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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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법과 시대정신 지면기사
법원 판결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먼저 곽상도 전 국회의원. 아들의 퇴직금과 성과급 명목으로 대장동 일당에게 50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김만배의 뇌물공여 혐의도 무죄라 했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이 아들을 통해 뇌물을 받은 사실이 의심된다'면서도 '결혼해 독립한 아들의 이익을 아버지의 것으로 평가할 만한 증명이 없었다'고 이유를 밝혔다.정의기억연대 후원금 1억35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국회의원은 1심 재판에서 1천5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윤 의원이 개인계좌를 이용해 후원금을 비정상적으로 관리하고 일부 횡령한 죄가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도 의원직 유지 판결을 내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피고인들에게도 1심 판결은 관대했다. 논란이 된 공소시효보다도 '시세차익 실현에 실패한 시세조정'이라는 판결문이 화제가 됐다.여론이 부글부글 끓는다. 법원이 권력자의 결혼한 자녀에게 뇌물을 제공하라는 뇌물 상납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공분이 거세다. 위안부 할머니를 후원한 국민 성원을 기만한 사람이 금배지를 계속 다는 게 맞느냐고 묻는다. 주가조작은 자본주의 경제질서의 근본을 허무는 중대범죄이다. 성공과 실패로 죄의 경중을 구분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여론에 따라 법의 잣대가 달라지면 안 된다. 정치권이 여론을 빙자한 국민정서법으로 법치에 영향을 미치려는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법도 시대의 공론을 반영한다. 1950년대 법원은 희대의 난봉꾼 박인수 재판에서 "법은 정숙한 여인의 순결한 정조만 보호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법이 여인의 정숙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오만은 지금 가능하지 않다. 박인수를 감옥에 보낸 혼인빙자간음죄 자체도 2009년 폐지됐다.어린 소녀의 인생을 잔인하게 훼손한 조두순이 12년형을 받자, 술 취한 악마에게 관대한 '주취감경' 판례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n번방 사건으로 성 착취 범죄에 관대한 법원 판결에 국민적 비판이 확산하자 형량이 무거워졌다. 정치적 지향에 영향을 받는 국민정서법은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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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민방공훈련 지면기사
1970년대 중반, 시골 초등학교 운동장 자투리땅에 방공호(防空壕)가 만들어졌다. 대략 길이 2m, 폭 1m, 깊이 1m 정도로 네댓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규모다. 호를 파는 작업엔 대개 5~6학년 상급생들이 동원됐는데, 삽과 괭이는 집에서 가져와야 했다. 담임 선생님 감독을 받으며 수일 동안 틈틈이 급우들 전체가 구덩이를 팠다. 어쩌다 생각이 나면 조그만 고사리손으로 어떻게 맨땅을 그리도 깊이 팠는지 한숨이 나온다.사이렌이 울리고 공습경보가 울리면 책을 덮고 교실을 나와 방공호로 뛰었다. 서너 명씩 조를 짜 미리 정해놓은 구덩이로 들어가 머리를 숙이고 몸을 최대한 구부렸다. 어떤 날은 준비해온 비닐 막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이때는 훈련도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는데, 아마도 교육청이나 관청 관계자가 나왔던 날이 아닌가 싶다.1983년 여름 어느 날 사이렌이 요란했다. 예정에 없던 공습경보가 발령됐는데, 여느 훈련 때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었다. 방송 아나운서는 흥분한 목소리로 연신 실제상황이라며 대피소를 찾아 최대한 빨리 몸을 숨기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전국이 떠들썩했던 이웅평 상위(1954~2002) 귀순 사건이다. 김책공군대학을 나와 인민군 공군 비행사로 복무하던 이웅평이 전투기를 몰고 탈북하면서 국민들을 놀라게 한 것이다.올해 5월 전국 단위 민방공훈련이 실시된다.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중앙통합방위협의에서 결정한 내용이다. 2016년 이후 6년 만이라고 한다. 사이렌과 TV 자막 위주로 전파된 민방공 경보는 휴대전화 문자로도 전송해 즉각 대피 등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공습경보가 울리면 주행하던 차량이 멈추고, 행인들이 지하나 실내 도피처를 찾는 광경을 다시 보게 된 것이다.회의에선 학교, 정부청사 등 공공시설이나 아파트·상가단지에 대피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평시에는 수영장과 도서관 등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고 한다.지난해 북한이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민방공 경보가 울렸으나 많은 주민이 이를 인식조차 못했다. 울릉도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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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튀르키예 지진 참사 지면기사
1951년 1월 26일 용인읍 김량장리 151고지. 튀르키예군이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시다)'를 외치며 고지로 돌격했다. 고지를 점령했던 중공군은 튀르키예군의 백병전에 박살났다. 북·중 연합군에 수도 서울을 다시 빼앗겼던 전선의 열세를 만회한 '김량장리 전투'로 튀르키예군은 대한민국 수호의 주역이 됐다. 해마다 용인시 튀르키예군 참전기념비에서 추모행사가 열린다.튀르키예는 6·25 전쟁 때 1만5천명의 병력을 파견해 4천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하는 희생을 감수했다. 2017년 개봉한 영화 '아일라'는 전선에서 맺은 인연을 60년 동안 이어 온 튀르키예 부사관과 전쟁고아 소녀의 실화를 영상으로 옮겼다. 한-튀르키예 양국의 관계는 이 실화와 같이 특별하다. 돌궐 제국시절 고구려와 손을 잡고 중국을 견제했던 역사를 생각하면 나라와 민족 사이에도 숙명적인 관계가 작동하지 싶다.당연히 튀르키예를 향한 한국의 애정은 각별하다. 2002년 월드컵 때 양국이 3, 4위전에서 만나자 상암월드컵 경기장엔 태극기와 튀르키예 국기인 월성기가 관중석을 덮었다. 형제국 선수들을 위한 붉은 악마들의 배려였다. 한국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예상했던 튀르키예 중계진들은 물론 생방송으로 이 장면을 목격한 튀르키예 전체가 감동하고 감격했다.형제국가 튀르키예가 비극에 잠겼다. 지난 6일(현지 시간) 모두가 잠든 새벽을 강타한 대형 지진으로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지역이 폐허가 됐다. 발생 직후 1천여명이던 사망자가 시간이 지나면서 1만명에 육박했고, 얼마나 늘어날지 짐작조차 못한다. 겨울 추위가 잔해에 갇힌 생존자들의 골든 타임을 갉아 먹고, 이재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튀르키예 참사 현장을 담은 한 장의 사진. 잔해에 묻혀 사망한 딸은 겨우 팔 하나만 내놓고 있다. 아버지는 딸의 손을 잡고 표정 없는 석상이 됐다. 온전히 딸을 품에 안을 때까지 그 손을 놓지 않을 테다. 시간이 없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비롯해 전 세계가 지체 없이 튀르키예와 시리아로 구호팀을 보냈다. 대한민국도 110명의 구호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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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슬램덩크' 열풍 지면기사
축구의 중거리 슛이나 야구의 만루홈런만큼 호쾌하고 짜릿한 슛이 바로 농구의 덩크슛이다. NBA스타 르브론 제임스의 엘리웃 덩크나 공중을 날아올라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마이클 조던의 원 핸드 덩크는 세계 농구팬들을 열광케 하는 전설적인 슛이다. 덩크슛은 농구의 꽃이며 상징으로 통하는데, 이 덩크 슛 한 방은 단순한 2점이 아니라 선수와 관중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의 측면에서 보면 점수 그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원작·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요즘 화제다. 지난 6일 이미 누적관객 200만명을 돌파하고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슬램덩크'는 추억의 일본 만화다. 일본의 '주간 소년 점프'(슈에이사)에 1990년부터 96년까지 연재한 만화로 단행본 분량만 해도 31권에 이른다. 연재 당시 초판만 250만부가 팔렸으며 누적 판매 1억 부를 넘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껄렁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을 가진 강백호(한국식 번역명으로 표기함)는 북산고교 진학 후 농구부 주장 채치수의 여동생 채소연에게 한눈에 반한다. 채소연은 신장이 좋고 체력이 좋은 강백호에게 농구부 입단을 제안하고 오직 예쁘고 상냥한 채소연과 사귈 마음으로 강백호는 덜컥 농구부에 가입한다. 실력은 보잘 것 없었지만 좌충우돌하며 연습과 시합을 통해 농구에 눈을 뜬 강백호는 나날이 발전하며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장을 거듭한다.교양소설(Bildungsroman) 같은 성장만화다. 게이머들이 레벨을 올리고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 미션을 수행하고 밤샘을 마다하지 않는 것처럼 독자들은 강백호의 성장과정에 크게 공명한다. 언더독에게 느끼는 커다란 동질감 같은 것이다. 또 현실에서 불가능한 성공 스토리를 강백호를 통해서 대리경험(vicarious experience)하기도 한다. 전형적인 감정이입이다.세계적 경기침체로 인한 좌절과 출구를 찾지 못한 희망 사이에서 우리 청춘들은 강백호의 성장 이야기를 통해 위안과 대리만족을 얻는다. '슬램덩크' 열풍은 어린 시절 추억의 만화에 대한 열광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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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한양성과 북한산성 지면기사
16세기 말, 왜구의 기습 침략을 받은 조선은 혼비백산했다. 임진란 발발 수일 만에 동래성이 함락됐고, 선조는 비를 맞으며 통곡의 피난길을 재촉했다. 태조 이성계의 명으로 정도전이 주도해 쌓은 한양성도 조총의 위력에 처참하게 무너졌다. 도성을 짓밟은 왜군은 잔해만 남은 성에 왜루(倭壘)를 쌓아 사직(社稷)을 조롱했다.왜란에 이어 병자호란으로 반도 땅을 유린당한 후대 왕조는 국방력 강화에 몰두했다. 18세기 초 숙종은 수도방위를 위한 방책으로 한양성을 보강하고, 외성인 북한산성을 축조했다. 이어 인왕산 동북쪽 능선과 북한산 서남쪽 비봉을 연결하는 탕춘대성을 축성했다. 주 성벽과 여장(女墻)을 둘렀고, 동쪽에서 서쪽을 향해 공격할 수 있는 성구(城口)를 일정 간격으로 뚫어 놓았다. 세검정 인근 탕춘대(蕩春臺)에서 연유한 이름으로, 한성의 서쪽에 있다고 해 서성(西城)으로도 불렸다. 이로써 한양을 수성하고 백성을 보호하는 3중 방어막이 완성된 셈이다.한양도성, 북한산성, 탕춘대성을 묶은 '조선의 수도성곽과 방어산성'이 지난해 1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 등재목록에 선정됐다. 잠정목록 가운데 등재 준비가 잘 된 유산을 선정하는 단계다. 등재신청 추진 체계와 연구진 구성, 기준을 충족하는 연구결과, 보존관리계획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600년 넘는 성상(星霜)을 지킨 한양성은 조선 초·중·후기 석축 양식을 품은 문화재다. 수차례 증·개축이 이뤄지면서 축조 방법과 돌 모양이 달라 시대별 특징이 뚜렷하다. 초기엔 다듬지 않은 네모꼴 돌을 불규칙하게 쌓았고, 벽면은 수직이다. 대대적인 개축에 나선 세종 때는 잘 다듬어진 두 세 척의 긴 네모꼴 돌을 하단엔 큰 돌로, 상부엔 작은 돌로 쌓았다. 성벽 중앙부가 밖으로 튀어나온 점이 돋보인다. 숙종 때는 2척(60㎝) 크기 정방형 돌을 일정한 간격에 수직으로 올렸다. 축성기술이 완숙해지면서 한층 견고해졌다.탕춘대성의 정위치가 궁금해 위성지도를 검색해 봤다. 각종 개발행위로 파먹은 땅이 성곽 근처까지 침투한 흔적이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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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2023 춘래불사춘 지면기사
지난 4일이 입춘이었다. 봄이다. 겨울이 꽃을 시샘해 심술을 부릴지라도 이미 온 봄을 막을 도리가 없다. 웹사이트를 뒤져보니 우리 말 '봄'의 어원 설명이 다양해 "이거다"하고 딱 하나 인용할 자신이 없다. 한자어 '춘(春)'의 상형 기원도 '짝짓기 하는 날'이라거나, '풀이 돋아나는 형상'이라고도 하니 단정하기 힘들다. 차라리 영어 'spring'이 직관적이다. 만물이 용수철처럼 튀어 솟는 계절이 '봄'이다.이제 곧 벚나무는 겨울을 온전히 이겨낸 힘으로 꽃을 피울 테고, 봄의 캐럴 '벚꽃 엔딩(버스커 버스커)'이 전국에 울려 퍼질 테다. 봄이 사라진 세상이 오면 봄을 설명하는 대신 '벚꽃 엔딩'을 들려주면 된다니 아티스트에겐 최고의 찬사이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꽃비 내리는 거리를 거니는 연인들, 그 자체로 봄이다.손 잡은 연인이 사랑을 키우듯, 햇살은 얼음을 녹여 물길을 만들고, 물 먹은 대지는 포슬포슬 풀어질 테고, 농부는 흙을 어루만지며 씨앗을 뿌릴 것이다. 하늘은 새들의 구애 비행으로 어지러울 것이며, 땅에서는 동물들이 짝짓기에 여념이 없을 테고. 사람들도 '고생 끝 행복 시작'의 기운으로 넘치는 봄맞이에 설렌다. 이래야 봄 다운 봄이다.봄 같지 않은 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2019년 입춘 직후 참성단 '제목'이다. "인세(人世)의 형편과 시세(時勢)의 기운이 각박하면 봄은 잔인한 계절이 된다"고 했다. 경제, 정치, 외교 환경을 거론하며 "나라와 국민의 기운이 겨울을 벗어났는지 의문"이라고도 했다.올해 봄, 겨울의 잔영이 유난히 짙을 것 같다. 개구리보다 물가가 더 높이 뛰어오를 기세다. 3고 경제위기로 수익이 줄어든 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일자리를 줄이고 나섰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탓으로 영끌족들이 이자에 죽어나가는 동안 은행들은 돈을 주체하지 못한다. 야당은 이재명 살리기에 눈이 멀었고, 여당은 윤석열 심기 경호에 귀를 닫았다.이상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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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출판기념회 지면기사
국민의힘 당 대표에 도전하는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이 1일 출판기념회를 했다. 저서 '더 플레이어'는 뒷전이고, '세(勢) 과시'가 관심사였다.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김병찬 아나운서 사회로 열린 기념회 자리는 지지자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언론은 전했다.행사장 출입구엔 검은색 아크릴 상자 두 개와 방명록 세 권이 놓였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줄을 서 기다리다 흰 봉투를 상자에 넣고 저서를 받아갔다. 정우택 국회 부의장은 "(이왕)오셨으니까 한 권만 사지 말고 지갑 털어서 많이 사서 주변에 책을 나눠드리시라"고 했다. 정치적 동지들의 정겨운(?) 품앗이 현장이다.행사는 오후 2시부터 4시간으로 예정됐는데, 2시45분께 준비한 책이 동났다고 한다. 늦게 온 참석자는 나중에 책을 받을 주소를 방명록에 적거나 명함을 남기고 후원금 봉투를 상자에 넣었다고 취재기자가 전했다. 1천명 넘는 인파에, 조기 완판으로 윤 의원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사전적으로 '출판'은 지식이나 글을 작성한 도서, 사진, 이미지와 같은 미술작품을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서적이나 회화와 같은 저작물을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하는 행사가 출판기념회다. 그런데 정치영역에선 의미가 달라진다. 선거 출마를 위한 출정식이자 정치후원금을 걷는 수단으로 변질하는 것이다.중앙선관위는 2014년 출판기념회 제도 전반을 손보기로 했다. 정치자금 통로란 오명을 씻고 부정여론을 돌려놓자는 의도에서다. 도서 정가 판매만 허용하고 일체의 금품 모금행위를 금하는 안이 논의됐다. 개최횟수를 제한하고 모금액 상한선을 정해 총액과 고액기부자 명단을 신고하는 안을 심의했다. 결과는 용두사미다. 횟수를 제한하지 않았고, 모금액을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관행을 어물쩍 넘겼다.정치인 출판기념회는 모금 한도가 없고, 수익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뇌물을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폐습이란 비판과 함께 폐지돼야 마땅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지난해 말 검찰이 자택에서 수억 원 현금 뭉치를 발견하자 출판기념회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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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민선 7기 경기도 대북사업 지면기사
2018년 한해, 남북 평화무드가 한껏 고조됐다. 4월에 남북정상이 판문점 도보다리를 거닐었고, 6월엔 역사적인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으며, 9월엔 평양 3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다. 당연히 접경지역인 경기도에도 훈풍이 불었다. 파주 도라산역이 남북 교류의 관문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도내 접경 시·군은 남북교류의 수혜지역으로 떠올랐다.그런데 정작 접경지역 경제웅도인 경기도의 당시 이재명 도지사는 평양정상회담 수행단에서 제외됐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만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당내 경선 앙금이 거론됐지만 확인할 도리는 없었다. 하지만 역시 이재명이었다. 그해 11월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가 '1차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개최한다. 북한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 일행이 참석한 행사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당시 이 지사와 이화영 평화부지사가 북한 귀빈을 극진히 영접했다. 그 덕분인가, 이 부지사가 "북측에서 여러 차례 이 지사의 방북 초청 의사를 밝혔다"고 브리핑했다. 이 지사가 '육로로 가고 싶다'고 하자 리종혁은 '다른 경로로 좀 더 일찍 오는 게 좋지 않겠냐'고 답했다는 환담 내용도 밝혔다. 이 지사는 북한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중앙정부에서는 큰 방향을 잡지만 잔뿌리를 내리게 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방북 의사를 강력히 희망한 것이다.결과적으로 도지사 이재명의 방북은 실현되지 않았다. 이 부지사가 2019년 필리핀에서 열린 2차 국제대회에서도 경기도와 북한 교류를 위해 애썼지만, 하노이 미북 2차정상회담에서 망신당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또 다시 국경을 폐쇄했다.2023년 현재 민선7기 경기도 남북교류사업 결과는 참혹하다. 쌍방울그룹의 법인카드를 썼던 평화부지사는 감옥에 갔다. 이 부지사와 경기도의 대북교류를 배후에서 지원한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은 총 800만 달러를 북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광물 채굴권 확보를 위한 로비자금이라는데, 이 중 300만 달러는 전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위한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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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난방복지 지면기사
'옥스포드 영어사전'에는 한글·김치·막걸리·온돌 등 상당수의 우리말이 등재돼 있다. 한글과 김치 등은 그렇다 해도 온돌이 들어가 있다는 게 신기하다. 보일러가 대세인 지금 온돌방은 우리에게도 귀하기 때문이다. 한 세기 전 지리학자이며 여행가였던 이사벨라 비숍(1831~1904)의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에도 온돌 얘기가 나온다. 비숍과 그 일행은 침대가 아니라 난생 처음 경험하는 온돌방에서 자다가 타죽거나 화상을 입을 뻔했다고 적고 있다.우리 온돌은 러시아의 페치카, 중국의 캉(坑)과 함께 인류사회의 대표적 난방 장치다. '구당서(舊唐書)'에도 장갱(長坑)이란 이름으로 우리 온돌에 대해 소개하고 있으며, 우리의 기록으로 '세종실록' 을사년(1425) 7월조에 온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고고학적으로 보면 온돌은 청동기, 철기시대는 물론이고 심지어 석기시대의 유구들에서도 발견된다고 한다. 온돌의 분포도 매우 흥미로운데 온돌의 북방한계선은 몽골 이남이며, 남방 한계선도 화북지역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는다고 한다. 어쩌면 온돌이야말로 고대 우리 한민족의 강역(疆域)과 활동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 이전까지 성황을 누렸던 찜질방은 침대가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온돌에서 살아왔던 문화유전자가 남아있기 때문에 생겨난 문화라 하겠다. 아무리 침대가 좋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따끈한 온돌방에서 자거나 휴식을 취해야 몸이 풀리고 개운해진다. 산후조리에도 뜨끈한 온돌방은 최고의 회복 방법이다.대한을 지나 주말(4일)이면 벌써 입춘이다. 격렬했던 맹추위가 조금 주춤해졌지만 여전히 춥다. 그러나 난방비 폭탄으로 따끈하게 겨울나기가 부담스럽다. 벌써 38.5%나 오른 주택용 도시가스요금도 그러하려니와, 액화천연가스 가격이 69.3달러까지 치솟다 최근 35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지만, 재작년까지만 해도 네덜란드 현물가격기준으로 100만Btu당 2달러 정도였다. 여기에 전기요금마저 계속 오르고 있어 서민들의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보일러 고장으로 한번 고생하고 나니 추위가 얼마나 고통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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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저출산 진풍경 지면기사
설 명절에 가족이 모였다. 사촌까지 서른 명이 넘는데, 미취학 아동은 60개월짜리 남아 한 명뿐이다. 가족 구성원을 따져보니 20대 이상이 10대를 압도했다. 부모 세대와 조카 세대 숫자가 비슷했고, 손주 세대는 줄어드는 역 항아리 구조다. 30대 조카 세대 중 기혼은 셋에 불과했고, 여섯은 미혼이었다. 40줄 미혼자도 있다. 결혼을 안 하니 손주는 언감생심 아닌가.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는 자영업을 하는 50대의 '나 홀로' 식당 순례기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먹고 싶은 음식을 즐기며 잠시나마 자유인의 호사를 누리는 모습에 공감대가 확산하면서 시즌 10까지 방영됐다. 첫 시리즈가 제작된 2010년대 초반엔 일본만의 현상이었으나 우리도 현실이 됐다. 삼겹살을 혼자 굽고, 전골을 따로 먹는 식당이 흔해졌다.페북에 혼술 모임이 있다. 회원들은 홀로 술을 마시는 사진을 공유한다. 둘 이상 여럿이 모인 장면엔 양해를 구한다. 성별 구분 없이 20대 이상 연령층이 게시물을 올리는데, 낮술도 제법 많다. 가끔은 혼술 족이 자주 찾는 업소도 노출된다. 수원 나혜석거리 주점은 두 명 이상 손님은 받지 않는다. 둘만의 자리는 테이블 두 개뿐이고, 나머지 10여 석은 마주 볼 수 없다. 일본식 선술집인데, 주말엔 30분 이상 대기해야 닭꼬치를 맛볼 수 있다.저출산은 대학가 하숙집 풍경도 바꿔놨다. 저렴한 비용이 장점인 2인실이 독방으로 대체된다. 대학들도 기숙사 1인실을 늘리고 있다. 충청권 대학은 아파트를 모델로 해 거실은 공유하되 방은 따로 쓰도록 배려했다. 학생들 상당수가 성장기를 혼자 보냈기에 타인과의 동침이 낯설고 불편한 게다.얼마 전 김건희 여사가 여당 여성의원들을 관저로 초청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연애담 등이 주목받았으나 육아와 비혼 등 의미 있는 대화도 오갔다고 한다. 일부 의원은 "대통령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주재하면 문제 해결을 위한 여론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둘이 하나도 낳지 않는 초저출산으로 국가가 사라질 위기라는데, 정부도 국회도 한가하다. 저출산·고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