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넷플릭스 선정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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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넷플릭스 선정성 논란 지면기사

    할리우드의 대배우이자 명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한국팬들은 1960년대 서부영화로 인연을 맺었다. 고독한 총잡이로 등장해 악당들을 소탕하는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건맨', '석양의 무법자'였다. 시가를 씹느라 일그러진 입꼬리와 눈매는 사건을 예고하는 복선이자 그의 트레이드 마크.간간이 TV 영화채널에서 그 시절 이스트우드의 영화를 방영하는데 영 맛이 안 난다. 결정적인 표정 연기가 안개에 가려서다. 흡연장면을 모자이크한 탓이다. MZ세대들이 이스트우드의 시가 장면으로 부모 세대와 공감할 도리가 없다.방송심의규정 때문이다. 방송으로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말아야 할 행위들로 음주, 흡연, 흉기사용 등을 열거해 놓았다. 이 규정이 새로운 안방채널인 '넷플릭스' 등 OTT채널엔 적용되지 않는다. 방송 콘텐츠가 아니라는 이유다. 물론 연령별 시청 등급 표시로 청소년 접근을 막는다지만,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플랫폼의 성격상 무용지물에 가깝다.넷플릭스 콘텐츠의 선정성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는 배경이다. 지난 주말 '정주행' 열기로 뜨거웠던 '더 글로리' 시즌2도 악당들의 엽기와 패륜으로 얼룩졌다. 흡연과 욕설은 예사고, 성적묘사와 가정폭력 수위에 한계가 없었다. 악당의 악행이 심각할수록 복수의 개연성과 쾌감이 강화되는 극적 구조다. 극단적인 대리만족에 취하는 동안, 학폭 피해자 대다수가 '문동은'처럼 할 수 없는 세상은 잊힌다.시사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에 이르면 생각이 더욱 복잡해진다. 다큐가 폭로한 성폭행 전과자이자 피고인 정명석의 만행은 치가 떨린다. 영상과 녹음은 욕지기를 유발한다. 시청자들은 저절로 정명석의 영구 격리와 JMS의 해체에 공감하고, 검찰총장까지 나섰다.다큐의 의도는 성공했지만, 연출이 독했다. '선생님'을 기쁘게 해드린다며 체모까지 드러낸 전라의 여성들이 등장한 장면이 그랬다. 너무 충격적이라 허무맹랑한 교리와 세뇌에 넘어간 여성들을 탓하는 시청 소감이 적지 않다. 정명석의 악행과 피해자들의 무지가 오버랩된다. 처음부터 의도했는지, 의도

  • [참성단] 고령 운전자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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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고령 운전자 사고 지면기사

    민첩성이 떨어지는 고령자들은 돌발상황 대처가 어렵다. 1차선에서 저속운행하거나 급정거하다 추돌사고에 자주 노출된다. 액셀 페달과 브레이크 위치를 혼동해 대형사고 유발자가 되는 사례가 흔하다. 멀쩡하게 차도를 달리던 차량이 인도를 넘어 상가로 돌진하거나 공원으로 진입한 사고 운전자는 어르신일 가능성이 높다.배우 양택조씨는 4년 전 만 80세 되는 해에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했다고 한다. TV 프로그램에 나와 이런 사실을 밝히면서 장점이 많아 주변 사람에 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좋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자동차보험, 자동차세 한 푼 안내고 운전하고 주차하느라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고령자 운전사고가 급증하자 전국 지자체들이 65세 이상 노인들의 운전면허 반납을 유인하고 있다. 자진 반납할 경우 10만~30만원까지 교통카드나 상품권을 준다. 하지만 반납 비율은 평균 2.6%에 불과하다. 걷기 불편한 몸에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망이 부족하기에 노인들이 선뜻 운전대를 놓을 수 없는 현실이다. 생계를 위해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고령자들도 많다.전국동시조합장 선거일인 지난 8일 전북 순창군 모 농협에서 1t 트럭이 투표를 기다리던 유권자 20여명을 덮쳤다. 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대형 참사다. 70대 중반 운전자는 이날 투표를 마치고 비료를 산 뒤 집으로 향하다 사고를 냈다. 평온했던 시골 마을이 아비규환이 됐다.사고 운전자는 액셀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았다고 한다. 순식간이라 너무 놀라 사고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음주운전이나 약물 중독 가능성을 의심했으나 모두 음성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조사가 진행 중이나 전형적인 고령자 사고의 유형으로 잠정 추정됐다.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줄어드는데, 고령 운전자만 예외다. 지난 2020년엔 65세 이상 운전자 과실이 처음으로 3만건을 넘어섰다. 5년 전보다 50%나 늘어난 수치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내버스와 택시를 모는 어르신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순창군 농협 사고 가해자와 피해자들은 한 지역에서 부대끼며 살아온 이웃사

  • [참성단] 완전범죄 목조르는 과학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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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완전범죄 목조르는 과학수사 지면기사

    인천경찰청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반이 최근 택시기사 강도 살인범 2명을 16년 만에 검거해 구속했다. 택시를 방화할 때 불쏘시개로 쓴 차량설명서에 남긴 범인의 쪽지문이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사건 발생 당시엔 찾지 못했던 지문을 발전된 과학수사 기법으로 발견했다.국내외 장기미제사건들의 범인들이 첨단 과학수사 기법으로 잡혔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우리에겐 연쇄 살인마 이춘재 사건이 가장 인상적이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화성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은 30여년 동안 미궁에 빠졌다. 경찰이 30년 묵은 DNA로 범인을 찾고 보니 무기수로 복역 중인 이춘재였다. 순순히 모든 범죄를 인정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추가적인 법적 처벌은 면했다. 그래도 유족들은 한을 풀었고, 화성시는 연쇄살인 사건의 오명을 벗었다.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은 과학수사 발전의 계기가 됐다고 한다. 범인의 흔적을 찾지 못한 경찰은 해외에서 DNA 수사기법을 도입했고, 1994년 처제를 살해한 이춘재를 DNA 증거로 감옥에 가뒀고, 더 이상의 범죄를 막았다.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분석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6년엔 서래마을 영아살해사건을 신속하게 해결해 프랑스 경찰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줬다.미국 드라마 'CSI 과학수사대' 시리즈의 수사관들은 지문, DNA, 혈흔, 탄흔, 토양 등 티끌 같은 증거를 분석하고,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범죄 현장을 재구성한다. 첨단 장비의 활약이 압도적이다. 과학수사의 현실을 과장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기술의 발전은 허구적 상상을 늘 현실로 만들어 왔다.현재의 국과수 기술만으로도 1나노g(10억분의 1g)만 있어도 DNA 분석이 가능하다. DNA를 남기지 않는 범행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사각지대를 찾기 힘든 CCTV는 거대한 범죄자 포위망이다. CCTV가 축적한 거대한 생체 정보와 AI(인공지능)를 연결하면 안면의 특징과 보행 습관만으로 범인을 특정할 수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드론과 무인경찰차가 범인을 추격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과학수사 발전으로 완전범죄는 불가능해지고

  • [참성단] 이야기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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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이야기의 가치 지면기사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펴낸 '한국구비문학대계'(총 85권)는 이야기 문학의 보고요, 문화자원이다. 문화재청은 무형문화연구원과 함께 한국학중앙연구원 어문학연구실에서 펴낸 '한국구비문학대계' 등을 중심으로 1만여 편의 이야기를 분석하고 이 중에서 역사성·예술성·사회문화적 가치 등을 기준으로 평가하여 모두 142편의 이야기를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추천 목록'으로 선정했다. 여기에는 '단군신화', '주몽 설화', '바보 온달', '콩쥐팥쥐', '선녀와 나무꾼' 등 대중성과 대표성을 지닌 설화들이 포함돼 있다.신화·전설·민담을 포괄하여 설화라고 하는데, 설화는 문학의 기원이자 한국문화의 저변을 이루고 있는 문화자원이며 민족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중요한 문화재다. 당연히 국가가 관심을 가져야 하고 국가무형문화재로도 지정돼야 한다.구비문학(口碑文學, oral literature)의 가치를 집대성한 근대적 연구로는 '그림 동화'로 널려 알려진 그림 형제의 '어린이와 가정동화'다. 독일의 법학자, 언어학자인 그림 형제는 1805년 무렵부터 독일의 전설과 민담을 조사하여 이를 책으로 펴냈다. 나폴레옹의 독일 침공으로 인한 극심한 내부 분열과 실의에 빠진 독일인들을 위해 그림 형제는 독일 전래 이야기에서 독일의 정체성을 찾으려 했다. 물론 그 배후에는 '일리아드 오디세이'나 '베어울프' 같이 문학사의 첫머리에 내세울 만한 작품이 없었기에 이에 대한 문학적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한 민족의식이 깔려 있다.그림 형제의 동화집은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 정작 이를 문화콘텐츠로 가공하여 큰 돈을 벌고 자신들이 추구하는 국가적 이념과 가치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은 미국의 월트 디즈니다. 월트 디즈니의 대표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그림 동화집'에 수록된 53번째 동화다.이지연, 미아, 김규아, 윤희대 등 국내 그림책 작가 4명의 작품이 지난 6일 이탈리아에서 시행하는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우리 드라마·영화·그림책·동화는 물

  • [참성단] 14.9도 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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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14.9도 소주 지면기사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1821~1867)'를 사로잡은 술 '압생트(Absinthe)'는 본래 스위스 태생이다. 18세기 말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면서 노동자, 농민의 술이 됐다. 40도 넘는 독주가 싼값에 거래되면서 가난한 문인, 화가, 음악가들도 '초록 요정'을 편애(偏愛)했다. 고흐, 고갱, 랭보, 피카소, 헤밍웨이 등 당대 최고의 문화예술인은 너나없이 압생트에 절었다. 알코올 중독으로 요절한 예술인이 부지기수다.궁핍했던 이 땅의 문인과 예술인들은 소주를 유난히 사랑했다. 쓴잔을 입속에 털어 넣으며 찌든 삶을 씻어내고, 비루한 처지를 위로했다. 청록파 시인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은 외상술로 타박받으면서도 잔에 기대 암울했던 시대를 논하고 생을 탐했다. 애주가 조지훈은 '주도(酒道) 18단계'를 농 삼아 자주 들먹였는데, 마지막 경지를 폐주(廢酒, 술로 인해 저승으로 떠난 사람)라 했다.천재 시인 백석(1921~1996)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소주는 사무치는 그리움을 달래는 위안이 된다. 나타샤를 사랑하나 가난 때문에 만나지 못하는 처지를 한탄하며 눈 쌓이는 겨울밤, 홀로 잔을 기울인다. 그리고는 취기에 젖어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고 망상(妄想)하는 것이다.소주가 14도 시대를 맞았다. 충남지역 소주 업체 '맥키스컴퍼니'는 이달 초 14.9도인 선양(鮮洋) 소주를 출시하고 판촉에 나섰다. 16도인 전국구 '진로이즈백'과 '처음처럼 새로'보다 1.1도 낮다. 회사는 "소비 흐름에 맞추고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위해 최저 도수, 최저 칼로리 제품을 내놓게 됐다"고 한다.희석식 소주가 처음 선보인 1920년대엔 35도였다. 이후 25도와 20도를 거쳐 마침내 절반 이하가 됐다. 독주를 싫어하는 젊은 세대와 여성층을 겨냥한 전략이 '맹물 소주' 시대를 열었다. 도수를 낮추면 원가는 줄고 판매량은 늘어날 것이란 얄팍함이 읽힌다.도수가 떨어지면 '톡 쏘는' 맛이 옅어지고, 비린내를 감추기 힘들다.

  • [참성단] '킹산직' 소동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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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킹산직' 소동의 그림자 지면기사

    현대자동차가 지난 2일 생산직 400명 채용 공고를 내자 수 만명의 지원자가 폭주하면서 홈페이지 접속 대란이 발생했다. 서류접수 마감일이 12일까지라는데, 지난해 기아자동차 기술직 채용 경쟁률 500대 1을 감안하면, 지원자가 10만명을 쉽게 넘길 기세란다.현대차 생산직 입사를 위한 청춘들의 대소동. 이유는 명료하다. 평균 연봉이 2021년 기준 9천600만원으로 전체 근로자 평균 연봉의 2.4배이다. 정년을 보장하고 퇴직후 1년 추가 근무에, 현대차 30% 할인구매와 성과급은 덤이다. 골프를 즐기는 풍족한 삶을 보장한다. 꿈의 직장이다. 현대차 생산직을 '킹산직', '킹차갓산직'이라 우러러보는 신조어는 과장이 아니다.현대차 생산직의 가장 강력한 복지는 노동조합이다. 국내외 자동차 생산량을 노사가 합의할 정도다. 노조가 생산직의 현장 복지를 알아서 살펴주고, 사측은 파업만 안해줘도 감지덕지 허리를 굽힌다. 10년 만에 뜬 생산직 채용에 청년들이 열광하는 건 당연하다. 서점에선 생산직 수험서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온라인 커뮤니티는 면접 요령 등 합격 정보를 공유하려는 수다꽃이 만발한다. 채용 조건은 고졸 이상이지만 대학과 대학원은 물론 고학력 이직자들도 즐비할 테다.현대차 킹산직 채용 대소동은 양질의 일자리에 목마른 MZ세대의 갈증을 보여준다. 직업의 귀천을 가리는 사농공상의 유교관이 무너진 지 오래다. 명문대 졸업생이 9급 공무원을 선택하고, 고스펙 지원자들이 시·군청 미화공무원 채용에 지원한다. 청년들은 적정 임금을 보장하는 안정적이고 안전한 직업을 원한다.문제는 차별이다. 지난해 9월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하루 파업을 단행했다. 정규 생산직보다 가혹한 노동을 수행하면서도 많아야 3천만원대 초반 연봉을 받는 현실을 개선해달라 요구했다. 제네시스 한대를 만드는 일을 하는데 대기업과 하청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천지 차이다. 킹산직의 꿈 같은 연봉은 비정규직, 중소기업 노동자의 희생 덕분이다.킹산직 열풍은 노동 차별의 어두운 그림자이다. 십수만명의 지원자 중 선택받은 400명은 킹산직

  • [참성단] 탈모 치료비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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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탈모 치료비 지원 지면기사

    빠지는 머리카락 수가 갑자기 늘어나 일정 기간 계속될 때를 탈모로 본다. 원인은 크게 유전 요인과 후천적 요인으로 나뉜다. 대체로 머리가 빠지기 전, 머리카락 두께가 얇아지는 전조 증상이 관찰된다. 이마나 관자놀이의 넓이가 늘어나거나 정수리 숱이 줄어든다. 샤워 부스 배수구가 전보다 더 자주 막힌다면 탈모 진행을 의심해봐야 한다.남성은 이마 양쪽 가장자리부터 빠지는 M자 탈모가 많다. 알파벳 O자 탈모는 정수리 주변의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는 경우다. 정도가 심한 U자 탈모는 이마 전체 라인 머리가 빠지는 것을 말한다. 정수리부터 앞머리 사이가 훤히 드러나는 '소갈머리' 탈모는 옆머리를 기른 뒤 역 빗질로 감추기도 한다. 유전적 요인이 적은 여성들은 정수리가 훤한 게 대부분이다.전엔 40·50대 중년 세대 남성에 한정됐다. 최근엔 나이 성별이 따로 없을 정도로 확산하는 추세다. 병원을 찾는 탈모 환자 둘 중 한 명은 20대와 30대라는 보험기관 통계치도 있다. 이 중 20대가 20% 가깝다고 한다. 취업난에 주택 대란까지, 청년 세대가 스트레스에 찌들면서 머리카락 실종사건이 빈발하는 게다.나이 지긋한 중년 세대도 탈모는 재앙이다. 나이가 최소 네댓 살 많아 보인다는 게 통설이다. 구미(歐美) 사회는 탈모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당사자도 크게 낙담하지 않는다.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이 민머리를 하는 게 너무 흔해 유행이 아닌가 할 정도다. 머리카락이 말리면서 피부에 손상을 주는 흑인들은 멀쩡한 머리를 미는 이가 많다. 하지만 신체발부(申體髮膚)를 중시하는 유교문화권에선 삭발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서울 성동구가 청년 탈모 치료비를 지원하는 조례를 만들어 이달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충남 보령시는 40대 이하 시민에 탈모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로 확산할 전망이나 찬반 여론이 갈린다. 위중한 질병에 우선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탈모는 탈출이 어렵다. 증세를 늦추거나 자모 이식이 고작이다. '원숭이 머리가 된다'는 특효약은 넘쳐나는데 환자는 늘고 있다. 한 올 머리카락이 목

  • [참성단] 살생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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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살생부 정치 지면기사

    살생부(殺生簿). 죽일 자와 살릴 자를 분류한 문서다. 한명회의 살생부가 원전에 가깝다. 조카의 왕권을 찬탈하려 계유정난을 일으킨 수양대군. 책사 한명회가 작성한 살생부에 따라 역모의 걸림돌인 김종서 등 원로 중신들을 척살했다. 로마 제정의 기초를 놓은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살생부에 올라 죽을 뻔했다. 원로원 중심의 공화정을 수호하려는 독재관 술라가 카이사르를 공화정의 적으로 보고 살생부에 올렸다. 18세의 카이사르는 로마에서 도망쳐 목숨을 부지했다.소련의 스탈린은 대숙청을 통해 100만여명의 정적과 인민의 적을 살해했다. 공산주의를 좀 먹는 수정주의자들을 겨냥한 중국 문화대혁명 10년간 수십 만명의 지식인과 수천 만명의 인민들이 희생됐다. 북한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에서 사라진 당 간부들은 숙청된 걸로 보면 된다. 최고 권력을 보위하려 고모부, 의붓형도 살생부에 올려 숙청했다. 반동, 반당 살생부는 계속 업데이트된다.살생부는 권력을 유지하거나 획득하려 정치적 반대파를 숙청하는 수단이다. 시대를 불문하고 절대권력 지배체제에서 만연했던 어두운 유산이다. 당연히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존재 자체가 금기이다. 반민주적이고 반인륜적인 시대착오형 용어라서다. 샐러리맨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직장 살생부는 살생부에 대한 민주시민의 생래적 반감의 표현이다.그런데 유난히 한국 정치판에서 살생부가 횡행한다. 선거 직전 공천 때가 장날이다. 2004년엔 상대당 체포동의안에 반대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살생부 명단에 올랐다. 2016년엔 새누리당이 비박계 살생부 논란으로 뜨거웠다. 엄격하게는 공천 배제로 정치생명을 끊겠다는 살부(殺簿)이다.더불어민주당이 살생부로 시끄럽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에서 이탈한 것으로 짐작되는 의원들을, 이 대표 지지자들이 공천 살부에 올렸다. 이 대표 사람 아니면 정치 생명을 끊어야 한다는 얘기다. '반란군', '반동분자'라는 섬뜩한 낙인들은 화풀이 수준을 넘었다.민주주의는 살생부 전횡이 통할 수 없는 체제이다. 이 대표 팬덤이 아무리 강력해도 국민 아래에 있다. 게다가 정치는 생물이다.

  • [참성단]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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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지면기사

    국제축구계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전성기를 1970~1990년대 초반으로 본다. 당시 차범근 선수가 프랑크푸르트와 레버쿠젠 공격수로 맹활약했기에 국내 팬들도 친숙하다. 유럽 최고 수준의 리그에서 전차 군단의 스트라이커 계보는 70년대 '게르트 뮐러', 80년대 '칼 헤인즈 루메니게'로 이어진다.명문 '바이에른 뮌헨'의 간판 뮐러는 584경기, 531골, 102도움이란 놀랄만한 대기록을 남겼다. 유럽컵(UEFA)에서만 74경기 66골을 넣었고, 뮌헨은 1974년부터 3연속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1974 FIFA 월드컵에서 결승 상대였던 네덜란드를 포함해 총 14골을 넣었다. 2006년 월드컵에서 호나우두가 15골을 넣기 전까지 32년간 최다 골 기록이었다.천재 스트라이커 루메니게는 310경기, 162골을 남겼다. 최전방에서 수비수들을 등지고 몸싸움을 하다 갑자기 돌아서 쏘는 터닝슛이 트레이드 마크다. 순간적인 회전으로 수비를 무력화하고, 감각적인 슛으로 골을 터뜨리는 장면은 예술의 경지란 찬사를 받았다. 뮌헨에서 19년간 뛰면서 유럽컵 2회, 분데스리가 2회 우승을 일궈냈다.90년대, 위르겐 클린스만(58)이 영광의 바통(baton)을 이어받았다. 위치선정에 능하고 골 결정력이 탁월하다. 1995~1996 시즌 UEFA 컵에서 15골을 쓸어담으며 팀의 대회 첫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역대 컵 대회 최다 골 기록이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예선전에서 2골을 넣으며 한국 대표팀에 3-2 패배를 안겼다.클린스만이 한국 축구 지휘봉을 잡았다. 계약기간은 2026년 북중미월드컵 본선까지다. 오는 24일 울산에서 열리는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한국 사령탑으로 데뷔전을 치른다. 축구협회는 그에게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거스 히딩크와 12년 만에 16강에 올린 파울루 벤투 역할을 기대하는 눈치다.스타 플레이어는 명감독이 될 수 없다는 속설이 있다. 클린스만도 화려한 선수시절에 비해 감독 이력은 보잘 게 없다. 성적 부진에 불성실한 태도로 구설이 많았다. '한국에서 거주해야 한다'는 당연한 조건이 붙은

  • [참성단] 달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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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달항아리 지면기사

    달항아리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우리 고유의 양식이다. 은은한 유백색(乳白色)에 거대하고 둥근 모양의 달항아리의 공식 이름은 백자대호(白磁大壺)다. 달항아리라는 이름은 조선시대에는 없었고 해방 전후 애호가들 사이에서 별칭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단순하고 투박한 이 백색의 미학에 수많은 미술사가들과 묵객(墨客)들이 열광했다. 혜곡 최순우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서 달항아리를 "백자 항아리에 표현된 원의 어진 맛은 흰 바탕색과 어우러져 너무나 욕심이 없고 너무나 순정적이어서 마치 인간이 지닌 가식 없는 어진 마음의 본바탕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 찬탄해 마지 않았다.한국적 아름다움의 모범으로 평가받는 달항아리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17세기 무렵부터 출현한 새로운 형식의 도자기다. 그 이전에는 청화백자라고 해서 회회청(回回靑)이라 하는 안료를 수입해서 만든 화려한 도자기가 대세였다. 회회청은 페르시아 지역에서 생산한 코발트로 중국을 통해 수입한 고가의 안료이기에 왕실 이외에는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회회청 수입이 어려워지자 코발트 대용으로 출현한 것이 철화백자항아리다. 그런데 회회청을 구하기도 어렵고 또 철화백자도 만들기 어려워지자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백자대호, 바로 달항아리다.아무런 장식과 꾸밈이 없이 백자대토로 두 번을 굽고 상하접합을 통해 만든 커다란 이 원형 항아리는 조선왕조의 종말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지식인들 사이에서 민족주의적인 성향의 기호이자 취미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달항아리 애호가들 가운데서도 김환기 화백의 달항아리에 대한 애정은 매우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가 남긴 달항아리 그림들이 바로 그렇다. 김 화백의 달항아리 그림들도 달항아리 못지않게 유명하고 고가에 거래된다고 한다.리움미술관이 28일 오늘부터 두 달 동안 조선백자를 주제로 한 특별전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을 개최한다. 백자청화매죽문을 비롯해 달항아리 3점 등 모두 42점의 명품 백자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이런 명품 전시를 보면서 고물가로 인해 팍팍해진 살림살이에, 헌정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