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월드컵과 코로나
    참성단

    [참성단] 월드컵과 코로나 지면기사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중국이지만 축구 앞에선 작고 초라해진다. 1930년 창설된 월드컵축구대회 본선에 중국은 고작 2차례 출전했다. 지난주 개막한 카타르월드컵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마지막 출전인 2002 한·일 월드컵에선 3전 3패, 무득점에 9실점이란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이후 20년째 변방을 떠돌며 '남의 잔치'를 곁눈질하는 신세다.중국축구 팬은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이란 등 아시아 국가들의 선전에 부러움을 넘어 참담하다는 반응들이다.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엔 자국에 대한 비난과 조롱, 원망이 넘쳐난다. 카타르월드컵 경기장 건설에 중국업체들이 참여한 것을 두고 "(중국은 다 가는데) 국가대표팀 선수들만 경기장에 못 들어간다"고 꼬집었다. 한 친중매체도 "중국 축구팀은 20년 동안 시종일관 불참했다. 그저 국가에서 돈을 쏟아부어 개최한 대회에만 참가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좌절과 실망은 코로나 봉쇄에 대한 불만으로 치환된다. 8만 관중이 들어찬 개막식과 경기 중계를 보면서다. "저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축제를 즐기는데 우리는 PCR 검사나 하고, 코드나 찍고 있다"고 자탄한다. "우리는 세계와 전혀 다르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우리가 바보군"이란 목소리도 있다.지난 주말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고강도 코로나 방역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신장 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는데 봉쇄조치로 인해 진화가 늦어지면서 10명이 숨진 사고가 도화선이다. 시위대는 "봉쇄를 해제하라"며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을 외쳤다. 베이징에선 주민들이 공동주택단지 봉쇄 해제를 요구하며 '백지 항의' 시위를 벌였다.시위는 과격해지고 내정 문제로 번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다. 최루탄을 쏘고 시위자를 연행하는데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시위대가 "중국공산당은 물러나라, 시진핑은 물러나라, 우루무치를 해방하라"는 금기어를 외쳤다. 공안이 깜짝 놀랄 불경이다.중국은 월드컵 축제로 지구촌이 들썩이는 것과 달리 살벌한 분위기다. 외려 과도한 봉쇄와 억압에

  • [참성단] 국민이 하나됐던 기록들
    참성단

    [참성단] 국민이 하나됐던 기록들 지면기사

    2007년 12월 6일 동틀 무렵 태안 앞바다에 1만t이 넘는 원유가 왈칵 쏟아졌다. 인천대교 공사 현장에서 거제로 향하던 해상 기중기가 풍랑에 표류하다가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충돌한 것이다. 순식간에 태안, 서산 해안이 쑥대밭이 됐고 양식장과 어장들이 폐허로 변했다. 원유는 해류를 타고 군산, 목포, 제주 근처까지 퍼졌다.전대미문의 참사에 정부와 삼성은 속수무책이었다. 전문가들은 방재와 복원에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전국에서 달려 온 국민들이 오염된 해안을 뒤덮었다. 기름 범벅인 바닷가 자갈들을 흡착포와 헌옷으로 일일이 닦아내고, 오염된 펄흙을 거둬냈다. 자원봉사자 123만명의 손이 모이자 몇 달만에 시커멓던 해안이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전 세계가 격찬한 태안의 기적이다.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위원회가 지난 26일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록물'을 아태지역 목록으로 등재했다. 민·관이 합심해 국가적 환경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문서, 사진, 간행물 등 22만2천건의 기록물이다. 민관이라지만 공동체의 위기를 극복한 자발적 국민 참여가 높은 평가를 받았을 테다.태안의 기적 말고도 우리 현대사의 '새마을운동 기록물', '이산가족 찾기 기록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있다. 새마을운동으로 온 국민이 경제적으로 각성했고, 이산가족 찾기로 민족공동체의 연대를 확인하고, 국민 저항으로 민주화를 성취하는 보람도 공유했다. 모두 국민이 하나돼 이룬 성취와 연대의 기록들이다. 유네스코 인증을 받진 못했지만, 1998년 금융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겠다고 단 몇 달 만에 200t이 넘는 금을 모아 수출한 국민이 바로 우리였다.정부 수립 이후 최악이라는 경제위기의 터널에 갇힌 지금 이를 극복할 국민적 연대가 절실하다. 살만해서인가. 어렵던 시절 뭉쳤던 국민들이 사분오열이다. 국난 극복에 합심해야 할 정치는 국가와 국민의 위기를 정략적 이익으로 바꾸어 먹느라 입이 바쁘다. 노조 등 각종 이익단체들은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

  • [참성단] 코로나 백신 불신
    참성단

    [참성단] 코로나 백신 불신 지면기사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19 확산을 막으려 강력한 방역정책을 펼쳤다. 사회적 거리 두기다. 음식점과 유흥업소는 영업시간이 제한됐고, 4명 넘는 인원은 함께 모여 밥을 먹을 수 없었다. 백신 접종도 정부가 강제했다. 1·2차 접종을 한 시민들만 다중집합 장소에 출입할 수 있었다. 미 접종자는 사회에서 격리됐다.정책에 대한 불신, 불만이 폭발했다. 자영업자들은 영업시간과 인원제한이 방역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뭐냐고 따졌다. 지하철과 버스는 왜 인원제한을 두지 않느냐는 비판이 거셌다. 백신 접종 뒤 사망하거나 이상 증상에 시달린다는 신고가 폭증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백신이 가장 효과적인 방역 수단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독려했다.올 상반기 질병관리청은 작년 2월 말부터 집계된 이상 반응 신고 건수가 44만 6천779건이라고 밝혔다. 이중 사망사례는 1천339건이다. 작년 8월보다 이상 반응 신고 건수(17만 천159건)는 61.6%, 사망 건수는 61% 증가했다. '코로나 19 백신 피해자 가족협의회'는 백신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사망자가 200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가 공식 인정한 사망사례는 2건에 불과하다. 부작용 의심 사망과 관련한 자료도 공개하지 않았다.정부가 주초부터 신종 코로나 백신 추가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릴레이 접종'에 나섰다. 겨울철 재유행을 앞두고 백신 접종률이 저조한데 따른 고육책이다. 지난 21일 기준 18세 이상 동절기 추가접종률은 5.9%에 머물고 있다. 고위험군인 60세 이상도 17.3%, 감염 취약시설 관련자 17.6%다.접종률이 낮은 주요인은 시민들이 코로나를 엔데믹 상황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백신을 맞아도 감염되기는 매한가지라는 불신이 더해진다. 미 접종자가 감염되더라도 견딜 만 했다는 경험담이 많다. 젊은 층에선 '코로나 걸려 죽을 확률보다 백신 맞고 숨질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백신 안전성 논란에, 정책불신은 설상가상이다. 공포에 떨면서 접종을 받아야 하고, 부작용이 발생해도 보상 가능성이

  • [참성단] 대장동 법정 드라마
    참성단

    [참성단] 대장동 법정 드라마 지면기사

    마피아는 이탈리아의 암이다.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도 시칠리아의 절대 권력 마피아 소탕에 전력을 기울였지만 실패했다. 시칠리아 토박이들의 자경단으로 시작된 마피아의 역사는 유구하다. 혈연과 지연, 종교적 유대를 침묵의 계율 '오메르타(Omerta)'로 지켰기에 가능했다. 마피아는 조직의 비밀을 누설한 조직원에 대한 피의 복수를 명예로 여긴다.1980년대 마피아 파벌 간에 시칠리아 지배권을 두고 내전이 벌어졌다. 공권력의 개입에 마피아가 무차별 테러로 맞서면서 정부와 마피아의 전쟁으로 확산됐다. 전쟁의 선봉에 선 조반니 팔코네, 파올로 보르셀리노 두 검사의 활약으로 마피아 360명이 유죄판결을 받고 격리됐다.팔코네, 보르셀리노 콤비의 활약은 오메르타를 깬 거물 마피아 토마소 부셰타 덕분에 가능했다. 경쟁 마피아의 조직원과 범죄혐의를 법정에서 증언했다. 부셰타는 경쟁 조직에 두 아들과 형제를 잃고 오메르타를 깼다. 복수심에 침묵의 명예를 버린 것이다. 경쟁 조직은 부셰타에 대한 복수가 여의치 않자, 팔코네와 보르셀리노를 차례로 암살했다.마피아뿐 아니라 모든 범죄조직들은 범죄의 비밀을 유지하는 '침묵'을 금과옥조로 여긴다. 하지만 불신과 의심으로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금과옥조를 깨는 경우가 다반사다. 최근에 대장동 게이트 피고, 피의자들이 법정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측근인 정진상, 김용에 대해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유동규는 이 대표측에 검은 돈을 전달했다고 진술하고, 남욱은 김만배의 천하동인 1호의 일정 지분이 이재명 시장실 몫이라고 밝혔다.두 사람의 진술 변경 이유가 그럴 듯 하다. 유동규는 정진상, 김용을 '의형제'로 여긴 것이 본인의 착각이었다고 한다. 정진상이 유동규에게 "우리는 모르는 척하고 개인 비리로 몰아갈 것"이라 했다는 구속영장 청구서 내용도 공개됐다. 남욱은 대선 1위 후보였던 이 대표가 "무서웠다"고 진술 번복의 이유를 밝혔다. 유동규는 배신감에, 남욱은 보복의 위험에서 벗어나자 '오메르타'를 깼다는 얘기다.범죄자들의 의리와 신뢰는 신기루에 가깝다. 애초

  • [참성단] 감탄사
    참성단

    [참성단] 감탄사 지면기사

    '할(喝)'은 선승들이 즐겨 쓰는 감탄사다. 언어로 표현할 길이 없는 진리와 마음자리를 가르치거나 수행자들을 독려하거나 질타할 때 내는 고함소리다. 임제 의현(臨濟義玄, 미상~867) 선사는 제자들을 가르칠 때 할을 자주 사용하여 유명세를 치렀다. 덕산 선사는 할 같은 고함 대신 몽둥이를 썼는데, '덕산의 몽둥이와 임제의 고함소리'를 이른바 덕산 방 임제 할(德山棒 臨濟喝)이라 한다. 모두 격외(格外)의 가르침들이다.선사들은 '할'을 썼지만 지금 우리는 '헐'을 쓴다. 헐 같은 감탄사는 독립언으로 다른 문장 성분들과는 관련 없으나 경우에 따라 백마디 말보다 더 효과적일 때가 많다. 감탄사는 우리말의 9품사 중 하나로 말하는 사람의 감정이나 의지 또는 응답으로도 쓰인다.우리말에서 널리 사용되는 감탄사들로는 하이고·어머나·그것 참·쳇·젠장·얼씨구·아뿔싸·맙소사·오호라·애걔 등을 꼽을 수 있다. 우리말은 상황과 언어습관에 따라 맞춰 쓸 수 있는 감탄사가 풍부하고 많은 편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감탄사들이 사라지거나 사용의 빈도수가 줄어들고 있다. 연령과 성별에 따라 선호하는 감탄사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요즘에는 어찌된 영문인지 모든 감탄사가 '헐' 아니면 '대박'이다. 영미권 국가에서 그레이트(great)란 추임새를 자주 섞어 쓰고, 국내에 있을 때는 '헐'과 '대박'이란 말만 적절하게 써도 사회생활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한다.언어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그러면 헐과 대박이 요즘 들어 감탄사의 우세종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시대와 환경의 영향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22일 현재 소득 3분위 중산층 가계가 부담하는 가계대출이 일 년 사이에 27%나 수직 상승하면서 2019년 통계 개편 이후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 해 동안 이자 부담만 17조원이 더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종부세 납세자도 대폭 늘어 122만명을 돌파했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감탄사는 헐과 대박밖에 없다. 여기에 민생은 구호뿐 정쟁으로 점철된 정치권과 대통령 출근길 문답의

  • [참성단] 카타르의 개막전 패배
    참성단

    [참성단] 카타르의 개막전 패배 지면기사

    2010년 5월 대한민국, 일본, 카타르, 미국, 호주 등 7개국이 2022 월드컵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그해 12월 카타르는 4차까지 진행된 투표에서 14표를 얻어 8표에 그친 미국을 제치고 개최국이 됐다. 한국은 3차 투표에서 탈락했다.여론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서방언론은 여름철 낮 기온이 최고 50도까지 치솟고, 습도가 높은 기후적 특성을 문제 삼았다. 외출하기조차 힘든 마당에 축구경기가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에서다. 카타르와 FIFA는 무더위를 피해 겨울철에 대회를 여는 고육책을 택했다.월드컵 본선에 한 차례도 오르지 못한 경기력도 논란이 됐다. 주최국의 빈약한 경기력과 예선 탈락은 대회 전체의 흥행에도 찬물을 끼얹는 대형 악재다. 역대 월드컵에서 주최국이 일찌감치 짐을 싼 대회는 흥행이 저조했다. 개최국 조 편성에 최상위 그룹 팀을 배제하는 이유다.카타르는 부정적 시각을 돌리려 국력을 소진했다. 사상 최고 대회로 월드컵의 개념을 바꿔놓겠다고 장담했다. 국부(國富)의 원천인 오일달러(Oil Dollar )를 쏟아부었다. 8개 경기장 건설과 인프라 구축에 310조원이 투입됐다. 주경기장인 엘베이트 스타디움만 4조원이다. 태양열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고, 차갑게 식힌 물을 순환시켜 섭씨 22도를 유지하는 첨단 에너지 공급시스템이 가동된다.카타르가 월드컵 개막전에서 완패했다. 20일 밤 개막식에 이은 첫 경기에서 남미의 복병 에콰도르에 0-2로 졌다. 전반 3분 만에 터진 첫 골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지 않았다면 0-3으로, 일방적인 게임이었다. 전반에 2골을 내준 뒤에도 반전의 기미가 없자 홈팬들이 경기장을 떠나면서 종반에는 빈 좌석이 많았다. 월드컵 개최국이 첫 경기를 지지 않는 전통이 깨졌다. 네덜란드, 세네갈전을 앞둔 카타르는 첫 승도 힘들다는 예상에 분위기가 험악하다.카타르 월드컵은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선정 당시 오일달러로 대회 출전권을 샀다는 비판이 거셌다. 주최국이 개막전에서 패하자 본선 출전국에 한해 개최자격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낯선 아랍 문화에 대한 선수단 불만도 만만치 않

  • [참성단] ICBM과 김정은 부녀
    참성단

    [참성단] ICBM과 김정은 부녀 지면기사

    북한은 지난 18일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최고 고도 6천100㎞까지 올라가 최고 속도 마하 22로 비행한 ICBM의 정상각도 발사 사정거리는 1만5천㎞. 사정권에 미국 전역이 포함된다. 한·미·일을 비롯한 자유진영 전체가 발칵 뒤집어졌다.북한 ICBM에 놀란 세계 언론은 곧바로 김정은의 기행으로 오리무중에 빠졌다. 조선중앙통신이 19일 ICBM 시험발사를 참관한 김정은과 딸의 모습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김정은 부녀의 등장에 ICBM은 졸지에 배경으로 희미해졌다. 전 세계를 긴장시킨 핵무력 과시 현장에 아빠 손을 잡고 등장한 소녀의 밝은 미소라니, 기괴하다.ICBM과 김정은 부녀, 국내외 언론들의 추측이 난무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무장이 대를 이어 진행될 세습 과제임을 천명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핵무장 포기는 없다는 메시지라는 얘기다.가장의 실패가 드러날 현장에 가족을 동반할 리 없다. 딸뿐 아니라 부인과 여동생 등 백두혈통 모두가 참석한 것은 ICBM 개발 완료 선언과 같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에 공개된 딸이 4대 세습의 주인공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지켜볼 일이다.김정은의 리더십은 악행과 기행으로 종잡기 힘들다. 고모부인 장성택을 총살하고 백두혈통의 적자이자 이복 형인 김정남을 암살했다. 한물 간 미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먼과 절친이고,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는 세 차례 정상회담으로 국제뉴스의 주인공이 됐다. '도보다리'를 같이 산책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을 '삶은 소대가리'라 욕하고,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박살냈다.세습 전제군주는 세습 권력을 대를 이어 유지하려 악행과 기행을 서슴지 않는다. 평가도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우리 사회에도 김정은을 전근대적인 세습독재자로 보는 보편적인 평가와 유시민처럼 계몽군주로 보는 시선이 혼재해 있다. 한 국가, 한 도시를 절멸시킬 수 있는 핵탄두를 탑재할 ICBM 발사현장에 등장한 하얀 패딩의 10대 소녀. 핵미사일을 물려받은 북한 4대세습 체제를 상상하면 온몸의 털이 곤두선다. 한편에서 하얀 패딩의 소녀에게서 계몽군주

  • [오늘의 창] 족구와 소맥 잔치
    참성단

    [오늘의 창] 족구와 소맥 잔치 지면기사

    전 국민이 안타까워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 정부는 지난 5일 자정까지 국가 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공직자들에게는 술자리 등 사적인 모임을 자제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 기간 지역위원회 정치 일정을 최소화해 달라고 의원 및 당직자들에게 요청했다.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각종 행사를 취소하며 슬픔을 나눴다. 많은 이들이 동참했다.하지만 누구보다도 사고 수습과 치유를 위한 노력에 힘을 보태야 할 부천지역 일부 국회의원과 시·도의원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민주당 소속 A 국회의원과 시·도의원들은 추모와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는 참사 바로 다음날 파주의 한 저수지로 당원 워크숍을 떠났다. 이 자리에서 전 국민의 슬픔을 무시한 채 술자리를 가졌다. 이들은 당원들과 함께 족구경기도 하고, 소주와 맥주를 나눠 마셨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포천의 한 식당으로 이동해 술자리를 이어갔다.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A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사려 깊지 못한 행사 진행으로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반성하고 자숙하겠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음주 금지령에도 술판을 벌인 것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정치권은 물론 시민들까지 이번 사태를 일으킨 당사자들의 사퇴를 잇달아 촉구했다.상황이 이런데도 A 의원과 시·도의원들은 아직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여전히 본연의 임무에 충실히 하고 있다. 지역 정가는 기가 찬다는 반응이다. 시민들의 시선도 싸늘하다. 사람들은 이들이 진짜 사퇴하길 기다리는 게 아닐 것이다. 진심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는 정치문화가 정착하길 원하는 것으로 짐작된다.이태원 참사 희생자는 158명으로 늘었다. 슬픔에 잠겨 있을 유가족과 국민들 앞에 이제는 답해야 할 때다. 그게 바로 정치인의 책임 있는 자세다. /이상훈 지역자치부(부천)차장 sh2018@kyeongin.com이상훈 지역자치부(부천)차장

  • [참성단] 마스크 쓴 손흥민
    참성단

    [참성단] 마스크 쓴 손흥민 지면기사

    마스크(Mask)의 사전적 의미는 얼굴을 가리는 일체의 도구를 말한다. 외부의 해로운 공기가 체내로 흡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눈, 코, 입을 보호하는 것을 포함한다. 동양문화권에서 친숙한 가면이나 탈도 범주에 든다. 보온, 보건, 방역, 방진, 방독을 위해 널리 쓰인다.코로나 19 이전엔 마스크 착용이 일상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건장한 남성이 마스크에 모자를 쓰면 범죄자 취급을 받았을 정도로 거부감이 컸다. 미국과 유럽권에선 코와 입을 가리는 마스크를 싫어하는 문화가 뿌리 깊다.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는 것을 부자연스러운 행위로 본다. 심지어는 공포의 대상이 되거나 살인마의 필수품으로 인식된다. 코로나가 창궐한 시기에도 유럽 일부 국가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은 연유다.반면 소설과 영화엔 마스크를 쓴 영웅(Hero)이 자주 등장한다. 현란한 칼 솜씨로 악당을 제압한 뒤 알파벳 Z를 남기고 사라지는 '쾌걸 조로'는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다. 고담을 지배하는 악의 세력과 맞서는 '배트맨(Batman)'도 마스크를 써야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 코미디언 짐 캐리가 열연한 영화 '마스크'는 더 노골적이다. 마스크를 얼굴에 뒤집어쓰는 순간 초능력자로 변신하고, 모두를 내 편으로 만드는 매력을 발산한다.안와골절 수술을 받은 손흥민(토트넘)이 지난 16일 카타르월드컵 축구대표팀에 합류했다. 얼굴 보호를 위한 마스크를 쓰고서다. 코치진과 취재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손은 밝은 표정으로 첫 훈련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왼쪽 눈 주위는 여전히 부었고, 수술 자국이 남았으나 심각한 상태로는 보이지 않았다.손은 이날 준비해 온 검은색 마스크를 꺼내 들었다. 토트넘 구단이 그의 얼굴에 맞춰 특별 제작했다는 마스크는 양쪽 볼과 콧등 언저리까지 가린다. 쾌걸 조로나 배트맨 마스크와 흡사하다. 눈치 빠른 언론은 '다크 나이트 손흥민의 등장'이라고 소개했다.마스크는 얼굴을 감추고 악의 무리와 싸우는 영웅의 상징물이다. 없던 힘도 생기는 영물(靈物)이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수비수 김태영은 깨진 머

  • [참성단] '떡볶이 먹방'
    참성단

    [참성단] '떡볶이 먹방' 지면기사

    떡볶이는 한국인의 소울 푸드다. 주식인 쌀로 만든 떡과 유일무이한 전통 양념 고추장의 조합에 한국 식문화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역사는 짧다. 마복림 할머니가 1953년 신당동에 좌판을 놓고 팔던 떡볶이가 원조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신당동 일대에서만 명맥을 유지했던 떡볶이가 각광 받기 시작한 건 쌀 자급과 밀이 흔해진 산업화 시대부터다.떡볶이의 장점은 간단한 레시피와 저렴한 원가이다. 손 맛에 자신이 있으면 누구나 떡볶이 가게를 차릴 수 있고, 집집마다 고유한 레시피로 즐길 수 있다. 개방적 레시피는 떡볶이의 가치를 한껏 확장시킨다. 라면, 어묵, 만두, 차돌박이, 치즈 등 거의 모든 고형 재료를 품는 넉넉함으로 계층과 국경을 초월한다. 한국인이라면 세대 불문하고 마음 속에 추억을 길어 올릴 떡볶이집 하나쯤은 품고 있다고 봐야 한다.국민적 사랑 때문인지 떡볶이는 논란도 화제도 많다. 쌀떡파와 밀떡파의 신경전은 유구하고, 유튜브에는 떡볶이 순례자들의 체험 영상들이 넘쳐난다. 부산 사람들은 가래떡의 원형을 유지한 떡볶이에 자부심을 느끼고, 대구 사람들은 납작만두를 곁들이는 떡볶이를 최고로 친다.공론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논쟁의 주인공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다. 떡볶이를 정크푸드로 격하하면서 찬반 논란을 촉발시켰다. 그랬던 사람이 떡볶이 광고에 출연해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경기도지사 때 황씨와 떡볶이 먹방을 찍었다가 제대로 유탄을 맞았다. 이천 물류센터 화재가 한창이던 시간에 먹방을 찍었다 해서 정치적 곤경에 빠졌고, 결국 사과했다.최근 황교익-이재명 먹방 사고를 능가하는 떡볶이 먹방 사고(?)가 발생했다. 유튜브 채널 '더 탐사'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영상을 배경으로 떡볶이 먹방 광고를 실시간으로 내보냈다가 국민적 공분에 직면했다. 일전에 현장 확인도 없이 한동훈-윤석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보도했던 바로 그 채널이다.더 탐사는 유족 동의 없이 희생자 명단을 공개해 물의를 일으켰다. 명분은 진정한 조의였다. 하지만 빈소에서 떡볶이 좌판을 벌인 셈이니 유족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