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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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박사 지면기사
20일엔 메르스 추가 감염자도 사망자도 없었다. 중국도 관심사였던지 인민일보가 냉큼 보도했다. ‘한국역정 수현 쌍령증장(韓國疫情首現雙零增長)’이라고. 疫情은 전염병(메르스) 발생 상황, 首現은 첫 현상, 雙零增長은 00증가→환자와 사망자 추가가 ‘제로 제로’라는 거다. 그랬는데 아뿔싸 그날 밤 새 메르스 확진자가 또 나왔다. 인민일보에 괜히 미안한 느낌이다. 그런데 환자 증가일로를 멈춘 그 20일의 반짝 한국 소식에 하늘나라에서 가장 기뻐했을 한국인이 있었다면 ‘who’였을까. 단연 대문자 WHO(세계보건기구) 전 사무총장 이종욱(李鐘郁) 박사가 아니었을까? 의사 출신인 그는 58세인 2003년 5월 한국인 최초의 선출직 유엔기구 수장인 WHO 사무총장이 됐지만 2006년 5월 22일 세계보건총회 전날 과로로 쓰러져 61세 통석(痛惜)한 나이에 저승으로 떠나간 사람이었고 세계인의 보건을 위해 그는 한마디로 미쳤던 사람이었다.이종욱 사무총장을 세계 보건 관계자들은 ‘세계 보건대통령’ ‘아시아의 슈바이처’ ‘작은 거인’ ‘백신의 황제’ 등으로 칭송했다. 그는 인류에 대한 전염병 위협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입만 열면 강조했고 결핵 천연두 에이즈 소아마비 등 퇴치를 위해 불철주야 몰두했던 전염병 격퇴 지구촌 총사령관이었다. 이총장은 조류인플루엔자 위험성까지도 지나치게(?) 강조하다가 ‘양치기 소년’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18일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회견, “밀실 전파로 대중 위험도는 낮다”고 했지만 시퍼런 눈두덩 화장에다가 황막한 표정의 WHO 사무총장 마거릿 챈(Chan) 할머니(68)는 바로 이종욱 박사 후임이다. 중국인 최초의 유엔기구 수장인 그녀는 싱가포르국립대 보건학 박사로 중국명은 천펑푸전(陳馮富珍)이다. 공연히 근엄한 표정이었던 후쿠다 게이지(福田敬二)는 그녀를 모신 사무차장이고.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생한 메르스는 16일 독일 니더작센(Niedersachsen)주의 65세 사망자와 18일 태국의 첫 감염자 등 26개국에서 발생했다는 게 19일 CNN뉴스였다. 그런데 첫 환자 발생에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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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와 신경숙 지면기사
여기 사진 한 장이 있다. 1970년 11월 25일. 군복을 입고 일장기가 그려진 머리띠를 한 사내. 허공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듯 소리치는 마흔 다섯살의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다. 그가 일본 육상 자위대 동부지역 건물 옥상에서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지금 일본 혼을 유지하는 것은 자위대 뿐이다. 일본을 지킨다는 것은 피와 문화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 너희들은 사무라이다.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헌법을 왜 지키고 있는 것인가. 나를 따르는 사람은 없는가.” 사령관실을 극우주의 ‘방패 모임(楯の會)’ 무리들과 함께 난입해 사령관을 인질로 잡고 1천여명의 자위대 대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이렇게 ‘군국주의 부활’을 외쳤다.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치고, 그 다음이 광기(狂氣)의 절정이다. 셋푸쿠(切腹)에 이은 카이샤쿠(介錯). 할복에 이어 옆에서 목을 쳐주는 사무라이 의식인 고전적인 방법으로 목숨을 끊었다. 겁을 먹어서인지 찌른 상처는 겨우 10센티미터 이고, 목을 베기로 한 자는 칼을 다루지 못해 목을 세번이나 내려쳤다는 것 쯤은 사족(蛇足)으로 치자.아무튼 ‘일본적 미의식을 바탕으로 글을 쓴 전후 최대의 작가’라는 평을 들었던 그는 ‘무사도’를 일본정신의 원형으로 생각해 검도를 끔찍이도 좋아했다. 194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추천으로 데뷔한 첫 작품 ‘가면의 고백’은 동성연애자의 내밀한 풍경을 다뤄 문단에 충격을 주었다. 그의 이름을 알린 것은 단연 56년작 ‘킨카쿠지(金閣寺)’다. 전후 일본의 황폐함을 비극적인 아름다움으로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이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리는 계기가 되었다.45년 전 군국주의 부활을 외치고 죽었던 그가 지금 한국 문단을 강타하고 있다. 한국 최고의 여류소설가 신경숙의 작품 ‘전설’이 그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논란때문이다. 표절작품이 천왕에 대한 충성과 동료들에 대한 우정으로 자살하는 극우주의자 젊은 장교의 이야기인 ‘우국(憂國)’이라는 점이 실망이다.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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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품귀 지면기사
mask는 입마개보다 가면, 복면, 탈이다. 불어 masques와 독어 Maske도 같다. 16세기 궁정오페라를 비롯한 서양 가면무도회(mask ball), 가장(假裝)무도회와 가면극―독일어로 마스케라데(Maskerade)인 모든 가면극의 가면이 마스크였고 ‘황금박쥐’ ‘마스크 맨’ 등 만화의 가면이나 10월 31일 할로윈(Halloween)데이에 쓰는 가면도 마스크다. 또한 독가스 방독면도, 용접공의 가면도 마스크는 마스크다. ‘데드마스크(死面)’도 있다. 사망 직후의 얼굴에서 본을 뜬 으스스한 가면이다. 마스크가 우리말로는 ‘입마개’나 ‘구강 보호구’쯤 되겠지만 우리 마스크도 꽤는 진화했다. 외과의사 수술용 마스크(surgical masks)나 치과의사, 방역(防疫)요원, 농약 치는 농부, 요리사, 광부, 김치공장 아줌마, 수의 입히는 염습사나 화장장 인부 등에서 강도 등 범인 마스크와 ×자 표시의 침묵시위 마스크로 진화했고 최근엔 단연 황사, 미세먼지 방지 마스크다.그런데 ‘마스크 패션’이라는 말이 등장한 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 창궐한 2003년 홍콩이었다. 각종 그림과 색깔 등 각양각색의 마스크가 거리를 뒤덮었고 약삭빠르게도 상술로도 써먹었다. ‘저는 안전해요. 키스해 줘요!’라고 쓰인 여성용 예쁜 마스크와 흡혈귀의 사나운 이빨이 그려진 호객~접객용 코믹 마스크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 해 11월 홍콩 노스포인트(北角)에선 별난 장관이 벌어졌다. 배우 장궈룽(張國榮) 영결식장의 1천여 조문객이 하나같이 마스크를 썼기 때문이었다. 중국에선 마스크를 ‘커우자오’라 하지만 ‘입 口’자와 ‘가릴 조(四 밑에 卓자가 붙은)’자다. 황사용이기도 하지만 영하 30도가 보통인 헤이룽장(黑龍江), 지린(吉林)성의 겨울엔 코 동상 방지를 위해 방한 마스크가 필수다. 시베리아 혹한용 마스크인 러시아의 ‘리치나’도 그렇다. 가뭄으로 식료품 값도 오르고 메르스 사태로 장사도 안 되지만 마스크만은 품귀란다. 궁금한 게 있다. 마스크 메이커들의 솟구치는 ‘희열’과 메르스 확산에 대한 그들의 ‘염려’를 비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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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열 공포 지면기사
요새 어딜 가든 출입구에서 발열(發熱) 재기 진풍경이 벌어진다. 메르스 감염 여부를 체온감지기로 체크하는 모습으로 모두 발열 공포에 떤다는 거다. 열역학에선 모든 연소기기가 연소로 인해 열이 나게 돼 있고 그 열재기를 가리켜 ‘열가(熱價)를 잰다’고 하지만 몸속 에너지 연소로 인한 발열 체크 또한 이를테면 열가를 재는 거다. 그런데 ‘열나게 돌렸다’ ‘열 받았다(화났다)’ 등의 ‘熱’이라는 글자를 알면 두렵다. 불을 쥐고 있는 형상이 熱자이기 때문이다. 熱자 밑 부분의 네 점이 바로 불, 불똥의 상형(象形)이다. 따라서 ‘열심(熱心)’이란 마음에 불이 붙은 거고 ‘열성(熱誠)’은 불이 나도록 기울이고 쏟아 붓는 정성이다. ‘불타는 정열’이니 ‘사랑의 열병(熱病)’ 등 그런 열기도 마찬가지다. 목 핏줄을 세운 채 얼굴이 벌건 테너 가수의 열창과 열화 같은 환호와 박수도, 신들린 듯 강사의 열강(熱講) 등 그런 열도 다를 바 없고 ‘열에 받히다(흥분된 열기에 떠받쳐지다)’ ‘분해서 열이 상투 끝까지 오른다’는 말도 그렇고….체온은 낮아도 높아도 탈이다. ‘저온아(低溫兒)’는 어른보다 높아야 할 어린이 체온이 평균 30도인 경우지만 냉동인간이 아니라 일부러 저온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의학 용어인 ‘저온마취(cold torpor)’라는 거다. 뇌·심장 등 수술의 경우 생체를 냉각시켜 체온을 내리고 물질대사를 저하시키면서 마취하는 방법이다. 별난 건 또 체온이 38.6~39.5도라면 고열 또는 고등열일 텐데 의학에선 ‘중등열(中等熱)’이라고 부른다는 거다. 그런데 고열이 아닌 보통 신열도 중국에선 ‘발소(發燒:파사오)’ 또는 ‘신상발소’라고 부른다. 몸이 타고 있는 게 신열이라니 무섭다. 하지만 태초의 인간 창조주는 인체 열역학의 적정온도를 36~37의 온장고(溫藏庫)처럼 창조했을 게 분명하다. 그게 고열도 문제지만 몇 도만 내려가도 저체온증으로 죽지 않던가!그런데 체온 감지기로 ‘발열을 체크한다’, 아이들이 겁에 질린 채 ‘발열 체크를 받고 있다’는 말은 어폐가 있다. ‘발열’이란 열이 나는 거다. 사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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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과 活人院 지면기사
hospital(병원)의 어원인 라틴어 hospitalia는 ‘낯선 사람들을 재워주는 숙소(stranger’s apartments)’였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낯선 사람을 후대하고 편히 재워주는 풍습이 있었다. hospitality가 ‘환대, 후한 접대’라는 뜻인 것도 그런 연유고 그 주인이 hospes host였다. 다시 말해 ‘hospital’의 원뜻은 자선시설, 양로원이기도 했다. 그런데 ‘病院’이라는 글자 뜻은 ‘병의 집’으로 안 좋다. ‘병원’보다는 의원(醫員), 의사의 집이라는 뜻의 ‘의원(醫院)’이 낫고 ‘진료소’ ‘의료원’ 또는 옛날의 ‘활인원(活人院)’도 괜찮은 말이다. ‘사람 살리는 집’이고 죽어가는 사람을 회생시키는 회생지업(回生之業)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우리와는 반대로 종합병원이 ‘醫院’이고 개인병원을 ‘병원’이라고 한다. 의사도 ‘의생(醫生)’이라 부르지만 원래 한의학에선 의사가 의생이다. 요즘에야 ‘한의사’지만.병원이란 꺼져가는 목숨 살리는 신성한 곳이지만 무서운 병원체의 온상이기도 하다. 의사들이 병원에서 착용하는 넥타이와 흰색 가운이 슈퍼박테리아의 온상이라고 영국 의학협회(BMA)가 밝힌 건 2006년 2월 20일이었다. 영국 의사 75% 이상이 가입한 BMA는 의사들의 넥타이에 아무런 간여도 하지 않는데다가 거의 세탁을 하지 않아 메티실린 내성황색포도상구균(MRSA)과 같은 항생제에 내성이 강한 슈퍼박테리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거다. 그 밖에도 이른바 의인성(醫因性) 병 또는 의원성(醫原性) 질환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가. 예컨대 출산부 산욕열(출산 후 열이 나는)의 원인이 바로 의사의 불결한 손가락에 있다는 제멜바이스(Semmelweis)라든지 뢴트겐선에 의해 피부에 생기는 만성궤양인 뢴트겐 암, 스트렙토마이신의 부작용으로 인한 마이신귀머거리 등.하루 가장 많은 환자가 찾는다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환자 확산의 온상이라는 비난 끝에 부분 폐쇄됐다는 건 안타까운 뉴스다. 그러나 불철주야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는 찜통 방호복 속의 대한민국 의료진의 노고야말로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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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한국 지면기사
중국에선 한국에 가지도 말고 한국에서 오지도 말라고 한다. 그래서 13일 상하이국제영화제에 한국은 가지 못했다. ‘상하이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가 개막 3일 전인 10일 한국의 메르스 창궐을 이유로 오지 않는 게 좋겠다며 참가 취소를 요청했다’는 게 12일 미 월스트리트저널 지 보도였다. 그래서 한류스타 장동건과 소지섭 등도 가지 못했다는 거다. 그토록 중국이 한국 메르스에 과민반응인 이유가 뭘까.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중국의 삐리삐리(겁에 질린 과민증)는 2002~2003년 숱한 중국인 사망자를 낸 신형폐렴 SARS 악몽이 생생하기 때문’이라고 13일 지적했다. 아무튼 중국 TV는 시간마다 ‘한국의 메르스가 점점 심해진다(韓國MERS 疫情加劇)’고 보도한다. EU질병예방관리센터는 또 11일 ‘중동으로부터 유럽, 아프리카 북부를 거쳐 아시아로 번진 메르스 감염 국가는 25개국으로 1천300여 감염자 중 500여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일본 언론의 과민 보도도 거슬린다. ‘테코이레(경기침체 조짐을 막기 위한 과감한 조치)로 금리를 인하했다’고 했고 ‘대통령은 미국 방문 직전(4일 전) 연기를 통고했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한국 환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在留邦人(재한 일본인)을 돌보기 위해 일본 방위의과대학의 감염증 전문 의료진을 파견한다’고 했고 ‘한국의 메르스 감염 확대엔 대병원인 삼성의료원이 오토시아나(함정)였다’ ‘삼성 서울병원에서 환자가 배증(倍增)했다’고 꼬집었다. 그런데 한국의 메르스 상황을 살피기 위해 내한한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차장까지 하필이면 일본인인 후쿠다 게이지(福田敬二)였다. 그는 눈과 목에 힘을 준 채 말했다. “초기 대응이 미비했고 지역 확산에 대비가 필요하다”고.환자는 늘고 진정 기미가 없다. 외국인 관광객은 오지 않고 사람 모일 곳마다 사람이 없는 공동화(空洞化)와 심리적 요인 등 우리 경제 충격파가 얼마나 클까. 세월호 임팩트(충격)만큼이나 커지는 건 아닐까. WHO가 오는 12월의 종식을 선언했던 에볼라(Ebola)도 지난 12일까지 기니와 시에라리온에서 31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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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제(祈雨祭) 지면기사
1439년(세종 21년) 음력 4월, 가뭄이 지속되자 세종은 고민에 빠졌다. 여러번 기우제를 지냈지만 아무런 기별도 없었다. 하늘을 감동시켜서라도 비를 오게 하고 싶었던 세종은 이런 기발한 교지를 내린다. 그날(24일)을 조선왕조실록은 이렇게 적었다. “지금 농사일이 가장 긴요한 때를 당하여 여러 달 비가 내리지 아니하므로, 하늘이 감동(感動)하여 가뭄을 구(救)하기를 바라서, 마땅히 늙은이를 공경하는 예를 또한 거행하여야 하겠다. 그 늙은 남녀에게 벼슬을 제수하되, 일체 을묘년 6월 21일 교지(敎旨)에 의하여, 양가(良家) 90세 이상의 백신(白身)에게는 8품을 주고, 원직(元職)이 9품 이상에게는 각각 한 급(級)을 올려 주며, 1백 살 이상의 백신에게는 원직이 8품인 자는 6품을 주고, 원직이 7품 이상은 각각 한 급씩 뛰어 올려 주며, 모두 3품으로 한정하여서 그만두게 하라.” 이 때문이었을까. 열흘 후인 음력 5월 7일부터 3일간 계속 비가 내렸다. 가뭄의 해결이 인력으로 안된다는 것을 너무도 잘알고 있었던 세종이 측우기를 만든 건 나름대로 이런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기우제는 하지(夏至)가 지나도 비가 오지 않아 모내기에 영향을 미칠때 지내는 걸 말한다. 모내기 이후 벼가 어느정도 자랐을때 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기우제가 아니다. 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아도 제사를 지냈는데 이를 기설제(祈雪祭)라 하였다. 반대로 장마로 홍수가 나면 비를 그쳐 달라는 기청제(祈晴祭)도 지냈다. 이런 제사가 효과를 보면 보답한다는 뜻에서 보사제(報謝祭)를 지낸 일도 있다. ‘기우제등록(祈雨祭謄錄 )’은 1636년(인조 14)부터 1889년(고종 26)까지 기우제·기청제·기설제는 물론 수표(水標) 및 측우기로 관측한 기록을 모아놓은 책이다. 조선의 왕들이 가뭄 장마 폭설 등 자연재해에 얼마나 민감했는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조선시대에 홍수와 가뭄, 특히 이상기후는 왕권 유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50년만의 가뭄으로 산하(山河)도 민심(民心)도 타 들어간다. 10여일 내로 큰 비가 오지 않으면 수도권도 큰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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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메르스 지면기사
기침하는 개가 메르스에 걸렸나 봐 달라며 동물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하긴 개를 ‘애완’을 넘어 한 집 식구인 ‘반려동물’로 여기니까 그럴 만도 하다. 개를 싫어하면 대통령 되기부터 어렵다. 미국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개에 미친 정도였고 오바마도 그렇다. 지난달 5일 부활절에 백악관 로즈 가든에선 대통령 가족사진을 찍었다. 두 딸 등 네 식구가 아닌 여섯 식구가 포즈를 취했고 ‘first dog’으로 불리는 보(Bow)와 사니(Sunny)의 포즈가 가장 멋졌다! 대한민국 대통령들도, 유럽 역대 국가 원수들도 한결같이 개를 좋아했고 러시아의 푸틴은 송아지만한 개를 좋아해 정상회담 때도 늘 곁에 앉힌다고 했다. 미국 회사들은 거의가 반려동물과 함께 출근하도록 허용한다. 집에 두고 신경이 쓰이면 회사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거다.개 호강은 말도 못한다. ‘댑싸리 밑의 개 팔자’는 옛말이다. 요즘 미국 부잣집 개들은 자가용 비행기를 주인과 함께 타며 뽐낸다. 그런데 지난달 문제가 생겼다. 인기배우 조니 뎁(depp)이 자가용 비행기에 개 두 마리를 태우고 호주에 입국하려다가 거절당했다. 개를 동반, 입국할 경우 10일간 격리시설에 뒀다가 데리고 출국해야 한다는 게 호주의 법이기 때문이고 개로부터 옮기는 폐 페스트균 등 방지를 위해서다. 하지만 호주의 개에 대한 열정도 미국 못지않다. 요새 호주에서 유행하는 건 개 요가(dog yoga)다. 일본에서도 칠면조와 혀가자미 먹이를 즐기다가 비만해지면 요가를 시킨다. 개 전용 방송 채널인 ‘DOG TV’를 한국에선 CJ헬로비전이 최초로 도입,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작년부터였고…. 개 몸값 또한 엄청나다. 티베트 산 붉은 사자견이 94만5천파운드(약 17억원)에 낙찰됐다고 보도한 건 2011년 3월 16일 영국 데일리메일 지였다.개 팔자도 극과 극이다. 한국의 반려동물 1천만 마리 시대에 한 해 버려지는 동물이 8만 마리라고 했다. top dog(승자)과 under dog(약자)이 극명하게 갈린다. 어쨌든 개는 메르스에 걸리지 않는다는 게 수의사의 말이다. 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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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책임’론 지면기사
대통령은 뭘 하나, 직접 살피고 챙겨라, 전면에 나서서 이끌고 지휘하라 등 독촉과 비난, 책망이 빗발친다. 사사건건 모든 사고와 잘못된, 부진한 일은 대통령 잘못과 책임이고 무능 탓이라며 아우성이다. 세월호 사고 책임도 대통령에게 있고 메르스 초동방역 부실도 대통령과 정권 무능 때문이라는 거다. 묻고 싶다. 대통령이 천수천안(千手千眼)관세음보살처럼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이라도 가졌다는 건가. 대통령은 ‘큰 大’자 大統領이듯이 외교, 국방, 경제 등 큰 틀의 국정을 책임지는 거지 세상만사를 깡그리 다스리고 책임지는 ‘다(多)통령’은 아니다. 영어의 president야 대통령, 회장 총장 학장 좌장에다 구멍가게 사장도 같지만 우리 ‘대통령’은 딱 한 사람뿐이다. 세상 잡사 일체의 책임을 대통령이 질 수는 없다. 그러기에 ‘나라(國) 일(務)을 모두 다스린다(總理)’는 뜻의 ‘국무총리’가 있고 장관들과 각 분야 실무 책임자가 있고 지방자치체도 있지 않은가.대통령더러 ‘만기친람(萬機親覽)’이라도 하라는 소린가. 임금이 온갖 정사를 친히 보살피는 게 만기친람이고 그게 책임 있고 덕망 있는 임금이라는 거다. 비슷한 뜻의 ‘친총만기(親總萬機)’라는 말도 있다. 임금이 모든 정치를 몸소 챙기는 거다. 그런가 하면 임금께서 아주 작은 일까지 환하게 살피는 걸 ‘무미불촉(無微不燭)’이라 하고 하루 1만 가지 정사를 친히 돌보는 걸 ‘일일만기(一日萬機)’라고도 했다. 그리고 국정 전체를 다스리는 걸 ‘미륜(彌綸)’이라고 일컬었다. 오늘날의 대통령더러 그렇게 하라는 건가. 지난 어느 대통령처럼 ‘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비탄조 옥음(玉音) 안 들리는 것만도 다행이라고 할까. 그런데 더욱 한심한 건 메르스 때문에 오는 14~19일의 대통령 미국행도 연기해야 한다는 소리다.‘계구마지혈(鷄狗馬之血)’이라고 했다. 옛날 천자(天子)는 소나 말의 피를 마시며 조약을 했고 제후는 개나 돼지 피를 마시며 그랬다는 거다. 예수도 최후의 만찬에서 12제자와 이른바 ‘보혈(寶血)의 언약’을 했다. 요즘도 그런 ‘피의 약속’못지않게 중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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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난리 지면기사
난리가 따로 없다. 국어사전은 ‘전쟁, 분쟁, 재해 등으로 세상이 소란하고 질서가 어지러워진 상태’를 ‘난리(亂離)’라고 규정했지만 당장 메르스 전염병 파동도 난리 종류로 끼워 넣어야 할 거다. 또한, 1997년 말 IMF(국제통화기금)로부터 5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외환위기와 금붙이 모으기 소동 역시 내우(內憂)에 의한 외환(外患), 또는 내우 겸 외환인 난리는 난리였다. 그렇다면 경제파동 역시 ‘난리’에 추가해야 옳다. 그런데 중동서 잠입한 메르스 바이러스는 내우로 여겨야 할까, 外患으로 쳐야 할까. 아무튼 ‘대단히 미세한 생물, 세균보다도 작은 여과성(濾過性)의 것’이라는 바이러스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을 웃겨도 소름 끼치게 웃긴다. 바이러스(virus)는 라틴어 ‘비루스’의 영어식 발음으로 독, 독액(毒液)이란 뜻이다. 그래선지 일본에선 유식한 체 ‘비루스’라고 그대로 읽고 중국에서도 바이러스를 ‘삥두(病毒:병독)’라고 부른다.세균보다도 작고 현미경 속에서만 존재가 나타나는 게 바이러스지만 그 미물(美物)도 아니고 ‘미물(微物) 중의 미물’인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한민국 동네방네가 마구 휘둘리다니 어이가 없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뭐, 만물의 영장? 좋아하시네! 우리네 명성(名聲)이 코로나라는 걸 알고들은 있나?”→메르스 바이러스의 묵언(默言)도 아닌 ‘묵성(默聲)’이 귀에 쟁쟁하지 않나? 코로나(corona)라면 지구의 약 130만배 크기인 어마어마한 태양 급 존재다. 태양 대기의 희박한 가스체인 코로나가 그렇고 빛 또한 보름달 광도(光度)에 가깝다. 무엇보다 온도가 약 100만도인 코로나의 백광, 광관(光冠)을 인간의 시력으로는 감히 쳐다볼 수조차 없다. 그런데도 감히 ‘코로나 바이러스’라니! 가엾은 사람들이다. 세월호 사고 때는 팽목항에 죽치고 산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수염이 몹시 불쌍하더니 이번 메르스 난리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대머리가 무척 애석하다. 이 더위에 우주인 방호복 속의 의료진은 또 얼마나 봐주기에 민망한가. 메르스 백신 개발에 5년은 걸릴 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