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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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진 칼럼]안락사 지면기사
여론조사 따르면 국민 80%가 찬성우리나라 아직까지 법적으로 금지죽음, 한사람의 인생 투영하는 거울깨닫지 못했던 '삶의 의미' 되짚어두려워 외면 '마지막 선물' 놓치는 것한 여론조사 기관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80% 이상이 안락사에 찬성한다고 합니다. 가장 큰 이유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품위 있게 보내기 위해서, 두 번째가 남은 가족들을 힘들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스위스의 디그니타스는 자발적 안락사를 돕는 비영리단체입니다. 최근 3년간 두 명의 한국인이 이미 이 단체를 통해 죽음을 맞이했고, 같은 방식으로 죽음을 기다리는 한국인이 백 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호주의 과학자 구달도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고, 이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화제에 올랐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안락사가 법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다만 작년부터 생명만 연장하는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존엄사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법이 통과되자마자 연명치료 거부 희망자가 1만 명을 넘어서는 등 '자발적 죽음'에 대한 관심은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천주교 신부는 적어도 한 달에 다섯 번 이상 죽음을 마주합니다. 신자가 죽음에 임박했을 때 종부성사라는 종교의식을 치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임종을 앞둔 분들에게서 발견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의연했던 사람이더라도 죽음 직전에서는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는 것입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은 조금이라도 그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그러나 인간의 수명이란 이미 정해진 것이고, 그 마지막을 잘 수용하는 것이 인생을 완성 짓는 마지막 한 걸음이라는 사실을 본인도 가족도 모르지 않습니다. 문제는 죽음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어떤 이들은 죽음을 단순히 생명이 꺼지는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최대한 고통 없이 죽기를 원합니다. '존엄한 죽음'이라는 이름으로 안락사를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조력으로 죽음의 고통을 줄이는 것이 본인에게도 가족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그러나 죽음을 앞두고 겪게 되는 고통은 삶의 중요한 일부입니다.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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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칼럼]'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지면기사
박경리~최인훈 사이 세대 박완서첫 소설 '나목' 욕망·양심 드라마단편 '…가르칩니다' 병적 감수성윤리적 양심의 뿌리, 늘 의식하는'부끄러움'의 능력에 무릎을 탁 쳐작가 박완서 선생은 1931년에 경기도 개풍군, 지금은 갈 수 없는 휴전선 위쪽에서 나서 2011년 불과 몇 년 전에 담낭암으로 유명을 달리한 작가다.나는 먼저 선생의 세대적 위치를 가늠해 본다. 박경리 선생은 1926년생 그의 성장기 전체는 일제 강점기에 걸쳐졌다. 태평양 전쟁과 이후 육이오 한국전쟁을 통하여 문학의 문제를 생명의 문제로 초점화할 수 있었다. 최인훈은 1936년생이고,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나 원산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중 사회주의 체제 교육을 접했다. 1·4후퇴를 얼마 앞두고 원산철수로 부산에 내려온 선생은 평생을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적 자유주의, 이 두 20세기 사상이 내건 숙제들과 싸우는데 바쳤다.박완서 선생은 이 둘 사이에 끼인 세대의 작가였다. 그녀는 일제 말기에 숙명여고에 들어가 해방 후에 숙명여고로 졸업했으니 1950년 5월이었다. 곧이어 육이오를 맞는 바람에 대학 입학과 더불어 수학은 좌절되고 6·28 서울 함락부터 9·28 수복에 이르는 3개월여를 인민군 치하에서 보낸다. 다시 1·4 후퇴 이후의 정적 감도는 서울에 남은 끝에 전쟁의 죽음과 폐허, 모순과 불합리를 겪을 만큼 겪은 사람으로 남게 된다.이 선생의 첫 작품은 젊었을 때 미군 PX 초상화부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박수근의 그림을 모델로 삼은 장편소설 '나목'이다. 선생은 여기서 선생 자신을 썩 빼어 닮은 여성 주인공 이경과 박수근을 모델로 그린 화가 옥희도의 사랑을, 그리고 대학을 두 해 다니다 군대에 갔다 온 전공 '황태수'와 미군 '죠오' 사이에서의 방황과 선택을 그렸다.이경은 여기서 자신의 잘못된 제안으로 행랑채에 숨어 있던 두 오빠의 죽음을 목도해야 했다. 그럼에도 젊고 살아 있기 때문에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갈망하는 여성이었다. 이 이경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박경리의 '생명'의 여인도 아니요, 좌우익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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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칼럼]책을 정리하며 지면기사
창간~종간호 모은 월간지 '뿌리 깊은 나무'발행인 온기 그대로 과거로 되돌아간 느낌10년 넘은 책꽂이, 반은 책·반은 먼지란 말"지금 우리는 그런 먼지 속에서 살고 있다"책을 정리할 일이 생겼다. 문학청년의 패기는 모두 사라지고, 이사를 해도 이제 더는 책을 안고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다. 책을 빼면 먼지가 풀풀 날았다. 하얀 목장갑이 금세 까매졌다. 딱히 정해진 날까지 정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책은 두 겹으로 꽂혀있다. 한 권을 빼면 그 뒤에 늙어서 더는 힘을 쓰지 못하는 병사처럼 빛바랜 책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뿌리 깊은 나무'가 보였다. 70년 중·후반을 풍미했던 월간지다. 가슴속에 바람이 싸하게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책 정리고 뭐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서슬 퍼렇던 시절, 수원 교동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창간호부터 종간호까지 사서 모은 잡지다. 어렵사리 결호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발품을 판 덕분에 단 한 권의 결호 없이 온전히 모았다. 권당 200원에서 500원 값을 치렀던 것으로 기억된다. 다른 어느 책보다 '뿌리 깊은 나무'에 애정이 넘치는 것도 그래서다. 창간호를 읽다 보니 이래저래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1976년 3월에 창간된 한글 전용 잡지 '뿌리 깊은 나무'에는 '문화'의 힘을 앞세워 긴급조치를 발동한 독재에 항거하는 발행인 한창기의 온기가 그대로 녹아있다. 쌀을 한 움큼 쥐고 있는 손을 표지 사진으로 사용한 창간호는 기존의 잡지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43년 전 쓰인 한창기의 창간사는 이랬다. "우리가 '잘사는' 일은 헐벗음과 굶주림에서 뿐만이 아니라 억울함과 무서움에서도 벗어나는 일입니다. 안정을 지키면서 변화를 맞을 슬기를 주는 저력 - 그것은 곧 문화입니다." 잡지는 신군부가 들어선 1980년 8월 폐간될 때까지 모두 53권이 발행됐다.80년대 초 수원역 지하상가 입구에는 '니꼴라'라는 서점이 있었다. 군사정권으로부터 판매금지된 책들은 이곳에서 구했다. 그때 사서 본 책들이 둘째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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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식 칼럼]인간의 미래 지면기사
영화 속 인간의 능력 확장 캐릭터우리 미래 발전 방향 예견하는 듯체외골격 슈트로 하반신 마비 극복외국어 실시간 번역 인터페이스 등개인격차 최소화로 발전하는 기술최근 어벤져스: 엔드게임이라는 영화가 1천341만명의 관객이 관람하여 역대 외화 중 가장 흥행에 성공한 영화로 기록되었다. 마블코믹스 만화의 주인공들인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토르, 헐크, 호크아이, 앤트맨 등의 캐릭터를 총출연시켜 만든 슈퍼히어로 영화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각기 다른 초능력과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아이언맨의 경우는 억만장자 천재 발명가인 토니 스타크가 심장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어 자신의 목숨을 지키며 동시에 세계를 지키기 위하여 강화 슈트를 제작하고 과학의 결정체로 만들어진 슈트를 입고 아이언 맨이 되어 악과 싸워가는 캐릭터이다.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인간의 능력이 확장(human augmentation) 된 사이보그라 할 수 있다. 인간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가를 미리 예견하는 듯한 영화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많은 관람객이 공감하는 미래라고도 할 수 있다. 1966년 미국의 NBC에서 방영되었던 '스타트렉'이라는 우주전함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TV드라마에 나오는 수많은 상상의 기기나 도구들이 50년이 지난 지금에 거의 대부분 우리들의 일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예전에 히트 친 '스타텍'이라는 폴더폰은 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통신장치와 동일한 모양으로 출시되었다. 영화의 상상력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되었는데 최근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로봇, 드론, 증강현실 등의 최종적인 방향은 인간 능력의 확장과 향상 (augmentation and enhancement)의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영화 어벤져스와 함께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새로운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인간을 지배한다든지, 인간이 하는 일을 인공지능이 대체하여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든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정보화 시대에서 정보격차(inform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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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칼럼]국가의 길, 국민의 길 지면기사
국민 가치관 따라 '정부개입' 차이착취보다 포용적 경제 성장에 유리집단주의 성향 강해도 성공한 한국우리 사회 '국가가 분배 주도' 요구자본·민주중 한쪽 희생해야할 상황배링턴 무어의 저서, '독재와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원'은 "부르주아 없이 민주주의 없다"는 테제로 요약된다. 부르주아계급의 존재가 민주주의, 독재, 그리고 파시즘의 경로를 결정했다는 내용이다. 물론 현대의 확장적 대의민주주의는 여기에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혁명적 역할이 더해진다. 이후 남미, 동구, 아프리카의 '제3의 물결' 민주화를 지켜본 정치경제학자들은 "국가 없이 민주주의 없다"라고 주장한다. 즉, 계급 간의 투쟁으로 국가가 불안정하면 민주주의도 자리 잡기 어렵다는 말이다.국가는 민주주의 정치만 제도화하는 게 아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공저에서 경제학자 대런 애스모글루와 정치학자 제임스 로빈슨은 "우리 이론의 요체는 포용적 정치·경제 제도와 번영의 관계다.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고,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는 포용적 경제제도는 경제활동에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못하는 착취적 경제제도에 비해 경제성장에 훨씬 더 유리하다"고 말한다. 즉, 포용적 국가 없이 경제적 번영은 없다는 주장이다. 이들이 제시한 사례는 아니지만, 미국에 비해 최대 3배의 셰일가스 매장량을 가진 중국이 그 생산량에서 훨씬 못 미치는 배경에 대해서도 포용적 국가제도가 거론된다. 지진 빈발 혹은 물 부족과 같은 자연환경적 요인보다는 셰일가스의 개발이익 분배와 같은 제도가 민간의 창의적 개발의욕과 기술개발에 큰 격차를 유발한다고 지적한다.중요한 것은 어떠한 국가인가의 문제이다. 자유주의자인 김정호 교수에 따르면 토지의 소유제한, 분배 등 경제적 헌법조항을 가진 나라들은 주로 사회주의 혹은 저개발국들이고,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세세한 정부개입조항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차이가 국민들의 가치관에서 비롯된다고 추정하면서, 전자의 국가들은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후자의 국가들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개인주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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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근 칼럼]어벤져스와 초원의 집 지면기사
예나 지금이나 '히어로물'에 열광원더우먼등 에피소드는 기억 안나가족이야기 다룬 '초원의 집' 인상공동체의 평화, 영웅의 헌신 아닌가난한 사람 협력으로 지켰기때문마블 스튜디오에서 만든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6일 한국 관객 수 천만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번 작품은 동명의 시리즈뿐 아니라 영화 역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할 전망이란다. 영화의 줄거리는 기존의 히어로물과 별 차이가 없다. 캡틴 아메리카를 비롯하여 아이언맨, 토르, 헐크, 호크아이, 블랙 위도우 등 이른바 슈퍼히어로들이 한 팀이 되어 악의 세력으로부터 지구를 지킨다는, 매번 같은 이야기다.예나 지금이나 히어로물에 열광하는 이유는 늘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가 그만큼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들 개인의 능력으로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곤경에 처했을 때 어디선가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영웅이 나타나 자신을 구해주기를 바라지 않겠는가. 다만 전에는 탁월한 히어로 한 명이면 너끈히 지구를 지킬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만큼 악의 무리도 힘이 커져서 한 명으로는 턱도 없다. 이른바 드림팀을 이뤄서 단체로 달라붙어야 간신히 이기는 지경이 된 것이다.나 또한 어린 시절부터 이런 종류의 드라마를 자주 보았는데 중학생 무렵에는 '육백만불의 사나이', '소머즈', '원더우먼' 등 주로 초능력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미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매주 빼놓지 않을 정도로 즐겨 보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단 한 개의 에피소드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매번 지구를 구하는 식상한 이야기가 반복되었기 때문일 것이다.반면 당시 미국 드라마 중 서부 개척시대의 가족이야기를 다룬 초원의 집은 그다지 자주 보지 않았는데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몇 개 있다. 그중 인상 깊게 남아 있는 이야기를 소개한다.어느 날 주인공 소녀의 아버지가 거부였던 먼 친척으로부터 상속을 받게 되자 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하던 마을에 심상찮은 변화가 일어난다. 아버지는 졸지에 유명인사가 되어 가는 곳마다 극진한 대우를 받는가 하면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은 말할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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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칼럼]농업은 지식 산업이다 지면기사
농산물 수출 '세계 2위' 네덜란드좁은 국토·자원 부족 한국과 유사농식품업 중심 연구·인재양성 주력농민 스스로 '밸류체인' 혁신 나서정부·대학과 꾸준한 협력은 필수농산물 수출을 많이 하는 국가는 어느 나라일까? 세계 1위는 미국이고 뒤를 이어 네덜란드, 독일, 브라질, 프랑스 순이다. 전체 수출 비중에서 농업 비중이 큰 나라를 보면 네덜란드가 1위이고 뒤를 이어 호주, 프랑스, 미국, 독일 순이다. 비교우위론에 따르면 농업국가나 저개발국이 농산물을 많이 수출할 것 같은데, 선진국이나 제조 강국이 농산물을 많이 수출하고 있다. 저개발국이나 농업국가의 농산물 원료를 수입하여 선진국들이 농식품 등으로 가공하여 높은 가격에 되파는 구조이다. 이 중에서 역시 눈에 띄는 국가는 네덜란드이다. 인구 1천700만명의 작은 나라, 세계 수출 5위, GDP 17위의 네덜란드는 첨단 반도체 장비 등을 수출하는 제조 강국이면서 농업 강국이다. 우리나라는 작년에 1인당 GDP가 3만달러를 넘었다. GDP 2만달러에서 3만달러에 도달하는 데 12년이 걸렸다. 세계 평균 기간은 8년이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농업이 전체 경제성장을 못 따라가고 오히려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제조 강국인 선진국들이 동시에 농업 강국인 것을 볼 때 우리나라도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지 못하면 4만 달러 선진국 대열에서 멀어질 수 있다.그런 면에서 네덜란드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나라이다. 두 나라 모두 상당히 좁은 국토면적을 가지고 있고, 주변에 강대국 및 큰 시장으로 둘러싸여 있고, 지리적으로 물류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다른 자원도 부족하여 인적 자원과 무역에 의지하는 구조이며, 과학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다. 그런데 농업은 천양지차이다. 농업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내외로 비슷한데, 우리나라가 농업의 고용 비중이 3배 정도 많으니 생산성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수출 비중은 17배 정도 적어 국제 경쟁력은 비교할 수 없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네덜란드는 1인당 GDP가 5만5천 달러에 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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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칼럼]판문점 회담 1년,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 지면기사
4·27 판문점선언후 두차례 이산가족 만남계속 이어졌다면 트럼프 설득 쉬웠을지도실향민들 아픔 달래준 이미자 데뷔 60주년부모님 모시고 콘서트라도 다녀와야 할듯음정도 박자도 가사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맞는 게 없었다. 그래도 이 노래가 그 노래임을 알 수 있었던 것은 '눈물로 보냅니다' 라는 가사만은 그런대로 또렷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창밖에는 꽃잎들이 바람에 따라 이리로 저리로 휘날리고 있었다. 그 바람에 따라 이제 90인 아버지가 부르는 노래도 이리저리 흔들렸다. 나는 대한민국 가수 중 이미자를 최고의 가수라고 생각한다. 조용필과 나훈아가 들으면 섭섭할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남자가수고, 그들 역시 이미자에게는 자신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양보할 것이다.골목길로 들어서면서 전봇대가 있는 여섯 번째 집에서 일하던 식모는 온종일 이미자 노래만 불렀다. 그 노래가 어린 우리에게도 얼마나 구슬프게 들리던지 하굣길에 그 집 앞에서 담을 타고 넘어오는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를 한참 동안 들었다. 이미자의 목소리에는 고향 생각을, 그곳에 두고 온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는 묘한 마력이 있다. 지나가다 그녀의 노래를 듣던 다 큰 어른들도 눈물을 훔치곤 했다.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이 그 집 앞에 모여 했던 말이 지금도 기억난다. "일본 놈들이 많은 돈을 주고 이미자의 목소리만 샀대. 죽으면 목 해부해 그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확인하겠다는 거야. 왜 그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지 말이야." 이미자가 들었다면 경을 칠 일이지만, 그때는 그 말이 진짜인 줄 알았다. 그만큼 이미자의 목소리는 일본도 부러워할 정도로 최고였다."가부장적이었던 아버지 앞에서 어머니는 숨도 제대로 쉬지도 못했어. 아버지가 소리 한번 지르면 저 구석에서 마치 죽은 쥐처럼 말 한마디 못했지. 왜 그렇게 사셨는지. 그런 어머니랑 16살에 헤어졌다. 나오면서 사진 한 장 못 갖고 나왔어. 금방 돌아갈 줄 알았거든. 이 노래가 어머니 얘기를 하는 것 같아." 노래는 다시 시작됐다. "참을 수가 없도록 이 가슴이 아파도 여자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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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진 칼럼]유혹 지면기사
욕심앞에 휩쓸리기 쉬운 세태속내것에 집착하다 파멸초래 일쑤사회냉대 체험 장애아동 부모들사랑 실천없으면 이웃 함께 불행유혹 물리친 사람 주위에 행복줘살다보면 여러 가지 유혹을 만나게 마련입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돈, 권력, 이성의 유혹이 아닐까 합니다. 이 세 가지 유혹에 잘못 빠지면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사실을 뉴스나 신문에서 종종 확인하게 됩니다. 그래서 후배나 자녀들에게 잘못된 유혹에 현혹되면 한순간에 인생이 망가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가르칩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 서민들의 각박한 삶에서 유혹을 받는다고 할만한 상황은 별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조직을 배신하고 정보를 넘기면 몇억원을 주겠다고 유혹하는 사람도 없고, 반대로 돈으로 남을 매수할 일도 없습니다. 직장에서 한 단계 높은 자리로 승진 정도는 할 수 있을지언정, 누군가의 삶을 쥐락펴락할 만큼의 권력은 주어지지 않습니다. 이성의 유혹으로 말하자면 물 건너간지 오래입니다. 돈도 없고 배경도 없는 내게 누가 다가오겠습니까. 말하자면 유혹을 당할 상황이 원천봉쇄된 것이지요.그러면 이 시대의 서민들은 유혹이라는 현실에서 완전히 해방된 걸까요? 아닙니다. 보통 사람들에게도 유혹은 엄연히 존재합니다. 출세한 사람이나 서민이나 욕심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고 욕심은 늘 우리를 괴롭힙니다. 유혹은 욕심을 부리면 부릴수록 더 자주 우리 앞에 나타납니다.최근에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어머니가 친구 두 명과 함께 딸의 1년 선배를 심각하게 구타했고 그 영상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많은 사람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같은 댄스학원을 다니는 1년 터울 두 여학생은 댄스교습 후 함께 술을 마시고 각자 귀가했습니다. 술을 마시고 돌아온 딸을 본 중2 어머니는 딸을 다그치는 중에 중3 언니와 함께 마셨다는 것을 알아냈고, 그 아이를 불러내 본인의 친구 두 명과 함께 무자비하게 구타한 것입니다. 거친 폭력에 아이가 항의하자 가해자는 엄마 같은 심정으로 잘 되라고 때렸다고 했고, 아이는 당신은 우리 엄마가 아니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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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칼럼]신동엽을 읽는 봄 지면기사
금강 제9장 '누가 하늘을 보았다…구름 한송이 없는 맑은 하늘을…'지금 우리들 하늘엔 몇겹의 구름이눈부신 햇살 가로막고 있는가심지어 스스로 하늘이라고도 한다황사라는 말이 미세먼지로 바뀐 지 얼마나 되었나. 오늘은 실로 오랜만에 깨끗한 공기를 맛보는 날이다. 봄꽃들 피었으나 다시 춥고 어둡고 비까지 내려, 봄은 왔으되 봄 같지 않았다. 과연 깨끗한 눈으로 세상 본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가. 한갓 큰 것 같지만 작은 정치에 눈이 흐려져 옳은 것, 근본적인 것을 보지 못하던 일이 그 얼마나 많던가. 큰 배를 타고 수학여행 가던 학생들이 기가 막힌 일들을 겪고 수중 원혼이 되고 이로부터 수년 내 이어진 항의가 모여 새로운 정부가 세워졌건만 그로부터 벌어진 일들 맑기만 했던가.마흔 살 나이로 세상 떠난 시인 신동엽(1930.8.18~1969.4.7)의 전집을 펼쳐들고 서사시 '금강'의 페이지를 열었다. '금강'은 아주 긴 시, 그중에서도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제9장을 사랑한다. 그는 외쳤다."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당신이 본 것은 먹구름, 당신은 그것을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았다.""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아침저녁으로 당신의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줄 아는 사람은 '외경'을 알리라."외경, 참으로 어려운 말이다. 공경하면서 두려워함을 이름이다. 그러나, 무엇을 공경하며 두려워한다는 말일까. '금강'은 동학의 이야기다. 제4장에 수운 최제우의 역사가 나온다. 그는 집에 있는 '노비 두 사람을 해방시켜 하나는 며느리로, 하나는 양딸로 삼았다. 가지고 있던 금싸라기 땅 열두 마지기를 땅 없는 농민들에게 무상으로 나누었다.' 무상 소리만 나오면 자라 보고 놀란 가슴들 솥뚜껑도 보고 놀라는 우리.'바다의 달' 최시형은 관헌의 추적을 피해 전국 방방곡곡 가지 않은 곳이 없다. 어느 여름 동학교도 서 노인의 집에서 저녁상을 받을 때 바깥에서 베 짜는 소리가 들려왔다. 해월이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