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은행들의 돈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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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은행들의 돈 잔치 지면기사

    성경은 예수 말씀으로 "낙타가 바늘귀로 나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쉽다"고 했다. 탐욕으로 쌓은 부(富) 자체를 신성모독으로 본 것이다. 부자가 이럴진대 고리대금업자의 천국행은 꿈에도 불가능했다. 이자놀이야말로 반성경적 행위였다. 단테가 신곡에서 지하 9층 지옥 7층에 고리대금업자를 신성모독자들과 함께 가둔 까닭이다.고리대금업자를 악마로 여기는 성경의 가르침은 유럽 기독교 사회의 강력한 윤리규범이었다. 금융업으로 중세를 지배한 메디치 가문도 성경의 경고가 두려웠다. 해결책은 참신하고 완벽했다. 두오모 성당 등 성전 시설 건축에 기부를 아끼지 않았고, 아예 가문에서 3명의 교황을 만들었다. 이 정도 투자면 하나님도 손을 내밀거라 믿었을 테다.고리대금업은 사회악으로 멸시당하면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악마의 돈이라도 빌려야 할 경제구조 때문이다. 개미지옥에 갇힐 줄 뻔히 알면서도 가난한 사람들은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고 대금업자 앞에 줄을 선다.1일 은행연합회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임직원 1인당 평균 소득이 1억원을 넘었단다. 또 지난해 5대 은행은 2천357명에게 1인당 평균 3억5천548만원을 희망퇴직금으로 지급했다. 기본 퇴직금은 뺀 거액이다. 올해 4대 금융그룹(국민·신한·하나·우리)의 상반기 이자수익이 19조8천여억원이다. 지난해도 같은 규모였다. 사상 최대 이자수익으로 퇴직 잔치, 복지 잔치를 벌인다.은행들의 돈 잔치를 지켜보는 자영업자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른다. 횡령, 부실·불법대출로 얼룩진 빵점짜리 경영을 해놓고도 돈 잔치를 벌일 수 있는 건 선량한 서민 대출자들이 은행이 달라는 대로 원금과 이자를 갖다 바친 덕분이다. 대통령 말대로 서민들은 "은행의 종"이 됐다.IMF사태 때 국민 혈세로 살아남은 은행들이 국민 등골을 빼 먹는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고금리로 다 죽여놓으면 이자놀이할 놀이터도 사라진다. 투자한 건 시간뿐인 은행들이 이자 지옥에 빠진 '고객님'들 앞에서 돈잔치라니, 무감각한 몰염

  • [참성단] 인현동 화재참사 24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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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인현동 화재참사 24주기 지면기사

    이태원 참사 1주기 다음 날인 30일 오전 인천시 중구 학생교육문화회관 위령비 앞에서 인현동 화재 참사 24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1999년 10월 그날 인현동 한 상가건물에서 불이 났다. 지하1층 노래방에서 발생한 화재로 2층 호프집에서 중·고등학생들이 떼죽음 당했다. 사고 사망자 57명 중 학생만 53명, 인천 시내 고등학교 대부분이 초상집이 됐다.학생들은 가을 축제를 만끽했다. 여흥을 이어가려 모인 곳이 호프집이다. 그땐 학생들이 놀 곳이 없었다. 불법으로 학생을 받아 준 호프집만이 공공연한 익명의 해방구였다. 불법을 은폐하려는 악덕업주는 치밀했다. 비상구를 봉쇄하고 창문은 합판으로 막았다. 대피하려는 학생들 앞을 막아선 종업원은 '계산 먼저'를 요구했다. 희생자 대부분의 사인은 질식이었다.어린 희생자들은 죽음도 모자라 비난 여론에 갇혔다. 호프집에 드나든 비행 청소년의 자업자득이라는 냉혹한 비난이었다. 희생자들의 친구들은 항변했다. "친구들이 너무 불쌍해요…. 우리에겐 갈 곳이 별로 없잖아요. 호프집에 간 아이들 중엔 모범생이 더 많아요. 호프집에 갔다고 결코 탈선에 빠진 게 아닙니다."(11월 2일자 16면 보도)유족들이 24년째 아이들의 죽음을 추모하며 '사회적 망각'을 저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을 호프집에 가둔 문화와 제도, 비리는 온 데 간 데 없이 죽은 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사회를 향한 저항이다. 불법을 방치한 비리는 처벌받지 않았다. 유족회는 지금도 참사의 진상규명과 안전사고 방지대책을 촉구한다.1999년 6월 30일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사고로 유치원생 19명이 숨졌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전 여자 하키 국가대표 김순덕도 어린 아들을 잃었다. 정부는 게거품을 물며 재발 방지를 강조했다. 네 달 뒤 인현동 화재를 목격한 그녀는 "이 나라는 달라질 게 없다"며 훈장을 반납하고 뉴질랜드로 이민 갔다.인현동 화재 참사 유족회는 국가가 제도적 타살을 인정하고 안전대책을 세워야 자식들의 명예가 회복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1999년 봄, 가을

  • [참성단] 한양가와 능행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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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한양가와 능행차 지면기사

    '한양가'는 조선 후기에 나온 장편 풍물 가사다. 18~19세기 조선 사회의 풍속과 사회상을 사실적으로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면서 풍속사 연구 자료로도 널리 활용된다. '한양가'는 총 764행에 이르는 대작이며, 4음보 1행으로 이뤄진 작품이다. '한양가'에는 많은 이본들이 있으며, 박제가·이덕무·서유구·신광하 등 13인의 문신들이 정조의 명으로 지어 올린 '성시전도시(城市全圖詩)'와 줄곧 비교되기도 한다.작자가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고, 작품의 말미에 갑진년 봄 한산거사(漢山居士) 지음(著)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만 이 기록으로 미뤄 헌종 10년(1844)경의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문 가사로 문학사적 가치가 분명하나 왕조의 태평성세를 찬송하는 내용이 많다. 작품은 공간이동 순서에 따라 전개되며 크게 14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각 주제마다 서사-본사-결사의 3단 구조를 보여준다.작품의 주요 내용은 한양의 풍수와 지세 그리고 왕조를 찬양하는 서사에 궁궐, 육조 관아와 여러 관청들, 시정 풍경, 육의전, 기생 점고, 과거 풍경 등 조선 후기 사회 문화를 잘 그려내고 있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작품 구성이 엉성하고 단순하며 동어 반복이 보이는 등 기법적으로 그렇게 빼어난 작품이라 할 수는 없으나 장편 국문 가사이자 풍속사 자료로서 매우 높은 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작품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12번째 주제인 수원 화성으로 향하는 능행(陵行)이다. 우리 국문 가사들 가운데서 수원 화성 능행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은 '한양가'가 유일하다. "해마다 정월이면 태묘 사직 다니신 후/ 능행령(陵行令) 내리시니 남도 거둥 되신다네/ 남도는 화성부(華城府)라 두 능 뫼셨으니/ 건릉과 현륭원의 춘전알(春展謁) 영이 났다"로 시작하는 '능행편'에는 능행에 참여한 수행 관리들이 상세하게 나열돼 있다. 가히 시(詩)로 그려낸 '반차도'라 할 수 있다.국립한글박물관에서 '한양가'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이런 작품을 소장하거나 수원에 유치하여 '반차도' 등 같은 유관 자료

  • [참성단] '미혼 사회'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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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미혼 사회'의 공포 지면기사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국가는 결혼을 장려했다. 인구를 국가 유지와 국력의 원천으로 보고, 독신자를 국가와 공공의 적으로 몰아세웠다. 스파르타에선 한 겨울에 나체의 독신자들을 광장에서 끌고 다녔다. 병사를 낳지 않는 '더러운 독신자'를 공개 모욕하는 회술레였다. 플라톤도 "결혼이 법적 의무"라며 35세 미혼남의 성인 권리 박탈을 주장했다.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독신세를 만들고 재산 상속에서 열외시켰다. 무솔리니와 히틀러도 독신세를 거뒀다.(장 클로드 블로뉴 '독신의 수난사')우리 역사와 문화라고 다르지 않다. 결혼해야 비로소 성인으로 사회적 지위를 인정했다. 결혼 적령기를 넘은 남녀는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무언의 압박에 시달렸다. 시대의 변화와 추세에 따라 적령기는 점점 연장됐지만, 압박은 여전하다.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면 하는 게 맞다'는 오래된 설득은 여전히 유효하다. 인구 감소에 전전긍긍하는 국가도 자녀를 둔 기혼자에게 세금, 주거, 복지를 집중 지원한다. 미혼자를 역차별해 결혼을 압박하는 정책이다.최근 경인지방통계청에서 발표한 '2023 수도권 미혼인구 분석' 결과가 놀랍다. 수도권 청년층(20~49세)의 미혼율이 50.4%로 10년 전 보다 10.6%p 증가했단다. 일반적으로 장년층으로 구분하는 40대까지 청년에 포함한 것은 가임기 미혼 남녀의 현황과 의식을 조사해 저출산 대책에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무튼 수도권의 청년층, 즉 가임연령층 둘 중 한 명은 미혼이라는 얘기다. 수도권보다는 낮다지만 비수도권 미혼율도 47.4%로 큰 차이가 없다. 세계 꼴찌 출산율은 당연하고, 인구 소멸 1순위 국가의 비극적 미래를 보여주는 통계다.봄 가을이면 결혼 축의금 내느라 허리가 휘었던 경험과 딴 판인 결과라 당황스럽다. 더 심각한 건 수도권 미혼 남자의 39.6%, 여자의 22.3%만이 결혼에 긍정적인 점이다. 또 자녀의 필요성에 미혼 남자 53.7%, 여자 29.0%가 동의했다. 결혼 가능성이 있는 미혼이 비혼으로 굳어지고, 결혼해도 여성들이 자녀 출산을 망설이니 두렵다.

  • [참성단] 사기공화국의 남현희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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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사기공화국의 남현희 소동 지면기사

    사기(詐欺)는 언어를 가진 인간만이 가능한 범죄다. 사기꾼 없는 세상은 전에도 없고 앞으로도 없다.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미혼모 팡틴은 최악의 사기 피해자다. 딸 코제트를 맡아 준 테나르디에 부부의 양육 사기에 걸렸다. 미혼모라는 사실이 드러나 장발장의 공장에서 쫓겨 난 팡틴은 악당들의 악착같은 양육비 요구에 금발을 자르고 이빨까지 뽑아 팔았지만 결국 몸까지 파는 나락으로 떨어져 병으로 죽는다. 사기꾼에게 제대로 걸리면 마지막 동전 한 닢, 영혼 한 줌마저 탈탈 털린다.사기는 범죄 대상의 신뢰를 이용한다. 사기꾼을 찰떡같이 믿은 피해자는 경제적으로 착취당하고 정서적으로 황폐해진다. '사기꾼이 하는 소리는 숨소리 빼고 다 거짓말'이라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었지만, 대부분 사기를 당한 후에 깨닫는다. 사기꾼이 작정하고 설계한 사기를 피하기 그만큼 힘들다는 얘기다.대한민국은 사기공화국이라는 자조적 공감이 널리 퍼진지 오래다. 이를 증명하는 국제 범죄 통계가 아니더라도, 집안에 사기 피해자 한 두 명 쯤은 있는 현실적인 체감 때문이다. 청년들의 목숨을 앗아간 최근의 전세사기를 비롯해 보험사기, 주식 사기, 다단계 사기, 피싱 사기, 투자 사기, 복권 사기 등 헤아릴 수 없는 사기 범죄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사회 도처에서 진행 중이다.펜싱 여제 남현희가 인생 최악의 순간에 몰렸다. 지난 23일 한 여성 월간지를 통해 15세 연하 재벌 3세, 전청조와의 재혼 계획을 공개했다. 곧바로 온라인에 전청조에 대한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남현희는 24일 "행복하고 싶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의혹은 증거로 사실이 됐다. 전청조는 주민등록상 여성으로 확인됐다. 사기 전과로 복역한 기록도 공개됐다. 사기 치는 녹취록도 방송됐다. 남현희의 희망은 악몽이 됐다. 전청조의 실체를 꿈에도 몰랐던 듯하다. 사기꾼은 집요하다. 25일 새벽 남현희 집 문을 두드리다 긴급체포됐지만 석방됐다.남현희 소동의 전말과 진상은 조사가 더 필요하지만, 드러난 사건의 개요가 너무 엽기적이라 충격이 더 크다. 사기공화

  • [참성단] 4년 만의 해상 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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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4년 만의 해상 탈북 지면기사

    북한 주민 4명이 24일 목선을 타고 동해로 탈북했다. 일가족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탈북 과정은 순탄했다. 이날 새벽 남하하는 목선을 포착해 추적 중이던 군 당국은 조업 중에 이들을 발견한 우리 어민의 신고로 손쉽게 나포했다. 북한 남성이 우리 어민에게 던진 첫 질문은 "여기가 어디냐"였다. "강원도 속초"라는 대답에 줄을 던져 배를 붙인 뒤 우리 어선에 올랐다고 한다.이들의 평화로운 탈북 소식이 4년 전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장면을 상기시킨다. 2019년 11월 17일 당시 문재인 정부는 탈북 어민 2명을 판문점 군사분계선 너머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5일 전 동해에서 나포된 뒤 자필 귀순의향서를 작성한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군사분계선에서 안대가 벗겨진 탈북민들은 선을 넘지 않으려 결사적으로 몸부림쳤다.문재인 정부는 이틀 조사로 그들을 선상 반란으로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 단정하는 신통력을 발휘했다. 선상 반란의 증거인 목선은 소독해 북한에 반납했다. 대한민국 정부의 인권유린에 세계가 경악했다. 남·북·미 데탕트에 목을 맨 정권이 외교적 골칫거리가 될까 봐 인권을 뒤로뒤로 미뤘다는 분석이 대세였다. 북한 주민의 해상 귀순이 뚝 끊겼다. 탈북 귀순자 숫자도 급감했다. 강제북송사건은 북한 주민에게 대한민국 문이 닫혔다는 사인이었다.지난 9일 탈북민 600여명을 북한에 강제 추방한 중국이 2차 추방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에 국내 탈북인 단체와 국제사회가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대응은 '중국의 협조를 요청한다'는 외교적 수사에 머문다. 탈북어민 강제북송을 비판하고 관계자들을 고발한 정권이, 중국의 탈북민 대량 북송에 미온적이다. 한반도 정세 탓일 테다. 북-러 밀착에 놀란 중국은 탈북민을 대북 선물로 이용하고, 중국을 한반도 신냉전 구조에서 열외시키려는 한국은 적극적인 의사 표명을 자제한다.이제 북한을 탈출하려는 주민들은 대한민국 정권과 한반도 정세까지 살펴야 할 실정이다. 정권 따라 흔들리고 정세 따라 돌변하는 인권의 시계추에 탈북민들의 생사가 오락가락한다. 강제북송

  • [참성단] 마약 피의자 된 '나의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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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마약 피의자 된 '나의 아저씨' 지면기사

    2018년 문화계는 초토가 됐다. 그해 1월 현직 검사 서지현이 검찰 내부의 성폭력 문화를 고발하면서 불붙은 미투운동이 문화계로 번진 탓이다.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의 'En 선생'으로 지목된 고은 시인은 노벨문학상을 꿈꾸던 광교 집필실을 떠나야 했다. 연극계의 이윤택과 오태석, 영화계의 김기덕과 조재현 등 그 세계에서 내로라했던 거물과 스타들이 추락했다.미투에 이어 문화계에 마약 폭탄이 터졌다. 지난 19일 배우 유아인이 마약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데 이어, 같은 혐의로 입건된 배우 이선균이 23일 피의자로 전환됐다. 2022년 체포된 음악 프로듀서 돈 스파이크는 지난 9월 징역 2년 형이 확정됐다.편견일 수 있지만 문화계에서도 대중문화 종사자들은 마약의 유혹에 취약한 듯싶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약물 중독 사건 사고는 일상이다. 돌이켜보면 70, 80년대 대마초 사건으로 연예계가 발칵 뒤집어진 이래로 대중스타들의 마약 중독은 간헐적이지만 끈질기게 이어졌다.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중적 이미지와 자아 사이의 간격에서 오는 정서적 불안, 거품 같은 인기에 대한 강박을 잊으려 마약에 손댔다고 고백했다. 인간적인 이해의 여지는 있지만, 용서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대중은 스타의 이미지를 소비하고, 스타는 이를 감당해야 할 공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팬들이 이선균에 놀라고 배신감을 느끼는 건, 그의 반듯한 이미지 때문이다. 악역이 떠오르지 않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그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결정적으로 각인시켰다. 소심한 직장인 아저씨와 세상에 상처받은 젊은 여성이 서로 치유하는 서사에 대중들은 감동하며 조용히 열광했다. 각박한 삶에서 수많은 '지안'이가 '동훈' 아저씨 같은 사람 한번 만나 보길 바랐을 것이다. 영화 베테랑에서 마약 파티를 즐기는 재벌2세를 연기한 유아인에게 '생활 연기'라 조롱했던 대중이 이선균에겐 '배신감'을 느끼는 이유다.대놓고 '창작의 영감'을 강조한 액상 대마 명함광고가 홍익대 미대 건물과 건국대 예술문화관에 살포됐다고 한다.

  • [참성단] 하마스와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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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하마스와 이스라엘 지면기사

    하마스의 로켓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1948년 제1차 중동전쟁을 시작으로 2009년까지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은 5차례의 전쟁을 벌였다. 이곳이 세계의 화약고가 된 것은 서기 70년 로마제국의 침략으로 인한 유대인의 유랑과 이산(離散), 즉 디아스포라에서 시작된다. 그러다가 연합국의 2차세계대전 승리로 팔레스타인 땅에 강압적으로 이스라엘을 건국하면서 아랍 국가 5개국과 전쟁이 발발했다.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 및 요르단강 서안 그리고 가자지구 등 6천170㎢의 좁은 지역이며, 인구 650만명이 살고 있다. 많은 인명 피해를 내며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는 가자 지구(Gaza Strip)는 363㎢에 인구 150만명이 거주하는 작은 지역이다. 하마스(Hamas)는 '이슬람 저항운동'이란 뜻이다. 1987년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양 진영 간에 커다란 갈등이 생겼고, 이를 계기로 큰 소요 사태 이른바 '인티 파타(Inti-fata)'가 일어났으며 이때 탄생한 새 저항 세력이 바로 하마스다.이스라엘은 야곱의 또 다른 이름이며, 유대인은 그 야곱의 아들인 유다의 이름에서 나온 말이다. 유대인은 유다 왕국의 시민을 일컫는 이름이나 바빌론 포로 생활 이후에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히브리 민족을 가리키기도 한다. 유대인들은 혈연적 공통점이나 장소성이 없는 민족이며, 아슈케나짐·스파라딤·미즈라힘·베타 이스라엘 등 크게 4개 분파로 흩어져 있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하베림 고르 이스라엘' 즉 '모든 유대인은 한 형제'라는 강한 결속력을 자랑한다. 이러한 결속력이 민족의 터전 즉 장소성의 부재에도 오랜 세월 동안 특유의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여기에 안식일 풍속과 '모세오경', 이른바 '토라(Torah)'와 '탈무드'가 유대인들의 정체성을 만들어 내고 있다. 유대인이 있어 안식일이 있는 게 아니라 안식일이 유대인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터전을 빼앗은 자와 빼앗긴 자, 터전을 되찾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갈등 속에서 이스라엘-하마스의 분쟁이

  • [참성단] 빈대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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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빈대 소동 지면기사

    전세계에 75종이 분포한 빈대의 영어 명칭은 bedbug, 침대벌레다. 낮에는 숨어있다 밤이 되면 잠자리에 올라와 사람의 피를 빨아 먹는다. 흡혈 본능이 얼마나 강렬한지 침대 진입이 막히면 천장에 올라가 낙하해 기어코 피 맛을 본단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회장이 직접 당한 뒤 임직원들에게 빈대의 끈기와 인내를 강조했다는 일화도 있다. 지어낸 말이 아니라 이 같은 빈대의 생태를 증언한 저작물과 연구서가 많다.동굴에 거주할 때부터 수백만 년 동안 인간의 반려(?)였던 빈대가 종말적 재앙은 맞은 적이 있다. 2차세계대전부터 강력한 살충제인 DDT가 전 세계에 살포되면서 빈대가 자취를 감췄다. 빈대에 시달렸던 가난한 대한민국도 6·25전쟁과 월남전에서 확인한 DDT를 대도시 상공에서 살포했던 시절이 있었다. 집집마다 빈대 잡으려 창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빈대만 잡은 것이 아니라 사람까지 잡았다. 맹독성이 확인되면서 DDT는 퇴출됐다. 경제가 발전하고 주거환경이 청결해지자 빈대는 스스로 사람 곁을 떠났다.전국이 빈대 소동으로 난리가 났다. 인천 찜질방에서 출현한 빈대는 대구 계명대학교 기숙사에서도 발견됐다. 당국은 외국인들을 따라 유입된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 여행객에게 악명이 자자한 유럽의 빈대 침대나, 올림픽을 앞두고 빈대와 전쟁을 선포한 파리를 떠올리면 당연한 짐작이다.빈대는 사람을 따라 이동한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225만명이고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3천만명 시대를 열겠다고 한다. 인천과 대구가 아니라 이미 전국에 퍼졌을 테다. 빈부의 격차가 극단을 치닫는 시대다. 빈자의 침대와 이부자리에 빈대가 정주할 가능성이 높다. 공공방역이 눈여겨볼 대목이다.같은 흡혈충인 이와 벼룩이 발진티푸스나 페스트를 매개하는 것과 달리, 빈대는 병원체를 매개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숙명적인 숙주인 인간을 해치지 않도록 진화한 셈이니 선을 지키는 빈대의 신사도가 대견하다. 그런데 인간의 혐오는 빈대에 지독하다. '빈대 붙는다'는 관용구대로 어디나 이런 사람들이 있지만, 애교 수준을 넘어 법과 제도에 기생해 사회의 피를

  • [참성단] 벤츠와 공공임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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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벤츠와 공공임대주택 지면기사

    최근 타계한 미국 사업가 찰스 척 피니의 기부 일화는 '부자의 품격'으로 오래오래 회자될 것이다. 아일랜드계 노동자의 아들인 척 피니는 1960년 시작한 면세점 사업으로 거부가 됐지만, 돈만 아는 구두쇠로 조롱받았다. 사업 정리 과정에서 법정공방에 휘말리고 회계장부가 공개되면서 그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세상 몰래 40억 달러를 기부한 슈퍼 산타로 밝혀지자 그를 조롱했던 재계와 언론은 부끄러워하며 진정한 기부 영웅으로 그를 추앙했다. 전 재산을 세상에 기부한 그가 평화롭게 눈을 감은 곳이 임대아파트였다.19일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61세대가 벤츠·페라리·마세라티 등 고가의 외제차량을 보유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마다 반복되는 국감 단골 메뉴다. 지난해에도 부산과 용인 공공임대주택에 등록된 포르쉐와 벤츠가 도마에 올랐다.공공임대주택은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공급한다. 당연히 내집 마련이 어려운 서민들이 받아야 할 혜택이다. 자산기준으로 입주민을 선정하는 이유다. 토지·건물 자산은 2억1천500만원 이하, 소유차량은 3천680만원 이하다. 벤츠, 페라리를 타면서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없다는 얘기다.가진 자들이 없는 사람들의 몫을 탐하면 공공(公共)의 정의(正義)가 망가진다. 조민의 입시비리와 장학금은 누군가의 몫을 가로챈 탓에 사회적 공분의 대상이 됐고, 아버지 조국의 '가붕개'는 위선이 됐다. 공공임대주택은 가난한 서민들에게 내집 같은 집에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재다. 입주는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런데 벤츠와 페라리와 포르쉐가 공공임대주택 주차장을 드나든다?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학수고대하는 서민들이 이 장면을 목격한다면 가슴에서 천불이 치솟을 테다. 이렇게 작은 분노가 모이고 쌓이면 공동체는 무너진다.척 피니는 "그 누구도 한꺼번에 두 켤레의 신발을 신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 정도 인격을 모두에게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세상엔 척 피니 보다 가난마저 약탈하는 부자들이 넘쳐난다. 신발 두 켤레를 신으려는 추악한 사람들이다. 공공의 정의를 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