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 지면기사
동서양에서 친족 사이의 범죄를 방치하거나 가볍게 처벌하는 문화는 흔하다. 그 탓에 이슬람 여성들은 야만적 수난을 겪는다. 지난해 파키스탄의 패션 모델 나야브 나딤은 "모델 일을 해서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의붓오빠에게 살해당했다. 가문의 명예를 더럽힌 여성을 가족이 살해하는 명예살인이다. 논란의 여지 없이 더러운 범죄이다. 한 해 5천명 이상의 여성이 희생된다. 명예살인을 합법화한 이슬람 국가는 없다. 법이 정한 처벌도 무겁다. 하지만 실제 처벌이 약해 명예살인자를 영웅시하는 문화는 근절되지 않는다.최근 이란 여성들의 전례 없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도 맥락상 명예살인 악습이 계기가 됐다.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경찰에게 잡혀간 소녀의 의문사에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이 들고일어났다. 히잡을 안 쓰면 가족이나 국가에 의해 살해당할 수 있는 삶을 인내할 여성, 아니 인간은 없다.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 이란이 최후의 선을 넘었다.현대 인권국가에서도 친족간 범죄를 법으로 처벌하지 않는 특례를 둔 나라들이 적지 않다. '법은 문지방을 넘지 않는다'는 로마법의 규범이 관습법으로 굳어져 지금에 이르렀다.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가 대표적이다. 가족 내에서 발생한 절도·사기죄 등 재산범죄에 대해 죄를 묻지 않거나 친고죄로 제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재산죄는 묻지 않고, 민법상 친족인 8촌 이내의 혈족과 4촌 이내의 인척은 친고죄로 처벌한다.최근 예능인 박수홍씨 가족의 재산분쟁으로 친족상도례 폐지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부모와 형 부부는 박씨의 수입에 전적으로 생계를 의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형 부부가 횡령한 박씨 재산이 검찰 공소장 기록에만 61억원이다. 박씨 아버지가 자신의 범죄라고 주장하면서 친족상도례가 된서리를 맞았다. 박씨에게 형이 한 짓이나, 아버지가 보여준 태도를 보면 '가족'이 무색하다. 직접 살인 말고도 사람을 죽이는 방식은 많다.배금문화가 만연하면서 돈 앞에서 남보다 못한 가족들이 흔하다. 친족상도례도 가족이 서
-
[참성단] 파운드화(貨) 위기 지면기사
고물가와 경기침체에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미증유의 딜레마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묘방은 무엇인가. 치솟는 물가를 잡으려면 긴축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나 모순되게도 갈수록 깊어지는 경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공격적 재정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경기침체와 고물가란 모순이 서로 줄다리기를 하는 형국이다. 성장을 기치로 내건 영국 보수당 출신 신임 트러스 엘리자베스 총리는 감세정책과 재정지출 확대를 추진하다 파운드화의 급락을 초래했다. 트러스는 심상치 않은 시장 상황과 여론에 못 이겨 고소득자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결정을 철회했지만 그 여파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11일 기준 파운드화는 1파운드당 1.1달러로 떨어져 있다. 영국의 경제 위기는 오래됐다. 대처 총리는 당시 영국의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제조업보다는 금융 중심의 정책을 폈고 이것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냈다. 국익을 전면에 내세운 보리스 전 총리의 강력한 브렉시트 추진도 국제 금융시장에서 영국의 위상을 현저하게 약화시켰다. 미국과 같은 영어권 국가에 제국주의 시대의 패자로서 유럽 금융의 중심으로 군림하던 영국은 세계 각국 금융회사의 이탈을 지켜보고 있다. 파운드화는 세계 4번째 기축통화다. 스털링 블록(sterling block)이라고 해서 영연방에 속해있던 상당수의 국가들이 파운드화를 무역 거래에서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는 등 한동안 파운드화의 위세가 대단했다. 파운드화는 파운드란 말 그대로 귀금속의 무게를 재는 단위가 화폐 이름으로 전용된 것인데, 그 만큼 세계에서 차지하는 파운드화의 무게가 대단했던 것이다. 해가 지지 않을 것 같았던 영국의 파운드화도 세계적 경제난에 갈팡질팡하는 정치 리더십으로 인해 국제적 위상과 신뢰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 같은 파운드화의 몰락과 위기는 우리에게 좋은 반면교사다. 정파적 이익과 지지 세력을 대변하는 정책이 얼마나 국가경제를 위기로 몰아넣는지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금융기관 수장들의 노선과 철학은 무엇인가. 새 정부의 국정비전과 철학은 여전히 안갯속이나 인플레이션을 막아보겠다는
-
[참성단] PGA 투어 2승 김주형 지면기사
타이거 우즈(46)는 골프사를 바꾼 슈퍼스타다. 미국 주니어 아마추어 3연패, US 아마추어 3연패에 빛나는 우즈는 PGA투어도 압도했다. 통산 82승에 메이저대회(마스터스, US오픈, 디오픈(전영오픈), PGA 선수권) 15승을 수확했다. 역대 처음으로 통산 상금 1억달러를 넘어선 황금 사나이가 됐다.젊은 황제를 등에 업고 PGA 투어가 날아올랐다. 타이거를 보려 몰려든 구름 관중에, 중계방송 시청률이 급상승하면서 대회 수와 상금규모가 급증했다. 2010년 투어 총상금이 3억 달러를 돌파해 우즈 출전 15년 만에 5배가 됐다. 2010년 이후 가정불화와 교통사고로 투어를 떠난 기간이 많았으나 2019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서 극적으로 부활했다. 타이거 출전 여부로 PGA 투어 대회 흥행이 갈렸다.스무 살 김주형이 10일 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5언더파 66타를 쳐 패트릭 켄틀레이(미국, 세계랭킹 4위)를 3타차로 따돌렸다. 김주형은 지난 8월엔 윈덤 챔피언십에서 임시회원으로 참가해 우승했다. 만 21세 이전 2승은 우즈 이후 26년 만이다. 김주형은 또 PGA 투어 18경기 만에 2승을 수확, 우즈의 20경기 2승보다 2경기 빠르다. PGA가 "우즈와 견줄만한 대형 유망주가 나타났다"고 흥분하는 이유다.호주에서 골프를 배운 김주형은 아시아 무대 경험을 쌓아 PGA 투어에 진출했다. 평균 드라이버 거리가 300야드를 넘나들고 정교한 아이언샷과 퍼트의 정확성을 두루 갖췄다. 신체 조건이 서구 선수에 뒤지지 않고, 집중력과 담대함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칠드런스 오픈에서도 최종일 17홀까지 동타였으나 평정심을 유지했고, 공동선두 캔틀레이가 무너지면서 우승했다.한국 골프는 늘 여성이 우위였다. 최경주, 양용은, 임성재 등이 수차례 우승했으나 LPGA 세계랭킹 1위를 독식한 여자 선수들에 밀렸다. 그런데, 최근 국내 여자 선수들이 주춤한 사이 남자 선수들이 힘을 내고 있다. 지난달 프레지던츠 컵에서 국내 선수들이 맹활약한데 이어 칠드런스 오픈에선 4명이나 톱 1
-
[참성단] '타다'의 부활 지면기사
혁신(革新)을 가로막는 장벽은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다.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는 택시업계의 반발을 샀다. 업체는 과당경쟁에 따른 경영난을, 기사들은 일자리를 잃게 됐다며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했다. 타다 반대집회에서 여당 국회의원이 택시업계 편을 들어 박수를 받았다. 여당 의원은 얼마 뒤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분쟁을 잠재우려는 관료집단과 표를 의식한 정치권은 택시업계를 감쌌다. 혁신 스타트업 타다는 설 자리를 잃었다.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20년 3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적 불확실성이 제거돼 수많은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이 안정적인 사업을 하게 된다"며 동료 의원들을 설득했다. 현실은 정반대였다. 개정법 시행으로 불법이 되자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이 줄줄이 사업을 접었고, 카카오카풀도 시장을 떠났다.타다의 시련은 사업을 접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전·현 경영진이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법원에 넘겨졌다. 쏘카 이재웅 전 대표와 타다 운영사인 VCNC 박재욱 전 대표는 1심에 이어 지난 주 2심에서도 무죄를 받았다. 법인에도 무죄가 선고됐다. 박 전 대표는 선고 뒤 "법과 제도로 인해서 좌절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오늘을 끝으로 이런 일이 다른 스타트업에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한다.택시 대란에 원성이 커지자 보다 못한 정부가 지난 4일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내놨다. 택시 호출료를 최대(현행) 3천원에서 5천원으로 올리고, 타다·우버 등 플랫폼 운송 수단도 확대하는 게 골자다. 택시 부제 해제와 심야에 시간제로 법인택시 운전을 하는 '파트 타임 택시'도 허용하기로 했다. 밤 10시~새벽 2시 사이 택시 공급을 대폭 늘려 늦은 밤 택시난을 줄여보겠다는 것이다.정부가 타다와 우버 등 플랫폼 운송사업을 활성화한다는데, 여야 정치권은 조용하다. 불과 수년 전, 법을 만들어 시장에서 강제 퇴출한 의원들도 별말이 없다. 그 사이 혁신 기업가들은 범법자 취급을 받았고, 차량호출서비스는 뒷걸음쳤
-
[참성단] '윤석열차' 지면기사
한 고등학생의 만평이 어른 싸움으로 번졌다. 지난 3일 폐막한 제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만평 '윤석열차'가 전시됐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카툰 부문 고등부 금상(경기도지사상)을 수상한 작품이다.만화 캐릭터 '토마스'처럼 기차를 윤 대통령으로 의인화했다. 김건희 여사로 보이는 기관사가 운전하고 객차엔 법복에 칼을 치켜 든 검사들이 탑승했다. 증기를 뿜으며 질주하는 윤석열차 앞에서 사람들이 혼비백산 흩어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엄중 경고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표현의 자유' 문제로 일이 커졌다.자유민주 시민은 표현의 자유로 모든 권력을 견제하고 구속한다. 역설적으로 모든 독재권력은 표현의 자유를 적대한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이슬람교를 비판한 프랑스 풍자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끔찍한 테러를 가했다. 북한, 중국, 러시아는 언론을 통제하고 표현을 제한한다. 표현의 자유와 독재 권력은 양립할 수 없다.자유민주 국가의 권력에게도 표현의 자유는 성가시다. 권력 획득과 유지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면서도 권력을 흠집내는 비판적 표현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비판 대자보를 붙인 20대 청년을 재판에 넘겼다. 민주당은 집권여당 시절 신문 칼럼 '민주당만 빼고'를 쓰고 게재한 임미리 교수와 경향신문을 고발했다. 상황은 역전됐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역공을 펼친다.문체부의 대응이 성급했다. 고교생 아마추어 만평에 거창하게 '정치' 잣대를 들이댈 일이 아니었다. 공모전 대상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이다. 대상이라도 받았다면 장관이 사퇴할 뻔 했다. "입장이 없다"는 대통령실도 아쉽다. 대선 때 '쥴리 벽화'도 인내했던 대통령이다. 도어스테핑에서 "저도 봤는데 재미있던데요"라고 웃어 넘겼다면 윤석열의 '자유'는 더욱 선명해졌을테다. 문체부가 서둘러 정색하는 바람에 대통령이 표현할 자유를 잃은 건 아닌가 싶다.탄핵 정국이 한창이던 2017년 한 전시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누
-
[참성단] 테슬라 로봇 '옵티머스' 지면기사
로봇(Robot)은 외계인(Alien)과 더불어 SF 장르의 단골 소재다. 20C 중반까지는 인간계 너머의 초월적 능력을 지닌 전투용 로봇이 주류였다.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는 슈퍼로봇의 활약상은 가히 눈부시다. 마징가 제트와 태권브이가 대표 캐릭터다. 디지털 촬영기법이 발전하면서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도 진화를 거듭했다. 최근엔 인간과 동일외모에 감정을 지닌 휴먼로봇이 친숙해졌다.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2001년 연출한 영화 'AI(Artificial Intelligence)'는 SF 수작(秀作)이다. 환경파괴로 곤경에 처한 인류는 인공지능 로봇에 궂은 일을 시켰다. 산아를 제한해 자녀 역할도 맡긴다. 대량생산으로 수요를 채우고, 쓸모가 다하면 폐기한다. 인간과 생김이 같고 감정을 나눌 정도의 지능을 갖춘 인조물이나 언젠가는 버려지고 마는 운명인 것이다.평범한 가정에 입양된 데이빗(할리 조엘 오스먼트 분)은 진짜 아이가 자라면서 버려진다. 데이빗은 자신이 인간이 되면 엄마의 아들로 되돌아갈 것이라 믿고 파란 눈의 요정을 찾아 나선다. 공원 동상을 보고 요정이라 여긴 데이빗은 인간이 되게 해달라 소원한다. 2천 년이 지나 인류는 멸하고, 외계인은 유전자 복원으로 데이빗과 엄마를 살려내지만 함께 있는 시간은 단 하루뿐이었다. 엄마와 만나 행복한 한때를 보낸 데이빗은 처음으로 단잠에 빠져든다.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지난주 '옵티머스'란 테슬라 로봇을 공개했다. 무대 뒤 벽이 갈라지며 등장한 옵티머스는 양팔을 자유자재로 움직였고, 팔을 비틀기도 했다. 무대 앞으로 걸어 나오자 박수와 함성이 터졌고, 옵티머스는 관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머스크는 "작년에는 그저 로봇 옷을 입은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크게 발전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전문가들은 옵티머스의 움직임이 굼뜨다고 한다.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아틀라스'는 걷고 뛰고 춤추고, 백덤블링도 한다. 금융계는 '주가 부양용 아니냐'고 평가절하했다.머스크는 완전자율 주행차 출시를 자꾸 미
-
[참성단] 고환율 시대 지면기사
'달러'는 미국의 화폐이자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기축통화다. 달러란 말은 체코 보헤미아 요하임의 한 골짜기에서 유래됐다 한다. 1516년 이곳에서 대량의 은광이 발견되고 여기서 은화가 만들어지자 이를 요하임스탈러 또는 탈러(Taler)라 부르다 발음의 편의상 달러로 지칭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미국 화폐로서의 달러는 1792년부터 사용되다가 영국의 퇴조와 미국의 부상으로 기축통화가 된다. 2차 세계대전으로 미국이 세계 최대의 금 보유국이 되면서 달러의 영향력이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1944년 달러를 기축통화로 인정하는 브래튼우즈 체제가 들어서고 1945년 국제통화기금 IMF가 창설되자 달러화의 위상은 더 공고해졌다. 1960년대 베트남 전쟁으로 미국의 누적되는 재정적자 등으로 달러의 금태환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1971년 닉슨이 달러화의 금태환을 중지하자 달러화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타격을 받는 듯했으나 1972년 12월 스미소니언 협정으로 브레튼우즈 체제가 다시 그대로 인정됐다. 여기에 1975년 미국과 사우디가 원유 결제를 달러로만 하자는데 합의하면서 페트로달러(petro-dollar) 시대가 열리고 달러화는 국제화폐이자 기축통화로서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됐다.세계적 인플레이션 상황이 오자 요즘 달러화의 위세가 더 강력해지고 있다. 오바마, 트럼프, 바이든 행정부가 경기를 살리겠다는 명목으로 연속해서 거액의 달러화를 살포하다 인플레이션 상황이 오자 금리를 올리는 등 달러화를 회수하는 정책을 펴면서 달러화의 강세가 지속되고 킹달러 현상이 오면서 세계 각국의 환율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지금 국내 물가 급등은 인플레이션과 달러화 강세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문제는 미국이 만들어내고 부담은 전 세계국가가 나눠지고 있는 것이 경제난의 본질이다. 경제위기를 가중시키는 것처럼 보이는 러-우크라이나 전쟁은 착시이며, 전쟁의 최종 승자는 미국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최근 환율 1천441원과 고물가 사태는 이 같은 국제환경의 결과물이다. 이럴 때 가용외환을 풀어 원화 환율을 방어하는 정책은
-
[참성단] 키릴 총대주교의 망언 지면기사
기독교 교단인 러시아 정교회는 10C 말 그리스 정교회 선교에 따라 역사가 시작됐다. 16C 후반 세계 총대주교가 독립교회 지위를 공식인정했다. 러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교단으로, 신자 수가 1억명 정도로 추정된다. 모스크바에 총대주교좌를 뒀다.러시아 정교회는 20C 초 소비에트연방공화국이 탄생하면서 고난의 길을 걸었다. 무신론에 기초한 공산국가는 신을 섬기는 종교를 인정하지 않았다. 성직자와 수도자들을 죽이거나 옥에 가뒀고, 예배를 금지했다. 역사·문화 가치가 높은 성당들이 파괴되거나 망가졌다. 소련의 박해를 피해 수많은 신부와 신자가 해외로 망명하면서 정교회가 분리되는 아픔을 겪었다.구(舊) 소련이 해체되면서 정교회가 부활했다. 러시아 정부는 정치적 필요에 따라 정교회를 지원했고, 해외 본부와 국내 본부가 재결합하면서 영향력이 확대됐다. 키릴 총대주교의 후견인을 자처하는 푸틴 대통령도 정교회의 세 확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키릴 대주교는 특히 독재자 푸틴을 적극 옹호하고 나서 세계 기독교단으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키릴이 국민들에게 참전을 종용하고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키릴은 지난 주 강론에서 "만약 누군가 소명에 충실하고 병역 의무를 수행하다 죽는다면 그는 희생에 버금가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기에 한 사람이 저지른 모든 죄를 씻어준다고 생각한다"며 전쟁 희생자를 예수에 비교했다고 한다.키릴은 지난 4월 부활절날엔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을 일으킨 푸틴을 향해 "러시아 국민에 대해 고상하고 책임감 있는 봉사를 하고 있다"고 칭송했다. 하지만 200명 넘는 어린이가 희생된 우크라이나의 비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휴전을 하자고 제안한데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럽 가톨릭과 정교회 수장들은 푸틴에게 전쟁을 그만둘 것을 촉구하고 있으나 키릴 총대주교만 딴소리다. 그에게 실망한 러시아 정교회 교단들의 탈퇴가 줄을 잇고 있다. 푸틴을 옹호하더니 국민 참전을 촉구하면서 예수마저 욕되게 하고 있다. 국가원수급 대우를 받는 대주교의 잇따
-
[참성단] 푸틴의 군사동원령 지면기사
1905년 1월 22일 일요일. 제정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수십만 명의 도시 노동자들이 황제의 겨울궁전을 향해 행진했다.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기근에 시달렸다. 참다못해 니콜라이 2세에게 급료인상을 청원하려 시작한 행진이었다. 군중은 국가를 부르고 행렬 앞에 황제의 초상을 높이 들었다. 러시아 민중에게 황제는 신의 대리인이었다. 노동자들은 황제가 자신들의 가여운 사정을 들어주리라 기대했다.휴양 중이던 황제는 궁전에 없었고 노동자들에겐 총탄이 쏟아졌다. 치안 책임자인 황제의 숙부 블라디미르 알렉산드로비치 대공이 청원 행진을 폭동으로 몰아 발포를 명령했다. '피의 일요일 사건'이다. 군중은 "이제 차르(황제)도 하느님도 없다"고 절규했다. 러시아 제정은 이날부터 무너졌다. 피의 일요일 사건은 1917년 러시아 혁명의 씨앗이 됐다. 황제 일가는 혁명 다음해 즉결 처형된 후 소각됐다.최근 러시아가 심상치 않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군사동원령을 발령해 국민 30만명을 강제 징집하자 민심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오판의 연속이었다. 며칠, 몇주면 간단히 끝날 것이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 7개월을 넘겼다. 미국과 나토의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전에 러시아의 전력 손실이 막대하다.급기야 병력 보충을 위해 예비역 동원령을 발동하자 참았던 민심이 폭발했다. 반전시위대는 "누구를 위한 전쟁이냐"고 절규하고, 징집을 피하려는 청장년들은 국경을 탈출하고, 반정부 감정이 반영된 총기난사사건도 잇따라 발생했다.푸틴은 소련 해체 이후의 혼란기에 러시아의 권력을 장악한 행운아다. 행운에 만족하지 않았다. 헌법을 개정해 독재 권력을 다졌고 사실상 종신 집권자가 됐다. 사실상 제정시절 황제의 권력에 오른 것이다. 그는 구 소련과 제정 러시아 수준의 러시아 부흥으로 민심을 장악했다. '위대한 러시아'의 환상에 빠진 국민은 푸틴에 열광했다. 우크라이나 침공도 영토수복 전쟁이라며 지지했다.하지만 푸틴이 전선의 총알받이가 될 것을 명령하자 민심이 급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죽고 사는 현실이
-
[참성단] 라면 지면기사
라면은 간편식의 차원을 넘어 한국인의 소울 푸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야식으로, 식사대용으로 또는 해장용으로 저마다의 이유로 우리는 라면을 먹는다. 라면 없는 한국의 일상문화는 상상하기 어렵다. 작년 한국인들의 라면 소비량은 1인당 73개로 베트남의 뒤를 이어 세계 2위를 했다. 베트남은 87개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라면은 전후 식량난과 미국의 잉여 농산물인 원조 밀에서 비롯됐다. 전후 일본은 만성적 식량난을 겪고 있었고, 이때 미국에서 들어온 공짜 밀가루를 이용하여 탄생한 것이 '라멘'이다. 개발자는 오사카에서 메리야스 사업을 하던 타이완 출신 사업가 안도 모모후쿠(1910~2007)로 중국식 본명은 우바이푸(吳百福)다. 모모후쿠는 1958년 중국인들이 국수의 부패를 막기 위해 기름에 튀긴 유면(油麵)을 응용하여 국수를 튀겨 말린 후 뜨거운 물만 부으면 국수가 되는 치킨 라멘을 고안했는데, 이것이 라면의 원조다.이 치킨 라멘의 뒤를 이어 묘조식품을 창업한 오쿠이 기요스미(1919~1973)는 치킨라멘을 더욱 발전시켜 양념 스프를 별도로 제공하는 인스턴트 라면을 만들었다. 삼양식품 대표 전중윤(1919~2014)은 기요스미의 도움으로 1963년 9월 15일 '즉석 삼양라면'을 세상에 내놓았는데 이것이 오늘날 한국식 라면의 시초다. 이후 한국 라면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며 김치·불고기·비빔밥·컵밥·만두 등과 함께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K푸드의 대표주자가 됐다.라면값이 원료 가격 상승과 물가를 이겨내지 못하고 계속 오르고 있다. 농심과 삼양이 이미 가격을 올린 가운데 오뚜기 식품도 라면 가격을 11%나 올린다고 예고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르고 국제 곡물가 시세에 따라 라면값이 오르고 또 오르는 '또또'의 상황마저 올 수 있다. 27일 기준 원화가 1달러당 1천427원으로 자유낙하 중이다. 여기에 다중채무자가 41만명에 평균 대출금이 4억7천만원이라는데, 기준 금리가 대폭 오를 전망이다. 최근의 라면 등 식료품 가격 상승의 본질은 환율과 인플레이션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