방송과 경보를 발령하고 출입구를 봉쇄해 집중적으로 수색할 수 있도록 했다. 10분이 지나도 실종 아동을 찾지 못하면 경찰 신고를 의무화했다. 1984년 월마트 매장에서 아동 실종시 대응 매뉴얼을 마련했는데 이게 바로 ‘코드 아담( Code Adam)’ 이다. 유명 방송인이었던 아담의 아버지 존 월시는 이후 ‘지명수배합니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실종아동 보호와 아동범죄 예방에 헌신했다. 우리도 이 제도를 지난해 7월 29일부터 시행했다. 대규모 점포 570곳, 대중교통시설 287곳, 지역축제장 171곳, 전문체육시설 122곳, 이밖에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경마·경륜·경정장 등 207곳이다. 지난 14일 수원 광교신도시의 한 쇼핑몰 1층 광장에서 A(3)군이 분수대 배수로에서 익사한 채 발견됐다. A군은 그날 오후 9시 30~40분께 사라졌다. 9시 54분 계단을 내려가는 A군의 모습이 CCTV에 찍혔다. 그리고 발견된 A군. 소년의 죽음이 안타까운 것은 이 쇼핑몰이 ‘코드 아담’의 대상 시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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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發惡病 지면기사
예수교의 하나님이든 이슬람교의 알라신이든 있긴 있나? 있기도, 없기도 둘 다 아닐까. 작년 2월 25일 미국 오하이오 주 딘톤(Dinton)의 노선버스 운전사 리키 와그너(49)가 괴한의 총격을 세 발이나 받았다. 그런데 두 발은 가슴팍 주머니의 성경(Holy Bible)을 맞혔고 한 발은 다리에 맞아 기적처럼 목숨을 건졌다는 게 그 이튿날 CNN 뉴스였다. 그 경우 예수교도는 100% 신의 가호라고 믿었을 거다. 그럼 이런 예는 어떤가. 작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간 첫날인 19일 그의 조카 엠마누엘 베르고리오(38) 일가족 4명이 아르헨티나 중부 코르도바(Cordoba)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아내와 두 아들 등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무신론자도 천국에 갈 수 있다’는 하해(河海)와 같은 마음의 교황과 그 혈족이라면 신의 가호 우선권이라도 가져야 하는 건 아닐까. 괴이한 예는 얼마든지 있다. 브라질 리우데 자네이로의 유명 관광지인 코르코바도(Corcovado)산 위에 세워진 거대 예수상이 작년 1월 16일 낙뢰를 맞아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떨어져 나갔다. 하필이면 예수의 오른손 엄지를! 한 번도 아니다. 비가 잦은 그 산(704m) 위의 예수상은 한 해 평균 5~6번의 벼락을 맞는다. 팔을 뻗친 양손 부분이 피뢰침의 보호권을 벗어나기 때문이라는 거다. 어쨌거나 하나님께서 예수상부터 가호해야 정상이다. 지난 11일 이슬람교 최대 성지(Mecca)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하람 사원(Mosque)에서 발생한 비극은 또 뭔고. 뇌우(雷雨)로 인해 거대 크레인이 무너지면서 모스크를 덮쳐 111명이 압사했고 사망자는 1천명을 넘을 수도 있다고 12일 CNN이 보도했다. 2006년에도 363명의 무슬림이 압사했고 1990년엔 무려 1천426명이나 숨졌다. 그런 게 설마 알라신의 뜻일까. 신은 왜 시리아 독재자 아사드(Assad) 같은 자를 방관, 방임, 좌시하는 것인가. 내전으로 나라가 쑥대밭이 됐고 밀물난민으로 유럽 대륙이 몸살을 앓고 있지 않은가. 핵과 미사일을 죽기 살기로 끌어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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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지면기사
다음달 예정의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실현될 수 있을까. 염려했던 대로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고 했다. 14일 북한 우주국 개발국장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에게 “세계는 선군 조선의 위성들이 대지를 박차고 창공 높이 날아오르는 걸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호언대로 미주 대륙까지 사정권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북한 노동당 창건일인 다음 달 10일 전후에 시험 발사된다면 어떻게 될까. 미국은 즉각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유엔은 가만있을까.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누누이 강조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경고도 허언이 아니었음이 증명될까. 무슨 일이 있어도 이산가족은 만나야 한다. 90세 이상이 절반이라는 이번 이산가족의 마지막 소원 성취야말로 하늘도 땅도 막을 순 없다. 그런데 북한 고위층에 경고라도 하듯, ‘너희들 좀 보라’는 듯한 뉴스가 지난 9일 자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에 떠 확 눈길을 사로잡았다. 제목이 ‘기적 겹친 80년만의 재회(奇跡重なり80年ぶり再會)’였다. 일본의 대만 통치(1895~1945) 막바지, 대만 소학교 교사였던 일본인 여성과 대만 제자가 인터넷 영상으로 만났다는 거다. 그런데 놀랍게도 장장 80년 만이었고 당시 일본 여교사 타카기(高木波惠) 할머니는 106세, 대만 제자 양하이퉁(楊海桐)은 90세라고 했다. 그것도 90세 제자가 죽기 전에 스승을 찾았던 게 아니라 106세 스승이 제자의 옛날 대만 주소로 무작정 편지를 띄워 본 결과였다. 그래서 지난 8일 일본 타카기 할머니의 쿠마모토(熊本)현 타마나(玉名)시 자택과 대만 중부 타이중(台中)시 우르(烏日)소학교 강당은 온통 흥분의 도가니였고 대만 쪽이 더했다. 80대 후반~90대의 대만 제자들 20여명이 린지아룽(林佳龍) 시장과 함께 강당이 떠나갈 듯 환호성을 올렸다. 스승과 제자 간의 정도 그랬다. 하물며 혈육 상봉이랴! ‘헤어져 오래되면 반드시 만난다(分久必合)’는 게 삼국지 원본 첫머리에 나오는 말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흔하다. 신의 방해도 아닌 인간말종(末種)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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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族 줄이기 지면기사
가장 떳떳한 족속(族屬)이 ‘쌔씨(sassy)족’이라면 그 반대 족속은 ‘캥거루족’ 아닐까. 쌔씨족이 미혼(single)이면서도 경제적 여유(affluent)가 있고 자기 일에 성공적인(successful) 경력을 쌓는 멋스럽고(stylish) 젊은(young)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라면 캥거루족이야 다들 알듯 가정을 꾸린 후에도 부모의 경제력에 얹혀 사는 젊은 세대다. 캥거루라면 그 밖에도 나쁜 뜻이 연상된다. ‘the kangaroo closure(캥거루식 토론 종결법)’와 ‘kangaroo court(캥거루 법정)’다. 전자는 우두머리가 어떤 수정안을 선택, 토의에 부치되 기타 사항은 생략한 채 끝내는 토론 방식이고 후자는 한 마디로 인민재판이다. 범인을 군중 앞에 끌어내 엄혹하게 단죄하는…. 호주 남부엔 캥거루 섬도 있지만 흥미로운 건 중국에선 캥거루를 ‘큰 주머니 달린 쥐(大袋鼠)’라고 부른다는 거다. 하긴 쥐를 닮긴 닮았다. 어쨌거나 청년 캥거루족이 안됐고 캥거루족 줄이기→청년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중요하다. 유대목(有袋目) 캥거루과에 속한 캥거루의 특징은 육아낭(育兒囊)―육아 주머니를 달고 있다는 거다. 출산 후 그 하복부 육아 주머니에 새끼를 넣어 보호한 뒤 탈출―독립시키기까지는 6~12개월 걸린다. 그러나 성장하면 5~8m, 높게는 13m까지의 놀라운 점프 실력을 뽐내는 등 활동이 왕성하다. 원숭이처럼 나무를 타는 ‘나무타기 캥거루’도 있다. 사람 캥거루족도 부모의 육아낭―‘보호낭’에서 벗어나면 무섭게 도약하며 뻗치는 힘을 과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저절로 되는, 공짜로 얻는 건 하늘 아래 없다. no pain no gain(고통 없이 소득 없다)이야말로 명언이다. 뿌린 만큼 거두는 거다. 부모의 보호 주머니에서 탈출한 청년들이 캥거루처럼 무서운 점프력을 과시하며 꿈을 실현하려면 피(코피?) 나는 노력이 필수다. 노사정이 노동개혁에 합의했다지만 민노총과 야당의 반대 등 입법과정은 험로다. 개혁이란 그 어떤 개혁이든 그만큼 어렵다. 글자 그대로 가죽을 바꾸는 게 ‘개혁(改革)’이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