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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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손흥민의 EPL 100골 지면기사
어김없이 '손흥민 존'이었다. 발끝을 떠난 공의 궤적은 아름다웠다. 골키퍼는 다 보고서도 막을 수 없었다. 토트넘의 손흥민이 또 한번 역사를 썼다. 8일(현지시간) 홈 경기에서 브라이턴을 상대로 넣은 선제골로 프리미어리그(EPL) 100번째 골을 기록했다. 세계 최강 프로축구판인 EPL 역사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 기록이다.손흥민의 축구 역사 갱신 여정은 경이롭다. 2019년 11월 7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유럽 리그 통산 122, 123호 골을 넣었다. 한국 축구의 전설이자 분데스리가의 영웅 차범근이 세운 통산 121골 기록을 넘어섰다. 아시아 선수의 유럽 단일 리그 득점 기록이었던 차범근의 분데스리가 98골 기록도 EPL 100호 골로 경신했다. 20세기 '차붐(Cha Boom)'의 전설이 21세기 '쏘니(Sonny)'의 신화로 격상됐다. 유럽 축구팬에게 아시아 축구는 한국이다.국제축구연맹(FIFA)은 2009년 푸스카스상을 제정해 한 해 동안 가장 아름다운 골을 넣은 선수에게 시상한다. 푸스카스는 1954년 월드컵 본선에 첫 출전한 대한민국을 9대0으로 유린한 헝가리의 주장이었다. 손흥민은 '번리전 70m 단독 드리블 골'로 2020년 아시아 최초 수상자로 선정됐다. 푸스카스에게 받은 한국 축구의 치욕을 푸스카스상으로 씻었다. 축구판 한강의 기적으로 손색이 없다.그래도 손흥민 축구의 가장 큰 족적은 2022년 EPL 골든부트(득점왕) 수상일 테다. 리그 마지막 경기 후반전에 연속 두 골을 넣어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와 공동 득점왕이 됐다. 동료들의 헌신적인 조력으로 득점왕에 올랐을 때, 손흥민은 토트넘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됐다.손흥민이 쌓아올리는 축구 금자탑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남다른 노력과 인성 때문이다. 손흥민 존은 피나는 훈련으로 완성된 양발의 자유 때문에 가능했다. 자신 때문에 부상당한 선수 때문에 괴로워하고, 승패를 떠나 상대를 존중해 존경받는 인성으로 팬들을 감동시킨다. 최근 월드클래스 수비수 김민재와의 불화설도 그의 리더십 덕분에 깔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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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가뭄도 진영 탓 지면기사
유비가 강둑에 앉아 황허의 물결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무너지는 한(漢) 왕실을 걱정하는 젊은 종친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백년하청을 보며 큰 뜻을 품은 장부와 달리 백성들은 해마다 반복되는 수난(水亂)이 걱정이다. 80만㎢의 방대한 유역을 가진 황허는 수억 톤의 토사를 동반한 잦은 범람으로 중·하류 지역에 재앙을 내렸다. 가문 해엔 농작이 말라붙어 초근목피로 연명해야 한다.중국 고대사에 전하는 요 임금은 '곤'이란 인물에 '황허의 홍수를 막고 가뭄에 대처하라'며 치수(治水)를 맡겼다. 수년이 지났으나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뒤를 이은 순 임금은 그를 내치고 아들 우에게 대를 이어 임무를 완수하라 명했다. 물을 막는 대신 길을 트는 방식으로 가두고 흘리자 물길이 순해졌다. 우는 10년 넘도록 처자식과 노모가 있는 집 앞을 지나면서도 들르지 않는 독한 집념으로 대업을 완수했다. 순은 물길을 다스린 공을 높이 치하하고 우에게 왕위를 선양했다. 사마천이 지은 '사기'에도 소개된다.중화에 접한 한반도 땅도 자연재해를 피하지 못했다. 소빙하기로 불리는 17~18세기 100여 년은 가뭄과 여름철 냉해, 해일이 덮치는 대재앙의 연속이었다. 인조·효종·현종·숙종은 유난한 기상이변에 정상적인 국가통치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농경지가 갈라지는 지독한 가뭄이 5년간 이어진 숙종 때가 절정기였다. 숙종은 스스로 '하늘이 내린 왕'이라며 맞섰으나 자연재해엔 역부족이었다.주중 전국에 단비가 내렸다. 가뭄이 극심한 남부지방에도 50~80㎜ 강우량을 보여 해갈에 도움이 됐다. 충남 홍성지역에 번지던 화마도 진화됐다. 비록 충분치는 않으나 작물 생육에 고마운 자양분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늦은 봄 출하되는 햇마늘이 금값되는 걱정은 덜게 됐다.식수마저 바닥난 물 부족 사태를 두고도 진·보가 또 다툰다. 한쪽에선 "가뜩이나 모자란 물을 가두지 않고 흘려보내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고 한다. 즉각 "인체에 치명적인 녹조를 막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영산강 보를 부분 개방했으나 최저수위를 지키고 조절한다"고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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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보고 싶은 얼굴' 현미 지면기사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동훈 법무부장관 앞에서 읊조린 '애모' 중 한구절이다. 김건희 대통령부인 수사에 소극적인 검찰을 비판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하지만 정작 작아진 사람은 한 장관과의 설전에서 궁지에 몰리자 맥락없이 애모를 인용한 김 의원 아니냐는 판정이 무성하다.덕분에 김수희와 애모가 의문의 1승을 거두었고, 대중가요의 힘을 확인해줬다. 동시대의 희로애락을 집대성한 대중가요는 시대의 거울이다. 가수를 떠올리고 노래만 들어도 그 시대의 정서에 잠긴다. 세대와 함께 명멸하고, 명곡과 명반은 세대를 초월한 공감과 감동으로 영생한다.4일 원로 대중가수 현미가 향년 85세에 타계했다.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 노익장을 과시하며 시청자들과 만난 데다, 사망 전날에도 대구에서 노래교실 공연을 했다니 뜻밖의 부고가 황망하다. 1957년 미8군 무대에서 데뷔한 현미는 이미자, 패티김과 함께 전후 대중가요계를 주름 잡은 1세대 트로이카다."밤안개가 가득히 쓸쓸한 밤거리"로 시작하는 '밤안개'는 번안곡임에도 대중의 애창과 열창으로 현미의 대표곡이자 대중가요사의 명곡이 됐다. 동명의 영화 주제가 '떠날 때는 말없이'도 크게 히트했지만, 밤안개에 버금가는 히트곡은 '보고 싶은 얼굴'일 것이다.'눈을 감고 걸어도 눈을 뜨고 걸어도 보이는 것은 초라한 모습 보고 싶은 얼굴'. 동명의 로맨스 영화 주제가였지만, 전후 실향민들은 북에 남겨둔 가족들 생각에 울먹이며 따라 불렀던 노래다. 아버지 어머니가 한숨 쉬듯 불렀던 노랫말은 실향 2세대의 귀에도 각인됐다.현미 역시 평안남도 출신 실향민이다. 이봉조와의 결혼(?)으로 상처 입고도, 거침 없는 발성으로 영원한 현역을 자처한 여장부의 삶을 일궈왔다. 실향이라는 결핍의 소산일지 모른다. 1998년 중국에서 북에 두고 온 동생과 해후한 장면은 전 국민을 울렸다.현미는 대중가요사의 1세대 디바이자, 1938년부터 엊그제까지 오욕과 영광이 점철된 현대사를 정통으로 맞은 통사적 인물이다.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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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형사 기소된 트럼프 지면기사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 기자 밥 우드워드(Bob Woodward)와 칼 번스타인(Carl Bernstein)은 자질이 달랐다. 우드워드는 다수의 취재원과 밀착 접촉해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심도 있는 기사를 썼다. 반면 번스타인은 기사 작성에 능하고, '촉'이 좋은 기자였다. 사건 초기에 이미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연관됐을 것으로 추정한 유일한 인물이었다.성격도 달랐는데, 공통분모는 질긴 근성을 지녔다는 점이다. 둘은 3년 가깝게 워터게이트 사건에만 매달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사임을 이끌어냈다. 검찰 기록과 견줄 심층 기사는 저널리즘 역사에도 깊이 각인됐는데, '탐사보도'란 용어도 이때 생겨난 것이다.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도청장치 설치와 관련, 거짓말이 들통 나 탄핵위기에 몰렸다. 정치인 위증은 미국인들이 혐오하는 죄목이다.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되기 전, 사임의사를 발표하고 백악관을 떠났다. 후임인 제럴드 포드는 닉슨을 사면했고, 검찰은 기소하지 않았다. 이로써 대통령을 사법 심판대에 올리지 않는다는 미 정치사의 전통을 가까스로 지켜냈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여비서와의 추문으로 사법 처리될 뻔했으나 기소되지는 않았다.성 추문 입막음 의혹으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 오후 뉴욕지방법원에 출석했다. 앞서 뉴욕 맨해튼 대배심(大陪審)은 지난달 말 포르노 배우 출신 여성에게 2016년 성관계 폭로 입막음용으로 13만달러(1억7천만원)를 준 혐의로 트럼프를 기소했다.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이 형사 기소된 것은 건국 이래 처음이다.트럼프 기소를 두고 미 언론이 한국 정치를 소환했다. 다수 매체가 "한국과 비슷한 정치 보복과 분열로 치달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전했다. 대표적인 반(反) 트럼프 성향의 뉴욕타임스도 "200년 넘은 원칙을 지켜온 미국 민주주의가 시험에 빠질 수 있게 됐다"고 한다.트럼프는 마녀사냥이라며 정치탄압으로 규정했다. 지지자들 폭동이 우려되는 와중에 지지율은 더 올랐다는 보도가 나왔다. 여론조사에서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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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풍수와 산불 지면기사
풍수는 자연철학이자 공간학이다. 풍수는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준말로 묘터를 잡는 음택풍수, 집터와 관련된 양택풍수, 그리고 도시나 마을의 입지를 살피는 양기풍수로 나뉜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자연재해와 혹독한 자연환경에서 살자니 풍수를 따지지 않을 수 없었고, 여기에 좋은 땅을 찾고 지력(地力)의 도움으로 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바람이 만든 지력신앙(地力信仰)이 바로 풍수다. 좋은 터를 잡기 위한 노력은 입지 조건과 형세를 살피는 간룡법과 수구를 보고 좌향을 잡는 포태법(胞胎法) 등으로 구체화한다.풍수의 중요 요소는 산·수·풍·향 등이며 산에도 오행 또는 오형이 있다. 산의 다섯 가지 형태 중에서 화형산(火形山)이 있다. 산이 암석인 돌산인 데다가 정상부가 뾰족한 두세 개 이상의 봉우리가 있으면 이를 화산, 불기운이 있는 산으로 본다. 2일 화재가 발생한 인왕산은 수도 서울의 사신사 가운데 우백호에 해당하며, 암석으로 이뤄진 돌산이기에 물이 부족하여 화기가 많은 산으로 본다. 아무리 비가 와도 머금지 못하고 금방 다 흘러 내려가기 때문이다.조선시대 '승정원일기'에 기록된 화재는 약 2천500건에 이른다. 조선시대 최대 규모의 산불은 순조 4년(1804)에 발행한 강원도 동해안 일대의 산불로 이때 2천600호의 민가와 사찰 3곳이 소실되는 큰 피해를 보았다. 그러다 보니 화재에 대한 대비책도 있었고, 전담 기구도 있었다. 가령 세종 8년(1426)에 한성부 대형 화재를 계기로 설치된 금화도감이 그것이다. 금화도감이 해체된 뒤에는 멸화군을 두고 진화를 전담시켰다.조선시대 방화대책은 광화문 등에 세운 해태상이나 근정전 등 대형건물 좌우에 물을 채워둔 '드므'라는 대형 금속 항아리를 들 수 있다. 특히 숭례문은 불을 상징하는 남쪽의 대문인데다가 관악산이 화산이라 여기에도 해태를 두고 연못을 팠으며 화기를 누르기 위해 현판을 가로가 아닌 세로 형태로 세워두었다.풍수는 비과학적이지만 자연친화적이었고, 현대 사회의 화재대책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이지만 자연을 이용의 대상으로만 여긴다. 최근 잇따른 대형 산불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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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천원 학식과 편의점 도시락 지면기사
수년 전 한 먹방 프로그램에서 대학 구내식당의 인기 메뉴를 소개한 적이 있다. 한 대학의 '짜계치' 레시피가 유행이 됐고, 컵밥과 부대찌개도 침샘을 자극했다. 무엇보다 2천~3천원 대 가격이 놀라웠다. 다른 대학의 육회비빔밥, 오므라이스 등 고급 메뉴 가격도 3천~4천원대로 비현실적이었다.고물가로 호주머니가 얄팍해진 대학생에겐 이마저도 부담인가. '천원 학식(學食)'이 화제다. 아침 요기를 못한 대학생에게 제공하는 천원짜리 조식이다. 구내식당 가격도 버거워 끼니를 거르는 학생들을 위한 고물가 시대의 대학 복지다. 정부와 대학이 원가를 분담한다.고물가 고통은 평등하다. 대학생에게 천원 학식이 있다면, 샐러리맨에겐 편의점 도시락이 있다. 만원짜리 한장으로는 식당 밥 먹기 힘드니, 5천원 안팎의 편의점 도시락이 구세주다. 특히 혼밥에 익숙한 MZ세대 샐러리맨에게 삼각김밥, 도시락 등 편의점 식사는 일상이다.천원 학식과 편의점 도시락의 이면엔 대학생과 젊은 샐러리맨 등 MZ세대의 주목할 만한 소비 패턴이 있다고 한다. 평소엔 가성비를 추구하는 짠돌이지만, 경험할 만한 가치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천원 학식과 편의점 도시락으로 아낀 돈으로 해외여행을 가고, 오마카세를 먹고, 호캉스를 즐기는 극단적인 소비 양극화 현상이다.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천원 조식'을 시식하더니, 정부 지원 예산을 25억원으로 늘려 수혜 대학과 대학생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아예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전체 대학을 지원하자고 한 술 더 뜬다. 이런 식이면 대학생과 동년배 청년 취업자의 아침 밥값도 지원해야 맞다. 세대 불문 천원 밥상을 마다할 리도 없다.형평의 문제만큼이나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소비시장의 중간에서 생계를 꾸리는 수많은 자영업자들도 생각해야 한다. 편의점 도시락 인기에 직장가 음식점 주인들은 울상이다. 천원 학식이 확대되면 대학가 음식점들도 유탄을 맞을 수 있다.정부와 정당이 MZ 세대에게 제공해야 할 건 마르지 않는 아르바이트와 양질의 일자리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구태여 천원 학식에 줄 서고, 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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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열 살 'kt wiz' 지면기사
2015년 KBO 리그에 입성한 수원 'kt wiz'는 예상대로 꼴찌에 머물렀다. 시즌 성적 51승 91패, 승률 0.364. 신생팀의 한계를 드러내며 대량 실점에 빈공으로 초반에 무너지는 게임이 많았다. 상위 팀들은 kt 전에 1·2선발 투수를 차례로 올리는 등 승수 챙기기 제물로 삼았다. 3년 차인 2017년 시즌이 최악이었다. 50승 94패, 승률 0.347에 머물며 최다 패 신기록을 썼다. 패하는 날이 많아지고 젊은 유망주들을 타 구단에 넘기면서 팬심이 차갑게 식었다. SNS 커뮤니티에선 'kt 호구스'란 달갑지 않은 별명으로 통했다.성적이 바닥인 와중에 불미스런 사고와 악재가 잇따랐다. 2016년 시즌 중에 구단을 대표하는 홈런 타자가 음란행위를 하다 적발돼 야구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사건 당일도 경기 출전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주전 선수가 음주 운전하다 적발되고, 분을 참지 못해 배트를 내던지는 등 사고와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마법사들은 어린 동심(童心)도 멍들게 했다. 어린이날인 5월 5일 경기에서 8년 연속 패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잔칫날에 원정경기는 물론 홈구장에서도 대패해 어린이 팬들을 울렸다. 박병호 선수를 영입한 지난해 지긋지긋한 연패의 악몽에서 벗어났다.프로야구 막내 구단 kt wiz가 창단 10년을 맞았다. 처음 5년은 동네북 신세로 고전했으나 2020년 창단 첫 가을 야구 무대에 진출했다. 2019년 잠수함 투수 출신 이강철 감독이 부임하면서 마법을 부리기 시작했다. 2021 시즌 처음으로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KBO 리그 진입 7시즌 만으로, 신생팀들 가운데 최단 기간 우승이다.kt wiz가 이번 주말 홈구장에서 LG 트윈스와 만나 2023시즌에 돌입한다. 투·타 전력이 안정적인 데다 새 용병 좌완 벤자민의 가세로 선발진이 두터워졌다는 평이다. 오른손 타자 알포드에, 기량을 되찾은 강백호가 버티는 타선도 믿음직해 4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기대된다.kt가 둥지를 틀면서 수원은 프로스포츠의 중심 도시가 됐다.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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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쏘울'과 자동차 공학의 명암 지면기사
18, 19세기 유럽과 미국 대도시는 거리를 메운 마차 행렬이 보행자를 위협했다. 부인 마리 퀴리와 노벨상을 공동 수상한 피에르 퀴리도 마차 바퀴에 깔려 숨졌다. 술 취한 마부가 몰았던 음주 마차였다. 인명 피해가 급증하자 등장한 것이 바로 보행자 전용 인도(人道)다.그래도 자동차 시대의 교통사고 양상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20세기 전쟁 전사자 보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2017년 교통사고 사망자 3만7천여명은 아프간, 이라크 전사자 7천여명을 압도했다. 우리도 1991년 교통사고 사망자가 1만4천여명으로 정점을 찍었다.다행히 교통사고 사망률은 감소 추세다. 도로와 신호체계 등 교통시설 개선과 자동차 공학 발전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제조사들은 에어백, 전자제어, 차체강화 등 운전자를 보호하는 첨단 사양 개발 경쟁에 사활을 건다. 이 덕분인지 2020년 한국 교통사고 사망자는 3천81명으로 확 줄었고, 인구 10만명 당 교통사고 사망률 5.9명은 세계 최하위권이다.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동영상이 전세계 SNS를 달궜다. 주행 중 옆 차에서 빠져나온 바퀴에 걸려 하늘로 치솟았다 뒤집힌 채 떨어진 자동차에서 운전자가 걸어서 나왔다. 피해 차량은 현대자동차그룹의 기아 '쏘울'이고, 바퀴 빠진 가해 차량은 쉐보레 '실버라도'다.2021년 2월엔 현대자동차그룹의 'GV80'을 몰다가 계곡 아래로 추락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목숨을 건져 화제가 됐다. 타이거 우즈를 살린 GV80으로 호평받은 현대자동차가 이번엔 쏘울로 소비자의 신뢰를 듬뿍 받았으니, 홍보 효과는 몇년 치 광고비에 버금갈 테다.하지만 사람을 살리는 자동차 공학에도 그림자가 있다. 급발진 사고다. 차량이 스스로 급가속해 돌진하는 사고다. 전문가들은 첨단 기술의 부작용이라 한다.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할머니가 손주를 태우고 운행하던 차량이 600m 가량을 질주하다 도로 경계석을 타고 날아가 지하통로에 추락했다. 손주는 사망했고, 중상을 당한 할머니는 뒤늦게 사실을 전해 듣고 살아갈 희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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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첫째 아이 출산율 63% 지면기사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거치는 전 과정을 의례로 정리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중하게 여겼던 것이 바로 출생의례다. 아이를 갖기 위한 기자(祈子)에서 잉태·출산·돌 등 육아를 포함한 모든 과정에서 거치는 행사·금기·의례 등의 습속을 '산속'이라 한다. 이러한 '산속'은 산육속(産育俗)이라고도 한다. 산속 중에서 산모에게 주어지는 금기도 있다. 가령 아궁이와 굴뚝을 고치면 언청이를 낳는다, 문지방에 앉으면 조산한다, 빨래를 삶으면 피부가 거친 애를 낳는다, 불 난 것을 보면 붉은 점이 있는 아이를 낳는다, 물건을 훔치거나 거짓말하면 손버릇이 나쁜 애를 낳게 된다 등의 금기들이 그러하다.출산 뒤에는 짚으로 왼새끼를 꼬아 대문 위에 건다. 짚을 쓰는 이유는 농경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식량인 벼를 사용함으로써 아이의 식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고, 왼새끼를 꼬는 것은 삿된 기운의 침범을 막으려는 벽사 신앙의 소산이다. 금줄은 사내아이의 경우에는 붉은 고추·검정 숯·미역·붓·짚 뭉치 등을, 여자아이의 경우에는 솔가지·솔잎·백지·미역 다래·짚 뭉치 등을 꽂는다. 아이가 태어나면 삼칠일 동안 가족 외에는 서로 방문을 삼갔다. 이를 부정 타는 것을 막는 것이라 했지만, 실제로는 감염병 같은 질병을 예방하려는 풍속이었다. 이처럼 전통사회에서는 출생을 귀하게 여기고 온 마을과 공동체 사회가 축하해주며, 온갖 정성을 다했다.지금 우리 사회는 심각한 출산율 감소와 인구절벽의 상황 앞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OECD 국가들 평균인 1.59명의 절반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사정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우울한 지표가 하나 더 있다. 출산율 0.78명 가운데서 첫째 아이 출산 비율이 63%로 둘째 아이를 갖지 않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동네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출산과 육아에 온 사회가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인데, 69시간의 연장근로를 추진하는 섣부른 정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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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권도형 쟁탈전' 지면기사
크로아티아 남쪽 발칸반도에 위치한 몬테네그로는 138만㏊, 인구 62만6천명인 작은 나라다. 2006년 신유고연방에서 분리 독립했다. 국명은 이탈리아어 방언으로 '검은 산'이란 뜻이다. 국가형태를 갖춘 10세기 이후 잦은 외세의 침략으로 곤경에 처했으나 멸하지는 않았다. 지명(地名)이 말해주듯 험악한 산세로 둘러싸인 천혜의 요새 덕이다.이름조차 낯선 동유럽 소국이 주목받는다. 몬테네그로 사법당국은 지난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여권 위조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권씨는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으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지난해 가상 화폐 루나·테라 폭락 사태로 전 세계 투자자에게 50조원 이상 피해를 준 혐의로 쫓긴다. 가상화폐가 휴지통에 버려질 조짐을 보이자 보유지분을 서둘러 매각한 뒤 해외로 도피했고, 국제 미아가 됐다.권씨가 체포되자 한국 정부는 즉각 몬테네그로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협약을 맺은 국가라 수일 뒤면 국내로 송환될 것이라 예상됐다. 그런데 미국도 권씨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에 나서면서 상황이 꼬이는 양상이다. 미국도 이미 권씨를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여기에 싱가포르가 신병 확보 대열에 가세하면서 더 복잡해졌다. 현지 투자자 다수가 권씨를 고소했다고 한다. 국제 쟁탈전으로 비화할 조짐이다.디지털 자산인 가상 화폐 특성이 4차 방정식을 만들었다. 국경이 따로 없는 초국가 영역에, 피해자도 특정국에 한정되지 않는다. 미국과 싱가포르 말고도 추가 신병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몬테네그로 법원이 현행법 위반 혐의를 자국에서 먼저 재판하겠다고 한 점도 변수다. 구금 기간을 30일로 연장했다. 국내 송환이 최소 수개월 미뤄지거나 자칫 미국에 빼앗길지 모른다.권씨의 행방은 본인 의사가 중요하다. 형량이 무거운 미국보다 한국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국내 경제사범 최고형량은 40년이다. 미국에선 평생을 교도소에서 보내는 경제사범이 많다.미국 명문대를 나온 30대 수재가 투자자들을 농락했다.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도 사죄하지 않고 도망쳤다. 국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