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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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대통령의 부친상 지면기사
대통령의 가족은 권력의 자기장에 갇힌다. 최고권력이 의심하지 않는 최측근이라서다. 막후권력에 예민한 정상배들이 꼬이는 이유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는 정권의 비선실세로 아버지의 권력을 대행했다 옥고를 치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형제도 옥고를 치르거나 구설에 올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작은 형 건평씨 때문에 속이 썩었고, 동생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자 중진 의원이었던 이상득은 '만사형통(萬事兄通)'의 주인공이 됐다.신기한 건 대통령을 욕보인 자식과 형제는 있어도 부모는 없다는 사실이다. 장삼이사의 부모이든 대통령의 부모이든, 세상에 자식에게 해를 끼치는 부모는 없는 법이다. 역대 대통령 부모들이 자식의 영광을 보기 전에 작고하기도 했지만, 생존했어도 자식의 권력이 자식을 해할까 노심초사했을 테다. 김홍조옹은 평생 멸치를 잡아 아들 김영삼의 정치인생을 지원해 대통령직에 올렸지만, 대통령의 아버지라 나서 본 적이 없다.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15일 별세했다. 재임 중 대통령 부모상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모친상에 이어 두 번째다. 고인은 대통령 아버지 이전에 대한민국 통계학의 거목으로 우뚝 선 학자로, 학계가 극진한 장례로 모셔야 할 경제석학이다. 대충 쓴 논문으로 딸 수 있던 박사를 걷어찬 석사 석학으로 학계의 존경을 받았다 한다. 아들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자, 아버지는 자신의 업적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자의 부친으로 대중 앞에 소환됐다. 아들이 아버지를 '제1의 멘토'라 하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됐고, 말년에 조용히 추억할 부자관계가, 야당 대선후보의 가족 일화로 만천하에 공개됐다. 평생 학자였던 고인에게 대통령 아들은 어떤 의미였을까 궁금하다. "잘 자라줘서 고맙다"는 유언이 의미심장하다. 잘 자라준 아들이 대통령직도 잘 해주길 바라는 염려가 느껴진다.대통령 부친상에 여야가 험악한 정쟁을 잠시 멈췄다. 대통령은 오늘 발인이 끝나자마자 한·미·일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한다. 문 전 대통령은 모친상을 치른 뒤 문상에 대한 답례로 여야대표를 초청해 비공개 만찬회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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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군산상고 VS 인천여상 지면기사
이름만으로 위압감을 주는 팀들이 있다. 물론 극히 개인적인 견해다. 기자에게는 축구의 경우, '바이에른 뮌헨'이 그런 팀이다. 흑백TV 시절, '서독프로축구'라는 이름으로 분데스리가 경기를 녹화 중계해주던 공중파 방송이 있었다. 밤 늦게까지 TV를 시청하며 '박스컵'( 박정희대통령컵 쟁탈 국제축구대회)과는 다른 경이로운 세계를 접했던 기억 때문인 듯싶다. 야구에서는 '뉴욕 양키스'의 이미지가 강렬하다. 국내 프로야구가 출범하기 전, 어쩌다 메이저리그 소식을 접할 때 얘기다. 이름에서 풍기는 어감만으로도, 타자들이 무지 '잘 때릴 것' 같았다.고교야구가 인기를 끌던 학창시절, 비슷한 느낌을 주는 학교가 있었다. 지금도 그 학교 이름을 들으면 무조건 야구부터 떠오른다.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다. 학창시절 강 건너에 있던 이 학교는 동경과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학교 운동장에 값비싼 설비와 장비를 갖추고 야구를 한다는 것은 당시 딴 세상 이야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에이스 조계현이 대통령배 우승을 이끌 때, 기자의 모교에서는 야구는커녕, 공이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며 축구를 해야 했다.군산상고가 14일 '제57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인천고를 꺾고 우승했다. 인천시민의 입장에서는 쓰라린 결과지만, 모처럼 소환된 학창시절의 추억으로 속을 달래본다.그런데 '포스' 넘치던 그 시절의 학교 이름이 아니다. 선수들의 유니폼에 적힌 글씨는 '군산상고'가 아닌 '군산상일'이다. 올 3월 일반고로 전환하면서 교명을 '군산상일고'로 바꿨다고 한다. 나름 친근해진 이름인데 아쉽다.사실 지금 전국 각 지역에서 상고나 여상이란 교명은 멸종되다시피 했다. 군산상일고의 한자표기 상 또한 '商'이 아닌 '象'이다. 일반계로 전환한 학교는 어쩔 수 없다 쳐도, 특성화고를 유지하는 상당수 학교가 '인터넷고', '정보고' 등으로 이름을 바꿨다. 반면 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학교도 있다. 인천여상의 경우, 모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 교명이 바뀔 일은 없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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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8·15가 각별한 시국 지면기사
내일이 광복 78주년이자 대한민국 정부수립 75주년이다. 해방은 도둑처럼 왔다는 표현은 상투적이지만 진실이다. 세계사 대전환의 끄트머리에 매달려 온 광복, 1945년 8월 15일 한민족은 해방을 긴가민가 의심했다. 광복의 희열과 분단의 비극이 동시에 왔다. 미국과 소련은 해방 직전에 한반도 분할 점령선으로 38선을 그었다. 해방공간의 좌우대립을 극복하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고서야 나라의 꼴을 갖추었다.해방 이후 대한민국 현대사는 기적에 기적이 이어진 역사다. 소련 탱크로 중무장한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의 6·25 침공으로 지도에서 지워질 뻔 했던 나라가 국명도 생소한 16개국의 군사지원으로 겨우 살아남았다. 산업화 세대와 정권이 한강의 기적을 일구더니, 민주화 세대와 정부가 민주화의 기적을 완결했다. 광복, 단독정부 수립, 6·25 전쟁, 새마을운동, 87민주화를 관통하는 동안 대한민국은 해방둥이들의 대한민국과 완전히 다른 국가가 됐다.역사의 기적도 총량의 법칙을 따르는가. 대한민국 곳곳에서 위기경보가 요란하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민주는 극성인데, 공화는 피폐하다. 모두가 자기 권리를 주장하며 공화의 가치를 훼손한다. 재계와 노조는 서로를 해충 취급한 지 오래다. 광복된 지 1세기에 가까워 가는데 과거의 일제와 현재의 일본이 우리 사회를 가른다. 급기야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분리돼 학교가 망가졌다. 중앙권력, 지방권력, 공기업권력, 시민단체 권력이 국민 등골 빼먹기 경쟁에 악착같다. 온라인을 타고 퍼지는 가짜뉴스와 선동에 사회는 조각난 파편으로 흩어진다.산업화와 민주화 시절 허리띠를 졸라매고 어깨를 걸었던 국민연대의 기억이 희미해졌다. 기적의 후예를 자처하는 정치 리더들은 기득권 세력으로 전락해 국가를 정권 아래에 놓고 국민을 권력투쟁의 도구로 소모한다. 국가는 진로를 잃고 국민 대다수가 불행하다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아이를 잉태하지 못하는 국가가 됐다.압축성장의 기적이 가능했다면 압축쇠퇴의 재앙도 가능하다. 김대중 대통령은 IMF 구제금융 위기로 나라가 절단 날 위기에,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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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대조기(大潮期) 기현상 지면기사
'칠월 백중사리에 오리 다리 부러진다.' 백중(百中)은 음력 7월15일, '대조기'(大潮期)의 우리말인 '사리'는 달의 인력이 강해져 밀물과 썰물의 차가 최대가 되는 시기를 말한다. 대조기에는 평소보다 물이 높게 차올라 해안 지역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대조기 중에서도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시기가 백중사리다. 백중사리에 접어들면 바닷물의 흐름도 빠르고 거세진다. 오리의 '골절상'을 빗댄 속담이 생겨난 이유다. 가장 최근의 대조기인 8월 2~5일에도 인천의 섬 해안가에서는 어김없이 물이 차오르는 대조기 현상이 발생했다. 그런데 예년과 사뭇 양상이 달랐다고 한다. 어촌계 회원 등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주민들은 이를 '기현상'이라고까지 표현한다. 무엇이 주민들을 이처럼 당혹스럽게 했을까. 옹진군 영흥도 해안가에서는 예년에는 물에 잠기지 않던 지역이 침수됐다고 한다. 영흥도 내리에서는 영암어촌계 사무실로 쓰는 컨테이너 주변까지 바닷물이 밀려들어왔다. 바닷물이 사무실 인근까지 차오른 것은 처음이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북도면 장봉도에서도 평소보다 30~40㎝나 높게 바닷물이 차올라 여객선이 접안하는 선착장 경사로가 모두 물에 잠겼다고 한다.주민들은 이런 현상이 해수면 상승에 따른 것은 아닌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조기에 벌어지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해수면 상승이 원인이라면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의 시그널이기 때문이다. 방송인이자 환경운동가인 타일러 라쉬가 '두번째 지구는 없다'에서 소개한 '키리바시공화국'의 사례가 떠오를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키리바시는 태평양 중부 길버트 제도와 라인 제도, 피닉스 제도의 33개 환초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국토를 구성하는 섬들이 잇따라 바다에 잠기자 이 나라 정부는 지난 2014년 피지의 한 섬을 88억원에 사들였다. 살 곳을 잃은 국민들을 이주시켜야 했기 때문이다.다만 이번 대조기 기현상에 대해 한 전문가는 "저기압이나 바람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물이 많이 차오른 것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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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변호사의 사명 지면기사
천국이 지옥과 법정싸움을 벌이면 판판이 깨지는데, 변호사들이 전부 지옥에 있어서란다. 유머이고 농담인데 뼈가 있다.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처럼 약자 편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변호사들도 많지만, 변호사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정서는 불편하고 부정적이다. 변호사가 작정하고 악당 편에서 약자를 외면하고 사법정의를 파탄냈던 재판들이 누적된 결과일 테다.돈과 권력을 쥔 악당들이 거액의 수임료로 대형로펌을 동원해 무죄나 감경받는 국내외 유명 재판들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다. 변호사 사무실 사무원 에린 브로코비치가 대기업을 변호하는 대형로펌을 무찌르는 일은 기적에 가깝다. 대기업, 정치인은 물론 기업형 조폭들도 재판 때마다 대형로펌을 동원한다. 대형로펌은 전관 변호사들로 법정의 후배 판사와 검사를 압박한다.최근 하나의 사건과 하나의 재판에서 법무법인 변호사가 대활약을 펼쳤다. 지난 2일 롤스로이스가 인도로 돌진해 한 여성에게 중상을 입혔다. 운전자는 간이 마약검사에서 케타민 양성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구금 17시간 만에 대형로펌 변호사의 신원보증으로 풀려났다. 한 유튜버가 사고현장과 경찰서에서 보인 운전자의 패륜적인 행태를 알리면서 여론이 폭발했다. 마약 투약하고 피해자를 방치한 운전자가 대형로펌 변호사와 유유히 경찰서를 벗어나자, 경찰이 의심을 사고 있다.8일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 재판정에서는 법무법인 덕수 대표 김형태 변호사가 대활극을 펼쳤다. 김 변호사는 쌍방울 대북 송금을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진술을 부인하는 증거의견서와 재판장 기피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자 이 전 부지사는 "처음 들었고 읽어 보지 못했다"고 펄쩍 뛰었다. 그러자 김 변호사는 검사와 판사와 거친 말싸움을 벌이며 사임서를 낸 뒤 퇴정했다. 법조계의 반응은 전대미문의 재판방해 난동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 전 부지사의 이 대표 관련 검찰 진술을 확인할 재판이 아내의 변호사 해임 소동으로 지연된데 이어 김 변호사의 법정 소동으로 또 다시 연기됐다.롤스로이스 차주는 거액을 보유한 졸부이고, 이화영 재판엔 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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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살인 예고' 지면기사
추리소설은 여름과 궁합이 잘 맞는 장르다. 시원한 물소리와 나무 그늘이 일품인 계곡,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해변의 파라솔 아래, 또는 냉방시설이 완벽한 도서관. 그 어디에서든 추리소설은 여름나기 방법으로 제격이다.해리 케멜먼(1908~1996)의 '9마일은 너무 멀다'처럼 숨어있는 명작들도 있지만, 추리소설은 워낙 유명 작가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 많은 터라 무엇이든 골라 읽으면 될 것이다.빼어난 작가들이 많고 많지만 요즘 같은 시국에서는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1890~1976)의 작품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아무도 남지 않았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 '쥐덫' 등을 포함하여 80여 편의 작품을 남겼다. 에르큘 푸아로와 미스 마플은 그가 창조해낸 명탐정이다. 그의 작품 중에서 '예고 살인' 또는 '살인을 예고합니다'란 작품도 있다.클래그혼의 지역신문 '가제트'에 오후 6시 30분에 블랙록의 저택 리틀 패덕스에서 살인이 벌어진다는 예고 광고가 게재되면서 작품이 시작된다.레티셔 블랙록이라는 중년 여성은 두 명의 조카와 형편이 어려운 친구에, 난민 출신의 가정부 등을 포함하여 6명과 함께 살고 있다. 10월 29일 금요일 오후 6시 30분 예고된 바 대로 정전이 되면서 리볼버가 발사된다. 다행히 크게 다치거나 죽은 사람이 없이 레티셔 블랙록만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고,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만 자신의 리볼버에 죽어 있었다.사건 이후 연이어 사람들이 죽어 나가자 미스 마플이 범인 찾기와 추리에 나선다. 이 범죄의 배후에는 거대한 유산 상속이 걸려 있다. 추리소설의 매력은 독자들의 의표를 찌르는 의외성과 반전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범인이 누구인지 금방 짐작해볼 수도 있겠다.추리소설 '예고 살인'의 범죄는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허구요 창작이지만, '살인 예고' 글 등 현실에서의 범죄와 살인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지난달 21일 '신림역 흉기 난동'과 지난 3일 '서현역 묻지마 흉기 난동' 이후,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살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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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가톨릭 세계청년대회 지면기사
가톨릭교회의 3대 국제행사는 '세계성체대회', '세계가정대회', '세계청년대회'다.우리말로 이들 행사 모두 '대회'로 번역되지만 영문 표기는 행사마다 뉘앙스를 달리 한다. 생명을 내어 주는 성찬의 정신을 다짐하는 의례인 세계성체대회(International Eucharistic Congress)는 보통 국제적으로 열리는 회의를 의미하는 'congress'로 표기한다. 세계가정대회(World Meeting of Families)의 영문표기는 만남을 뜻하는 'meeting'이다. 반면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에는 'day'가 쓰인다.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이 1985년 12월 '세계 젊은이의 날'을 선포한 것을 기념하는 축제이기에 이런 행사명을 갖게 된 듯싶다.순전히 단어의 의미로만 보자면 '회의'나 '만남' 보다 온종일(day) 함께 어우러지는 행사의 규모가 더 클 것 같다. 실제로 1995년 필리핀에서 세계청년대회가 열렸을 때, 폐막일 미사에 400만명 이상이 운집하면서 교황 참가 모임 최대 인파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지금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는 잼버리대회의 공식 참석자가 4만5천명이니, 그 규모를 가늠하기도 어렵다.이처럼 가톨릭 최대규모의 청년행사인 세계청년대회가 오는 2027년 서울에서 열린다. 세계의 가톨릭 청년들이 모여서 문화교류와 신앙체험을 통해 하나가 되는 글로벌 대축제가 한국의 수도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인구의 79%가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다.세계 청년대회는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절호의 기회이다. 유일한 분단국인 한국에서 교황이 세계의 젊은이들과 함께 평화를 기원하는 모습도 기대된다. 경제적인 효과 또한 상당하다. 올해 200여만 명이 참가한 리스본 세계청년대회는 총부가가치가 8천여억원에 1조5천억원의 생산효과를 창출했다.가톨릭계는 물론 범국가적으로 크게 환영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새만금 잼버리로 당한 망신 때문에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행사 일정도 새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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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가석방 없는 종신형 지면기사
범죄 피해자의 피해와 동일한 손해를 가해자에게 강제하는 방식은 문명의 여명기 부터 인류가 범죄를 단죄하는 상식이었고, 이를 최초로 성문화한 것이 함무라비 법전이다. 살인한 자는 사형에 처하고, 눈 멀게 한 자는 눈을 빼고, 팔을 부러뜨린 자는 팔을 부러뜨린다. 그래도 팔을 부러뜨린 범죄자를 팔 하나 이상 가중 처벌할 수 없다. 인권감수성은 현대에 가깝다.동해보복(同害報復)의 원칙은 여전히 법이 실현해야 할 정의(正義)이자 상식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죄인의 자유를 박탈하는 징역 등 자유형으로 동해보복의 원칙을 실현한다. 동해보복의 최고 수위는 생명형, 즉 가해자의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이다. 사형제는 수 십년 동안 존폐 논란 속에 국가 별로 시행 여부를 달리한다. 우리는 사형제가 있지만 실시하지 않는 사실상 폐지국가로 분류된다.최근 잇단 반사회·반인륜 사건과, 소위 묻지마 살인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법원의 온정적 처벌로 법의 정의와 상식이 무너졌다는 비판이다. 8세 여아를 성폭행해 영구장애를 입힌 조두순이 12년 징역을 마치고 안산에 자리를 잡자, 피해자 가족은 이삿짐을 싸야 했다. 수 백명의 보금자리와 전재산을 빼앗은 빌라의 신은 1심에서 8년 징역을 받았다.미국에선 수 백년 징역형을 받는 살인범, 사기범, 아동 성폭력범들이 한국에선 잡범 수준으로 징역형을 받는다. 중국은 한국인 마약사범도 사형을 집행했는데, 한국 마약사범들은 집행유예 천지다. 세계 최고의 사기공화국이 대한민국이다. 명예훼손과 무고가 일상화된 막장 사회도 법원의 너그러운 판결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여론은 신림역, 분당 칼부림 범죄자들이 정신병력을 이유로 가볍게 처벌될까 촉각을 세운다.여당과 정부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신설한다 나섰다. 사실상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이 가석방 요건으로 무의미해졌다는 여론 때문이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는 무기징역을 받아도 가석방으로 50대에 출소할 수 있다. 피해 여성은 "살려달라"며 영구 격리를 호소한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사형을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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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초전도체 대소동 지면기사
"어이, 석배 왜 이제야 온거야."과학사에 길이 남을 한 장의 사진이 있다. '인류 역사상 다시는 없을 정모(정기모임)'란 별명이 붙은 단체사진이다. 아인슈타인과 닐스 보어, 퀴리부인 등 과학사에 굵직한 업적을 남긴 천재들이 사진의 주인공이다. 1927년 열린 제5차 솔베이 회의의 참석자들로, 참석자 29명 중 절반이 넘는 17명이 노벨상 수상자이니 '다시는 없을 정모'라는 말이 맞지 싶다.그런데 이 과학계의 전설들이 한국의 한 과학자를 맞이한다. 정모 인증샷을 남겨야 하는데 이 과학자가 늦는 바람에 사진을 찍지 못한 듯싶다. 이 과학자는 국내 민간연구소기업인 퀀텀에너지연구소의 대표인 이석배 박사다.물론 실제상황이 아니다. 솔베이 회의 단체사진을 패러디한 밈(인터넷 유행어) 중 하나다. 이 밖에도 영화 아바타에서처럼 공중에 떠 있는 '세빛둥둥섬' 상상도 등 같은 맥락의 밈이 온라인에 넘쳐난다. 이 모두가 불과 10여일 전,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온라인 논문사이트 '아카이브'에 논문을 발표한 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상온과 상압 환경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 'LK-99'를 만들었다는 게 논문 내용이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물리현상이지만 관련 분야 기업의 주가까지 들썩인다고 하니 그 열풍을 가히 짐작케 한다.초전도체란 일정 온도 이하에서 전기저항이 0이 되는 물질로, 현재는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는 극저온(영하 100도 이하) 초고압(상압의 10만배 이상) 상태에서만 초전도 현상을 구현할 수 있다. 전기저항이 사라지면 에너지 손실 없이 전기를 보낼 수 있는데 'LK-99'가 바로 그것을 가능케 하는 물질이다. 초전도체엔 또 자력선을 밀어내는 반자성 특성도 있어 에너지 분야를 비롯 자기부상열차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논문 내용이 사실이라면 연구진은 솔베이회의 참석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도 손색이 없다. 노벨상은 따놓은 당상이다.하지만 아직 섣부른 기대는 경계해야 할 듯 싶다. 아카이브가 학계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상태의 논문을 올리는 사이트인데다가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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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여명(餘命) 비례 투표 지면기사
더불어민주당이 지긋지긋한 노인 비하 프레임에 또다시 갇혔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지난달 30일 청년간담회 발언이 문제가 됐다. 중학생 시절 아들이 김 위원장에게 질문했단다. "왜 나이 드신 분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나요." 김 위원장은 친절하게 질문을 해석했다. "자기 나이로부터 평균 여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하게 해야 한다는 것인데 되게 합리적이죠"라 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라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맞는 말"이라고도 했다.민주주의 역사는 차별 없이 평등한 참정권 쟁취의 연대기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의 기득권 민주주의가 현대 대중 민주주의로 정착하기까지 수천년이 걸렸고, 제도 완결의 핵심은 참정권 확대였다. 영국이 남성에게 보통투표권을 보장한 때가 1918년이다. 1870년 수정헌법으로 참정권을 보장받은 미국 흑인보다 늦다. 미시시피주가 여성참정권을 인정해 미국의 여성 보통선거권이 확정된 때가 1984년이다.참정권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도 오랜 진통 끝에 투표 연령을 18세로 하향해 청소년 투표권을 확대했고, 지금은 외국인 투표권으로 논쟁이 붙었다. 투표권은 민주공화국 국민의 신분증이다. 차별하면 민주도 아니고 공화도 아니다. 차별을 거론하면 민주와 공화의 적이 된다.민주공화국의 법학자인 김 위원장은 아들에게 이런 역사를 설명해야 했다. 그런데 청년 유권자 앞에서 아들의 차별 투표 질문을 맥락 없이 인용해 "합리적"이고 "맞는 말"이라 단정했다. 청년들의 투표 참여를 강조한 맥락을 잘라먹었다 변명하지만, 정작 참정권 역사의 맥락을 잘라먹은 사람은 김 위원장이다 싶다.민주당 비례대표 양이원영 의원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노인을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며, 노인 투표권을 비하했다. 참정권의 원칙상 투표권이 제한되면 피선거권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686 운동권 국회의원들은 일괄 퇴장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판이다. 1971년생 양이 의원도 얼추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 쪽에 가까워 보이는데, 광명 출마설이 파다하다.비판 여론은 법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