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전호근 칼럼]베르메르와 쉼보르스카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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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호근 칼럼]베르메르와 쉼보르스카와 희망 지면기사

    그림속 '우유를 따르는 여인' 만큼사회 노동자들이 하는 일 매우 중요연간 1천여명 작업장에서 죽어가기계로 인해 일터에서 목숨잃는 한 우리에겐 희망을 가질 자격 없다2012년 세상을 떠난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네덜란드 레이크스 미술관에 간 적이 있다. 시인이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작품을 감상했는지 알 수 없지만 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베르메르의 그림 '우유를 따르는 여인' 앞에 가장 오랫동안 머물렀던 것만은 확실하다.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기 때문이다.레이크스 미술관의 이 여인이 / 세심하게 화폭에 옮겨진 고요와 집중 속에서 / 단지에서 그릇으로 / 하루 또 하루 우유를 따르는 한 / 세상은 종말을 맞을 자격이 없다(베르메르, 최성은 옮김)시인은 베르메르의 그림에서 고요와 집중을 읽어내고 있다. 하지만 그림의 장소는 하녀가 일하는 주방이다. 비록 테이블 위에 놓인 빵에 햇살이 따사롭게 내려앉고 있지만 그림의 작업장이 고요하거나 따뜻할 리 없다. 그림 오른쪽 아래에 놓여 있는 발난로를 보더라도, 장식이라곤 없는 벽을 보아도 그곳은 춥고 지저분하며 시끄러운 곳임에 틀림없다.그러나 시인은 그림 속의 풍경에서 우유가 쪼르르 흘러나오는 소리를 또렷이 들었을 것이다. 그림 속의 여인이 따르는 우유와 테이블 위에 놓인 빵은 아마도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닐 게다. 그럼에도 하얗고 가느다란 우유 줄기에서 그녀의 집중이 분명히 보인다. 그것은 누군가를 공양하기 위한 그녀의 정성이자 세상을 지탱하는 숭고한 힘이다.그러기에 시인은 저 여인이 "하루 또 하루 우유를 따르는 한 / 세상은 종말을 맞을 자격이 없다"고 받아 적은 것일 테다.아름다운 그림 한 폭과 그에 맞춤한 아름다운 시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마음 편하게 받아들일 수만은 없다. 이 이야기를 지배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니까 저 여인에게 이 일이 이토록 아름답고 숭고한 것이니까 너는 평생 우유나 따르라고 이야기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순식간에 성자는 노예가 되고 숭고는 마취제가

  • [이영재 칼럼]가지 않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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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재 칼럼]가지 않은 길 지면기사

    '불안한 평화 지속' 한번도 경험 못한것들북한 '핵 동결'에 사실상 美가 '보유 인정'새로운 경험할까봐 두려운게 솔직한 심정안보는 한번 무너지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읽어주는 50세 중반의 국어 선생님 목소리는 진지했다. '어린 너희가 뭘 알겠어?'라는 표정은 눈곱만치도 없었다.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얼마나 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야 하는지 지금 너희는 잘 모를 것이다. 많게는 서너 번, 적게는 수백 번 결단의 순간과 맞닥뜨리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우리가 숲 속을 걷다가 만나는 두 길을 모두 갈 수 없는 것처럼, 인생의 앞에 펼쳐지는 여러 갈래 길을 동시에 갈 수는 없다. 갈 수 있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사기꾼이다.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그렇다고 두려워할 건 없다. 어차피 그게 인생이니까." 시도 좋았지만, 책도 없이 시 전문을 한 자의 틀림도 없이 외운 선생님을 우리는 신뢰했다. 어린 나이에 선생님의 그 말이 왜 그렇게 쓸쓸하게 들렸는지 그때는 몰랐다.그날 교실 분위기가 무거웠던 건 시의 첫째 연과 마지막 연 때문이었을 것이다.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숲 속에 두 갈래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1990년대는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인기가 높았다. '몰래카메라' '브레인 서바이버' '양심 냉장고' '러브 하우스'도 그랬지만 개그맨 이휘재의 '인생극장'은 내 맘대로 내용과 결론을 바꾸는 지금의 '인터렉티브 영화' 콘셉트로 인기를 끌었다. 매번 선택의 갈림길에 서고, 그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각기 다르게 전개되는, 특히 "그래! 결심했어"란 유

  • [이명호 칼럼]도시재생에서 부족한 것, 혁신적 도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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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호 칼럼]도시재생에서 부족한 것, 혁신적 도시경제 지면기사

    대다수 '옛 영광' 누리려는게 문제지식경제 시대에 맞는 모델 필요혁신적 견문 갖춘 세력 유입 시급연구 역량과 결합된 신산업 이끌미래 세대에게 공간 제공 더 중요도시재생이 뜨거운 이슈다. 목포시 근대문화역사거리는 시작단계에서부터 주목을 받았으니, 잘 조성되면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될 것 같다. 1897년에 개항한 목포는 근대화의 상징적인 도시였으나 그 영광을 간직한 곳은 '불 꺼진 원도심', 1900년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상징적인 지역으로 떠올랐다. 개발독재 시대의 산업화가 빗겨간 도시의 운명이었다고 할까.도시재생은 목포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으로의 경제 집중, 영남중심의 산업화, 신도시 개발에 따른 원도심의 역차별, 부동산 개발 투기 등으로 지방은 소멸의 위기에 처해있다. 전국 228개 지자체 중 40% 정도가 30년 후에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큰 아들을 집중 지원해서 동생들을 돌보게 한다는 '낙수효과'는 경제에서만이 아니라 국토개발에서도 낙제점이라는 것이 또 한 번 증명되고 있다. 도시재생이 본격적으로 정책적 과제가 된 것은 2013년 12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부터이지만, 본격화된 것은 이번 정부 들어서이다. 문재인 정부는 5년간 50조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대규모 철거 방식의 신규단지 개발에서 소규모 생활밀착형, 지역 맞춤형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쇠퇴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문화적·경관적 특징을 잘 살리는 동시에 주민참여형 도시계획을 정착시키며, 도시경제 활성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필요한 정책이다. 문제는 많은 지역의 도시재생 사업이 '옛 영광'을 되살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낙후된 경관을 정비하여 상권을 활성화 시키고, 역사문화 공간을 개발하는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 투자에서 소외된 지역에 투자를 한다는 정당성은 있지만, 새로운 산업 경쟁력과 도시경제라는 관점에서는 미흡하다. 사실 도시도 성장과 소멸, 회생

  • [홍창진 칼럼]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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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창진 칼럼]약속 지면기사

    사람과 사람 연결하는 끈과 같아지키면 이어지고 안 지키면 끊어져세상의 모든 약속은 경중이 없어평생 같이 살 사람 잃지 않는 행위나 먼저 반드시 지키는 사람 돼야약속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끈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키면 이어지고 안 지키면 끊어지는 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관계를 지속시키고 싶은 쪽은 충실히 지키려 하고 관계를 지속하건 안 하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쪽은 약속을 소홀히 합니다.인간관계는 일을 하면서 생기기도 하고 일상의 사교를 하면서 생기기도 합니다. 일은 자연스럽게 갑과 을이 형성됩니다. 보통 갑은 약속을 어겨도 용서가 된다는 통념이 있습니다. 따라서 을은 갑의 약속 불이행으로 관계를 끊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음 약속을 잡고 그것이 이행되기를 기대합니다. 사교는 갑과 을이 없습니다. 따라서 약속의 불이행은 머지않은 시기에 관계 단절을 의미합니다.그러나 일이든 사교든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는 지속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절교를 선언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아는 사람 명단에 있을 뿐, 의미 없는 인사만 나누는 사이로 먼발치에 둡니다. 그가 아무리 갑이라도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은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얼마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연극인들 식사 모임에 초대되어 회식을 하던 중에 어떤 청년이 자신이 천주교 신자라고 하면서 인사를 하고 이제 연기를 시작한 신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일이 있습니다. 1년도 지난 일이라 잊고 지냈습니다. 그는 얼마 전에 문자로 신년 인사드리고 싶다고 날짜를 달라고 해서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전날 밤 급한 오디션 하나가 생겨서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른 약속도 못 잡았는데 그리고 그 약속에 맞추어 다음 약속의 동선도 맞추어 놓았는데 다 흐트러지게 되었습니다. 신인에게 오디션은 중요한 일이고 본인이 생각할 때는 약속을 파기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OK, 파이팅"이라는 답신을 남겨주었습니다. 그

  • [방민호 칼럼]'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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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민호 칼럼]'태움' 지면기사

    간호사 사회 '괴롭히며 규율잡기'김용균군 희생된 火電 '사람 차별'책임 면하는 '이상한 논문 표절'썩을대로 썩은 문화 없애지 못하면영혼은 늘 굶주리고 고통은 연속며칠 전에 신문에서 한 간호사가 세상을 떠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유서에 썼다는 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병원 사람들 조문도 오지 마라." 오죽 괴로웠으면 죽고 나서도 병원 사람들은 만나고 싶지 않다 했을까?이런 일이 이번만의 일은 아니었고, 얼마 전에도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졌을 때 네이버에 들어가 도대체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찾아본 적이 있다. '태움'. 이 말은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태움'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에서 나온 말로,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괴롭힘 등으로 길들이는 규율 문화를 지칭하는 용어다.참 이런 문화도 있을까 싶다. 어떻게 해서 사람은 다른 사람을 집단의 이름으로 길들이고 말 듣지 않거나 적응 못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태워져 재가 될 때까지 태워 버리는 것일까. 참 말도 실감 나게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얼마나 괴롭힘을 당하면 그렇게 태워져 버린다는 말이냐. 그러나 이 말을 처음 들은 후 그 생생한 어감의 놀라움과 함께 나를 괴롭힌 것은 이 '태움'이 병원 간호사 사회뿐 아니라 한국 사회 곳곳에 없는 곳 없다 할 정도로 사람들을 지독히 괴롭히는 형태로 끈질기게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사실 카풀 문화라는 것이 왜, 얼마나 필요한지 알지 못하지만 서구에서도 그런 문화가 있다고들 하고 우리나라에도 그런 것이 도입되어야 한다고도 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잖던가. 그것은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해도 바다 건너 이 나라에 들여오려면 이곳 사정에 얼마나 맞는지, 어떻게 해야 무리 없이 들여올 수 있는지, 그런 제도가 시행될 때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배려를 해야 하는지 이리저리 고민도 해봐야 할 게 아닌가? 정말 그렇게 한 후 그 카풀이라는 제도를

  • [이남식 칼럼]CES 2019를 관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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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남식 칼럼]CES 2019를 관전하기 지면기사

    미래엔 4차산업혁명 스마트시티화아마존·구글, 인공지능 경쟁 치열스마트폰·TV 화면 접고 펴는 기능혁신적 변화 이끌 한국기업들 주목메모리반도체 수요 '더 급증' 예측새해가 시작되면 한 해의 방향을 제시하는 행사들이 열리는데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국가전협회가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하는 가전쇼 (Consumer Electronics Show CES)이다. 올해도 1월 8일에서 11일까지 개최되는데 2000년대 초반까지도 TV 오디오 비디오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 중심이었으나 컴덱스가 쇠퇴하면서 첨단 IT(정보통신) 제품의 소개장으로 성장하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예견할 수 있는 행사로 주목받아 자율주행자동차나 드론과 같은 분야의 전시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내의 삼성이나 LG 또한 세계가 주목하는 기업으로 이 행사를 통하여 미래의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해 오고 있다. 오늘은 CES를 관전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드리고자 한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바뀌게 될 우리들의 미래와 영역은 어디일까? 우선 스마트 홈이나 스마트 모빌리티를 포함하는 우리 삶의 터전이 되는 스마트 시티이다.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urbanization)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2030년경에는 전체 인구의 60~70%가 도시에 거주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는 효율적인 인프라와 상생효과 및 자원의 집중화로 경쟁력이 있으며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므로 거주인구가 계속 늘어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에너지 물류 리테일 교통 등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 이를 효율화하기 위하여 새로운 5G 초고속이동통신이 상용화되는 첫해이기도 할 것이다. 5G의 최고속도는 20Gbit/s에 달하고 사용자가 경험하는 데이터 속도도 1Gbit/s에 달하여 그야말로 HD영화 한편을 수 초 내에 다운로드할 수 있어 요사이 우리가 사용하는 4G LTE 등에 비하면 10~20배 더 빨라지게 된다. 특히 자율주행자동차를 위한 주행여건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5G가 크게 기여하는 동시에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편화되는 시대가 열리게

  • [윤상철 칼럼]세대의 성찰에 대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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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상철 칼럼]세대의 성찰에 대한 기대 지면기사

    일자리·노후복지 등 둘러싸고세대간 분배투쟁 불가피하게 보여갈등조정·완화제도 아직도 논쟁실패집단 해결주체 내세우기보다서로 반성하는데 눈을 돌려보자사회조사들은 설문 말미에 응답자의 사회적 배경을 묻는다. 성별, 연령, 교육수준, 거주지역, 직업, 소득 등이다. 여기에는 성별, 세대 등 사회적 조건에 따라 사회와 국가정책에 대한 인식과 행위가 다를 것이라는 암묵적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선거 결과 등은 예측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사회적 배경에 따라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요인이 중첩적으로 작용하거나 그 사회적 배경을 압도하는 사건이 우연하게 발생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원래의 전제를 훼손하기보다 더 적극적으로 적용하여 여성과 남성을, 어떤 세대를, 어떤 지역민을, 어떤 계층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행위자로 불러내기도 한다.경제성장의 잠재력은 이미 소실되었고 마침내 위기가 오고 있다는 진단이 들린다. 주로 취업률, 고용률, 성장률, 경기선행지수, 그리고 지니계수 등 불평등지수가 거론된다. 그로 인해 더 심화된 사회적 불평등이 경제성장을 오히려 가로막고 있다는 견해들도 피력된다. 인과가 불명확하거나 역전되기도 하지만 사회적 불평등이 우리 사회의 근본적 문제로 부각된다. 먼저 정권의 책임론이 거론된다. 이전 보수 정권들의 적폐와 무능, 그리고 부자와 재벌 편들기가 낙수효과를 낳기는커녕 한국경제를 위기의 늪에 빠트렸다고 한다. 신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산업구조의 변경 없이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성장과 분배를 악화시켰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사회경제적 집단에게 책임을 묻기도 한다. 재벌구조가 중소벤처기업의 창의성과 일자리 창출을 고갈시키고 사회적 양극화를 낳았다고 한다. 민주노총과 대기업 귀족노조가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조건을 악화시키고 비정규직의 취업난을 낳았다고 비판한다. 더 나아가 경제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의 원인을 특정 계급에게 묻거나 정치권력구조 혹은 경제조직 및 분배구조에게 묻기도 한다. 그러나 우파정권이나 좌파정권이나 경제구조를 재구성하고 성장의 잠재력을 이끌면서 사회적 불평

  • [전호근 칼럼]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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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호근 칼럼]편지 지면기사

    3년전 수강생 졸업 앞두고 보낸 안부훌쩍 성장한 향기로운 소식 읽으며 송나라 주돈이의 '애련설' 생각했다1학년 학생들 마지막 시험후 인사그 모습 사랑스럽고 대견해 보였다3년 전 강의를 들었던 학생이 졸업을 앞두고 편지를 보내왔다. 종종 학생으로부터 편지를 받지만 이처럼 훌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는 흔치 않다. 혼자 읽기 아까워 이곳에 나눈다.안녕하세요 교수님. 저는 2015년 1학기에 경희대에서 교수님의 고전읽기 강의를 수강했던 연극영화학과 학생입니다. 저는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으며 학교생활을 돌아보던 중 제게 가장 큰 인상으로 남은 분이라 이렇게 안부 차 편지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성실하지도, 눈에 띄지도 않는 학생이라 아마 절 기억하지는 못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난이 깊은 풀숲에 있어 찾는 사람이 없다고 하여 그것이 향기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는 공자의 말을 자신의 사유로 풀어내는 것이 기말 시험이었습니다.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저는 신동엽 시인의 '오렌지'를 말머리에 쓰고 외부의 평가가 아니라 스스로가 자신의 정체성을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을 글로 썼습니다. 또 제가 예술을 하는 것과 여성인 자신을 인정하기 위해, 나의 향기를 긍정하기 위해 누군가의 코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덧붙였습니다. 사실 저는 유학을 비롯한 한국철학에 흥미가 없던 학생이었고 당시 교수님의 수업도 학점을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수강했습니다. 한국 철학을 연구하는 사람은 왠지 보수적이고 정체되어 있을 것 같다는 편견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그토록 중시하는 '인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답변을 유학 고전강의에서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교수님은 인간을 정의하는 것은 두 개의 팔과 다리가 존재하고, 말을 할 수 있으며, 남성과 여성이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는 등 그런 다수의 보편성에 기대는 분류가 아니라 스스로 누군지 알고 그 정체성에 충실한 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른 강의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 [이영재 칼럼]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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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재 칼럼]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지면기사

    자의든 타의든 1년 내내 남북관계에 빠져경제는 장관 바뀔 정도로 최악의 길 걸어와나라 존망위기 몰린 '저출산 문제'도 심각늦었지만 청와대·정부의 '현실 직시' 다행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사람마다 각자 다르다. '먹방'을 틀어놓고 끊임없이 먹어대는 사람도 있고 격렬한 운동으로 터질 것 같은 압박을 달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도 많다. 하정우 같은 배우는 하염없이 걸으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한다. 나의 경우, 단연 공포영화 시청하기다. 영화를 보는 동안 공포에 쫄다보면, 스트레스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공포지수가 높을수록 효과는 배가된다. 최근 나홍진의 '곡성'을 봤다.역시 그는 천재였다. 무서웠다. 다시 봐도 정말 무서웠다.공포에 이리저리 쫓기다가 그 '장면'에 멈췄다. 아니 '장면'이 아니라 그 '대사'에서 멈췄다. 이 영화가 개봉되던 2016년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그 대사 말이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이 대사에서 가슴이 콱 막혔다. 정말 무엇이 중요한지도 모르면서 그냥 살아왔다는 자책감이 들어서다. 갑자기 눈물도 핑 돌았다. 공포영화를 보면서도 이런 깨달음을 주는 나홍진은 정말 천재다. 2006년 영화 '타짜'의 정 마담이 "이거 왜 이래,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고 외쳐댄 이후, 영화 대사 한 줄이 이토록 유행한 적이 없었다. 유행어는 시대의 산물이다. 2016년 9월 1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정기국회 개원사에 사드 반대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등을 언급하자 새누리당이 크게 반발했다. 이를 이유로 새누리당이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기자들 앞에서 격앙하며 이렇게 말했다. "새누리당이 민생을 정말 죽이려 하는 것인가. 지금 '뭣이 중헌디'라고 묻고 싶다." 자의든 타의든 1년 내내 우리는 무엇이 중요한지도 모르면서 남북관계 하나에 빠져 지냈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김여정 김영철이 찾아온 이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6월 싱가포르 북미회담,

  • [이명호 칼럼]웰빙은 왜 성장보다 중요한가?
    기명칼럼

    [이명호 칼럼]웰빙은 왜 성장보다 중요한가? 지면기사

    '경제성장'이란 목표로 달려왔지만자살률 증가등 심리적 불안 더 커양극화 따른 상대적 박탈감에 분노한국 OECD웰빙지수 12년째 최하위수치 연연 말고 '배려하는 사회' 절실얼마 전 인천 송도에서 열린 OECD 세계포럼에 참석했었다. 3일 동안 열린 행사의 전체 주제는 미래의 웰빙(Well-being) 이었다. 최저임금인상, 노동시간 단축으로 상징되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포용적 성장 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과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나라에서 '웰빙'을 언급하는 것은 '사치스런'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으면서, 다른 선진국은 성장과 웰빙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는가를 알고 싶어 포럼에 참석했다. 미래 웰빙의 탐구와 측정, 디지털화와 웰빙, 복잡한 세상에서의 거버넌스, 웰빙과 기업의 역할 등 다양한 세미나가 준비되어 있었다. 3일 동안 여러 세미나를 참석하면서 성장과 웰빙,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번 행사는 2009년에 OECD가 '경제성과와 사회발전 측정에 관한 고위전문가그룹 보고서'를 낸 이후 9년 만에 후속편이 발표되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행사였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 등이 주도하여 결성된 OECD 고위전문가그룹은 사회발전의 기준을 무엇으로 잡아야 하는가를 집중적으로 연구 토론해왔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가 이번 포럼의 하이라이트였다. 보고서는 많은 국가들이 GDP(국내총생산)에 과도하게 의존함으로써 2008년의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했고 그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파급효과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해 잘못된 방향으로 경제성장 정책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GDP는 경제성장을 측정하는 기준이다. 전년 대비 몇 프로 경제가 성장하였다고 하는 기준이 되는 지표이다. 경제성장률이 2.9% 성장 전망보다 0.1% 하락하였다고 경제가 어려워졌다고 '암울'하게 만드는 그 기준이다. 경제의 측면에서는 중요한 기준임에도 GDP에 대한 개념은 많은 도전을 받아왔다. GDP는 국민의 행복, 나