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카타르의 개막전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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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카타르의 개막전 패배 지면기사

    2010년 5월 대한민국, 일본, 카타르, 미국, 호주 등 7개국이 2022 월드컵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그해 12월 카타르는 4차까지 진행된 투표에서 14표를 얻어 8표에 그친 미국을 제치고 개최국이 됐다. 한국은 3차 투표에서 탈락했다.여론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서방언론은 여름철 낮 기온이 최고 50도까지 치솟고, 습도가 높은 기후적 특성을 문제 삼았다. 외출하기조차 힘든 마당에 축구경기가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에서다. 카타르와 FIFA는 무더위를 피해 겨울철에 대회를 여는 고육책을 택했다.월드컵 본선에 한 차례도 오르지 못한 경기력도 논란이 됐다. 주최국의 빈약한 경기력과 예선 탈락은 대회 전체의 흥행에도 찬물을 끼얹는 대형 악재다. 역대 월드컵에서 주최국이 일찌감치 짐을 싼 대회는 흥행이 저조했다. 개최국 조 편성에 최상위 그룹 팀을 배제하는 이유다.카타르는 부정적 시각을 돌리려 국력을 소진했다. 사상 최고 대회로 월드컵의 개념을 바꿔놓겠다고 장담했다. 국부(國富)의 원천인 오일달러(Oil Dollar )를 쏟아부었다. 8개 경기장 건설과 인프라 구축에 310조원이 투입됐다. 주경기장인 엘베이트 스타디움만 4조원이다. 태양열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고, 차갑게 식힌 물을 순환시켜 섭씨 22도를 유지하는 첨단 에너지 공급시스템이 가동된다.카타르가 월드컵 개막전에서 완패했다. 20일 밤 개막식에 이은 첫 경기에서 남미의 복병 에콰도르에 0-2로 졌다. 전반 3분 만에 터진 첫 골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지 않았다면 0-3으로, 일방적인 게임이었다. 전반에 2골을 내준 뒤에도 반전의 기미가 없자 홈팬들이 경기장을 떠나면서 종반에는 빈 좌석이 많았다. 월드컵 개최국이 첫 경기를 지지 않는 전통이 깨졌다. 네덜란드, 세네갈전을 앞둔 카타르는 첫 승도 힘들다는 예상에 분위기가 험악하다.카타르 월드컵은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선정 당시 오일달러로 대회 출전권을 샀다는 비판이 거셌다. 주최국이 개막전에서 패하자 본선 출전국에 한해 개최자격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낯선 아랍 문화에 대한 선수단 불만도 만만치 않

  • [참성단] ICBM과 김정은 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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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ICBM과 김정은 부녀 지면기사

    북한은 지난 18일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최고 고도 6천100㎞까지 올라가 최고 속도 마하 22로 비행한 ICBM의 정상각도 발사 사정거리는 1만5천㎞. 사정권에 미국 전역이 포함된다. 한·미·일을 비롯한 자유진영 전체가 발칵 뒤집어졌다.북한 ICBM에 놀란 세계 언론은 곧바로 김정은의 기행으로 오리무중에 빠졌다. 조선중앙통신이 19일 ICBM 시험발사를 참관한 김정은과 딸의 모습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김정은 부녀의 등장에 ICBM은 졸지에 배경으로 희미해졌다. 전 세계를 긴장시킨 핵무력 과시 현장에 아빠 손을 잡고 등장한 소녀의 밝은 미소라니, 기괴하다.ICBM과 김정은 부녀, 국내외 언론들의 추측이 난무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무장이 대를 이어 진행될 세습 과제임을 천명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핵무장 포기는 없다는 메시지라는 얘기다.가장의 실패가 드러날 현장에 가족을 동반할 리 없다. 딸뿐 아니라 부인과 여동생 등 백두혈통 모두가 참석한 것은 ICBM 개발 완료 선언과 같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에 공개된 딸이 4대 세습의 주인공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지켜볼 일이다.김정은의 리더십은 악행과 기행으로 종잡기 힘들다. 고모부인 장성택을 총살하고 백두혈통의 적자이자 이복 형인 김정남을 암살했다. 한물 간 미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먼과 절친이고,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는 세 차례 정상회담으로 국제뉴스의 주인공이 됐다. '도보다리'를 같이 산책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을 '삶은 소대가리'라 욕하고,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박살냈다.세습 전제군주는 세습 권력을 대를 이어 유지하려 악행과 기행을 서슴지 않는다. 평가도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우리 사회에도 김정은을 전근대적인 세습독재자로 보는 보편적인 평가와 유시민처럼 계몽군주로 보는 시선이 혼재해 있다. 한 국가, 한 도시를 절멸시킬 수 있는 핵탄두를 탑재할 ICBM 발사현장에 등장한 하얀 패딩의 10대 소녀. 핵미사일을 물려받은 북한 4대세습 체제를 상상하면 온몸의 털이 곤두선다. 한편에서 하얀 패딩의 소녀에게서 계몽군주

  • [오늘의 창] 족구와 소맥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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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족구와 소맥 잔치 지면기사

    전 국민이 안타까워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 정부는 지난 5일 자정까지 국가 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공직자들에게는 술자리 등 사적인 모임을 자제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 기간 지역위원회 정치 일정을 최소화해 달라고 의원 및 당직자들에게 요청했다.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각종 행사를 취소하며 슬픔을 나눴다. 많은 이들이 동참했다.하지만 누구보다도 사고 수습과 치유를 위한 노력에 힘을 보태야 할 부천지역 일부 국회의원과 시·도의원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민주당 소속 A 국회의원과 시·도의원들은 추모와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는 참사 바로 다음날 파주의 한 저수지로 당원 워크숍을 떠났다. 이 자리에서 전 국민의 슬픔을 무시한 채 술자리를 가졌다. 이들은 당원들과 함께 족구경기도 하고, 소주와 맥주를 나눠 마셨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포천의 한 식당으로 이동해 술자리를 이어갔다.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A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사려 깊지 못한 행사 진행으로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반성하고 자숙하겠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음주 금지령에도 술판을 벌인 것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정치권은 물론 시민들까지 이번 사태를 일으킨 당사자들의 사퇴를 잇달아 촉구했다.상황이 이런데도 A 의원과 시·도의원들은 아직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여전히 본연의 임무에 충실히 하고 있다. 지역 정가는 기가 찬다는 반응이다. 시민들의 시선도 싸늘하다. 사람들은 이들이 진짜 사퇴하길 기다리는 게 아닐 것이다. 진심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는 정치문화가 정착하길 원하는 것으로 짐작된다.이태원 참사 희생자는 158명으로 늘었다. 슬픔에 잠겨 있을 유가족과 국민들 앞에 이제는 답해야 할 때다. 그게 바로 정치인의 책임 있는 자세다. /이상훈 지역자치부(부천)차장 sh2018@kyeongin.com이상훈 지역자치부(부천)차장

  • [참성단] 마스크 쓴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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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마스크 쓴 손흥민 지면기사

    마스크(Mask)의 사전적 의미는 얼굴을 가리는 일체의 도구를 말한다. 외부의 해로운 공기가 체내로 흡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눈, 코, 입을 보호하는 것을 포함한다. 동양문화권에서 친숙한 가면이나 탈도 범주에 든다. 보온, 보건, 방역, 방진, 방독을 위해 널리 쓰인다.코로나 19 이전엔 마스크 착용이 일상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건장한 남성이 마스크에 모자를 쓰면 범죄자 취급을 받았을 정도로 거부감이 컸다. 미국과 유럽권에선 코와 입을 가리는 마스크를 싫어하는 문화가 뿌리 깊다.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는 것을 부자연스러운 행위로 본다. 심지어는 공포의 대상이 되거나 살인마의 필수품으로 인식된다. 코로나가 창궐한 시기에도 유럽 일부 국가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은 연유다.반면 소설과 영화엔 마스크를 쓴 영웅(Hero)이 자주 등장한다. 현란한 칼 솜씨로 악당을 제압한 뒤 알파벳 Z를 남기고 사라지는 '쾌걸 조로'는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다. 고담을 지배하는 악의 세력과 맞서는 '배트맨(Batman)'도 마스크를 써야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 코미디언 짐 캐리가 열연한 영화 '마스크'는 더 노골적이다. 마스크를 얼굴에 뒤집어쓰는 순간 초능력자로 변신하고, 모두를 내 편으로 만드는 매력을 발산한다.안와골절 수술을 받은 손흥민(토트넘)이 지난 16일 카타르월드컵 축구대표팀에 합류했다. 얼굴 보호를 위한 마스크를 쓰고서다. 코치진과 취재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손은 밝은 표정으로 첫 훈련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왼쪽 눈 주위는 여전히 부었고, 수술 자국이 남았으나 심각한 상태로는 보이지 않았다.손은 이날 준비해 온 검은색 마스크를 꺼내 들었다. 토트넘 구단이 그의 얼굴에 맞춰 특별 제작했다는 마스크는 양쪽 볼과 콧등 언저리까지 가린다. 쾌걸 조로나 배트맨 마스크와 흡사하다. 눈치 빠른 언론은 '다크 나이트 손흥민의 등장'이라고 소개했다.마스크는 얼굴을 감추고 악의 무리와 싸우는 영웅의 상징물이다. 없던 힘도 생기는 영물(靈物)이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수비수 김태영은 깨진 머

  • [참성단] '떡볶이 먹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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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떡볶이 먹방' 지면기사

    떡볶이는 한국인의 소울 푸드다. 주식인 쌀로 만든 떡과 유일무이한 전통 양념 고추장의 조합에 한국 식문화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역사는 짧다. 마복림 할머니가 1953년 신당동에 좌판을 놓고 팔던 떡볶이가 원조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신당동 일대에서만 명맥을 유지했던 떡볶이가 각광 받기 시작한 건 쌀 자급과 밀이 흔해진 산업화 시대부터다.떡볶이의 장점은 간단한 레시피와 저렴한 원가이다. 손 맛에 자신이 있으면 누구나 떡볶이 가게를 차릴 수 있고, 집집마다 고유한 레시피로 즐길 수 있다. 개방적 레시피는 떡볶이의 가치를 한껏 확장시킨다. 라면, 어묵, 만두, 차돌박이, 치즈 등 거의 모든 고형 재료를 품는 넉넉함으로 계층과 국경을 초월한다. 한국인이라면 세대 불문하고 마음 속에 추억을 길어 올릴 떡볶이집 하나쯤은 품고 있다고 봐야 한다.국민적 사랑 때문인지 떡볶이는 논란도 화제도 많다. 쌀떡파와 밀떡파의 신경전은 유구하고, 유튜브에는 떡볶이 순례자들의 체험 영상들이 넘쳐난다. 부산 사람들은 가래떡의 원형을 유지한 떡볶이에 자부심을 느끼고, 대구 사람들은 납작만두를 곁들이는 떡볶이를 최고로 친다.공론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논쟁의 주인공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다. 떡볶이를 정크푸드로 격하하면서 찬반 논란을 촉발시켰다. 그랬던 사람이 떡볶이 광고에 출연해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경기도지사 때 황씨와 떡볶이 먹방을 찍었다가 제대로 유탄을 맞았다. 이천 물류센터 화재가 한창이던 시간에 먹방을 찍었다 해서 정치적 곤경에 빠졌고, 결국 사과했다.최근 황교익-이재명 먹방 사고를 능가하는 떡볶이 먹방 사고(?)가 발생했다. 유튜브 채널 '더 탐사'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영상을 배경으로 떡볶이 먹방 광고를 실시간으로 내보냈다가 국민적 공분에 직면했다. 일전에 현장 확인도 없이 한동훈-윤석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보도했던 바로 그 채널이다.더 탐사는 유족 동의 없이 희생자 명단을 공개해 물의를 일으켰다. 명분은 진정한 조의였다. 하지만 빈소에서 떡볶이 좌판을 벌인 셈이니 유족들이

  • [참성단] 카타르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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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카타르 월드컵 지면기사

    다음 주 월요일 카타르 월드컵이 개막한다. 1930년 제1회 우루과이 월드컵 이래 스물두 번째 월드컵이다. 우리 월드컵 역사는 1954년 5번째 스위스 월드컵에 출전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지역 예선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다가 1986년 32년 만에 멕시코 월드컵에 진출했고, 이를 기점으로 10회 연속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룩했다.월드컵에서 본선 16강 이상의 성적을 낸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단 두 번이다. 한국 축구팬들의 염원은 매번 조별 예선 3경기만을 보고 경우의 수를 따지다가 끝이 나는 남의 잔치 월드컵이 아니라 토너먼트의 주역이 되는 경기를 보는 것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이번 월드컵에서도 16강 진출을 장담하기 어렵다. 호날두가 이끄는 우승 후보 포르투갈이 있고,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선수만 해도 10명이나 되는 우루과이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진 최대 장점은 세계적 경기력을 지닌 토드넘의 손흥민, 나폴리의 김민재, 그리고 마르요카의 이강인 등이다. 한국 대표팀의 핵심인 손흥민은 출전 명단에는 포함이 됐으나 출전이 불투명하고 혹 출전한다고 하더라도 안와골절 부상의 회복과 과연 부상 이전의 월드클래스 급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강인은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선수로 한국 축구의 미래라 할 수 있으나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빌드 업 축구와는 잘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김민재의 단단한 수비능력이나 이강인의 화려한 개인기와 발기술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며, 손흥민은 앞으로 두 번 다시 나오기가 어려운 선수다. 프로 선수들의 실력은 미세한 종이 한 장 차이인데, 이 종이 한 장 차이가 승부를 가르는 경우가 많다. 가령 보통의 프로선수들은 볼만 보고 상황을 보지 못하거나 상황을 보다 볼 컨트롤에 실패하는데, 손흥민 수준의 선수들은 볼과 상황을 다 보며 슈팅의 정확성이 월등하다. 이 작은 차이가 경기의 승부를 좌우하는 것이다.요즘 국내외적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 많다. 세계적인 경제난에 나라도 이태원 참사 후유증으로 뒤숭숭하다

  • [참성단] 낙엽(落葉) 침수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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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낙엽(落葉) 침수 피해 지면기사

    낙엽은 엽록소의 퇴화로 인한 잎의 소멸이다. 입동(立冬) 즈음해 나무는 생존을 위해 잎들 양분을 줄기로 모은다. 잎 속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알록달록 단풍이 들고, 특수 세포층이 형성돼 잎이 분리된다. 이때 생장조절 물질이 분비돼 잎과 줄기의 분리를 촉진한다. 마침내 쓸모를 다한 잎이 떨어져 바닥에 뒹구는 것이다.낙엽의 상징어는 이별과 추억일 게다.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박인환 시인(1926~1956)의 '세월이 가면' 중에서). '낙엽이 지면 꿈도 따라가는 줄 왜 몰랐던가'. 스물여섯에 요절한 가수 차중락(1942~1968)은 번안곡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에서 낙엽을 밟으며 옛 연인을 그리워했다.현실 속 낙엽은 아름답거나 낭만적이지 않다. '시계를 거꾸로 매달아도 시간은 간다'는 군에서 낙엽은 애증의 대상이다. 눈은 어쩌다 내리지만, 가을철 낙엽은 달포에 피해갈 도리가 없다. 종일을 쓸어도 또 쌓이고, 자고 나면 수북한 게 여간 귀찮지 않다. 그래도 나뭇잎 물드는 계절을 두어 번 겪고 나면 제대일이 성큼 다가오지 않던가.청소원들을 애먹이는 낙엽의 민폐가 하나 더 늘었다. 지난 주말 요란하게 내린 가을비에 수도권 곳곳에서 물난리를 겪었다. 불과 50㎜ 안팎 강우량에 차량과 행인들이 쩔쩔맨 이유가 가로수 낙엽이 하수구를 막아 물길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인천에선 지난 토요일 밤 연수구 청학사거리, 계양구 임학지하차도가 침수되는 피해가 났다. 이날 인천에서만 낙엽이 배수로를 막아 도로가 물에 잠겼다는 호우 피해 신고가 200건을 넘었다고 한다. 경기도에서도 230건 넘는 도로 장애 신고가 접수됐고, 광주에선 정전 피해가 발생했다.가뭄 끝 단비가 환영받지 못했다. 낙엽 지는 거리에 비가 내리면 침수 피해를 걱정하게 됐다. 가로수 사이 은행잎 고운 거리를 더는 볼 수 없을 듯하다. 시골에서도 토양의 산성화로 썩지도 못하면서 산

  • [참성단] 정진상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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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정진상 미스터리 지면기사

    '좌동영 우형우'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평생 동지 김동영, 최형우 전 의원이다. 두 사람은 YS를 주군으로 모시며 박정희, 전두환 시대를 돌파했다. 김동영은 YS의 대통령 당선을 못보고 1991년 암 투병 끝에 작고했다. YS는 "이 문디 자슥아, 저 시상에 무신 맛있는 떡이 있다꼬 와 이리 빨리 가노"라며 통곡했다. 뇌졸중으로 정계를 떠난 최형우는 2015년 YS 빈소를 불편한 몸으로 통곡하며 지켰다.YS의 상도동계 못지 않게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도 DJ에게 헌신했던 측근들이 가득했다. DJ의 망명과 자택연금 시절 최측근인 '양갑', 권노갑과 한화갑은 그의 눈과 귀가 되어 주군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YS의 '좌동영 우형우'와 DJ의 '양갑'은 도원결의의 낭만을 연상시킨다. 지금 같은 내로남불 정치판에선 상상하기 힘든 낭만정치 시절의 전설이다.측근 없는 정치 지도자는 없다. 진정한 측근, 가신은 주군과 운명을 같이한다. 토사구팽 당할 정도라면 측근이 아니다. 진정한 측근이라면 세상의 이목에서 숨을 자리가 없다. 주군과 생사고락을 함께하고, 주군의 권력을 대행하니 그렇다. 한동훈 법무장관도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평판 때문에 야당의 표적으로 매일 언론에 등장한다.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검찰이 대장동 게이트의 핵심인물로 겨누면서다. 이 대표가 "측근이라면 정진상, 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고 했던 그 사람이다. 그런데 신기할 정도로 이 대표가 공인한 최측근 정 실장의 공적 행보가 거의 백지에 가깝다.정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2010년 이후 이 대표와 공직을 함께했다. 성남시 정책실장, 경기도 정책보좌관, 이재명 대선후보 비서실 부실장에 이어 민주당직에 이르기까지 최소 10년 이상 공직과 공당에서 이 대표를 보필했다.하지만 성남시, 경기도, 민주당에서 정 실장을 직접 봤다는 사람이 드물고, 수 많은 언론사들이 확보한 얼굴 사진도 단 한장의 자료사진뿐이다. 사진 속 얼굴과 지

  • [참성단] 한국시리즈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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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한국시리즈 유감 지면기사

    KBO 리그 한국시리즈에서 SSG 랜더스가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상대 팀 키움과의 전적은 4승 2패. 에이스 김광현이 선발과 마무리를 가리지 않았고, 외야수 김강민이 2개의 홈런을 때려내는 등 노장들 투혼이 빛났다. 위기 때마다 무서운 뒷심으로 판세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했다. KT 위즈와 LG 트윈스를 잇따라 제압하며 기세를 올린 키움은 결정적 순간에 실책이 쏟아지고, 체력이 고갈되면서 우승컵을 내줬다. 정규리그 우승팀 SSG의 포스트시즌 승리는 예상된 시나리오였다. 투·타 모두 객관적 전력이 앞서는 데다,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체력이 바닥난 상대이기에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지난해 우승팀 KT 위즈도 정규리그에서 극적으로 1위에 오른 뒤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정규리그 1위 팀에 유리한 한국시리즈를 두고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2~5위 팀은 와일드카드, 준플레이오프(3판 2승제), 플레이오프(5판 3승제)를 거치면서 피투성이가 되고, 주력 선수들은 녹초가 된다. 1위 팀은 보름 넘는 기간 체력을 보충하고, 상대는 그로기가 된 상태로 싸우는 불공정한 룰(Rule)이다. 더구나 7차전 가운데 다섯 차례를 1위 팀 홈에서 치른다. 난타전 끝에 시리즈에 진출한 팀이 4승을 올린다면 기적 아닌가.얼마 전 끝난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우승팀은 휴스턴 애스트로스. 상대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였다. 내셔널리그 최고 승률 팀 LA 다저스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져 일찌감치 탈락했고, 아메리칸리그 최다승을 거둔 뉴욕 양키스도 휴스턴에 패해 중도에 짐을 쌌다. 각 리그 1위 팀들도 디비전 시리즈(3판 2승제), 챔피언십 시리즈(7판 4승제)를 거쳐야 하기에 이변이 속출하고, 팬들이 열광하는 것이다. 퍼시픽리그와 센트럴리그로 운영되는 일본 프로야구도 포스트시즌은 메이저리그와 유사한 시스템으로 진행된다.한국프로야구리그 포스트시즌은 개선돼야 한다. 1위와 4위 팀, 2위와 3위 팀이 맞붙게 해 승자끼리 4선승제로 겨루는 방안이 있다. 이런 정도라면 2~4위 팀도 수긍할 만하다. 승부가 뻔한 경

  • [참성단] 제60주년 소방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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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제60주년 소방의 날 지면기사

    어제는 '제60주년 소방의 날'이었다. 환갑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나라이니 특별한 기념행사가 준비됐을 것이다. 하지만 소방청은 정부 차원의 기념행사를 취소했다. 이태원 참사로 인한 국민 애도 분위기를 고려해서다.소방의 날은 1963년 11월 1일 시작됐다. 소방 망루에서 화재를 감시하던 시절 화재가 빈발하는 겨울 초입에 기념일을 정했으니 불조심 계몽 목적이 컸다. 1991년 '119'와 같은 11월 9일로 변경하면서 소방관의 노고와 헌신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정부 행사로 자리잡았다.소방관의 근무 현장은 사람들의 목숨이 오가는 모든 형태의 사고 현장이다. 생명을 구하려면 자신의 생명을 걸어야 한다.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에는 아무리 뜨거운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소방관들이 복무신조로 여기는 '소방관의 기도'의 첫 구절이다. 신의 가호로 초인적 용기를 발휘해야만 화마와 재난의 한복판으로 뛰어들 수 있다.야속하게도 신의 가호에도 한계가 있나 보다. 시대의 변화로 재난의 형태는 다양해지고 규모가 커지면서 소방관들의 희생도 늘었다. 2001년 홍제동 주택 화재에서 6명이 순직했고, 2015년 서해대교 화재에서는 이병곤 소방관이 끊어진 케이블에 희생됐고, 지난해엔 쿠팡 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김동식 소방관이 우리 곁을 떠났다. 소방헬기 추락, 구조보트 전복으로 하늘과 해상에서도 순직했다. 심지어 취객에 폭행당해 숨진 여성 소방관도 있다. 우리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소방관을 가장 신뢰하고 존경하는 직업으로 꼽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이태원 참사 원인을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입건했다. 최 서장은 참사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갔고, 국민에게 최초로 설명한 공무원이다. 마이크를 쥔 손을 부들부들 떨던 화면은 충격적인 현장을 대변했다. 전국의 소방 공무원들이 최 서장의 현장 대응이 '더할 나위 없는 최선'이었다며 경찰 수사를 규탄하고 나섰다.결정적으로 여론 또한 최 서장과 소방관들을 지지하고 있다. 소방관들이 재난 현장에서 쌓아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