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빌라왕 연쇄 사망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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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빌라왕 연쇄 사망 미스터리 지면기사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이네는 정환이네 집 반지하층 세입자다. 정환이네도 동룡이네 단칸방에 세들어 살던 처지였다. 장남인 정봉이가 취미로 수집하던 올림픽 복권이 1등에 당첨된 덕분에 2층 양옥집과 전파사를 마련했다. 두 가족은 잠만 따로 잘 뿐 일상을 공유하는 한 가족처럼 지낸다. 형편은 다르지만 음식을 나누고 인정을 나누고 애들은 함께 큰다.'1988'까지는 오랜 세월 덕선이네와 정환이네처럼 가족같이 지낸 집 주인과 세입자들이 많았다. 방 한 칸 내어주고 얻어서 같이 살다 쌓은 정이 그만큼 깊었다. 동네가 재개발되자 덕선이네는 정환이네를 따라 판교 이주를 결심한다. 인정(人情)이 주거복지였던 시대라 가능했던 에피소드이다.이젠 덕선이네와 정환이네를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다. 주거 환경이 집주인과 세입자가 얼굴을 대면하고 사는 구조가 아니다. 집주인과 세입자의 인연은 임대차계약서 한 장이 고작이다. 갑을 관계만 남으니 서로 손톱 만큼의 손해에도 양보가 없다. 자연히 갑의 위세에 을의 설움이 깊어진다. 그래도 세입자들은 집 주인들의 갑질이 임대차계약서를 뛰어넘을 수 없다고 믿었다.전세계약서를 신줏단지로 여겼던 세입자의 믿음이 산산조각 났다. 수도권에 빌라와 오피스텔 1천139개를 소유한 40대 김모씨가 최근 숨졌다. 세입자 수백 명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막혔다. 한 사람이 1천 채가 넘는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현실이 코미디 같은데, 세입자들의 현실은 악몽이다. 은행 등 채권자들이 경매에 나서면서 엄동설한에 한 푼 없이 쫓겨 날 형편이다.김씨에 이어 인천 미추홀구 등에 역시 빌라·오피스텔 수십 채를 보유한 20대 송모씨도 사망했다. 지난해 7월엔 주택 240여 채를 세 놓은 40대 정모씨도 사망한 사실이 드러났다. 세입자들은 이들을 '바지 사장'으로 의심한다. 실제 사기 설계자들은 모든 책임을 망자에게 떠넘기고 돈을 챙겼다는 것이다. 일은 대통령이 직접 대책을 지시할 정도로 커졌는데, 계약서만 놓고 보면 피해 복구는 요원하다.빌라왕들의 잇단 사망에서 악마의 미소가 감지된다.

  • [참성단] 제야의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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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제야의 종 지면기사

    임인년도 나흘 남았다. 각 지역의 유관기관에서는 새해맞이 타종행사 준비로 여념이 없다. 올해는 그간 중단됐던 타종행사가 다시 재개된다. 서울의 종각을 비롯해서 수원의 여민각에서 일제히 제야의 종 타종행사가 진행된다. 이런 타종행사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가.서울시 주최로 진행된 '제야의 종'이란 이름의 타종행사는 1953년부터 시작됐으나 서울 도심에서 종을 쳐 시간을 알리는 것은 역사가 꽤 깊다. 타종을 통해 시간을 알리는 것은 조선 초기인 태조5년(1396년)부터 시작됐다. 도성의 4대문과 4소문을 여닫기 위해 치는 종을 각각 파루(罷漏)와 인정(人定)이라 했던 것이다. 파루는 새벽녘인 오경삼점(五更三點) 즉 오전 4시경에 치는 종인데 모두 33번을 쳤다. 서른 세번의 타종은 불교에서 유래한 것으로 제석천이 다스리는 33개의 하늘에 고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반면 밤 10시경에 통행금지를 알리는 종은 인정이라고 하여 모두 28번을 쳤다. 동시대인들은 천상의 28개의 별 즉 28수(宿)가 세상에 영향을 주고 시간을 관장한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말하는 수(宿)는 별자리 '수'를 뜻하는데 태양이 지나는 황도 주변의 별자리들을 가리킨다.수도권 지역의 대표적인 타종명소는 서울의 종각과 수원의 여민각 등을 꼽을 수 있다. 타종식이 열리는 종각의 공식 명칭은 보신각(普信閣)으로 고종 32년(1895년)부터 이렇게 명명하고 불렀다. '신(信)'은 유교의 오상(五常)인 '인의예지신'에서 나온 것인데, 방위상으로 정 중앙인 토(土)가 신(信)에 해당된다. 인은 동쪽, 의는 서쪽, 예는 남쪽, 지는 북쪽을 뜻하며 이런 음양오행의 사상을 따라 사대문의 이름을 각각 흥인지문, 돈의문, 숭례문, 홍지문이라 지었다.수원의 종각 즉 여민각(與民閣)은 '맹자'에 나오는 '여민동락(與民同樂)'에서 유래한 것으로 백성과 함께하고 즐기겠다는 애민정신과 통치자의 마음가짐을 뜻한다. 수원시, 수원문화재단, 수원문화원이 함께하는 이번에는 타종식과 함께 따끈한 떡국과 각종 부대행사도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송구영신(送舊迎新)

  • [참성단] '바둑 치팅(chea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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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바둑 치팅(cheating)' 지면기사

    2019년 7월 프랑스 경찰이 세계정상급 체스선수 '이고스 라우시스'(당시 58세)를 체포했다. 게임 중 부정행위를 한 혐의다. 경찰은 그가 대회장 화장실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을 공개했다. 인공지능(AI) 도움을 받았다는 거다.라우시스는 1992년 체스연맹 최상위선수 칭호인 '그랜드마스터'가 됐다. 수년간 라트비아, 방글라데시, 체코 국가대표를 지냈다. 전성기를 지났어도 경이로운 성적을 이어갔다. 30대 후반이면 쇠퇴기에 접어드는 '에이징 커브(Aging Curve)'를 비웃듯.연맹은 뭔가 이상하다고 봤다. IT기기 활용을 의심하면서 증거 확보에 나섰다. 수개월을 따라다녔고, 인권침해 논란을 무릅쓰고 대회장 화장실에 CCTV를 설치했다. 라우시스는 화면을 지켜본 뒤 두고 온 휴대폰이 자신의 것이라고 인정했다. 인공지능 체스 프로그램을 이용했는지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그는 선수 생활을 전격 은퇴했다.중국 바둑계가 '치팅 논란'에 휩싸였다. 치팅은 바둑, 장기, 체스에서 인공지능(AI) 도움을 받는 부정행위를 말한다. 발단은 지난 21일 온라인으로 열린 춘란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 4강전이다. 세계랭킹 4위 리쉬안하오(27)가 세계랭킹 1위 신진서(22) 9단에 완승했다. 신진서는 무력했고, 리쉬안하오는 실착이 없었다.대국 뒤 중국 국가대표 양딩신(24)이 리쉬안하오의 부정행위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춘란배 8강전에서 리쉬안하오에게 패한 양딩신은 SNS에 "리쉬안하오와 20번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모든 신호가 차단된 대국장에서 화장실에 가면 안 되고, 시간 제한도 없이 하루 한판씩 두자는 게다. "기보를 공개해 평가도 받자"며 "만약 내가 누명을 씌운 것이라면 은퇴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2년 전 중국 랭킹 20위권이던 리쉬안하오는 무서운 상승세로 2위가 됐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 실력이 급상승하는 바둑 특성을 거스르는 특이 사례다. 신진서와 대국에서 AI 일치율이 85%나 됐다. 최정상급 선수들 평균이 70%다.물증은 없고, 중국기원은 리쉬안하

  • [참성단] 한의사와 초음파 진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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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한의사와 초음파 진단기기 지면기사

    대법원이 지난 22일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위법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1심과 항소심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의료 행위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며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때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으로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다며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한의사들은 환호하고 의사들은 반발한다.한의사협회와 의사협회의 의료용 진단기기 갈등은 의료계의 해묵은 고질병이다. 의사들은 한의사의 첨단 진단기기 사용을 극렬하게 반대한다. 한방 의료행위에 초음파, X레이, 컴퓨터 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양방 진단기기가 왜 필요하냐고 묻는다. 양방, 한방의 학문적 원리와 의술 방식이 완전히 다르고, 진단기기는 서양의학의 영역에 속한다는 주장이다.한의사협회의 반론이 만만치 않다. 현대 한의사들은 한의대 6년 과정을 통해 한의학과 양의학 교과과정을 섭렵한 전문 의료인으로, 진단기기 활용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한의사들은 한의학을 침과 뜸, 한약으로 인식하는 정부와 서양의학계의 편견에 진저리친다. 코로나19 대란 때 교육받은 일반인도 가능했던 검체채취, 역학조사에도 한의사 투입을 망설였던 정부를 성토했었다. 의사협회가 진단 시장 독점을 위해 한의학에 대한 편견을 심화시킨다고 의심한다.체성분을 알려주는 스마트 워치를 비롯해 자가 신체 진단이 가능한 첨단 웨어러블 장비들이 속속 개발되는 시대이다.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진단기기가 간소화되고 필요 없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대법원이 "의료공학과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의료행위 기준이 필요하다"며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한 배경이다.정부의 적극적인 의료 행정이 절실하다. 오랜 세월 한의사와 의사를 구분하는 이원적 의료체계를 유지한 탓에 의료 시장 자체가 분리됐다. 시장 중심적인 의료 행정으로 인해 양방에서는 소아과, 내과, 산부인과, 외과 의사 씨가 말랐다. 한의사의 진단기기 접근을 막아 한방의료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막는다. 국민에

  • [참성단] 인천시와 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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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인천시와 하와이 지면기사

    1902년 12월 22일 월요일, 인천 제물포항에서 승객 121명을 태운 배가 출발했다. 일본 화물선 현해환(玄海丸) 호는 이틀 뒤 일본 나가사키 항에 도착했다. 승객들은 다시 '갤릭(Gaelic) 호'로 갈아타고 이듬해 1월 13일 하와이 호놀룰루 항에 입항했다. 120년 전, 차마 떠날 수 없어 눈물로 바다가 된 미국 하와이 이민사의 시작점이다.남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초기 이민자들은 사탕수수 농장에서 하루 10시간 넘게 일했다. 외교적 문제로 인력 공급이 중단된 중국인과 일본인 노동력을 빠르게 대체했다. 당시 정부는 하와이 이민을 장려했고, 혹독한 굶주림과 불안한 정세를 벗어나려는 이들의 도피처가 됐다. 1903~1905년 사이 64회 출항에, 7천415명이 새 삶을 꿈꾸며 배에 올랐다. 1910년 한·일병합 이후엔 이승만 서재필 등 독립운동가들이 한인사회에 합류했다.하와이에 정착한 교민들은 한시도 조국 땅을 잊지 않았다. 1952년 이승만 대통령이 이주 50주년 기념사업으로 인천에 공과대학을 만들자고 제안하자 나라 재건에 보탬이 되겠다며 적극 호응했다. 1954년 개교한 인하대학교는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을 설립하자며 이역만리에서 교민들이 피땀으로 젖은 종잣돈을 모아 보내온 성금으로 지어졌다. 교명인 '인하'는 인천의 '인(仁)'과 하와이의 '하(荷)'를 조합해 탄생한 것이다.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20일 하와이에서 교민들을 만났다. 이민 120주년 기념 '인천의 날' 행사장에서다. 유 시장은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기까지 750만 재외동포의 노력이 있었고, 그 가운데 인천이 있었다"며 방문의 의미를 강조했다. 교민과 방문단은 인천 출신 그룹사운드 '사랑과 평화'가 히트곡 '한동안 뜸했었지'를 부르자 함께 박수 치고 소리치며 하나가 됐다.행사장에 온 교민들은 하와이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여론 주도층이다. 하와이 한인회, 하와이 한인체육회, 그리스도 연합감리교회, 한인상공회의소 등 12개 한인 단체는 '재외동포청'을 인천에 유치해야 한다고 지지 선언을 했다. 하와이

  • [참성단] 자폐 학생 인권과 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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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자폐 학생 인권과 교권 지면기사

    지난 여름 방송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일으킨 반향은 대단했다. 자폐인을 향한 부당한 편견과 불편한 시선을 반성하는 사회적 각성이 고조됐다.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공식 병명으로 천차만별인 자폐 증상에 대한 이해도 넓혔다. 하지만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우영우'가 너무 특별해 발달장애인들을 대변할 수 없다고 했다. 오히려 우영우 판타지가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의 끔찍한 현실을 가릴까봐 걱정했다. 우려한 대로 현실은 악몽이다.인천지방법원이 21일 고등학생이 학교장을 상대로 낸 심리치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학생은 교실에서 약을 먹이려는 여교사에게 "먹기 싫다"며 가슴을 손으로 밀쳤다. 교사가 이 사실을 알리자 학교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학생에게 출석정지 5일을 결정했고, 교사가 처벌을 원치 않자, 처분을 유보했다.학생 가족이 불복하고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는 처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학생 편에 섰다. 학교는 명확한 처분을 위해 교권위를 다시 열어 4차례의 심리치료를 명령했다. "강제추행, 상해, 폭행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이유였다. 학부모들은 이 또한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냈지만, 인천지법은 학교 손을 들어준 것이다.판사는 "학생의 장애를 고려하면 성적 목적과 의도가 없다"며 부모의 주장을 인정했다. 그래도 "교사의 가슴을 손으로 밀친 것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성적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4살 수준 지능인 학생의 범죄 혐의를 인정할 수 없지만, 교사의 현실적인 피해는 인정한다는 판결이다. 거칠게 요약하면 '가해자는 없지만 피해자는 있다'인데, 판사의 고민이 느껴진다.학생 측은 항소 입장을 밝혔다. "밀치는 행위는 발달장애인의 거부 의사 표현"이라 했다. 이런 식이라면 수많은 발달장애인들이 성추행범으로 몰릴 수 있다는 항변으로 들린다. 교사도 딱하다. 실제로 느낀 성적 수치심을 감당할 수 없어 최소한의 처분을 요구했는데 일이 커졌다.학생과 학부모, 교사와 학

  • [참성단] 동지(冬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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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동지(冬至) 지면기사

    오늘은 제석(除夕)이며, 내일이 동지(冬至)다. 동지를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제대로 정확히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동지는 24절기의 하나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옛날 사람들은 동지를 태양이 다시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축제를 벌이고 제사를 지냈다 한다. 동지는 장지(長至)·단지(短至)·비동(肥冬)·희동(喜冬)·이장절(履長節)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아세(亞歲) 곧 새해에 버금가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팥죽을 쑤어먹었다. 24일을 크리스마스이브라고 부르는 것처럼 동지나 한 해 마지막 날을 제석, 즉 섣달그믐이라 했다.동지에 대한 최초 기록은 '상서(尙書)'이며, '예기'에도 나온다. 동지에 대한 우리나라의 기록은 고려시대에 등장하는데, 고려 말 학자요 문인이었던 이제현(1287~1367)의 '익재집'에 동짓날에 두죽(豆粥)을 먹었다는 대목이 있다. '익재집'에 따르면 동지에 가족들이 모여 두죽을 먹고 부모님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술을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는 것으로 보아 동지를 기리는 풍습이 그 이전부터 있었음을 알 수 있다.동지 팥죽은 조선시대에도 그대로 이어져 내려왔는데, '동국세시기' 11월 월령 조에 동지에 보면 적두(赤豆) 즉 붉은 팥으로 죽을 끓이고 여기에 찹쌀로 새알 모양의 단자(團子, 새알심)을 만들어 죽 속에 넣고 끓여 먹었다는 기록이 나온다.동지에 팥죽을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의 기운이 가장 세고 밤이 긴 날 붉은색의 음식을 먹음으로써 어둠에 대한 두려움을 쫓고 액을 막아보자는 의미라는 것은 모두 다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그 기원은 6세기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나온다. 공공씨(共工氏)에게 못난 아들이 있었는데 그가 동지에 죽어 역귀(疫鬼)가 됐다 한다. 역귀가 된 아들이 적소두 즉 붉은 팥을 두려워하였기에 이때부터 동지에 팥죽을 쑤어 먹고 역귀들을 물리치고 액을 몰아냈다고 한다.설날 떡국, 대보름날 오곡밥, 추석 송편, 동지 팥죽은 대표적인 우리나라 절기음식이다. 동장군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물가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경제가

  • [수요광장] '사람답게 일하자'는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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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광장] '사람답게 일하자'는 선언 지면기사

    누가 인생의 암흑기를 묻는다면, 오랫동안 꿈꾸던 기자가 된 직후를 꼽을 것 같다. 한국 언론계는 수십 년 동안 수습기자를 '하리꼬미', '사쓰마와리'라는 방식으로 교육해왔다. 하리꼬미란 기자가 관할 경찰서에서 숙박하며 24시간 근무하는 것이고, 사쓰마와리는 관할 구역 경찰서와 파출소를 하이에나처럼 뒤지며 사건을 찾는 일이다. 나는 이러한 구습과 악습을 경험한 마지막 세대였다.왜 암흑기였냐면 하루에 1~2시간도 채 잘 수 없는 노동강도 때문에 실제로 건강에 피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약골이 아니었는데도 오로지 수면 부족으로 응급실에 실려갔고, 이후 몇 년간 심한 불면증을 앓는 등 '하리꼬미'가 남긴 생채기가 컸다. 수습을 벗어나도 매일 평균 12~13시간 이상의 업무가 이어졌고 주말에도 모니터링 등 자발적인 근무를 해야 했기 때문에 수습기자 때 망가진 건강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이 기간을 거치며 '노동 시간이 사람의 삶의 질, 특히 건강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주는지'를 온몸으로 깨달았다.갑자기 세상이 달라졌다. 2018년부터 일명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서다. 매일 오전 6시에 출근해 저녁 7시에 퇴근하고 밤 11시까지 취재원과 술을 마시는 비인간의 세상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는 다소 인간적인 세상으로 바뀐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수습교육도 변화했다. 경찰서 숙박 관행이 없어지고 수습기자들도 집에서 자고 출퇴근하며 일할 수 있게 됐다. 어떤 선배들은 "어떻게 수습이 출퇴근을 하느냐"고 혀를 찼지만 그것은 분명 비로소 언론계가, 세상이 정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신호였다. 주 52시간 근로제 업계 관행 큰 변화업무 시간으로 실력 평가시대 청산 노무사로 업을 바꾸고 '주 52시간 근로제'의 실체가 내가 피부로 느낀 것만큼 대단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령 1주일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정하기 전에도 68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었다. '하리꼬미'처럼 주 100시간 넘게 일해도 된다는 법은 이 땅에 존재한 적이 없다. 또 전체 노동자의

  • [참성단] '축구의 신' 메시의 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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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축구의 신' 메시의 강림 지면기사

    리오넬 메시(36)는 네 살 때 할머니를 따라 유소년 축구경기를 보러 갔다 공을 차게 됐다. 경기중 선수 한 명이 비게 됐고, 할머니는 메시가 뛰게 해 달라고 감독을 졸랐다. 곧바로 재능을 인정받아 6살에 지역 유소년클럽 선수가 됐다.유망주이던 11살 때 시련을 맞았다. 성장호르몬 결핍증(GHD)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육체노동을 하는 부모는 매달 100달러(14만여원)나 되는 치료비가 막막했다. 아르헨티나 명문 구단 CA 리버플레이트와 접촉했으나, 천재성을 알아본 바르셀로나 FC가 치료비를 대주겠다고 해 계약이 성사됐다.하위리그를 거쳐 2004년 바르셀로나 1군에 합류한 메시는 그저 빠른 발에 발재간을 갖춘 윙어였다. 2008년 부임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팀을 개편하면서 그를 최전방 공격수에 포진시켰다. 측면돌파와 수비 부담을 던 메시의 득점력이 배가됐다. 이 시즌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코파델레이, 챔피언스 리그를 모두 석권했다. 이듬해엔 축구사상 최초의 6관왕 대기록을 썼다. 당시 메시는 챔피언스리그 12경기 9골로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에 올랐고, 프리메라리가 31경기 23골 11도움을 기록했다.아르헨티나가 36년 만에 월드컵을 다시 품었다.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이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19일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와 전·후반 2-2, 연장전 3-3으로 맞선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겨 우승을 차지했다. 메시는 2골 넣고, PK까지 성공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대회 7골 3도움을 기록한 메시는 최우수선수인 골든볼을 수상했다. 매 라운드 득점하며 결승전 멀티 골로 월드컵 우승 경력을 더했다. 월드컵에서 두 번째 골든볼을 수상한 건 그가 처음이다. 이로써 월드컵 우승과 골든볼, 대륙컵 우승과 MVP, 올림픽 금메달, UCL 우승, FIFA 올해의 선수, UEFA 올해의 선수, 발롱도르, 5대 리그 우승, 5대 리그 MVP를 전부 이룬 유일한 축구 선수로 등극했다.월드컵 대관식을 통해 메시는 펠레, 마라도나를 뛰어넘는 위대한 선수가 됐다. 10대 초반, 성장이 멈출지

  • [참성단] UN과 결별한 안젤리나 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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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UN과 결별한 안젤리나 졸리 지면기사

    안젤리나 졸리는 할리우드 현역 최고의 여배우다. 액션 장르에서 연기한 강인한 캐릭터가 인상적이지만, 연기력도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거머쥘 정도로 출중하다. 할리우드에서 쌓은 영향력을 바탕으로 졸리는 약자를 위해 사회운동가로 헌신했다. 사적으로는 다국적 입양 자녀를 훌륭하게 키웠다. 입양 자녀가 국내 대학에 진학했을 때 학부모로 한국을 방문해 화제가 됐다.공적으로는 UN(국제연합)과 손잡고 약소국과 분쟁국 아동과 난민의 인권 보호에 앞장섰다. 유엔난민기구(UNHCR) 특사와 유엔아동기금(unicef) 친선대사로 활동하면서 세계 각국 난민 캠프를 찾아 국제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유엔아동기금 개인 최고액 기부자이기도 하다. UN은 국제시민상 최초 수상자로 졸리를 선정했고, UN 기자단은 '세계시민상'을 수여했다.UN의 상징이었던 졸리가 지난 16일 유엔난민기구 특사직을 반납하고 UN과 결별했다. 그녀는 "이제 다른 방식으로 일해야 할 때"라며 "난민과 현지 단체와 직접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유엔이 설립된 방식 탓에 유엔은 전쟁과 박해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강대국의 이익과 목소리에 영합한다"고 UN을 격렬하게 비판했다. 워싱턴 포스트가 "졸리가 최근 UN이 인권 침해 문제에 대응하지 못해 환멸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고 사퇴 이유를 짐작한 배경이다.졸리의 비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UN의 창립 목적은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이다. 목적은 고상한데, 기능은 발휘할 수 없는 구조다.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의 만장일치가 아니면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다. 딱 한 번 UN이 다국적 연합군으로 정의를 실현한 적이 있다. 한국전쟁 때 대한민국을 구하려 UN군을 파병했다. 상임이사국 소련이 불참하고, 대만이 중화민국으로 상임이사국이던 행운 덕에 한국은 자유진영의 일원으로 국체를 보전했다.대만이 중국으로 교체된 1971년 이후 상임이사국인 미국·영국·프랑스와 러시아·중국은 자국의 이해를 앞세워 국제분쟁에 대한 UN의 개입을 방해한다. UN 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