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빙하와 폭염
    참성단

    [참성단] 빙하와 폭염 지면기사

    빙하는 말 그대로 흘러내리는 얼음이다. 빙하는 호주를 제외한 모든 대륙에, 특히 알래스카와 그린란드와 알프스 등 극지방과 고산 지역에 걸쳐 골고루 분포한다. 영구 빙하는 지구 육지의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 200만년 동안 해수면을 무려 100m나 낮춰 놓았다.빙하는 경관도 뛰어나지만 극한 기후이기에 수많은 탐험가들의 도전 충동을 자극해 왔으며, 문학을 비롯한 예술작품의 주요 소재로 활용돼왔다. 세계 최초의 SF로 첫손에 꼽히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비롯하여 북극 탐험대를 소재로 한 오스트리아의 소설가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의 '빙하의 어둠과 공포',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빙하기를 맞이한 미래 지구를 그린 영화 '콜로니', 프랑스 만화를 원작으로 영화화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등이 모두 빙하를 소재 또는 배경으로 삼고 있다.본래 빙하는 강화와 후퇴를 반복하면서 지구의 기온과 해수면을 조절해왔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급격히 녹아내리면서 해수면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이례적인 폭염으로 유럽 알프스의 산봉우리 빙하가 녹아 37년 전에 실종된 산악인의 유해가 발견되는가 하면, 빙하량이 줄어들어 스키장 운영이 중단되는 곳도 생기고 있으며, 가뭄과 빙하 유입 감소로 독일의 라인강 수위가 낮아져 화물선 운항이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70~80년 후면 알프스 빙하가 다 녹아버릴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러다간 빙하를 소재로 한 소설과 영화를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지금부터 1주일 뒤면 입추요 열흘 뒤면 말복인데, 장마가 끝나자 연일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살인적 폭염을 겪는 중국·유럽·미국에 비하면 상황이 양호한 편이겠으나 우리도 계속되는 불볕더위로 인한 사망자가 어제 기준 17명이나 나왔으며, 온열질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번 더위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과 고온건조한 티베트 고기압이 겹치면서 온도와 습도를 모두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국적·지구적 폭염은 사실상 인재다. 생활의 편리와

  • [참성단] '연안부두' 영어 록(Rock)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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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연안부두' 영어 록(Rock) 버전 지면기사

    연안부두는 일반명사다. '육지와 면한 강, 바다, 호수 따위의 물가에 위치한 부두'가 연안부두의 사전적 의미다. 따라서 강이나 호수 빼고 해안선만 따라가 보더라도 수없이 많은 연안부두에 발자국을 찍을 터이다. 그런데 누구나 연안부두 하면 인천을 떠올린다. 어쩌다 인천은 연안부두를 독점(?)하게 됐을까. 아마도 1979년 김트리오가 발표한 가요 '연안부두'의 영향이 크지 싶다.'연안부두'의 노랫말은 작곡가 조운파 선생이 지었다. 그가 밝힌 작사 동기를 보면 '연안부두'는 영락없는 인천 노래다. '부산갈매기' 등 타지역 애창곡들과 달리 가사에 인천의 지명 하나 나오지 않는 데도 말이다. 충청도 출신인 그는 인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당시 그는 종종 연안부두에 앉아 바다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거기에서 이별하는 사람, 감격적으로 해후하는 사람, 망망대해를 그저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곤 했다. 삶의 애환, 로맨스, 절망, 눈물과 기쁨 등 연안부두에서 느꼈던 감성들이 가슴에 새겨져 있다가 훗날 연안부두의 노랫말을 쓰게 됐다는 것이다.연안부두는 특히 인천연고 프로야구단의 응원가로 쓰이면서 인천을 대표하는 곡으로 뿌리를 내렸다. 1982년 삼미슈퍼스타즈가 인천에서 출범한 후 인천팬들은 부산 롯데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광주 해태의 '남행열차' 등에 대항해 '연안부두'를 목청껏 부르며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지금도 문학구장에서는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할 8회 말 직전에 어김없이 연안부두 떼창이 울려퍼진다.이처럼 인천 시민들의 삶 속에 녹아있는 연안부두가 영어 버전의 록 음악으로 재탄생한다. 인천음악창작소가 연안부두를 현대적인 감각의 영어 버전으로 편곡해 이달 초 국내외 온라인 음원 유통 플랫폼을 통해 공개키로 한 것이다. 편곡과 연주는 차세대 펑크록밴드인 '더 사운드(the Sound)'가 맡았다."Could you tell me, Could you tell me, the ship that's leaving Yeonanbudu.(말해다오, 말해다오

  • [참성단] 짝퉁도 무서운 북한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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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짝퉁도 무서운 북한 드론 지면기사

    북한이 7·27 전승절 열병식에서 공개한 무인 정찰기(샛별-4)와 무인 공격기(샛별-9)로 한·미 군사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샛별-4와 샛별-9가 미국의 RQ-4 '글로벌호크'와 MQ-9 '리퍼'의 완벽한 복사판이었기 때문이다. 글로벌호크와 리퍼는 미국 첨단 무기과학의 결정체다.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는 비행하는 인공위성이다. 20㎞ 상공에서 30㎝ 크기의 지상 물체를 식별한다. 인공위성과 연계하면 적진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볼 수 있다. 우리도 2020년에야 4대를 도입해 운용중이다. 더 무서운 건 무인공격기 리퍼다. 공대지 미사일을 탑재하고 은밀하게 접근해 목표물을 제거한다. 미국은 2020년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 일행과, 2022년 알카에다 수괴 아이만 알자와히리를 리퍼로 제거했다. 우리 군은 물론 주한미군에도 없는 특급 무기다.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군사용 드론의 주가가 치솟았다. 러시아는 이란제 자폭 드론으로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폭격하고, 우크라이나는 미군의 자폭드론과 튀르키예의 무인공격기로 러시아 탱크를 파괴한다. 민수용 소형 드론마저 적진을 정찰하고 공격좌표를 제공하며 맹활약 중이다.한미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의 샛별-4와 샛별-9를 글로벌호크와 리퍼의 허접한 짝퉁으로 취급하는 분위기다. 전자광학 카메라, 영상레이더, 데이터링크 등 핵심 장비와 시스템을 장착하고 운용할 능력이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번 서해에 추락한 북한 정찰위성에서 회수한 '만리경'이 망원경 수준이었다고 하니 신뢰할 만한 추정이다. 하지만 북한은 허접한 소형 드론으로도 남한 상공을 자유롭게 유린했고, 우리 군은 속수무책이었다. 북한 과학기술도 발전한다. 2006년 1차 핵실험 10여년 만에 핵탄두를 탑재할 대륙간탄도탄 등 중·장거리 미사일, 잠수함탄도미사일 개발을 완료해 실전에 배치한 핵보유국이 됐다. 지금은 짝퉁이지만 몇 년후엔 글로벌호크와 리퍼의 실제 성능에 근접할 수 있다. 북한의 해킹부대가 열심히 정보와 자금을 모을 것이다.북한 핵은 한국 군사력 전체를 압도하는 비대칭전력이다. 한

  • [참성단] 망국(亡國), 망사(亡社)의 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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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망국(亡國), 망사(亡社)의 징조 지면기사

    생(生)은 필멸(必滅)한다. 나고, 자라, 병들어 죽는다. 나라도 기업도 매한가지다. 흥하면 망하고, 성하다 쇠락한다. 지중해 전역을 호령하던 로마제국도 천 년을 버티지 못했다. 어떤 이는 "국가는 그렇다 치고, 민족은 다르지 않으냐" 반문한다. 지구촌 어디에 순혈족(純血族)이 남아 있는가."주식이 떨어져 회사가 망하는가, 문 닫을 기업이기에 주가(株價)가 폭락하는가." 이런 의문엔 명징한 답이 보이지 않는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다르지 않다. 그래도 장기 내리막이라면 합리적으로 추론해볼 수 있다. 그 회사는 수년 내 쇠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형상(形狀) 변화엔 징조가 있다. 추세가 바뀌고 흐름이 달라진다. 성장하던 기업이 쇠락의 길에 발을 들인다. 절체절명의 기업이 기사회생하기도 한다.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란 저서에서 몰락하는 기업을 5단계로 구분했다.첫째는 성공에 취해 자만이 생겨나는 단계다. 둘째는 원칙 없이 더 욕심을 낸다. 셋째는 위험과 위기 가능성을 부정한다. 넷째는 급격한 하락세와 위기의식에 구원을 찾아 헤맨다. 증자, 합병 등 탈출구를 모색하나 여의치 않다. 마지막은 유명무실해지거나 생명이 완전히 끝나는 단계다. 재무가 망가지고 리더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린다.추락하는 기업엔 무능한 리더가 있다.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다. 진단을 잘못하니 처방도 엉뚱하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임원이나 직원에 전가한다.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면서 직원들을 채근한다. 결정이 늦어지고 상명하달식 일방통행에 사내 소통은 막히고, 유능한 인재들이 줄줄이 떠나고 만다. 답답해하는 임직원들에 회사의 미래와 비전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중국 사상가 한비자는 '나라 망하는 징조'를 열 가지로 꼽았다. 외교·국방·경제 등 다양하나 군주의 무능과 오만, 위선과 독선을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가장 위험한 인자로 봤다. '무능한 사장만으로 회사는 망하지 않는다. 이 무능한 것을 인정하지 않을 때 회사가 망한다

  • [참성단] 정전(停戰)의 의미
    참성단

    [참성단] 정전(停戰)의 의미 지면기사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유엔군과 조선인민군, 중국인민지원군이 정전협정을 체결했다. 교착상태에 빠진 전선을 휴전선 삼아 6·25 전쟁이 3년 만에 멈췄다. 동족의 심장에 총을 겨눈 김일성의 침략에서 대한민국은 유엔군의 참전으로 국가를 지켜냈다.전쟁의 결과는 참혹했다. 남북 모두 초토화된 국토에서 적수공권으로 국가 재건을 돌입했고, 냉전시대의 최일선에서 치열한 체제경쟁을 벌였다. 대한민국은 80년대 비약적인 경제성장과 90년대 공산권 붕괴로 국제사회에서 승승장구했다. 북한은 세습체제 유지와 독자생존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고 핵무기 개발에 열중했다.정전 70년. 대한민국은 경제대국이고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은 핵보유국이다. 국제질서가 신냉전체제로 재편되는 추세에서 한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신냉전의 무역장벽이 수출 경제의 숨통을 조인다. 빈약한 내수와 노령화 사회는 경제성장의 한계를 경고한다. 반면 북한의 핵 갑질은 갈수록 기승이다. 열차에서 잠수함에서 저수지에서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각종 미사일을 쏘아댄다. 미국은 한국에 주판알을 튕기고 중국은 북한을 엄호한다.정전협정 체결 후에도 전쟁은 계속됐다. 북한 게릴라들이 한국 대통령 암살을 위해 청와대로 돌격했고, 판문점에선 미군이 북한군의 도끼에 살해됐다. 월드컵을 보다 말고 연평해전을 치렀고, 천안함이 격침됐고, 연평도는 검은 포연에 갇혔다. 정전협정 이후 북한과의 각종 교전으로 산화한 한국군이 4천268명, 미군 92명이다. 그리고 정전 70년, 대한민국은 가장 위험한 핵무장국을 머리 맡에 두고 있다.평화는 말과 문서로 지킬 수 없다. 독일은 폴란드를 집어 삼킨뒤 불가침조약을 깨고 소련을 침공했다. 러시아는 기만적인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하물며 전쟁을 잠시 멈춘 정전협정 문서가 평화를 보장할 리 만무하다. 북한은 7·27을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일(전승절)로 정해 해마다 대대적인 열병식을 벌인다. 그들의 조국해방 의지는 여전히 결연하다.우리만 체제의 우월감과 경제성장에 도취돼 정전을 종전처럼 착각한다 싶다. 정치적 대립이 내전에 버금간다

  • [참성단]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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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선생님 지면기사

    선생님이란 말에서 우리는 초·중·고 시절 특별한 인연을 맺었거나 기억에 남는 분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면 대중문화 속에서 선생님은 어떨까? 우선 "현재를 즐겨라(carpe diem)"를 외치며 입시 중심의 수업이 아니라 진정한 삶의 철학을 깨우쳐준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이 떠오른다.또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등장하는 김정원 선생님도 있다. 그는 같은 반 친구들 위에서 군림하던 엄석대의 만행을 징치하고, 이에 휘둘리던 제자들을 질타하면서 제자들에게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용기와 정직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준다. 소설은 독재 권력과 이에 저항하지 못하고 굴종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비판하기 위한 풍자요, 알레고리이겠으나 2023년 한국의 교육 현장이라면 김정원 선생님이나 키팅 선생님은 그저 소설과 영화 속의 인물일 뿐 절대로 나와서는 안 된다. 특히 엄석대와 학생들을 위해 사랑과 깨우침의 매를 들었던 김정원 선생은 폭력 교사가 될 것이고, 키팅 선생은 교육이라는 미명 이래 학생들의 입시 공부와 장래를 망치는 불온하고 비현실적인 인물로 매도될 가능성이 크다.그러면 2년차 신규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공교육의 추락을 걱정하는 지금 우리의 교육 현실은 정부의 인식대로 정말 학생인권조례 때문일까? 교권의 하락이 매우 심각한 문제임에 틀림없지만 이를 학생인권조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본말을 호도하는 것이다. 학생의 인권과 교권은 교육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두 개의 수레바퀴이지 이를 서로 갈등하고 대립하는 모순 관계로 보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성적 지상주의를 조장하는 학벌사회와 왜곡된 능력주의 같은 사회풍토와 관련 법령들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동아시아에서 선생이란 말은 본래 학덕과 인품이 높은 스승이나 극소수의 학자들에게나 붙일 수 있었던 극존칭이다. 한국사상사의 거봉인 퇴계 이황(1502~1571)은 자신의 사후 묘비명에 번거로운 일체의 수식을 다 덜어내고 오직 '선생'이라고만 하라 했고, 하서 김인후(1510~1560)도 오직 '선생'이란 이름 하나만을 택했다.

  • [참성단] 김구 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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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김구 안경 지면기사

    1895년 10월 일제는 명성황후를 잔혹하게 시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전국 각지에서 '국모의 원수를 갚자(국모보수·國母報讐)'는 기치(旗幟)로 의병 봉기가 들불처럼 번졌다. 청년 김구(1876~1949)도 동지들과 함께 항일운동에 나섰으나 여의치 않았다. 연합작전을 꾀하려 청나라로 가려다 황해도 안악군 치하포에서 우연히 마주친 일본인 '쓰치다 조스케'를 죽여 쫓기게 된다.영화 '대장 김창수'는 '치하포 사건'으로 인해 조선의 스물한 살 애국청년이 겪은 고단한 여정을 그렸다. 재판장에서 "나는 국모의 원수를 갚았을 뿐"이라고 항변했으나, 꼭두각시 재판부는 극악한 살인·강도범으로 몰아 사형을 선고하고 인천감리서에 가뒀다. 2년 뒤 탈옥해 행방을 감췄으나 1911년 데라우치 총독을 암살하려 했다는 혐의로 체포돼 다시 인천감리서에 갇혔다. 황해도 청년 김구와 인천의 만남은 이처럼 사연이 기구하다.'백범일지'에 인천에서 겪은 투옥, 감옥 생활, 탈옥 과정이 소상하게 기술돼 있다. 새벽녘에 도망치면서 '답동 성당'을 본 것을 두고 '천주교당 뾰족 집이 보였다'고 했다. 신포동 패션문화거리에 조성된 '김구 역사 거리'는 젊은 날 인천에서의 행적 등 평생을 조국애로 일관한 삶의 궤적을 여덟 개 이야기에 담았다.역사 거리에 있는 김구 선생 면상(面相)이 낯설다. 안경이 벗겨진 모습이다. 본체는 사라지고 귀 쪽 테만 남았는데, 달포 전부터라고 한다. 중구청이 주변 지역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보니 어린 학생의 실수였다. 호기심에 동상 안경을 만지다 부러지자 어쩔 줄 몰라 하다 슬그머니 밑에 두고 가는 모습이 찍혔다.중구청은 고의성이 없다고 보고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원상복구가 만만치 않아 고민이다. 동상을 세운 업체에 보수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거절했다고 한다. 동종 제작업체들도 작업 난이도가 높고, 원형복원이 쉽지 않다며 난색이다.업계에선 투박한 검은색 계열 둥근 뿔테 안경을 '김구 안경'이라 부른다. 선생의 분신과도 같은 평생 동지다. 안경이

  • [참성단] 신림동 묻지마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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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신림동 묻지마 살인사건 지면기사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에서 주인공 뫼르소는 아랍인을 권총으로 사살한다. 이유는 "태양이 너무 눈 부셔서"였다. 말이 안 되는 살인의 이유를 고집해 사형 판결을 자초한다. 뫼르소는 눈부신 햇빛 만으로도 살인이 가능한 부조리한 인간의 실체를 상징한다.백주 대로에서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1일 서울 신림동에서 30대 조모씨가 남성 행인 4명에게 무자비하게 흉기를 휘둘렀다. 1명이 숨지고 3명은 용케 목숨을 부지했다. 4명 모두 조씨와 일면식도 없었다. 범행 직후 순순히 경찰에 체포된 조씨는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23일 영장심사 직전엔 "너무 힘들어서 범행을 저질렀다"며 "반성한다"고 했다.'너무 힘들었다'는 범행 동기는 '눈부신 햇빛' 만큼이나 모호하고, 불행하게 만들고 싶은 대상은 누구라도 상관 없었다. 묻지마 살인 사건의 범행동기 대부분이 이처럼 부조리하다. 2021년 성남 분당에서 스토킹하던 채팅녀 살해에 실패한 한 남성은 화풀이로 처음 본 택시 기사를 살해했다. 2015년엔 한 남성이 수원역 인근 PC방에 찾아가 마구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정신병력이 있는 범인은 수원 시민이 자신을 해칠 것이라는 환청을 들었단다.무의미한 범행동기로 무의미한 희생을 초래하는 묻지마 범죄는 반사회적이다. 피해자는 사건이 발생한 시간과 장소에서 범인과 마주쳤다는 우연만으로 희생당한다. 누구나 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신림동 살인사건 현장을 기록한 CCTV 영상이 삽시간에 퍼졌다. 공포는 막연하지만 거대해졌다. 낯선 이에 대한 경계심으로 개인과 개인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부활할 듯싶다.인간 내면에 잠재한 부조리의 실체를 인정한다 해도, 사회는 공동체의 규범과 상식으로 유지된다. 수많은 뫼르소들이 공동체의 윤리에 순화되고 적응한다. 이유 없는 적개심에 불타고, 마약에 취하고, 환청에 시달리는 뫼르소들이 속출한다면, 공동체가 고장났다는 증거다. 가짜 뉴스가 진실을 왜곡하는 정치권, 선생과 학생이 권리를 다투는 학교, 근원을 알

  • [참성단] '김민재 대박' 터진 수원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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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김민재 대박' 터진 수원공고 지면기사

    국제축구연맹(FIFA)이 2001년에 '연대기여금' 제도를 신설했다. 선수가 팀을 옮길 때 발생하는 이적료 가운데 20%까지 12~23살 시절의 클럽팀에 배분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어린 유망주의 잠재력을 발견해내 특급선수로 키워낸 유소년 축구팀에 적절한 보상을 해줌으로써 선수 육성에 대한 의욕을 높이자는 취지다.이 제도가 국내에 알려진 건 박지성 선수가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하면서다. 박 선수의 이적료 700만 달러의 5%인 35만(8억여원) 달러를 모교인 수원 안용중, 수원공고, 명지대학교, 일본 교토 퍼플상가가 나눠 받았다. 안용중 5천500만원, 수원공고 9천300만원, 명지대 4천500만원, 교토 퍼플상가 1억5천만원이다. 세류초교는 박지성이 2월생이라 만 11세에 졸업한 것으로 돼 한 푼도 못 받았다. 수원공고는 이때 받은 돈으로 '박지성 기념관'을 지었다.축구 명문 수원공고가 또 경사를 맞았다. 이 학교 출신인 김민재 선수가 FC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면서다. 김 선수의 이적료는 5천만 유로(715억원)로, 별도 기준에 따라 수원공고에 지원하는 기여금이 10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앞서 김 선수가 SSC 나폴리로 옮겼을 때도 3억원을 받았다고 한다.10억원은 어지간한 실업팀들 연간 운영비와 맞먹는 거액이다. 고교 수준에선 주체하기가 버거울 정도다. 사립학교 축구부는 재정이 열악한 실정인데, 수원공고는 잘 나가는 선배 덕에 돈 걱정을 덜게 됐다. 동문사회는 2014년 전국고교축구리그 왕중왕전 우승 등 강자로 군림해 온 축구부가 명실상부한 명문으로 자리매김할 호기라며 들썩인다.연대기여금은 선수가 이적할 때마다 주어지기에 추가 보너스가 기대된다. 선수 기량이 발전할수록 이적료는 높아지고, 금액도 덩달아 늘어난다. 영국·독일·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무대에 진출하는 국내 선수들이 부쩍 늘고 있어, 혜택을 받는 국내 모교들이 많아질 것이란 기대다.유럽 빅클럽과 달리 국내 프로구단은 기여금을 외면하고 있다. '학교 지원금'이나 '육성지원금'이 고작이다. 같은

  • [참성단] 초등생 엄벌 탄원하는 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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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초등생 엄벌 탄원하는 교사들 지면기사

    드라마 '더 글로리'로 세계인이 주목한 대한민국의 학교폭력은 그 양상이 복잡하다. 교사, 학생, 학부모 사이에 벌어지는 다양한 가해와 피해의 변주로 거대한 폭력 교향악을 완성하는 형국이다. 패륜적인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학교는 교육의 성소에서 폭력의 막장으로 추락한다.학폭의 잔인한 양상과 심각한 후유증으로 사회의 대응도 수위가 높아진다. 정부는 지난 4월 학폭 가해 학생에 대한 모든 조치를 학생부에 기록하고 정시에 반영토록 했다. '더 글로리' 실사판이라 비판받은 정순신 사태에 놀라, 학폭 가해자 대학진학 금지라는 극단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가해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고, 폭력의 후유증에 갇힌 피해 학생은 학교 현장에서 이탈하는 학폭의 결과적 불의를 척결하겠다는 대책에 여론의 호응이 높았다. 하지만 학생들이 빚어내는 모든 학폭 사례에 적용할 대책인지는 의문이다.학폭의 가장 패륜적인 유형이라면 학생의 교사 폭력이다. 지난해 말 세종시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교원평가 과정에서 교사들을 노골적으로 모욕하고 성희롱하는 글을 남긴 사실이 공개돼 교단이 발칵 뒤집어졌다. 교사단체들은 교원평가가 학생들의 교사 모욕 도구로 전락했다고 개탄했다. 이달 초엔 초등학교 6학년생 남학생이 여성 담임교사에게 "야 이 XX아, 뜨거운 밤 보내"라며 욕설과 성희롱 메시지를 발송한 사실이 공론화되면서, 교사들의 억장이 무너졌다.급기야 서울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당해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사건이 19일 뒤늦게 알려졌다. 이번엔 교사들이 참을 기세가 아니다. 피해 교사는 학생을 엄벌하려 소송을 결심했다고 밝혔고, 동료 교사 1천800명은 엄벌 탄원서 작성에 동참했다. 선생님들이 제자들의 폭행을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선언할 정도이니 심각한 일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최근 6년간 교원 상해·폭행 건수가 1천249건이라고 밝혔다. 가해자 대다수가 학생이다. 교총은 대책으로 교권을 침해한 형사범죄 고발과 교권 침해 행위의 학생부 기록을 주장했다. 학생들의 교권 침해 수준이 선을 넘은 만큼, 법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