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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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중국 축구와 토트넘 홋스퍼 지면기사
지난 1일 국내 축구팬들이 우려했던 아시안게임 중국과의 8강전이 2-0 승리로 무사히(?) 끝났다. 후반에 에이스 이강인과 엄원상을 투입하고도 추가골을 넣지 않고, 이렇다 할 공격을 펼치지 않은 채 종료한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다. 추가골을 넣지 않은 것인지, 못한 것인지는 추측의 영역이다. 후반에 경기의 템포 조절에 힘을 쓴 것은 예상되는 중국 선수들의 거친 파울로 인한 부상의 위험을 막고, 중국 관중들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전략적 선택의 결과로 짐작된다. 그만큼 중국 축구는 국력과 국격에 비해 국제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중국이 축구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것은 선수 선발과 기용에 있어 실력이 아니라 중국 사회를 지배하는 '꽌시', 우리식으로 풀어 말하면 '관계'와 '인맥'을 중시하는 풍토가 중국축구 발전을 가로막는 원인이라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같은 날 치러진 영국 토트넘 홋스퍼는 리버풀과의 PL 7라운드 경기에서 주장 손흥민이 귀중한 1골을 터트리며 귀중한 승점을 챙겼고, 손 선수 개인적으로는 유럽 무대 통산 200호 골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에이스이자 토트넘의 상징인 주포 해리 케인이 뮌헨으로 이적하여 토트넘의 강등권 추락을 예상했던 축구팬들의 예상을 뛰어넘어 리그 공동 2위를 달리는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토트넘의 신임 감독 엔지 포스테코글루는 빅리그 경험은 없지만, 오히려 빅리그 경험이 없다는 점을 장점으로 활용하여 선수 기용이나 전술 구사에 있어 편견 없이 운용하는 합리적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리더십은 에릭 다이어·요리스 등 이른바 토트넘 선수단의 분위기를 좌우하던 핵심 선수들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고, 지나친 오버래핑으로 손흥민과 포지션이 겹치던 윙백 페리시치의 동선을 잘 조절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정과 상식이 현재 토트넘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비결이다.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물론 우리 정치인들도 입만 열면 공정과 상식을 강조한다. 하지만 정치판에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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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차례와 명절문화 지면기사
명절은 그 나라의 정체성과 문화적 전통을 잘 보여주는 세시풍속이다. 차례(茶禮)는 설·한식·추석 등 명절에 조상을 기리는 의례다. 차례는 정식 제사가 아니기에 술을 삼잔(三盞)이 아니라 단잔(單盞)만 올린다. 설날에 지내는 차례는 연시제(年始祭)라 하며, 추석은 가배일(嘉俳日)·중추절·한가위라고도 하는데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 할 수 있다. 추석은 시기적으로 햇곡식과 햇과일이 수확되는 철이기에 풍성하고 다양한 명절 음식들이 등장한다. 이때 온 가족이 모여 서로의 안부도 묻고 회포를 풀며 차례와 성묘 등으로 조상을 기린다.그러나 가족 관계의 약화·1인 가구의 급증·도시화에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인해 귀성길에 오르지 않거나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정도 늘고 있다. 명절 연휴가 되면 국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제법 많아졌고, 코로나19를 계기로 명절을 쇠지 않는 사람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대신 밸런타인데이니 화이트데이니 핼러윈이니 하는 나라 밖에서 유래한 국적 불명의 축제를 즐기고 중시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또 명절 때마다 음식 장만의 어려움과 웃어른들과 일가친척을 대접하는 것의 어려움, 이른바 '명절 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그런데 이보다 더 어려운 것은 명절을 쇠는 비용이다. 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올해는 6~7인 기준 추석 차례상 비용이 전통시장을 이용할 경우에는 24만원,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경우에는 28만원을 조금 웃돈다고 한다. 차례상 말고도 이런저런 추가적 지출이 불가피한 데다 물가는 자꾸 오르고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 내일부터 시작되는 긴 연휴가 서민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여기에 조율이시·홍동백서·좌포우혜·어동육서·동두미서·생동숙서 등 차례상 진설 방식과 복잡한 의례는 젊은 사람들이 명절을 꺼리게 되는 이유가 된다.전통을 잘 계승하고 문화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두가 부담 없이 명절 연휴를 누리면서 조상을 기리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차례상 차림을 과감하게 간소화하고, 가족들 간에도 서로에게 부담이 가지 않는 새로운 명절 문화를 만들어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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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작은 거인 지면기사
국악과 서양음악은 서로 다른 메커니즘으로 뿌리를 내렸다. 그래서인지 음악을 접하는 방식에서도 뚜렷한 문화적 차이를 보인다. 서양음악에서 무대와 관객이 철저히 분리돼 있다면 국악에서는 연주자와 관객이 어우러지는 '마당'이 무대다. 가령 교향곡 연주회장에서는 숨죽이며 공연을 감상하다 모든 악장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박수를 칠 수 있지만, 판소리 공연에서는 관객이 공연 도중 수시로 '얼쑤'라고 추임새를 넣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마치 물과 기름 같은 두 장르를 접목시킨 선구자가 천재작곡가 윤이상(1917~1995년)이다. 그는 서양의 오선지에 처음으로 한국적 정서를 새겨넣은 음악가다. 대표작이 옛 궁중 제례악(祭禮樂)을 오케스트라 연주곡으로 만든 '예악'으로, 이 곡의 시작과 끝에는 국악기인 '박'(拍)이 등장한다. '예악'은 1966년 도나우싱엔 음악제에서 초연됐는데 국악의 존재를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됐다.예악이 초연된 지 거의 반세기 만에 한 뮤지션에 의해 다시 한 번 국악과 서양음악의 획기적인 '크로스 오버'가 시도된다. 중장년층이면 누구나 아는 '못다 핀 꽃 한송이'의 작곡가 겸 가수 김수철이 그 뮤지션이다. 젊은 층을 위해 '치키치키차카차카'로 시작하는 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의 주제가를 작곡한 사람으로 소개하는 게 낫겠다. 그는 80년대 가요대상 남자가수상을 받는 등 대중가수로서 정점에 올랐을 때, 화려한 무대를 뒤로 하고 우리 소리를 현대화하는 작업에 뛰어들었다. 그로부터 40여년 간 25장이 넘는 국악 앨범을 내면서 국악의 현대화에 열정을 불태웠다. 세계문화유산 팔만대장경을 음악으로 표현한 '팔만대장경'과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 영화 '서편제'의 주제가도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탄생했다. "전통문화는 어느 나라에나 있지만 그걸 그 시대에 맞게 현대화한 콘텐츠가 있어야 우리나라 사람들이 긍지를 가질 수 있다"는 게 그가 밝힌 국악에 파고든 이유다. 그가 다음 달 1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지금까지의 결과물을 집대성한 '데뷔 45주년 기념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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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멘토 부재 사회의 비극 지면기사
스승, 조언자를 의미하는 멘토(Mentor)는 그리스 신화의 인물이다.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 출정에 앞서 절친인 멘토르에게 아들 텔레마코스를 맡긴다. 아들에게 자신을 대신할 아버지를 붙여준 셈이다. 아버지 대신 왕국과 어머니 페넬로페를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텔레마코스에게 멘토르는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단순한 선배나 스승이 아니라 인생의 안내자이자 영혼의 반려자가 멘토의 참 의미에 가깝다.위대한 리더 뒤에는 위대한 멘토가 있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멘토는 아리스토텔레스였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멘토는 플라톤이었다. 멘토 유성룡이 없었으면 이순신도 없었고 식민의 역사가 수백년 앞당겨질 수도 있었다. 대단한 사람만 멘토란 법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학 시절 밀턴 프리드먼의 책을 선물한 아버지 윤기중 교수를 제1 멘토로 꼽았다.존경하고 따를만한 멘토 없는 사회나 조직이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 국회의장의 만류에도 무소속 초선 김남국은 고성을 지른다. 멘토도 없고 멘티도 없는 한국 정치판엔 명예의 전승이 없다. 판 전체를 엎고 "처음부터 다시"를 외쳐야 할 판이다. 거짓말이 녹취록으로 들통난 김명수 전 대법원장 때문에 사법은 멘토 없는 정치판이 됐다. 기업들이 신입직원들에게 선배 사원을 멘토로 붙이는 것도 조직이 살자고 하는 일이다. 멘토가 엉망이면 소용 없는 짓이다.의정부 호원초등학교 고 이영승 교사. 스물다섯 앳된 나이에 교단에 서자마자 최악의 학부모를 만났다. 학부모의 가혹행위는 생략한다. 핵심은 이 교사가 상황에 대처하고 해결하기에 아이나 마찬가지였던 사실이다. 임용고시를 통과한 새내기 교사에게, 자식에 눈먼 학부모는 맹수와 같았을 테다. 교육청에도, 학교에도, 선배교사 중에도 이 교사를 지켜줄 멘토가 없었다. 그때 누군가 멘토가 되어 이 교사와 학부모를 분리해 주었다면, 이 교사는 살았을 테고 학부모와 제자가 여론의 사냥감이 되는 일도 막았을 것이다.멘토 부재의 사회에서 정글 사회 곳곳에 던져진 수많은 멘티들이 야생의 먹이사슬에서 희생된다. 살아남으려 숨죽인 채 잠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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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니들이 게 맛을 알어?" 지면기사
"(…)를 버릴거면 차라리 내 입에 버려달라!"괄호 안에 들어갈 수산물은? 정답은 '푸른꽃게'(학명·Callinectes Sapidus)다. 미국 메릴랜드주를 중심으로 북미 해안 동부의 바다와 강이 만나는 지점에서 주로 잡혀 '미국꽃게'라고도 하는데, 북미 대서양 연안이 주 서식지다. 크기와 생김새는 인천 앞바다에서 잡히는 꽃게와 거의 비슷하다. 다만 부분적으로 진한 파란색을 띠고 몸통 양 옆으로 날카로운 가시 같은 돌기가 뻗어 나온 게 꽃게와 다르다. 푸른꽃게를 탕이나 찜으로 요리하면 구별이 더 힘들어진다. 꽃게, 새우 등 갑각류의 껍질에는 아스타잔틴이라는 색소가 포함돼 있는데, 단백질과 결합돼 있는 이 색소가 열이 가해지면 단백질이 파괴되면서 붉은색을 띠기 때문이다. 웬만한 미식가가 아니라면 음식점을 나오면서 '(국내산)꽃게탕 한 그릇 잘 먹었다'며 배를 두드릴지 모른다.이 푸른꽃게의 운명이 참으로 기구하다. 대서양에 사는 이 종이 어쩌다 지중해 이탈리아 연안에 흘러들었다. 아마도 선박의 균형과 흘수선을 유지하기 위해 채우는 평형수에 빨려들어가 오랜 항해 끝에 낯선 이국 연안에 집게발을 디딘 것으로 추정된다. 도착해보니 마땅한 천적도 없는 신대륙이다. 연안이나 양식장에는 조개 등 좋아하는 먹이 천지다. 문제는 개체수가 엄청 늘면서 불거졌다. 푸른꽃게가 양식장의 어린 조개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자 이탈리아 내에서 "이러다간 봉골레 파스타를 먹지 못한다"는 위기감이 고조됐고 당국이 약 42억여원의 예산을 배정, 푸른 꽃게 퇴치에 나선 것이다.돈까지 써가며 꽃게를 무더기로 폐기처분한다는 소식은 꽃게의 최대 천적국(?)인 한국을 들썩이게 했다. '버릴거면 차라리 내 입에 버려달라'는 요구가 온라인에 빗발치더니 인천을 중심으로 국내 꽃게 수입업체들이 이탈리아 당국에 수출 여부를 타진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푸른꽃게 구매 사전 예약을 받고 있는 업체도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바다를 위해 우리가 희생하기로 했습니다. 마음이 아파서 입에서 침이 흐르네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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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삼성 안내견 학교 개교 30년 지면기사
개는 대략 6만8천~15만년 전에 늑대에서 분리된 것으로 추정된다. 야성을 잃은 개는 인류에게 축복이었다. 수렵의 선두에 섰고, 가축을 몰고 지켰고, 인간을 경비했다. 수만 년 동거 끝에 이젠 대부분의 개들이 법적 권리(동물권)를 누리며 사람과 가족으로 지내는 반려의 지위를 누린다.하지만 특별한 능력으로 인간에게 문자 그대로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하는 개들의 헌신도 적지 않다. 경비, 경호, 인명구조, 목양, 사냥 등 전통적인 역할 수행은 물론 의료탐지, 마약탐지, 심리치료 등 특수목적견의 활동분야는 계속 확장 중이다.삼성화재 안내견학교가 최근 개교 30년을 맞았다. 시각장애인의 일상을 보조할 특수목적견인 안내견을 양성하는 학교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회공헌 의지로 문을 열어 1994년 첫 안내견 '바다' 분양 이후 280마리를 배출했다.안내견에 대한 사회의 인식 변화는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과 함께 21대 국회에 등원한 안내견 '조이'의 역할이 컸다.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의 안내견 등원을 막은 17대 국회와 달리, 21대 국회는 여야 의원이 합심해 조이에게 본회의장을 개방했다. 지난 6월 김 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코이의 법칙'으로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지원을 촉구해 여야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을 때도, 조이는 어김없이 주인 옆을 지켰다. 조이의 모교가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다.삼성의 사회공헌 의지와 기부에도 불구하고 25만 시각장애인에게 안내견 지원은 로또나 다름 없다. 활동 중인 안내견이 100여 마리 뿐이다.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와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두 곳 뿐인 안내견 양성기관으로는 이 정도가 한계인 모양이다. 안내견 육성에 들어가는 비용과 인력이 상당한 데다, 안내견에 적합한 품종이 제한적인 탓이다. 미국 시민단체 '시각장애인을 위한 눈'이 민간 후원으로 60여년 동안 1만 마리를 배출했다니 부러운 일이다.반려동물 가구가 전체의 25.9%인 600여만 가구에 이르고, 추정치가 제각각인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5조~8조원에 달한다. 조금만 덜어내도 특수목적견 육성과 지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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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고독사와 공공장례 지면기사
죽음학은 '타나톨로지'라 한다. 헤르만 파이펠의 연구 '죽음의 의미'(1956)가 죽음학 연구의 시초다. 타나톨로지는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들과 인간에게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죽음의 문제를 통해 삶의 참 의미를 궁구(窮究)하는 학문이다. 죽음 교육에 관한 최초의 심포지엄은 1970년 미국의 함린 대학에서 개최됐으며, 이후 죽음의 문제에 대한 연구들이 계속 이어졌다. 국내에서는 서강대학 김인자 교수가 1978년 죽음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고,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과제로 유언장을 쓰게 하여 화제가 됐다.죽음학이 나오기 이전까지 죽음의 문제는 종교들의 전유물이었다. 종교들의 죽음관은 제각기 천차만별이다. 전통적인 우리의 죽음관은 인간은 육신과 영혼으로 구분되며, 영혼은 다시 혼(魂)·귀(鬼)·백(魄)으로 나뉘어 혼은 하늘로, 귀는 공중으로, 백은 지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내세관은 없고 망자와 사자에 대한 위로를 중시했다. 도교에서는 죽음을 당연한 자연법칙으로 여겼으며, 생과 사는 차별이 없으니 죽음을 두려워함 없이 그저 무위자연의 마음가짐으로 우주와 합일하자 했다. 불교는 육신의 죽음과 생성 및 소멸은 있을지 몰라도 '참나'는 불생불멸하며, 업력에 따라 윤회를 거듭한다는 죽음관을 보여준다. 기독교는 뚜렷한 내세관을 가지고 있다. 스콜라 철학의 창시자인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모든 것의 원인과 원인을 계속 찾아가면 최초의 원인인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파했다.종교마다 죽음관이 다르고 생각은 다르지만,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가 없다. 죽음은 개인들에게는 가장 큰 실존적 사태요, 공공기관에게는 중요한 사회적 문제요 정책적 고려의 대상이다. 전통적 가족해체, 고령화, 1인 가구의 증가로 고독사가 늘고 있다. 고독사는 인간 존엄성의 문제일 뿐 아니라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나 홀로 살다가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죽음이 급증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공공기관들의 정책, 특히 '공공장례에 대한 매뉴얼'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9월 18일자 6면 보도). 시민들의 고독사에 대한 공공기관의 대응과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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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국가무형문화재' 추석 지면기사
'국가무형문화재'는 민족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은 그릇이다. 깨지거나 탈색되는 일이 없도록 대대손손 보존해야 할 무형의 보물이다.제1호 국가무형문화재는 '종묘제례악'(宗廟祭禮樂)이다.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신 사당에서 제사를 지낼 때 연주하는 음악으로 1964년에 지정됐다. 가장 최근에 지정된 국가무형문화재는 지난해 11월 지정된 '윷놀이'다. 그런데 윷놀이에는 문화재 '지정번호'가 없다. 지정번호가 폐기된 행정 용어이기 때문이다. 지정번호는 국보나 보물 등 문화재 지정 시 순서대로 부여했던 번호인데, 일부에서 문화재 지정순서가 아닌 가치 서열로 오인해 서열화 논란이 제기되곤 했다. 심지어 농악의 경우, 지역에 전래되는 형태에 따라 11-1호, 11-2호… 11-8호 식으로 번호를 부여하다 보니 '서열화 중 서열화'란 오해를 부르기도 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지난해부터 지정번호 대신 '관리번호'란 용어를 쓰고 있다. 사실 1호이든, 100호이든 모두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인 만큼, 가치를 저울질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관리번호 149번의 윷놀이에 이어 추석 등 우리 고유의 명절이 국가무형문화재에 합류할 전망이다. 문화재청은 '설과 대보름', '한식', '단오', '추석', '동지' 등 우리 민족의 5개 대표 명절을 국가무형유산 신규 종목으로 지정 예고한다고 18일 밝혔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전문 기·예능이나 지식이 아닌 '공동체의 생활관습'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하니, 지정번호를 폐기해 서열화를 없앤 것 보다 진일보한 파격이다. 추석을 10여 일 앞두고 있어서인지 여느 때보다 신선하게 다가온 소식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취지에는 '그대로 두면 사라질지 모르니 제도권 내에서 보호하자'는 뜻도 포함돼 있다. 지금 추세로는 명절이 딱 그 모양새다. 설이나 추석 연휴에 사람들로 가장 북적거리는 곳이 공항이다. 선물꾸러미 바리바리 싸들고 고향으로 향하는 귀향객은 점점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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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허브 없는 150억원 허브섬 지면기사
아인슈타인은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세금"이라고 불평했다. 기준도 표준도 없는 비과학적 세금에 진저리치는 천재 물리학자라니 재미있다. 미국 소설가 허먼 오크는 소득세 신고서를 "가장 상상력이 풍부한 소설"이라고 비합리적인 세금을 비꼬았다. 그래도 세금을 내야 한다. 세금이 없으면 나라가 멈춘다.민심이 세금에 민감한 이유는 삶을 갈아 넣은 혈세(血稅)라서다. 혈세를 낭비하고 훔친다? 피가 거꾸로 솟는다. 새만금 세계 잼버리는 1천170억원의 예산을 쓰고도 잼버리 100년 역사상 최악의 대회로 전락했다. 야영지엔 물이 찰랑대고, 폭염에 기진한 참가자들은 화장실로 대피했다. 공무원들은 예산으로 99번이나 해외출장(?)을 즐겼지만, 국무총리는 화장실을 청소했다. 국가는 돈 쓰고 개망신 당했고, 국민은 분노했다.고추 건조용이라 조롱받던 무안공항도 있고, 여객 없는 지방공항이 즐비하건만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특별법으로 확정했다. 12조~28조원 짜리 세금 사업이 타당성 조사도 생략하고 전국의 반대여론도 무시한 채 결정됐다. 거제시는 짝퉁 거북선 철거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고작 16억원 짜리다. 애교에 가깝다.경기도 광주시가 세금 150억원(경기도 특별조정교부금 100억원, 시비 50억원)으로 추진 중인 '허브섬' 조성사업이 위기인 모양이다. 허브섬 사업지인 팔당물안개공원 귀여섬의 토질이 허브와 안맞았다. 2020년 심은 허브 80% 이상이 고사했단다. 2019년 '경기First 정책공모사업'에서 '경기 팔당 허브섬 휴(休)로드'로 대상을 차지해 100억원을 받아 시작된 사업이다. 경기First 정책공모사업은 수백억원의 도 예산을 정책 오디션을 통과한 시, 군에 나눠주는 사업이다.명색이 오디션인데 참가자인 광주시와 심사자인 경기도가 허브 식재가 가능한 땅인지조차 검증하지 않았다. 가요 오디션이 노래 경쟁 없이 외모나 프로필만 보고 우승자를 결정한 셈이다. 허브 없는 허브섬에 150억원? 선정된 다른 사업들은 안녕한지 궁금하다.정부는 국책 연구예산까지 줄이며 긴축 재정을 공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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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오퍼레이션 크로마이트 지면기사
인천상륙작전의 영문 작전명(코드 네임)은 '오퍼레이션 크로마이트'(Operation Chromite)다. '크로마이트'는 크롬철광이다. 인천과 크롬철광의 연관성을 찾기는 힘들다. 크롬은 은백색 광택이 나는 단단한 금속으로, 제철의 원료로 쓰인다. 일각에선 작전 성공에 대한 강철 같은 의지를 담았다고 해석하지만 너무 억지스럽다.반면 노르망디 상륙작전명은 '오퍼레이션 넵튠(Operation Neptune)'이다. 넵튠은 로마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神)이다. 직관적인 작명이다. 인천상륙작전의 작전명이 더욱 생뚱맞아 보인다. 그런데 작전명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적에게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명 등 작전을 유추할 수 있는 단어는 절대 사용금지다. 미군의 코드네임에 금속, 광물 용어가 관습적으로 사용된 이유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작전명의 '넵튠'을 심오하게 해석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최근 인천상륙작전의 작전명이 재조명됐다. 지난 8일 '인천상륙작전과 글로벌 인천의 미래'란 주제로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국제평화콘퍼런스'에서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이상호 선임연구원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인천상륙작전은 6·25 직후 '블루 하츠'(Blue Hearts)라는 작전명으로 구상됐으나, 북한군의 빠른 남진으로 취소됐다. 이어 블루하츠 작전은 7월 경북 포항 영일만으로 미군이 상륙하는 '레드하츠'(Red Hearts) 작전으로 변경됐지만, 국군과 미군이 낙동강 방어선까지 후퇴하는 바람에 또 취소됐다. 두번의 상륙작전이 무산된 끝에 9월15일 인천상륙작전, 즉 오퍼레이션 크로마이트가 성공한 것이다.'크로마이트 A'라는 작전명도 새로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상륙지역이 군산인 이 작전은 북한군을 교란하기 위한 가짜 작전이었는데, 첩보전이 치열했던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포항지역 상륙작전을 블루하츠로 부르는 오류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전쟁'과 '평화'는 한쌍이다. 평화의 가치를 되새기려면 제대로 된 전사(戰史) 연구가 필수적이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