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베트남 주석의 광주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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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베트남 주석의 광주 방문 지면기사

    베트남은 열강(列强)들 공동묘지다. 미국 중국 프랑스와 전쟁에서 모두 승리한 이력을 지녔다. 1964년 자작극인 '통킹만 사건'을 빌미로 베트남전을 일으킨 미국은 부녀자에 어린이까지 동원한 게릴라전에 밀려 10년 만에 철군했다. 칭기즈칸의 몽골대제국(원나라)은 아시아 전역과 동유럽을 휩쓸었으나 베트남은 정복하지 못했다. 영웅 쩐흥다오는 수전에 약한 몽골군을 유인해 수장시켰다. 세 차례나 침입을 막아내 무신(武神) 반열에 올랐다. 조선의 이순신과 비교되는 명장으로, 하노이시 곳곳에 그의 동상이 있다.하노이시 중심부에 전쟁·역사기념관이 있다. 미국과의 통일전쟁을 상기하는 기록물과 무기가 전시돼 있다. 잔혹한 장면이 담긴 사진과 유물이 많아 둘러보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20여 년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단이 베트남 기자협회 초청으로 하노이를 방문했다. 당시는 베트남전 여운이 남아 한국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다. 간담회 자리에서 베트남 공산당 고위 간부가 베트남전에서 맹위를 떨친 한국군과 대한민국에 대한 소회를 내비쳤다. "(한국을) 이해하고 용서합니다. 그러나 잊지 않겠습니다." 가슴 서늘한 촌철살인(寸鐵殺人)이다.국가권력 2위인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이 오늘 광주시를 방문한다. 수교 30주년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 초청으로 지난 4일 한국을 국빈 방문했다. 푹 주석은 이날 관내 다문화가정을 방문한 뒤 방세환시장과 환담한다. 남한산성 아트홀에선 전시회와 양국 합동 공연이 열린다.광주시 등록 베트남인은 1천420명(남 704명, 여 716명)이다. 유학생, 결혼이민자, 기능인 등 거주사유가 다양하다. 베트남인들 커뮤니티 활동도 활발하다. (사)올프렌즈는 베트남 출신 전도사가 매주 모임을 주선한다. 서문교회에선 일요일 예배와 한국어교육을 한다.푹 주석은 지한·친한파 인사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을 만나 대규모 투자에 고마움을 표했다. 2018년 동남아시아축구대회에서 베트남이 10년 만에 우승하자 선수가 받은 메달을 빼앗아 박항서 감독에 걸어줘 웃음을 줬다. 사흘 여정, 시간을 쪼개 광주를 찾는다

  • [참성단]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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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지면기사

    3일 새벽 대한민국이 흔들렸다. 실낱 같던 희망이 현실이 되는 드라마에 전 국민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한국의 월드컵 16강 기적은 필연과 우연이 동시다발적으로 겹치면서 완성됐다. 반드시 이겨야만 했지만 객관적 전력은 열세였던 한국이 포르투갈을 2-1로 이겼다. 호날두의 등 패스로 김영권이 동점골을 만들고, 손흥민의 절묘한 패스는 수비수 다리 사이로 빠져 황희찬의 오른발에 걸렸다.한국이 투지로 만든 기회를 특급 도우미 가나가 기적으로 완성시켰다. 수비에 집중하고, 선수 교체로 시간을 끌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루과이 골잡이 수아레스의 '나쁜 손' 때문에 8강에서 탈락한 원한을 잊지 않았다. 가나 대통령은 "12년 동안 기다려 온 복수"라 했고, 가나 수비수는 "우리가 16강에 못가면 우루과이도 못가게 막자"고 독기를 뿜었다. 수아레스의 원죄와 가나의 복수가 한국의 행운을 빚었다.워낙 극적이라 기적이라지만, 국가대표팀의 16강 진출은 원팀의 투지가 일구어낸 성과이다. 우루과이와 0-0으로 선전했고, 가나엔 0-2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도 기어코 동점을 만들었다. 우루과이전에서 졌거나, 가나전에서 경기를 포기해 2골을 만회하지 못했다면, 수아레스의 재앙도 가나의 도우미 역할도 소용없었다.가나전 스타 조규성은 16강 진출 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이라는 문장이 적힌 태극기를 펼쳐들었다. 원전은 e스포츠의 월드컵이라는 2022 '롤드컵'에서 우승팀을 이끈 프로게이머 데프트(김혁규)의 인터뷰란다. 만년 언더독(약자) 데프트는 "우리끼리만 안 무너지면 이길 수 있다"며 팀플레이를 강조했다. 기자가 이를 '중·꺾·마'라는 제목으로 요약했다. 이 제목에 '심쿵'한 MZ세대들이 월드컵 대표팀 응원에 재활용하자 이젠 국민적 관용구로 자리잡을 태세다. "저희는 포기하지 않았고 여러분들은 우리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손흥민의 인터뷰도 '중·꺾·마'와 같은 맥락이다.근심 많은 나라와 국민에게 월드컵 대표팀의 선전이 보약 같다. MZ세대의 '꺾이지 않는 마음'

  • [참성단] 유 작가 대 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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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유 작가 대 진 교수 지면기사

    100세 시대가 됐어도 노화(老化)는 피해 갈 수 없다. 50 넘어 환갑 나이가 되면 신체 변화가 빨라진다. 시력과 청력이 나빠지고, 보고 듣는 게 불편해진다. 젊은이들만 분별 가능한 음역이 따로 있다고 한다. 듣지 못하면 소통에 애를 먹고, 점차 고립된다. 우람했던 근력은 30대의 70~80%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지구력은 30대보다 14% 정도, 순간 대처 능력은 20~30대보다 최고 40%까지 떨어진다. 보험사들은 노령자들이 반갑지 않다.몸과 마음은 같이 늙지 않는다. 소를 그린 화가 이중섭과 동문수학한 화가 김병기(1916~2022)는 장수했다. 2016년 일간지에 회고록을 연재했고, 2019년 103세에 개인전을 열었다. 늦은 나이에 만개하는 예술인이 많다. 몸은 쇠했으나 정신은 야물어진다. 지혜의 샘에 주름진 나이테가 보태진다. 문화예술인들이 말년에 명작, 명화, 명곡을 쏟아내는 연유다."60 지나면 뇌가 썩는다는 가설을 입증하려고 몸소 생체 실험을 하는 것 아닌가". 진중권 교수가 유시민 작가를 맹폭했다. 유 작가가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비판한 것과 관련해서다. 유 작가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매체에 '조금박해' 등이 유명세를 얻으려 당을 비판한다는 내용의 글을 기고했다.유 작가는 젊은 때 "60대가 되면 뇌가 썩는다. 20대와 60대 인격은 다르다. 뇌세포가 전혀 다른 인격체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능하면 60세가 넘으면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말자. 왜냐면 뇌세포가 너무 많이 죽은 상태에서…"라고 했다. 이 발언을 소환해 진 교수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감싼 유 작가를 비판한 것이다.이순(耳順)이면 무뎌지고 너그러워지기 마련이다. 마음이 번잡하지 않으니 귀도 순해진다. 유 작가도, 진 교수도 60을 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거칠고 사납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유 작가에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하라고 했다. 진 교수는 "지금 퇴장해도 아름답지 않을 것 같다"고 한다. '100세

  • [참성단] 이름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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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이름값 지면기사

    최근 김정희의 호(號) 추사(秋史)가 호가 아닌 자(字)라는 친필기록이 나왔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과천시 추사박물관이 2년 전 한 소장자로부터 구입한 필담집에 김정희가 청나라 사람들과 나눈 필담이 수록됐는데, 자신을 "이름(名)은 정희, 자(字)는 추사, 호(號)는 보담재(寶覃齋)"로 소개했다는 것이다.한자문화권의 지배계층에선 본명을 부르는 것을 꺼리는 피휘((避諱) 관습이 있었다. 이름과 인물을 일치시킨 인식 때문이다. 윗사람은 아랫사람 이름을 불러도 되지만, 반대의 경우는 패륜이다. 그래서 본명 대신 자와 호로 호칭했다. 자는 성년식을 치른 남, 여에게 지어준 이름으로 두 번째 공식 이름이다. 이에 비해 호는 본인과 타인이 자유롭게 지어 편하게 호칭한 별명이었다.중국에선 주로 자를 호칭한 반면 조선 사대부는 호를 앞세워 역사에 기록됐다. 정약용은 다산(茶山) 외에 여유당(與猶堂), 사암(俟菴), 자하도인(紫霞道人), 문암일인(門巖逸人), 철마산초(鐵馬山樵) 등 다수의 호를 남겼다. 한문학자 심경호는 이에 대해 "옛사람들은 본명 외에 호를 지님으로써 '또 다른 나'로 되살아났다"며 "호는 주체의 재생과 부활의 특별한 기호였다"고 설명했다.여하튼 보도내용이 사실로 확정되면 난감해진다. 국어사전에도 김정희의 호로 오른 '추사'의 역사적, 학문적, 문화적 무게가 워낙 무거워서다. 완당(阮堂), 보담재 등 200개가 넘는 김정희의 호 중 하나를 골라 '추사체'라는 명사를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다. '추사'가 자가 맞다면, 호 대신 자로 김정희를 호칭하는 방법이 최선일 듯싶다.이름값이 이렇게 무겁다. 옛 사람들은 부모가 지어 준 본명이 삿된 구설에 오를까 겸양의 뜻을 담은 자와 호를 지어 스스로 경계했건만, 지금 사람들은 졸렬한 이익에 자신의 이름을 더럽힌다. 지지층의 환호에 눈멀어 거짓 폭로에 협업하는 공당의 대변인이나 푼 돈을 노려 남을 저주하는 유튜버들이 그렇다.두 글자 한자 이름이든 순우리말 이름이든, 부모는 세상에 귀한 존재가 되라는 염원을 담아 자식 이름을 짓는다. 사람

  • [참성단] 가나 전(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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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가나 전(戰) 지면기사

    졌지만 잘 싸웠다. 28일 월드컵 H조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이 가나에 2-3으로 석패했다. 아쉬운 패배였다. 0-2로 끌려가던 후반 14분 벤투호의 비밀병기로 통하는 이강인이 교체돼 들어오면서 순식간에 경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가나 선수들의 압박 수비를 벗겨내고 볼을 잘 간수하면서 상대 문전으로 찔러주거나 띄워주는 이강인의 패스는 가히 천하일품이었다. 이강인이 들어오면서 계속 가나의 문전을 위협하더니 K리그 득점왕 출신인 최전방 공격수 조규성이 잇따라 머리로 두 골을 몰아넣으면서 동점 상황까지 만들었으나 너무 아쉽게 한 골을 더 내주면서 치열한 분전에도 불구하고 승점을 가져오지 못했다.추가 시간을 포함해서 장장 100분이 넘는 시간 동안 경기 내내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분투와 열정으로 인해 졌어도 뿌듯함을 주는 매우 훌륭한 경기였다. 또 선수들의 투혼도 감동적이었다. 부상당한 몸으로 마스크를 쓰고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아야 했던 주장 손흥민도 그러했고, 후반 막판까지 종아리 근육 부상에도 온몸을 던져 가나의 날카로운 공격을 막아내던 김민재나 멀티골을 기록한 조규성 등 우리 선수들 한명 한명의 투혼이 빛나는 경기였다. 그러했기에 '가나전' 주심 앤서니 테일러(44·잉글랜드) 심판의 아쉬운 판정을 두고 국내 축구팬들의 격렬한 항의가 이어졌다. 특히 마지막 코너킥 상황에서 기회를 주지 않고 경기를 종료시킨 것을 두고 분노하는 팬들이 많았다. 그러나 경기는 끝났고 이제 우리에게는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 지은 포르투갈 전(戰)만을 남겨놓게 되었다.객관적으로 16강 진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우리가 H조 마지막 3차전에서 최강 포르투갈에 승리를 거두고 우루과이가 가나에게 비기거나 이기면 16강행이 가능하다.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열정을 보여준 우리 선수들과 능력이라면 기대를 걸어 봐도 좋을 것이다.그러나 기대를 갖고 응원하되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거나 압박을 주지는 말자. 그리고 모처럼 축구로 인해 온 국민이 한마음이 됐던

  • [참성단] 월드컵과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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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월드컵과 코로나 지면기사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중국이지만 축구 앞에선 작고 초라해진다. 1930년 창설된 월드컵축구대회 본선에 중국은 고작 2차례 출전했다. 지난주 개막한 카타르월드컵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마지막 출전인 2002 한·일 월드컵에선 3전 3패, 무득점에 9실점이란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이후 20년째 변방을 떠돌며 '남의 잔치'를 곁눈질하는 신세다.중국축구 팬은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이란 등 아시아 국가들의 선전에 부러움을 넘어 참담하다는 반응들이다.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엔 자국에 대한 비난과 조롱, 원망이 넘쳐난다. 카타르월드컵 경기장 건설에 중국업체들이 참여한 것을 두고 "(중국은 다 가는데) 국가대표팀 선수들만 경기장에 못 들어간다"고 꼬집었다. 한 친중매체도 "중국 축구팀은 20년 동안 시종일관 불참했다. 그저 국가에서 돈을 쏟아부어 개최한 대회에만 참가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좌절과 실망은 코로나 봉쇄에 대한 불만으로 치환된다. 8만 관중이 들어찬 개막식과 경기 중계를 보면서다. "저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축제를 즐기는데 우리는 PCR 검사나 하고, 코드나 찍고 있다"고 자탄한다. "우리는 세계와 전혀 다르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우리가 바보군"이란 목소리도 있다.지난 주말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고강도 코로나 방역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신장 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는데 봉쇄조치로 인해 진화가 늦어지면서 10명이 숨진 사고가 도화선이다. 시위대는 "봉쇄를 해제하라"며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을 외쳤다. 베이징에선 주민들이 공동주택단지 봉쇄 해제를 요구하며 '백지 항의' 시위를 벌였다.시위는 과격해지고 내정 문제로 번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다. 최루탄을 쏘고 시위자를 연행하는데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시위대가 "중국공산당은 물러나라, 시진핑은 물러나라, 우루무치를 해방하라"는 금기어를 외쳤다. 공안이 깜짝 놀랄 불경이다.중국은 월드컵 축제로 지구촌이 들썩이는 것과 달리 살벌한 분위기다. 외려 과도한 봉쇄와 억압에

  • [참성단] 국민이 하나됐던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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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국민이 하나됐던 기록들 지면기사

    2007년 12월 6일 동틀 무렵 태안 앞바다에 1만t이 넘는 원유가 왈칵 쏟아졌다. 인천대교 공사 현장에서 거제로 향하던 해상 기중기가 풍랑에 표류하다가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충돌한 것이다. 순식간에 태안, 서산 해안이 쑥대밭이 됐고 양식장과 어장들이 폐허로 변했다. 원유는 해류를 타고 군산, 목포, 제주 근처까지 퍼졌다.전대미문의 참사에 정부와 삼성은 속수무책이었다. 전문가들은 방재와 복원에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전국에서 달려 온 국민들이 오염된 해안을 뒤덮었다. 기름 범벅인 바닷가 자갈들을 흡착포와 헌옷으로 일일이 닦아내고, 오염된 펄흙을 거둬냈다. 자원봉사자 123만명의 손이 모이자 몇 달만에 시커멓던 해안이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전 세계가 격찬한 태안의 기적이다.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위원회가 지난 26일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록물'을 아태지역 목록으로 등재했다. 민·관이 합심해 국가적 환경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문서, 사진, 간행물 등 22만2천건의 기록물이다. 민관이라지만 공동체의 위기를 극복한 자발적 국민 참여가 높은 평가를 받았을 테다.태안의 기적 말고도 우리 현대사의 '새마을운동 기록물', '이산가족 찾기 기록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있다. 새마을운동으로 온 국민이 경제적으로 각성했고, 이산가족 찾기로 민족공동체의 연대를 확인하고, 국민 저항으로 민주화를 성취하는 보람도 공유했다. 모두 국민이 하나돼 이룬 성취와 연대의 기록들이다. 유네스코 인증을 받진 못했지만, 1998년 금융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겠다고 단 몇 달 만에 200t이 넘는 금을 모아 수출한 국민이 바로 우리였다.정부 수립 이후 최악이라는 경제위기의 터널에 갇힌 지금 이를 극복할 국민적 연대가 절실하다. 살만해서인가. 어렵던 시절 뭉쳤던 국민들이 사분오열이다. 국난 극복에 합심해야 할 정치는 국가와 국민의 위기를 정략적 이익으로 바꾸어 먹느라 입이 바쁘다. 노조 등 각종 이익단체들은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

  • [참성단] 코로나 백신 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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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코로나 백신 불신 지면기사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19 확산을 막으려 강력한 방역정책을 펼쳤다. 사회적 거리 두기다. 음식점과 유흥업소는 영업시간이 제한됐고, 4명 넘는 인원은 함께 모여 밥을 먹을 수 없었다. 백신 접종도 정부가 강제했다. 1·2차 접종을 한 시민들만 다중집합 장소에 출입할 수 있었다. 미 접종자는 사회에서 격리됐다.정책에 대한 불신, 불만이 폭발했다. 자영업자들은 영업시간과 인원제한이 방역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뭐냐고 따졌다. 지하철과 버스는 왜 인원제한을 두지 않느냐는 비판이 거셌다. 백신 접종 뒤 사망하거나 이상 증상에 시달린다는 신고가 폭증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백신이 가장 효과적인 방역 수단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독려했다.올 상반기 질병관리청은 작년 2월 말부터 집계된 이상 반응 신고 건수가 44만 6천779건이라고 밝혔다. 이중 사망사례는 1천339건이다. 작년 8월보다 이상 반응 신고 건수(17만 천159건)는 61.6%, 사망 건수는 61% 증가했다. '코로나 19 백신 피해자 가족협의회'는 백신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사망자가 200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가 공식 인정한 사망사례는 2건에 불과하다. 부작용 의심 사망과 관련한 자료도 공개하지 않았다.정부가 주초부터 신종 코로나 백신 추가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릴레이 접종'에 나섰다. 겨울철 재유행을 앞두고 백신 접종률이 저조한데 따른 고육책이다. 지난 21일 기준 18세 이상 동절기 추가접종률은 5.9%에 머물고 있다. 고위험군인 60세 이상도 17.3%, 감염 취약시설 관련자 17.6%다.접종률이 낮은 주요인은 시민들이 코로나를 엔데믹 상황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백신을 맞아도 감염되기는 매한가지라는 불신이 더해진다. 미 접종자가 감염되더라도 견딜 만 했다는 경험담이 많다. 젊은 층에선 '코로나 걸려 죽을 확률보다 백신 맞고 숨질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백신 안전성 논란에, 정책불신은 설상가상이다. 공포에 떨면서 접종을 받아야 하고, 부작용이 발생해도 보상 가능성이

  • [참성단] 대장동 법정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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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대장동 법정 드라마 지면기사

    마피아는 이탈리아의 암이다.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도 시칠리아의 절대 권력 마피아 소탕에 전력을 기울였지만 실패했다. 시칠리아 토박이들의 자경단으로 시작된 마피아의 역사는 유구하다. 혈연과 지연, 종교적 유대를 침묵의 계율 '오메르타(Omerta)'로 지켰기에 가능했다. 마피아는 조직의 비밀을 누설한 조직원에 대한 피의 복수를 명예로 여긴다.1980년대 마피아 파벌 간에 시칠리아 지배권을 두고 내전이 벌어졌다. 공권력의 개입에 마피아가 무차별 테러로 맞서면서 정부와 마피아의 전쟁으로 확산됐다. 전쟁의 선봉에 선 조반니 팔코네, 파올로 보르셀리노 두 검사의 활약으로 마피아 360명이 유죄판결을 받고 격리됐다.팔코네, 보르셀리노 콤비의 활약은 오메르타를 깬 거물 마피아 토마소 부셰타 덕분에 가능했다. 경쟁 마피아의 조직원과 범죄혐의를 법정에서 증언했다. 부셰타는 경쟁 조직에 두 아들과 형제를 잃고 오메르타를 깼다. 복수심에 침묵의 명예를 버린 것이다. 경쟁 조직은 부셰타에 대한 복수가 여의치 않자, 팔코네와 보르셀리노를 차례로 암살했다.마피아뿐 아니라 모든 범죄조직들은 범죄의 비밀을 유지하는 '침묵'을 금과옥조로 여긴다. 하지만 불신과 의심으로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금과옥조를 깨는 경우가 다반사다. 최근에 대장동 게이트 피고, 피의자들이 법정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측근인 정진상, 김용에 대해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유동규는 이 대표측에 검은 돈을 전달했다고 진술하고, 남욱은 김만배의 천하동인 1호의 일정 지분이 이재명 시장실 몫이라고 밝혔다.두 사람의 진술 변경 이유가 그럴 듯 하다. 유동규는 정진상, 김용을 '의형제'로 여긴 것이 본인의 착각이었다고 한다. 정진상이 유동규에게 "우리는 모르는 척하고 개인 비리로 몰아갈 것"이라 했다는 구속영장 청구서 내용도 공개됐다. 남욱은 대선 1위 후보였던 이 대표가 "무서웠다"고 진술 번복의 이유를 밝혔다. 유동규는 배신감에, 남욱은 보복의 위험에서 벗어나자 '오메르타'를 깼다는 얘기다.범죄자들의 의리와 신뢰는 신기루에 가깝다. 애초

  • [참성단] 감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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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감탄사 지면기사

    '할(喝)'은 선승들이 즐겨 쓰는 감탄사다. 언어로 표현할 길이 없는 진리와 마음자리를 가르치거나 수행자들을 독려하거나 질타할 때 내는 고함소리다. 임제 의현(臨濟義玄, 미상~867) 선사는 제자들을 가르칠 때 할을 자주 사용하여 유명세를 치렀다. 덕산 선사는 할 같은 고함 대신 몽둥이를 썼는데, '덕산의 몽둥이와 임제의 고함소리'를 이른바 덕산 방 임제 할(德山棒 臨濟喝)이라 한다. 모두 격외(格外)의 가르침들이다.선사들은 '할'을 썼지만 지금 우리는 '헐'을 쓴다. 헐 같은 감탄사는 독립언으로 다른 문장 성분들과는 관련 없으나 경우에 따라 백마디 말보다 더 효과적일 때가 많다. 감탄사는 우리말의 9품사 중 하나로 말하는 사람의 감정이나 의지 또는 응답으로도 쓰인다.우리말에서 널리 사용되는 감탄사들로는 하이고·어머나·그것 참·쳇·젠장·얼씨구·아뿔싸·맙소사·오호라·애걔 등을 꼽을 수 있다. 우리말은 상황과 언어습관에 따라 맞춰 쓸 수 있는 감탄사가 풍부하고 많은 편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감탄사들이 사라지거나 사용의 빈도수가 줄어들고 있다. 연령과 성별에 따라 선호하는 감탄사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요즘에는 어찌된 영문인지 모든 감탄사가 '헐' 아니면 '대박'이다. 영미권 국가에서 그레이트(great)란 추임새를 자주 섞어 쓰고, 국내에 있을 때는 '헐'과 '대박'이란 말만 적절하게 써도 사회생활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한다.언어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그러면 헐과 대박이 요즘 들어 감탄사의 우세종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시대와 환경의 영향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22일 현재 소득 3분위 중산층 가계가 부담하는 가계대출이 일 년 사이에 27%나 수직 상승하면서 2019년 통계 개편 이후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 해 동안 이자 부담만 17조원이 더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종부세 납세자도 대폭 늘어 122만명을 돌파했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감탄사는 헐과 대박밖에 없다. 여기에 민생은 구호뿐 정쟁으로 점철된 정치권과 대통령 출근길 문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